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랑을 시작할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나를 위로해준 건 발레였다.
막 시작한 사랑으로 심장이 쫄깃거릴 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하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마음이 부풀어오를 때, 떠나간 사랑으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싶어질 때,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애써 수습하고 발레를 보러 갔다. 발레 한 편을 보고 나면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실연의 아픔도 위로가 되었다.
-서문 중에서
[지젤]의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 [오네긴]의 타티아나,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 그들은 모두 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얼굴이다.
■ 책 소개
우리는 발레 하면 맨 먼저 하얀 클래식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이 다리를 찢거나 높이 들고, 무대 위에서 뛰고 돌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자연적으로 떠올린다. 그래서 발레를 점프나 회전 같은 무용수의 기교에 의존해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용수는 몸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그러고는 ‘대사도 없는 발레를 무슨 재미로 봐?’ 하는 선입견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클래식발레의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겁기만 하다.
발레마니아이자 무용전문지 기자로 발레 공연장을 누벼온 저자가 쓴 이 책은 어려운 발레용어들을 외워가며 발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통해 발레를 ‘읽는’ 책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작가블로그로 이사해 1년여 연재하던 글을 모아 사진과 그림을 더해 내용을 꾸몄다. 발레를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혼탁한 세상 속에 찌든 현대인들이 극단적일 만큼 드라마틱한 발레 속 사랑이야기를 통해 순수함을 되찾고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발레를 대표하는 작품들부터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드라마발레의 명작, [왕자 호동]과 [춘향]처럼 한국적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창작발레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19편의 작품을 가려뽑아 사랑에 휘둘리는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통찰했다.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에 대한 이야기와 발레가 아닌 다른 장르로는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함께 다루어 ‘겹쳐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전 수석무용수 김주원, 국립발레단장이 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을 비롯해 오렐리 뒤퐁, 로베르토 볼레, 알리나 코요카루, 폴리나 세미오노바, 마레인 라데마케르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무용수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보너스다.
“발레는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보여주는 예술”
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에 그 당연한 불안에 대해 몸으로 고백한 19편의 작품을 담아냈다. 고백의 형식은 발레라는 몸의 예술을 빌었으나 그 뿌리는 문학에 있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처럼 발레가 오리지널 창작 작품인 경우도 있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 대부분은 [노트르담 드 파리], [안나 카레니나], [카르멘], [오네긴], [마농] 등과 같이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파헤친 문학사의 걸작들이다. 발레의 극적인 언어를 문학의 감수성으로 읽어낸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Q: 책에 ‘사랑으로 발레를 읽다’라는 카피가 나오더군요. 발레를 ‘읽는’다는 접근이 신선한데요,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발레는 ‘읽는’다기보다 ‘보는’ 예술이죠. 그러니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발레’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읽는 책입니다. 발레공연을 볼 때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탄하며 보게 되지만 보고 나서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그 몸짓이 전하는 감정이죠.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에서 쓰게 된 책입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에 취약한지, 그 불안이 인간을 어떻게 추락시킬 수 있는지, 그러한 마음 밑바닥에서 사랑은 어떻게 또 피어나는지 등등. 말하다 보니 카피를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으로 발레를 읽는 게 아니라 발레로 사랑을 읽는 것이니 말예요. 발레는 사랑을 읽는 하나의 도구가 된 셈이지요.
Q: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발레를 끌어들인 셈인데, 그렇다면 왜 발레였나요?
A: 예술의 모든 콘텐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간에 사랑에 대해 다루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우리는 사랑의 찬가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말로 전해지는 사랑의 이야기들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말이라는 건 부풀려지기도 쉽고 진짜일까 아닐까 의심하게도 되죠. 발레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면서 (발레작품이 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사랑의 가장 극적이고 내밀한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기도 해요.
Q: 하지만 아직까지 발레가 어렵다고 느끼는 대중이 많은데요.
A: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발레단에서 아니면 무용수들이 발레 어렵지 않으니 공연 많이들 보러 오세요, 그렇게들 얘기하지만 다 거짓말이에요. 하하. 어릴 때 하고 놀던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떠올려봐도 동네에 따라서 규칙이 달랐어요. 이사를 가서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 이사간 동네의 규칙을 익혀야 했죠. 아이들의 간단한 놀이조차 그런데 원래 우리 것도 아니고 서구에서 들어와 동작 하나마다 어려운 불어 이름이 붙어 있는 예술이 발레인데 어렵지 않다니요? 문제는 발레를 어렵다고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보다 ‘가까워지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들고 잰 체하는 예술’이라는 인식으로 마음에서 치워버리려는 심리적인 외면이에요. 발레를 알려고 한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책도 많고 배울 곳도 많고 또 요즘은 입문자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공연도 많고요. 발레를 포함해서 유독 예술에 대해서는 쉽게들 ‘어렵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피겨를 수집하거나 하는 건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서 예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지 못하는 거죠. 아니면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서 그 장벽을 핑계로 삼는 것일 수도 있고요.
Q: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나요?
