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문강형준이란 사람은 누구인가?
하승우 / 정치학, 『아렌트의 정치』 지은이, 인문무크지 『해시태그(hash tag)』 편집위원
문강형준이라는 사람을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다. 서평에서 ‘사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건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평이란 것이 비평자의 사유를 반영한다면 사람을 평하는 것도 책을 평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감각의 제국』을 평하기에 적합한 사람일 것 같다.
문강형준의 장점은 ‘노오력’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는 분명 이 글들을 쓰기 위해 제법 많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웹상의 정보들을 뒤적거리고 많은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이 정도를 얘기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독자가 했다면 그 때문이다. 그에게는 ‘노오력’이지만 독자에게는 생각의 폭을 넓힐 기회이니 참을 만하다(수없이 등장하는 작은따옴표가 지겨워도 좀 참아보자).
문강형준의 주요한 키워드는 ‘좀비’와 ‘파국’이다. 전작인 『파국의 지형학』이 틀이라면, 이 책 『감각의 제국』은 그 틀로 분석한 한국 사회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이니 문강형준의 강한 키워드가 좀 약해지기도 하는데, 그는 좀비와 파국 ‘이후’를 보고 싶어한다. 영화 [웜바디스]에서 사랑에 ‘포섭된’ 좀비가 자신을 재구성하며 파국 이후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듯 말이다. 사실 헬의 무서움은 현실의 고통보다 끝이 없다는 점 아닐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또 죽고 또 살아나고, 그렇게 무한히 순환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기억하고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안정과 평안만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헬’에서 탈출하기 어려우니 적대나 위험과 맞닥뜨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불편함은 다음 행동을 위한 것이다.
문강형준의 이야기는 좀 길게 들어야 이해하기 쉽다. 『감각의 제국』에 실린 각각의 글들은 신문에 연재한 글이기에 호흡이 짧지만, 이런 ‘묶음’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사유를 제대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글만으로는 그의 썰렁한 ‘기호 개그’(말장난이라 하면 싫어하니)에 맘 편히 웃을 수 없다. 만약 이 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저자의 유머감각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의 유머감각이 지배질서를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
한때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영화 [생활의 발견]의 대사가 유행했다. 냉소적인 대사의 유행은 우리 사회의 냉소주의를 반영한다. 우리 시대의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의 밧줄이 아니라 동물과 좀비 사이의 밧줄이다. 이 책은 밧줄을 다시 매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 작가 소개
저 :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 독문학, 사회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밀워키) 영문과 박사과정에서 ‘포스트-아포칼립스 서사의 문화정치학’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급진적 문화 비평의 길을 모색하며 연구자, 번역가,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화/과학》, 《문학동네》, 《자음과모음》, 《참여사회》 등에 꾸준히 문화 비평을 써왔고, 현재는 《한겨레》에 ‘크리틱’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저서로 『파국의 지형학』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감각의제국』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공저) 『사회를 말하는 사회』(공저) 『아이돌』(공저), 역서로 『비평가의 임무』 『광신』 『권력을 이긴 사람들』 『루이비통이 된 푸코?』(공역)가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이야기에 대하여
2012
좀비, 우리의 거울
감각의 제국
유명해져야 하는 시대
왕자와 청소부
적대가 사라진 공간
‘멘붕’이라는 징후
[짝], 혹은 길들여진 사랑
‘녀’자의 전성시대
영웅시대
사람이 아니무니다
‘힐링’이라는 돌팔이
‘진정성’이라는 가면
영혼 바꾸기
긍정의 안과 밖
어떤 유머 감각
박근혜, 혹은 실재의 사막
2013
앨리스의 선택
이방인의 정체
‘착한’ 대중문화
‘돌직구’의 조건
패러디의 시대
미스 김과 영웅신화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과잉 시대의 허무
세상의 끝
드라마와 민주주의
‘인문학’이라는 쓰레기
그림자 없는 인간
[슈퍼스타 K]와 헝거게임
뚱뚱한 여자
대통령의 외국어
사나이, 혹은 허황된 가면
살아계신 아버지
2014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전투
‘대중 인문학’은 무엇의 이름인가
여왕과 괴물
누가 ‘창조’를 명령하는가
적은 누구인가
박근혜의 눈물
망언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블랙딜과 공화국
중년은 왜 등산복을 입는가
과거의 귀환
[해무], 혹은 한국 사회라는 배
노출과 선정성
애매함에 관하여
장그래를 보라
금연은 누구에게 이로운가
‘갑질’의 저편
2015
내일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는가?
건강이라는 질병
열정은 어떻게 작품이 되는가
인공적 자양강장제
예능 속 아이, 예능 밖 아이
‘지대넓얕’의 표상
‘쿡방’은 무엇을 요리하는가
여혐, 여혐혐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인간형
[인사이드 아웃]이 뒤집지 못한 것
애국이냐, 국뽕이냐
우울증적인 투쟁
‘아저씨’적인 폭력
‘교과서’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문강형준이란 사람은 누구인가?
