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왜 어떤 건물은 최악의 건축이 되는가?
잘 지어진 건축은 건물 자체의 목적뿐 아니라 랜드마크, 혹은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스페인의 마드리드가 가우디의 건축만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잘 알기에 비교적 큰 규모의 건축물을 세울 때, 기업이나 관공서는 국제적 공모를 통해 전 세계 건축가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최악의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건물은 거주를 전제로 하며, 주변의 경관과도 잘 어우러져야 한다. 겉으로 볼 때 화려하고 멋있는 건축이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안긴다면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없다.
“건축가는 환경을 존중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사람이 편안해야 좋은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은 우리가 잊고 있던,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환경과 어우러진 건축, 사람을 향한 건축
레고레타는 환경과 조화를 이룬 건축, 사람을 위한 건축을 추구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사무실에 앉아 틀에 맞춘 건축을 찍어 낼 때, 그는 지역의 특성을 알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의 바람과 토양, 햇살을 관찰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지역 문화를 포착하여 건축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또한 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회사의 오너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배려하여 공간을 디자인했다. 1977년 멕시코시티에서 이루어진 IBM 테크니컬 센터 작업에서, 레고레타는 디자인의 첫 번째 고려 사항으로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을 꼽았고, 노동자와 사무직원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도록 디자인했다. 공장 조립 라인을 마치 사무실 직원의 책상처럼 디자인하고, 공장의 외부 공간이나 안마당은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속에서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레고레타가 유명 건축가가 된 이후에는 많은 이들이 그가 이미 했던 것을 똑같이 요구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그곳의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일예로 시카고 대학의 기숙사를 세울 때, 많은 이들이 그에게 색깔을 기대하였다. 레고레타 건축의 특징 중 하나인 자줏빛 외벽을 상상한 것이다. 하지만 레고레타는 “여러분, 과연 시카고에 자주색이 어울릴까요? 어떻게 하면 색깔을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고,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색깔을 건물 안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오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건축에 담아내다
많은 이들이 레고레타의 건축에서 눈에 띄는 것들로 빛과 색, 물의 활용을 뽑는다. 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기본적인 도구일 뿐, 그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 생활에 녹아 있는 삶의 가치(영성과 행복, 평화와 사랑, 미스터리와 낭만, 놀라움과 유머)이다.
레고레타는 디자인 도구와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정 이론이나 지식을 추구하는 태도를 경계한 것이다.
“건축가는 소위 스타일이라 부르는 특정 형태나 재료에 스스로를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건축에서 지나치게 선명한 아이디어를 추구하면 사람을 이끄는 미스터리한 매력을 놓치게 됩니다.”
이러한 예로 레고레타는 ‘길을 잃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건축가들은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고,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방문객들이 쉽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레고레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다닐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스 섬마을 혹은 중세 유럽의 풍경이 남아 있는 마을에서 길을 잃거나, 또 그 속에서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 카미노 레알 호텔에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물의 집’ 카사 델 아구아를 추억하며
우리나라에도 레고레타의 작품이 있었다. 제주의 파란 하늘 및 따사로운 햇빛, 쪽빛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색감과 숨을 쉬는 듯한 외벽의 질감,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의 내부 공간을 가진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 하우스’라고 불렸으며, 2010년 아메리카 프로퍼티상(Americas Property Awards)의 ‘최고의 호텔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로 카사 델 아구아이다.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은, 제주의 시간대별 색감과 물의 움직임, 빛의 변화를 완벽하게 계산하여 공간을 구성한 수작이었다. 게다가 레고레타의 작품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된 곳이라 건축계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존치기간이 지나면서 불법 건축으로 낙인 찍혀 2013년에 철거되고 말았다. 레고레타의 유작이자 세계적인 유물이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는 자본의 논리와 문화에 대한 무지가 빚은 결과로, 우리의 건축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철거 이후 카사 델 아구아를 복원하자는 논의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복원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날 우리가 레고레타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의 편역자 이관용은 책의 앞부분에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건축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까? 세계 건축계의 현상이나 편파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은 그저 제3세계에 머물러 있어야만 할까? 진정 한국은 단지 미국이나 유럽 대형 설계 사무실의 구미 당기는 마켓에 불과한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멕시코 특유의 문화를 담아낸 건축으로 세계를 공략한 레고레타와 그의 작품에서 답을 모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레고레타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멕시코 고유의 건축에서 기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더니즘의 가치와 미학에도 영향을 받았다. ‘모던과 전통은 공존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빠지지 않은 덕분에 전통과 현대, 감성과 이성, 보편성과 지역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때 모든 것을 이상화시켰던 모더니즘은 이제 건축의 정의를 수정하면서 버내큘러 건축이 가졌던 특징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고레타는 현대 모더니즘 건축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 셈이다.
