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저마다의 이유가 갖추갖추 차려진 동그란 밥상, “와서 앉아 봐.”
한석봉 엄마는
어둠 속에서도
떡을 고르게 썰었는데,
우리 엄마는
대낮에도
떡을 삐뚤빼뚤 썬다.
---「공부 못하는 이유」중에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자가 적힌 책 앞에 곤란한 표정으로 앉은 아이 화자가 일갈한다. 반격을 당한 엄마로서는 뜨끔하면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다. 환한 대낮에도 떡을 삐뚤빼뚤 써는 엄마의 자식인데 무슨 수로 공부를 잘하겠냐는 아이의 이유는 듣고 나면 참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유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돌아오는 길/ 길이 꽉 막혀/ 차가 거북이걸음을” 하는데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기분이 좋았다」), “학교 울타리까지 몰려와/ 땅을 뒤집고/ 웅덩이까지 파” 놓은 멧돼지가 일주일이 넘도록 울타리를 넘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공부하기 싫은 멧돼지」), 할아버지 제삿날 할머니가 “현관문 많이 열고/ 향도 많이” 피우라고 한 이유는 뭔지(「제삿날」), 유리 공장 아저씨가 “시뻘건 유리물이/ 뜨겁고 겁나긴 해도”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유리 공장 아저씨」) 말이다. 그래서 시인 이중현은 저마다의 이유를 은행 열매를 줍듯 알뜰히 모아 동시집 한 권을 꾸렸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작고 약한 존재들의 사연이 갖추갖추 올라앉은 동그란 밥상이다.
슬픔을 먹고 자라는 존재들을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솔솔 풍기는
닭똥 거름 냄새
사람들은 머리 아프다고
버스 창문 닫지만
난 모른 체한다.
사람들은 코 틀어막고
얼굴 찡그리지만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거름 냄새 맡으며 일하는
아빠 생각하며
난 모른 체한다.
_「비닐하우스」 부분
아이가 닭똥 냄새를 모른 체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아빠 생각 때문이다. 약자들의 이유에는 종종 슬픔이 서린다. 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은 이 시집 안에 “슬픔을 먹고 자라는” 많은 생명들이 들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가슴 있는 존재들은 슬픔을 슬픔으로만 품고 있을 수 없다. 슬픔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 삼켜야만 하는 것이다. 슬픔이 고요한 순간과 섞여 소화되면서 그 온기가 존재의 내면에 치유와 긍정의 에너지를 채운다. 그래서 우리는 더 깊이, 더 예쁘게 웃을 수 있다.
느티나무를 닮은 어른들이 전하는 응원, “괜찮아, 힘내!”
『공부 못하는 이유』에 실린 그림은 동화 『아빠 짝꿍』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화가 김용철이 그렸다. 강렬한 색감의 그림들은 아이들 마음속의 차돌처럼 단단한 생명력을 그대로 잡아 옮긴 듯 힘 있다. 섞이되 섞이지 않는 유화 물감의 질감과 오리고 붙이기를 통해 구현한 선명한 형태감이 시원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동화 작가 송언은 ‘읽고 나서’에 이렇게 적었다.
“느티나무 같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시대의 꽃샘추위를 이겨 내는 건강한 아이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더욱 좋겠구나. 수많은 시인들이 꿈꾸는 세상은 바로 이런 세상이 아닐까 싶어.”
책의 말미에는 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 동화작가 장주식, 동시인 김은영, 전 출판사 대표 김윤용 등 그동안의 삶으로 아이들을 지지해 온 ‘진짜 어른’들의 풍성한 응원이 실렸다. “아이들 놀이터 되다가/ 구멍 뚫린 줄기/ 부러진 가지/ 그래도 말없이 참는/ 느티나무”(_「느티나무」) 가지가 힘차게 흔들리는 폼폼처럼 나부낀다. “힘내!”
▣ 작가 소개
글 : 김용철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어린 시절 산길, 들길, 물길 따라 신 나게 놀고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 덕에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다. 쓰고 그린 책에 『뒤집힌 호랑이』, 『꿈꾸는 징검돌』, 『우렁각시』, 『 화가 박수근 이야기』 등이 있고, 그린 책에 『훨훨 간다』, 『 낮에 나온 반달』, 『길 아저씨 손 아저씨』, 『이상한 나뭇잎』 등이 있다.
글 : 이중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소설문학 신인상(시 부문)과 『세계의 문학』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쓴 동화로는 『나의 비밀 친구』 『삼진 아웃』 『아빠 짝꿍』 『여울각시』 『좋아한다 싫어한다』 『마지막 은어 낚시』 『파란 리본』 등이 있으며 『공부 못하는 이유』는 첫 동시집이다. 지금은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가 작은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하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 괜찮아, 힘내!
제부 - 날아가는 내 축구화
각도기를 들고 | 기분이 좋았다 | 공부하기 싫은 멧돼지 | 비닐봉지 | 짝꿍반지 | 홀로 있는 날 | 공부 못하는 이유 | 흐린 날 | 몸 따로 마음 따로 | 밤 | 어린이 아라리
제부 - 난 모른 체한다
새동생 | 제삿날 | 전화 | 어머나 백화점 | 가뭄 | 비닐하우스 | 단짝 | 산 | 빈 의자
제부 - 올 때까지 마냥
위층 아이들 | 광고 | 시간 편의점 | 궁금하다 | 지하철 | 안동 삼촌 | 할머니 시계 | 소문 | 유리 공장 아저씨 | 발가락
제부 - 작은 새 한 마리
문 | 사람과 나무 | 안개 | 해바라기 | 달맞이꽃 | 가을밤 | 똥나무 | 느티나무 | 겨울 새 | 꽃다지 | 물결 | 바람 | 땅거미
읽고 나서 - 송언
저마다의 이유가 갖추갖추 차려진 동그란 밥상, “와서 앉아 봐.”