A: 책의 독자들과 공연의 관객들은 교집합이 작은 편이에요. 책의 독자들이 혼자서 조용하게 책의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공연의 관객들은 현장에서 예술을 직접 접하고 호흡하려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공연예술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 책은 책의 독자와 공연의 관객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책의 독자는 공연 현장의 열기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공연의 관객들에게 책은 너무 고요하고 심심하지요. 그러니 이 책이 책이라는 형식으로, 혹은 발레라는 예술장르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에까지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의 삶에서 발레작품에 표현되어 있는 것과 같은 극적인 사랑을 발견하긴 어렵지만 사랑의 감정은 동일하죠. 발레는 다만 그 사랑의 표정을 가장 극단에서 보여주는 것이고요. 냉소적이고 혼탁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순수함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저도 책을 쓴 보람이 있을 듯해요.
▣ 작가 소개
저자 : 윤단우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언론학을 전공했다. 개인의 삶은 사회와 어떻게 조우하는지,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은 어디로 흘러가고 또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쉬지 않고 글을 쓰고 드문드문 책을 낸다. 쓴 책으로는《사랑을 읽다》,《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등이 있다.
2007년부터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시선’이라는 블로그를 열어 예술과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사람과 사랑과 삶에 관한 생각의 편린들을 주워담고 있다. 현재는 무용전문지 [몸]에서 취재활동을 병행하며 댄서가 반짝이는 무대와 숨찬 마감이 이어지는 편집실을 종종걸음으로 오가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_ 나는 발레에서 사랑을 배웠다
part 1 _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육신이 사라져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_ 지젤
그대 없이 홀로 남겨지느니 죽는 것이 더 나으리 _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_ 라 에스메랄다, 노트르담 드 파리
나라를 버리고 택한 사랑 _ 왕자 호동
part 2 _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그대의 사랑은 그토록 가벼운 것이었나요 _ 백조의 호수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_ 라 바야데르
나를 떠나야 그이가 행복할 수 있다니 _ 카멜리아 레이디, 마그리트와 아르망
사랑이 없다면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_ 안나 카레니나
part 3 _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_ 라 실피드
그녀가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_ 언딘, 인어공주
결혼식날 죽음의 신부가 될 줄이야 _ 아를의 여인
가질 수 없다면 파멸시키겠다_ 카르멘
part 4 _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그대의 죄는 아름다운 것밖에 없다오 _ 마농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죽음이라도 따르리라 _ 마이얼링
지나간 사랑으로 나를 흔들지 마세요 _ 오네긴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_ 춘향
사랑을 시작할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나를 위로해준 건 발레였다.
막 시작한 사랑으로 심장이 쫄깃거릴 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하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마음이 부풀어오를 때, 떠나간 사랑으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싶어질 때,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애써 수습하고 발레를 보러 갔다. 발레 한 편을 보고 나면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실연의 아픔도 위로가 되었다.
-서문 중에서
[지젤]의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 [오네긴]의 타티아나,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 그들은 모두 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얼굴이다.
■ 책 소개
우리는 발레 하면 맨 먼저 하얀 클래식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이 다리를 찢거나 높이 들고, 무대 위에서 뛰고 돌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자연적으로 떠올린다. 그래서 발레를 점프나 회전 같은 무용수의 기교에 의존해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용수는 몸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그러고는 ‘대사도 없는 발레를 무슨 재미로 봐?’ 하는 선입견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클래식발레의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겁기만 하다.
발레마니아이자 무용전문지 기자로 발레 공연장을 누벼온 저자가 쓴 이 책은 어려운 발레용어들을 외워가며 발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통해 발레를 ‘읽는’ 책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작가블로그로 이사해 1년여 연재하던 글을 모아 사진과 그림을 더해 내용을 꾸몄다. 발레를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혼탁한 세상 속에 찌든 현대인들이 극단적일 만큼 드라마틱한 발레 속 사랑이야기를 통해 순수함을 되찾고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발레를 대표하는 작품들부터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드라마발레의 명작, [왕자 호동]과 [춘향]처럼 한국적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창작발레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19편의 작품을 가려뽑아 사랑에 휘둘리는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통찰했다.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에 대한 이야기와 발레가 아닌 다른 장르로는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함께 다루어 ‘겹쳐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전 수석무용수 김주원, 국립발레단장이 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을 비롯해 오렐리 뒤퐁, 로베르토 볼레, 알리나 코요카루, 폴리나 세미오노바, 마레인 라데마케르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무용수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보너스다.
