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레스케스와 콘웨이가 쓴 충격적이고도 사실적인 다음 세기의 역사는 다가오는 재앙을 경고하기 위해 예언의 형태를 택한 조지 오웰, 올더스 헉슬리 같은 작가들의 명맥을 잇는다. 구석구석 재치가 넘치고 너무 그럴 듯해 불편한 이 책은 이제 시작된 ‘장기 비상시대’를 보여주어 쉽게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킴 스탠리 로빈슨(『쌀과 소금의 시대』 『화성Mars』 3부작의 저자)
북극의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케네디 공항이 수면 아래로 잠긴다. ‘기후 난민’의 저지대 탈출은 필사적이다. 대기와 대양을 하수구로 여기는 탄소연소 복합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체계이기에 대멸종을 알면서도 벼랑으로 내달린다. 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초래할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현실이다. 이 책은 왜, 친환경적이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300년 후 세계지도만 봐도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윤상훈(녹색연합 사무처장)
지금 이대로라면 서양 문명은 반드시 붕괴한다!
300년 후 미래에서 바라본 충격적이지만 사실적인 현대 문명의 위기
2042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두 배 증가하여 지구 전체 온도는 3.9도 오른다. 2040년에는 혹서와 가뭄이 일상적인 일이 되고 해수면은 9~15센티미터 상승한다. 2041년에는 북반구에 전례 없는 열파가 닥쳐 지구를 달구고 곡물을 말려 죽인다.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곤충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대규모 삼림이 파괴되고 신종 전염병이 퍼진다. 2050년대에 들어서는 혼란이 극에 달하고 정부가 전복된다. 북미에서는 그레이트아메리카 사막이 북쪽과 동쪽으로 점점 넓어지면서 고원지대와 세계적인 곡창지대를 잠식한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는 합병하여 인구를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세운다. 유럽연합 또한 남쪽의 인구를 북쪽의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등으로 이주시킨다. 빙하가 녹아내려 식수 부족에 직면한 스위스와 인도는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지구 기온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가 실행되었으나 2063년에 중단되었고, 그 충격으로 지구 기온이 급작스레 오르기 시작한다. 2060년부터 북극지방의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수십 종의 생물이 멸종한다. 서남극 빙하의 약 90퍼센트가 분리되고 무너져 내리자 해수면은 약 8미터 상승한다. 유럽의 저지대라 불리던 네덜란드는 대부분의 영토가 물에 잠기고 만다. 플로리다의 주요 도시들도 물 밑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지구 인구의 20퍼센트인 15억에 가까운 인구가 이동하는 대이동이 일어난다. 북부 유럽 내륙, 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내륙과 고원 지역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사회를 재정비하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아프리카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된다. 2093년, 서양 문명은 몰락한다.
하버드대학 교수 오레스케스와 과학기술사가 콘웨이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그려낸 이 가상역사책은 2393년 제2중화인민공화국에 사는 미래 역사가가 반암흑기半暗黑期(1988~2093)와 그에 이어지는 대붕괴와 대이동(2073~2093) 기간의 일을 들려준다. 300년 후 미래의 역사가의 시선에서 현대 문명이 마주한 위기를 고찰한 이 책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양상과 그 원인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며 충격적인 미래를 예언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우리가 현대 문명이 맞은 위기를 내버려둔다면 맞게 될 미래다. 위기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투발루라는 작고 아름다운 나라는 국토 상당수가 물에 잠겨 수도마저 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투발루와 같은 운명에 처한 지역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태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현대 문명 자체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단하며 현대 문명의 근본적 결함을 파헤치고 성찰해간다.
스스로의 목을 조른 사람들
현대 문명의 근본적 결함은 무엇인가?
문명을 위기로 내몬 원인에 대해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남용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한 ‘탄소연소 복합체’, 시장을 맹신하며 규제라면 어떤 것이든 거부하는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어 눈앞에 보이는 현상과 관련된 사실이라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발언에 소홀했던 과학계다.