또한 레고레타는 점점 비인간화되는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건축, 휴머니티가 살아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전 분야에 걸쳐 논의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인간적인 건축을 꿈꾼 레고레타.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묻고 답을 찾아간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레고레타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 리카르도 레고레타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1931년 5월 7일 멕시코에서 태어나,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호세 빌라그란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았다. 1955년에는 빌라그란의 디자인 파트너가 되었고, 1963년 자신의 사무실을 개설했다. 호세 빌라그란과 일하면서 모더니즘을 익힌 레고레타는 여기에 멕시코 특유의 생명력과 시각적 풍부함을 덧붙여 자신만의 건축을 완성했다. 그는 멕시코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 자신의 건축을 심었으며, 1999년에 세계건축가연맹 금상을 수상하였고, 프리츠커 건축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2011년 12월 30일, 8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 작가 소개
편역자 : 이관용
건축학박사이자 건축사 이관용은 경희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일송건축에서 근무하면서 오크벨리 리조트와 한솔사옥 등의 프로젝트를 경험하였다. 이후 텍사스 주립대학 오스틴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들의 건축 답사를 시작하였다. Texas A&M 대학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에는 댈러스의 건축설계사무소 HKS에서 근무하였고, Humphreys & Partners Architects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였다. 10여 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건원건축 디자인부문 본부장으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주)오픈스케일건축사사무소와 클라인 하우제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건축》, 《미국으로 건축유학가기》와 《로스앤젤레스: 자유와 실험, 진보를 향한 건축도시》가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는 아산배방 펜타포트 복합단지, 알펜시아 골프리조트, 이솔빌딩, 클라인하우제 집합주택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왜 레고레타인가?
Chapter 1. 레고레타를 만나다
사람을 향한 건축
멕시코 전통을 계승하다
영혼의 벗, 루이스 바라간
감성의 컬러, 이성의 모더니즘
열정으로 공간을 창조하다
건축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Chapter 2. 낭만으로 집을 짓다
멕시코의 생명력을 담다
감성이 살아 있는 시적인 건축
건축, 그 참을 수 없는 매력
미래를 이끌 새로운 건축
세계로 뻗어 가는 레고레타
Chapter 3. 레고레타가 말하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상상이 창조가 되는 순간
건축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멕시코의 벽
원서 출처 목록
이미지 출처 목록
왜 어떤 건물은 최악의 건축이 되는가?
잘 지어진 건축은 건물 자체의 목적뿐 아니라 랜드마크, 혹은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스페인의 마드리드가 가우디의 건축만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잘 알기에 비교적 큰 규모의 건축물을 세울 때, 기업이나 관공서는 국제적 공모를 통해 전 세계 건축가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최악의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건물은 거주를 전제로 하며, 주변의 경관과도 잘 어우러져야 한다. 겉으로 볼 때 화려하고 멋있는 건축이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안긴다면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없다.
“건축가는 환경을 존중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사람이 편안해야 좋은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은 우리가 잊고 있던,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환경과 어우러진 건축, 사람을 향한 건축
레고레타는 환경과 조화를 이룬 건축, 사람을 위한 건축을 추구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사무실에 앉아 틀에 맞춘 건축을 찍어 낼 때, 그는 지역의 특성을 알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의 바람과 토양, 햇살을 관찰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지역 문화를 포착하여 건축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또한 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회사의 오너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배려하여 공간을 디자인했다. 1977년 멕시코시티에서 이루어진 IBM 테크니컬 센터 작업에서, 레고레타는 디자인의 첫 번째 고려 사항으로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을 꼽았고, 노동자와 사무직원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도록 디자인했다. 공장 조립 라인을 마치 사무실 직원의 책상처럼 디자인하고, 공장의 외부 공간이나 안마당은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속에서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레고레타가 유명 건축가가 된 이후에는 많은 이들이 그가 이미 했던 것을 똑같이 요구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그곳의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일예로 시카고 대학의 기숙사를 세울 때, 많은 이들이 그에게 색깔을 기대하였다. 레고레타 건축의 특징 중 하나인 자줏빛 외벽을 상상한 것이다. 하지만 레고레타는 “여러분, 과연 시카고에 자주색이 어울릴까요? 어떻게 하면 색깔을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고,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색깔을 건물 안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오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건축에 담아내다
많은 이들이 레고레타의 건축에서 눈에 띄는 것들로 빛과 색, 물의 활용을 뽑는다. 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기본적인 도구일 뿐, 그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 생활에 녹아 있는 삶의 가치(영성과 행복, 평화와 사랑, 미스터리와 낭만, 놀라움과 유머)이다.