“발레는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보여주는 예술”
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에 그 당연한 불안에 대해 몸으로 고백한 19편의 작품을 담아냈다. 고백의 형식은 발레라는 몸의 예술을 빌었으나 그 뿌리는 문학에 있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처럼 발레가 오리지널 창작 작품인 경우도 있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 대부분은 [노트르담 드 파리], [안나 카레니나], [카르멘], [오네긴], [마농] 등과 같이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파헤친 문학사의 걸작들이다. 발레의 극적인 언어를 문학의 감수성으로 읽어낸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Q: 책에 ‘사랑으로 발레를 읽다’라는 카피가 나오더군요. 발레를 ‘읽는’다는 접근이 신선한데요,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발레는 ‘읽는’다기보다 ‘보는’ 예술이죠. 그러니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발레’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읽는 책입니다. 발레공연을 볼 때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탄하며 보게 되지만 보고 나서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그 몸짓이 전하는 감정이죠.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에서 쓰게 된 책입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에 취약한지, 그 불안이 인간을 어떻게 추락시킬 수 있는지, 그러한 마음 밑바닥에서 사랑은 어떻게 또 피어나는지 등등. 말하다 보니 카피를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으로 발레를 읽는 게 아니라 발레로 사랑을 읽는 것이니 말예요. 발레는 사랑을 읽는 하나의 도구가 된 셈이지요.
Q: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발레를 끌어들인 셈인데, 그렇다면 왜 발레였나요?
A: 예술의 모든 콘텐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간에 사랑에 대해 다루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우리는 사랑의 찬가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말로 전해지는 사랑의 이야기들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말이라는 건 부풀려지기도 쉽고 진짜일까 아닐까 의심하게도 되죠. 발레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면서 (발레작품이 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사랑의 가장 극적이고 내밀한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기도 해요.
Q: 하지만 아직까지 발레가 어렵다고 느끼는 대중이 많은데요.
A: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발레단에서 아니면 무용수들이 발레 어렵지 않으니 공연 많이들 보러 오세요, 그렇게들 얘기하지만 다 거짓말이에요. 하하. 어릴 때 하고 놀던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떠올려봐도 동네에 따라서 규칙이 달랐어요. 이사를 가서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 이사간 동네의 규칙을 익혀야 했죠. 아이들의 간단한 놀이조차 그런데 원래 우리 것도 아니고 서구에서 들어와 동작 하나마다 어려운 불어 이름이 붙어 있는 예술이 발레인데 어렵지 않다니요? 문제는 발레를 어렵다고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보다 ‘가까워지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들고 잰 체하는 예술’이라는 인식으로 마음에서 치워버리려는 심리적인 외면이에요. 발레를 알려고 한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책도 많고 배울 곳도 많고 또 요즘은 입문자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공연도 많고요. 발레를 포함해서 유독 예술에 대해서는 쉽게들 ‘어렵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피겨를 수집하거나 하는 건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서 예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지 못하는 거죠. 아니면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서 그 장벽을 핑계로 삼는 것일 수도 있고요.
Q: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나요?
A: 책의 독자들과 공연의 관객들은 교집합이 작은 편이에요. 책의 독자들이 혼자서 조용하게 책의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공연의 관객들은 현장에서 예술을 직접 접하고 호흡하려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공연예술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 책은 책의 독자와 공연의 관객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책의 독자는 공연 현장의 열기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공연의 관객들에게 책은 너무 고요하고 심심하지요. 그러니 이 책이 책이라는 형식으로, 혹은 발레라는 예술장르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에까지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의 삶에서 발레작품에 표현되어 있는 것과 같은 극적인 사랑을 발견하긴 어렵지만 사랑의 감정은 동일하죠. 발레는 다만 그 사랑의 표정을 가장 극단에서 보여주는 것이고요. 냉소적이고 혼탁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순수함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저도 책을 쓴 보람이 있을 듯해요.
▣ 작가 소개
저자 : 윤단우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언론학을 전공했다. 개인의 삶은 사회와 어떻게 조우하는지,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은 어디로 흘러가고 또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쉬지 않고 글을 쓰고 드문드문 책을 낸다. 쓴 책으로는《사랑을 읽다》,《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등이 있다.
2007년부터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시선’이라는 블로그를 열어 예술과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사람과 사랑과 삶에 관한 생각의 편린들을 주워담고 있다. 현재는 무용전문지 [몸]에서 취재활동을 병행하며 댄서가 반짝이는 무대와 숨찬 마감이 이어지는 편집실을 종종걸음으로 오가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_ 나는 발레에서 사랑을 배웠다
part 1 _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육신이 사라져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_ 지젤
그대 없이 홀로 남겨지느니 죽는 것이 더 나으리 _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_ 라 에스메랄다, 노트르담 드 파리
나라를 버리고 택한 사랑 _ 왕자 호동
part 2 _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그대의 사랑은 그토록 가벼운 것이었나요 _ 백조의 호수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_ 라 바야데르
나를 떠나야 그이가 행복할 수 있다니 _ 카멜리아 레이디, 마그리트와 아르망
사랑이 없다면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_ 안나 카레니나
part 3 _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_ 라 실피드
그녀가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_ 언딘, 인어공주
결혼식날 죽음의 신부가 될 줄이야 _ 아를의 여인
가질 수 없다면 파멸시키겠다_ 카르멘
part 4 _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그대의 죄는 아름다운 것밖에 없다오 _ 마농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죽음이라도 따르리라 _ 마이얼링
지나간 사랑으로 나를 흔들지 마세요 _ 오네긴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_ 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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