석유 회사, 대규모 건설사,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 업계 등으로 이루어진 탄소연소 복합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두뇌집단’을 구성하여 기후변화가 정말 일어나고 있는 게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2012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해수면 상승 부인법’을 제정했으며, 2025년에는 그것을 표준으로 삼아 미국 국가 안정성 보호법이 제정된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3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투옥된다. 탄소연소 복합체의 로비로 정부는 전기차 판매와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을 억제하고 셰일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생산 사업을 확대하여 기후문제를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 믿었지만, 신자유주의는 환경파괴와 같은 외부비용을 인식하지 못하고 미래의 피해를 예방할 시스템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에 대해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입을 막았다.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잘 알았던 과학자들조차 매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그 내용을 인정한다는 문화적 관습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된 경고를 하지 못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와 개입을 하지 못했던 서양 문명은 결국 ‘대붕괴’를 맞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재앙을 예방할 역량을 갖춘 문명이었음에도 몰락을 자초한 것이다.
‘몰락’과 ‘생존’의 기로에 놓인 인류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093년 서양 문명이 몰락한 뒤 자연재해가 일상이 되고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에는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정부가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300년 후 기후재앙을 가장 잘 이겨낸 중국을 따라 각 국가마다 강력한 중앙집권정부가 형성되며 새로운 문명이 나타난다. 이 책의 화자가 2393년 신공산주의 중국의 역사가인 것은 그 때문이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지금 시장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후에 공산주의 정부가 세워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세우며 기후변화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자본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지금 같은 문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우리 문명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이 현대 문명에 던지는 대담한 문제 제기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기후변화는 없다는 미국의 인식과 맞서 싸워왔다. 특히 오레스케스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는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인용되어 영향을 끼쳤고, 결국 기후변화는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빌 게이츠와 같은 기업가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한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종교 지도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리며 깨끗하고 공정한 녹색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4년 9월 뉴욕에서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후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며 시위행진을 했다. 미국과 더불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안다. 미래에서 바라본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그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가상의 역사를 현실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네이처》 《허핑턴 포스트》와 같은 수많은 언론이 얇지만 인류의 운명이 걸린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이 책에 주목한 이유다.
▣ 작가 소개
저자 :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 대학 과학사 교수이자 지구·행성 과학 겸임 교수다. 1990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지질학 및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미국국립과학재단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미국 환경보호청과 국립과학학술원에서 자문을 역임했으며, 지구 과학과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04년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Beyond The Ivory Tower: The Scientific Consensus on Climate Change」는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2006)에 인용되었고, 미국 상원 환경 공공사업 위원회 증언을 이끌어냈다. 저서로 『대륙 이동설 거부: 미국 지구 과학 이론과 방법The Rejection of Continental Drift: Theory and Method in American Earth Science』(1999),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에릭 콘웨이 공저, 2010), 『사명을 띤 과학: 냉전시대부터 기후변화까지의 미국 해양학Science on a Mission: American Oceanography from the Cold War to Climate Change』(근간) 등이 있다.
저자 : 에릭 M. 콘웨이Erik M. Conway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기술사가다. “항공술과 지구와 우주 과학을 아우르는 우주 역사에 선구적 기여를 한 공로로” 미항공우주국 역사상을 받았다. 저서로 『눈먼 착륙: 미국 항공사 저시도 작전, 1918~1958Blind Landings: Low Visibility Operations in American Aviation, 1918~1958』(2006), 『미항공우주국 대기과학 역사Atmospheric Science at NASA: A History』(2008)(AIAA 역사 원고상),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나오미 오레스케스 공저, 2010) 등이 있다.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책을 읽고, 옮기고, 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오카방고의 숲속 학교』 『피와 천둥의 시대』 『위대한 생존』 『행복한 슬럼 학교』 『새벽의 인문학』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바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타블로이드 전쟁』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등이 있다.