레고레타는 디자인 도구와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정 이론이나 지식을 추구하는 태도를 경계한 것이다.
“건축가는 소위 스타일이라 부르는 특정 형태나 재료에 스스로를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건축에서 지나치게 선명한 아이디어를 추구하면 사람을 이끄는 미스터리한 매력을 놓치게 됩니다.”
이러한 예로 레고레타는 ‘길을 잃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건축가들은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고,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방문객들이 쉽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레고레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다닐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스 섬마을 혹은 중세 유럽의 풍경이 남아 있는 마을에서 길을 잃거나, 또 그 속에서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 카미노 레알 호텔에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물의 집’ 카사 델 아구아를 추억하며
우리나라에도 레고레타의 작품이 있었다. 제주의 파란 하늘 및 따사로운 햇빛, 쪽빛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색감과 숨을 쉬는 듯한 외벽의 질감,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의 내부 공간을 가진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 하우스’라고 불렸으며, 2010년 아메리카 프로퍼티상(Americas Property Awards)의 ‘최고의 호텔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로 카사 델 아구아이다.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은, 제주의 시간대별 색감과 물의 움직임, 빛의 변화를 완벽하게 계산하여 공간을 구성한 수작이었다. 게다가 레고레타의 작품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된 곳이라 건축계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존치기간이 지나면서 불법 건축으로 낙인 찍혀 2013년에 철거되고 말았다. 레고레타의 유작이자 세계적인 유물이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는 자본의 논리와 문화에 대한 무지가 빚은 결과로, 우리의 건축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철거 이후 카사 델 아구아를 복원하자는 논의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복원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날 우리가 레고레타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의 편역자 이관용은 책의 앞부분에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건축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까? 세계 건축계의 현상이나 편파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은 그저 제3세계에 머물러 있어야만 할까? 진정 한국은 단지 미국이나 유럽 대형 설계 사무실의 구미 당기는 마켓에 불과한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멕시코 특유의 문화를 담아낸 건축으로 세계를 공략한 레고레타와 그의 작품에서 답을 모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레고레타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멕시코 고유의 건축에서 기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더니즘의 가치와 미학에도 영향을 받았다. ‘모던과 전통은 공존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빠지지 않은 덕분에 전통과 현대, 감성과 이성, 보편성과 지역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때 모든 것을 이상화시켰던 모더니즘은 이제 건축의 정의를 수정하면서 버내큘러 건축이 가졌던 특징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고레타는 현대 모더니즘 건축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 셈이다.
또한 레고레타는 점점 비인간화되는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건축, 휴머니티가 살아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전 분야에 걸쳐 논의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인간적인 건축을 꿈꾼 레고레타.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묻고 답을 찾아간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레고레타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 리카르도 레고레타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1931년 5월 7일 멕시코에서 태어나,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호세 빌라그란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았다. 1955년에는 빌라그란의 디자인 파트너가 되었고, 1963년 자신의 사무실을 개설했다. 호세 빌라그란과 일하면서 모더니즘을 익힌 레고레타는 여기에 멕시코 특유의 생명력과 시각적 풍부함을 덧붙여 자신만의 건축을 완성했다. 그는 멕시코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 자신의 건축을 심었으며, 1999년에 세계건축가연맹 금상을 수상하였고, 프리츠커 건축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2011년 12월 30일, 8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 작가 소개
편역자 : 이관용
건축학박사이자 건축사 이관용은 경희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일송건축에서 근무하면서 오크벨리 리조트와 한솔사옥 등의 프로젝트를 경험하였다. 이후 텍사스 주립대학 오스틴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들의 건축 답사를 시작하였다. Texas A&M 대학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에는 댈러스의 건축설계사무소 HKS에서 근무하였고, Humphreys & Partners Architects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였다. 10여 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건원건축 디자인부문 본부장으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주)오픈스케일건축사사무소와 클라인 하우제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건축》, 《미국으로 건축유학가기》와 《로스앤젤레스: 자유와 실험, 진보를 향한 건축도시》가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는 아산배방 펜타포트 복합단지, 알펜시아 골프리조트, 이솔빌딩, 클라인하우제 집합주택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왜 레고레타인가?
Chapter 1. 레고레타를 만나다
사람을 향한 건축
멕시코 전통을 계승하다
영혼의 벗, 루이스 바라간
감성의 컬러, 이성의 모더니즘
열정으로 공간을 창조하다
건축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Chapter 2. 낭만으로 집을 짓다
멕시코의 생명력을 담다
감성이 살아 있는 시적인 건축
건축, 그 참을 수 없는 매력
미래를 이끌 새로운 건축
세계로 뻗어 가는 레고레타
Chapter 3. 레고레타가 말하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상상이 창조가 되는 순간
건축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멕시코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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