하승우 / 정치학, 『아렌트의 정치』 지은이, 인문무크지 『해시태그(hash tag)』 편집위원
문강형준이라는 사람을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다. 서평에서 ‘사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건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평이란 것이 비평자의 사유를 반영한다면 사람을 평하는 것도 책을 평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감각의 제국』을 평하기에 적합한 사람일 것 같다.
문강형준의 장점은 ‘노오력’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는 분명 이 글들을 쓰기 위해 제법 많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웹상의 정보들을 뒤적거리고 많은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이 정도를 얘기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독자가 했다면 그 때문이다. 그에게는 ‘노오력’이지만 독자에게는 생각의 폭을 넓힐 기회이니 참을 만하다(수없이 등장하는 작은따옴표가 지겨워도 좀 참아보자).
문강형준의 주요한 키워드는 ‘좀비’와 ‘파국’이다. 전작인 『파국의 지형학』이 틀이라면, 이 책 『감각의 제국』은 그 틀로 분석한 한국 사회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이니 문강형준의 강한 키워드가 좀 약해지기도 하는데, 그는 좀비와 파국 ‘이후’를 보고 싶어한다. 영화 [웜바디스]에서 사랑에 ‘포섭된’ 좀비가 자신을 재구성하며 파국 이후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듯 말이다. 사실 헬의 무서움은 현실의 고통보다 끝이 없다는 점 아닐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또 죽고 또 살아나고, 그렇게 무한히 순환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기억하고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안정과 평안만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헬’에서 탈출하기 어려우니 적대나 위험과 맞닥뜨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불편함은 다음 행동을 위한 것이다.
문강형준의 이야기는 좀 길게 들어야 이해하기 쉽다. 『감각의 제국』에 실린 각각의 글들은 신문에 연재한 글이기에 호흡이 짧지만, 이런 ‘묶음’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사유를 제대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글만으로는 그의 썰렁한 ‘기호 개그’(말장난이라 하면 싫어하니)에 맘 편히 웃을 수 없다. 만약 이 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저자의 유머감각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의 유머감각이 지배질서를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
한때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영화 [생활의 발견]의 대사가 유행했다. 냉소적인 대사의 유행은 우리 사회의 냉소주의를 반영한다. 우리 시대의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의 밧줄이 아니라 동물과 좀비 사이의 밧줄이다. 이 책은 밧줄을 다시 매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 작가 소개
저 :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 독문학, 사회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밀워키) 영문과 박사과정에서 ‘포스트-아포칼립스 서사의 문화정치학’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급진적 문화 비평의 길을 모색하며 연구자, 번역가,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화/과학》, 《문학동네》, 《자음과모음》, 《참여사회》 등에 꾸준히 문화 비평을 써왔고, 현재는 《한겨레》에 ‘크리틱’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저서로 『파국의 지형학』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감각의제국』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공저) 『사회를 말하는 사회』(공저) 『아이돌』(공저), 역서로 『비평가의 임무』 『광신』 『권력을 이긴 사람들』 『루이비통이 된 푸코?』(공역)가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이야기에 대하여
2012
좀비, 우리의 거울
감각의 제국
유명해져야 하는 시대
왕자와 청소부
적대가 사라진 공간
‘멘붕’이라는 징후
[짝], 혹은 길들여진 사랑
‘녀’자의 전성시대
영웅시대
사람이 아니무니다
‘힐링’이라는 돌팔이
‘진정성’이라는 가면
영혼 바꾸기
긍정의 안과 밖
어떤 유머 감각
박근혜, 혹은 실재의 사막
2013
앨리스의 선택
이방인의 정체
‘착한’ 대중문화
‘돌직구’의 조건
패러디의 시대
미스 김과 영웅신화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과잉 시대의 허무
세상의 끝
드라마와 민주주의
‘인문학’이라는 쓰레기
그림자 없는 인간
[슈퍼스타 K]와 헝거게임
뚱뚱한 여자
대통령의 외국어
사나이, 혹은 허황된 가면
살아계신 아버지
2014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전투
‘대중 인문학’은 무엇의 이름인가
여왕과 괴물
누가 ‘창조’를 명령하는가
적은 누구인가
박근혜의 눈물
망언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블랙딜과 공화국
중년은 왜 등산복을 입는가
과거의 귀환
[해무], 혹은 한국 사회라는 배
노출과 선정성
애매함에 관하여
장그래를 보라
금연은 누구에게 이로운가
‘갑질’의 저편
2015
내일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는가?
건강이라는 질병
열정은 어떻게 작품이 되는가
인공적 자양강장제
예능 속 아이, 예능 밖 아이
‘지대넓얕’의 표상
‘쿡방’은 무엇을 요리하는가
여혐, 여혐혐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인간형
[인사이드 아웃]이 뒤집지 못한 것
애국이냐, 국뽕이냐
우울증적인 투쟁
‘아저씨’적인 폭력
‘교과서’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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