해제 : 강양구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국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생명공학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프레시안》에서 12년간 과학기술?환경 담당 기자로 활동하였다. ‘앰네스티언론상(2005)’ ‘녹색언론인상(2006)’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밥상 혁명』(공저) 등이 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의 일부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 주요 목차
서문: 가상의 역사로 현대 문명을 돌아보다
감사의 글
1. 반암흑기의 도래, 몰락의 서막
2. 서양문명(1540~2093)을 끝장낸 화석연료 광기
3. 문명 붕괴의 역사적 분석, 시장의 실패
에필로그: 대붕괴 300년, 인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래사회에서 본 ‘옛날 용어 사전’
저자 인터뷰: 미래에서 바라본 문명의 붕괴와 환경 대재앙이 초래할 역사
프랑스어판 서문: 기후변화의 위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제: ‘몰락의 시대’와 ‘생존의 시대’ 사이에서│강양구
옮긴이의 말
주
오레스케스와 콘웨이가 쓴 충격적이고도 사실적인 다음 세기의 역사는 다가오는 재앙을 경고하기 위해 예언의 형태를 택한 조지 오웰, 올더스 헉슬리 같은 작가들의 명맥을 잇는다. 구석구석 재치가 넘치고 너무 그럴 듯해 불편한 이 책은 이제 시작된 ‘장기 비상시대’를 보여주어 쉽게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킴 스탠리 로빈슨(『쌀과 소금의 시대』 『화성Mars』 3부작의 저자)
북극의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케네디 공항이 수면 아래로 잠긴다. ‘기후 난민’의 저지대 탈출은 필사적이다. 대기와 대양을 하수구로 여기는 탄소연소 복합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체계이기에 대멸종을 알면서도 벼랑으로 내달린다. 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초래할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현실이다. 이 책은 왜, 친환경적이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300년 후 세계지도만 봐도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윤상훈(녹색연합 사무처장)
지금 이대로라면 서양 문명은 반드시 붕괴한다!
300년 후 미래에서 바라본 충격적이지만 사실적인 현대 문명의 위기
2042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두 배 증가하여 지구 전체 온도는 3.9도 오른다. 2040년에는 혹서와 가뭄이 일상적인 일이 되고 해수면은 9~15센티미터 상승한다. 2041년에는 북반구에 전례 없는 열파가 닥쳐 지구를 달구고 곡물을 말려 죽인다.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곤충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대규모 삼림이 파괴되고 신종 전염병이 퍼진다. 2050년대에 들어서는 혼란이 극에 달하고 정부가 전복된다. 북미에서는 그레이트아메리카 사막이 북쪽과 동쪽으로 점점 넓어지면서 고원지대와 세계적인 곡창지대를 잠식한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는 합병하여 인구를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세운다. 유럽연합 또한 남쪽의 인구를 북쪽의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등으로 이주시킨다. 빙하가 녹아내려 식수 부족에 직면한 스위스와 인도는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지구 기온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가 실행되었으나 2063년에 중단되었고, 그 충격으로 지구 기온이 급작스레 오르기 시작한다. 2060년부터 북극지방의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수십 종의 생물이 멸종한다. 서남극 빙하의 약 90퍼센트가 분리되고 무너져 내리자 해수면은 약 8미터 상승한다. 유럽의 저지대라 불리던 네덜란드는 대부분의 영토가 물에 잠기고 만다. 플로리다의 주요 도시들도 물 밑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지구 인구의 20퍼센트인 15억에 가까운 인구가 이동하는 대이동이 일어난다. 북부 유럽 내륙, 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내륙과 고원 지역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사회를 재정비하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아프리카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된다. 2093년, 서양 문명은 몰락한다.
하버드대학 교수 오레스케스와 과학기술사가 콘웨이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그려낸 이 가상역사책은 2393년 제2중화인민공화국에 사는 미래 역사가가 반암흑기半暗黑期(1988~2093)와 그에 이어지는 대붕괴와 대이동(2073~2093) 기간의 일을 들려준다. 300년 후 미래의 역사가의 시선에서 현대 문명이 마주한 위기를 고찰한 이 책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양상과 그 원인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며 충격적인 미래를 예언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우리가 현대 문명이 맞은 위기를 내버려둔다면 맞게 될 미래다. 위기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투발루라는 작고 아름다운 나라는 국토 상당수가 물에 잠겨 수도마저 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투발루와 같은 운명에 처한 지역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태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현대 문명 자체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단하며 현대 문명의 근본적 결함을 파헤치고 성찰해간다.
스스로의 목을 조른 사람들
현대 문명의 근본적 결함은 무엇인가?
문명을 위기로 내몬 원인에 대해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남용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한 ‘탄소연소 복합체’, 시장을 맹신하며 규제라면 어떤 것이든 거부하는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어 눈앞에 보이는 현상과 관련된 사실이라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발언에 소홀했던 과학계다.