한석봉 엄마는
어둠 속에서도
떡을 고르게 썰었는데,
우리 엄마는
대낮에도
떡을 삐뚤빼뚤 썬다.
---「공부 못하는 이유」중에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자가 적힌 책 앞에 곤란한 표정으로 앉은 아이 화자가 일갈한다. 반격을 당한 엄마로서는 뜨끔하면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다. 환한 대낮에도 떡을 삐뚤빼뚤 써는 엄마의 자식인데 무슨 수로 공부를 잘하겠냐는 아이의 이유는 듣고 나면 참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유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돌아오는 길/ 길이 꽉 막혀/ 차가 거북이걸음을” 하는데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기분이 좋았다」), “학교 울타리까지 몰려와/ 땅을 뒤집고/ 웅덩이까지 파” 놓은 멧돼지가 일주일이 넘도록 울타리를 넘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공부하기 싫은 멧돼지」), 할아버지 제삿날 할머니가 “현관문 많이 열고/ 향도 많이” 피우라고 한 이유는 뭔지(「제삿날」), 유리 공장 아저씨가 “시뻘건 유리물이/ 뜨겁고 겁나긴 해도”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유리 공장 아저씨」) 말이다. 그래서 시인 이중현은 저마다의 이유를 은행 열매를 줍듯 알뜰히 모아 동시집 한 권을 꾸렸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작고 약한 존재들의 사연이 갖추갖추 올라앉은 동그란 밥상이다.
슬픔을 먹고 자라는 존재들을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솔솔 풍기는
닭똥 거름 냄새
사람들은 머리 아프다고
버스 창문 닫지만
난 모른 체한다.
사람들은 코 틀어막고
얼굴 찡그리지만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거름 냄새 맡으며 일하는
아빠 생각하며
난 모른 체한다.
_「비닐하우스」 부분
아이가 닭똥 냄새를 모른 체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아빠 생각 때문이다. 약자들의 이유에는 종종 슬픔이 서린다. 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은 이 시집 안에 “슬픔을 먹고 자라는” 많은 생명들이 들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가슴 있는 존재들은 슬픔을 슬픔으로만 품고 있을 수 없다. 슬픔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 삼켜야만 하는 것이다. 슬픔이 고요한 순간과 섞여 소화되면서 그 온기가 존재의 내면에 치유와 긍정의 에너지를 채운다. 그래서 우리는 더 깊이, 더 예쁘게 웃을 수 있다.
느티나무를 닮은 어른들이 전하는 응원, “괜찮아, 힘내!”
『공부 못하는 이유』에 실린 그림은 동화 『아빠 짝꿍』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화가 김용철이 그렸다. 강렬한 색감의 그림들은 아이들 마음속의 차돌처럼 단단한 생명력을 그대로 잡아 옮긴 듯 힘 있다. 섞이되 섞이지 않는 유화 물감의 질감과 오리고 붙이기를 통해 구현한 선명한 형태감이 시원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동화 작가 송언은 ‘읽고 나서’에 이렇게 적었다.
“느티나무 같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시대의 꽃샘추위를 이겨 내는 건강한 아이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더욱 좋겠구나. 수많은 시인들이 꿈꾸는 세상은 바로 이런 세상이 아닐까 싶어.”
책의 말미에는 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 동화작가 장주식, 동시인 김은영, 전 출판사 대표 김윤용 등 그동안의 삶으로 아이들을 지지해 온 ‘진짜 어른’들의 풍성한 응원이 실렸다. “아이들 놀이터 되다가/ 구멍 뚫린 줄기/ 부러진 가지/ 그래도 말없이 참는/ 느티나무”(_「느티나무」) 가지가 힘차게 흔들리는 폼폼처럼 나부낀다. “힘내!”
▣ 작가 소개
글 : 김용철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어린 시절 산길, 들길, 물길 따라 신 나게 놀고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 덕에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다. 쓰고 그린 책에 『뒤집힌 호랑이』, 『꿈꾸는 징검돌』, 『우렁각시』, 『 화가 박수근 이야기』 등이 있고, 그린 책에 『훨훨 간다』, 『 낮에 나온 반달』, 『길 아저씨 손 아저씨』, 『이상한 나뭇잎』 등이 있다.
글 : 이중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소설문학 신인상(시 부문)과 『세계의 문학』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쓴 동화로는 『나의 비밀 친구』 『삼진 아웃』 『아빠 짝꿍』 『여울각시』 『좋아한다 싫어한다』 『마지막 은어 낚시』 『파란 리본』 등이 있으며 『공부 못하는 이유』는 첫 동시집이다. 지금은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가 작은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하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 괜찮아, 힘내!
제부 - 날아가는 내 축구화
각도기를 들고 | 기분이 좋았다 | 공부하기 싫은 멧돼지 | 비닐봉지 | 짝꿍반지 | 홀로 있는 날 | 공부 못하는 이유 | 흐린 날 | 몸 따로 마음 따로 | 밤 | 어린이 아라리
제부 - 난 모른 체한다
새동생 | 제삿날 | 전화 | 어머나 백화점 | 가뭄 | 비닐하우스 | 단짝 | 산 | 빈 의자
제부 - 올 때까지 마냥
위층 아이들 | 광고 | 시간 편의점 | 궁금하다 | 지하철 | 안동 삼촌 | 할머니 시계 | 소문 | 유리 공장 아저씨 | 발가락
제부 - 작은 새 한 마리
문 | 사람과 나무 | 안개 | 해바라기 | 달맞이꽃 | 가을밤 | 똥나무 | 느티나무 | 겨울 새 | 꽃다지 | 물결 | 바람 | 땅거미
읽고 나서 - 송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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