석유 회사, 대규모 건설사,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 업계 등으로 이루어진 탄소연소 복합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두뇌집단’을 구성하여 기후변화가 정말 일어나고 있는 게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2012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해수면 상승 부인법’을 제정했으며, 2025년에는 그것을 표준으로 삼아 미국 국가 안정성 보호법이 제정된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3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투옥된다. 탄소연소 복합체의 로비로 정부는 전기차 판매와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을 억제하고 셰일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생산 사업을 확대하여 기후문제를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 믿었지만, 신자유주의는 환경파괴와 같은 외부비용을 인식하지 못하고 미래의 피해를 예방할 시스템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에 대해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입을 막았다.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잘 알았던 과학자들조차 매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그 내용을 인정한다는 문화적 관습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된 경고를 하지 못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와 개입을 하지 못했던 서양 문명은 결국 ‘대붕괴’를 맞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재앙을 예방할 역량을 갖춘 문명이었음에도 몰락을 자초한 것이다.
‘몰락’과 ‘생존’의 기로에 놓인 인류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093년 서양 문명이 몰락한 뒤 자연재해가 일상이 되고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에는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정부가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300년 후 기후재앙을 가장 잘 이겨낸 중국을 따라 각 국가마다 강력한 중앙집권정부가 형성되며 새로운 문명이 나타난다. 이 책의 화자가 2393년 신공산주의 중국의 역사가인 것은 그 때문이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지금 시장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후에 공산주의 정부가 세워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세우며 기후변화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자본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지금 같은 문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우리 문명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이 현대 문명에 던지는 대담한 문제 제기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기후변화는 없다는 미국의 인식과 맞서 싸워왔다. 특히 오레스케스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는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인용되어 영향을 끼쳤고, 결국 기후변화는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빌 게이츠와 같은 기업가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한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종교 지도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리며 깨끗하고 공정한 녹색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4년 9월 뉴욕에서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후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며 시위행진을 했다. 미국과 더불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안다. 미래에서 바라본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그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가상의 역사를 현실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네이처》 《허핑턴 포스트》와 같은 수많은 언론이 얇지만 인류의 운명이 걸린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이 책에 주목한 이유다.
▣ 작가 소개
저자 :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 대학 과학사 교수이자 지구·행성 과학 겸임 교수다. 1990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지질학 및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미국국립과학재단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미국 환경보호청과 국립과학학술원에서 자문을 역임했으며, 지구 과학과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04년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Beyond The Ivory Tower: The Scientific Consensus on Climate Change」는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2006)에 인용되었고, 미국 상원 환경 공공사업 위원회 증언을 이끌어냈다. 저서로 『대륙 이동설 거부: 미국 지구 과학 이론과 방법The Rejection of Continental Drift: Theory and Method in American Earth Science』(1999),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에릭 콘웨이 공저, 2010), 『사명을 띤 과학: 냉전시대부터 기후변화까지의 미국 해양학Science on a Mission: American Oceanography from the Cold War to Climate Change』(근간) 등이 있다.
저자 : 에릭 M. 콘웨이Erik M. Conway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기술사가다. “항공술과 지구와 우주 과학을 아우르는 우주 역사에 선구적 기여를 한 공로로” 미항공우주국 역사상을 받았다. 저서로 『눈먼 착륙: 미국 항공사 저시도 작전, 1918~1958Blind Landings: Low Visibility Operations in American Aviation, 1918~1958』(2006), 『미항공우주국 대기과학 역사Atmospheric Science at NASA: A History』(2008)(AIAA 역사 원고상),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나오미 오레스케스 공저, 2010) 등이 있다.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책을 읽고, 옮기고, 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오카방고의 숲속 학교』 『피와 천둥의 시대』 『위대한 생존』 『행복한 슬럼 학교』 『새벽의 인문학』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바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타블로이드 전쟁』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등이 있다.
해제 : 강양구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국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생명공학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프레시안》에서 12년간 과학기술?환경 담당 기자로 활동하였다. ‘앰네스티언론상(2005)’ ‘녹색언론인상(2006)’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밥상 혁명』(공저) 등이 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의 일부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 주요 목차
서문: 가상의 역사로 현대 문명을 돌아보다
감사의 글
1. 반암흑기의 도래, 몰락의 서막
2. 서양문명(1540~2093)을 끝장낸 화석연료 광기
3. 문명 붕괴의 역사적 분석, 시장의 실패
에필로그: 대붕괴 300년, 인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래사회에서 본 ‘옛날 용어 사전’
저자 인터뷰: 미래에서 바라본 문명의 붕괴와 환경 대재앙이 초래할 역사
프랑스어판 서문: 기후변화의 위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제: ‘몰락의 시대’와 ‘생존의 시대’ 사이에서│강양구
옮긴이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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