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도성장에 근거한 경제와 삶의 모델이 불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 사회, 그리고 삶을 바꾸어야 할까?
이 책은 최근 100년 동안 인류가 지금까지 꿈꿔오고 실천에 옮겼던 다양한 시도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그 꿈은 때로는 좌절되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롭게 피어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
은 이 모든 시도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조형근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원리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
나가고 있다.
―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의 경제 불평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착화된 세습자본주의, 저성장까지 겹쳐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담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실험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될 때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때에 읽어야 할 책이다. 사회적 경제, 기본소득, 참여계획경제 등 삶과 경제 체제의 대담한 변화를 꿈꾸는 최신의 움직임들을 매우 쉽게 설명한다. 일독을 권한다.
―이원재(희망제작소 소장, 경제평론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는 투자가의 수익 극대화를 지상 과제로 삼아 만사만물을 배치하는 금융 자본주의의 맹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를 대체할 경제 질서와 형식에 대한 모색과 실험 또한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이 책은 아직도 경제란 오로지 금융 자본주의뿐이라는 유일사상의 주술에 갇혀 있는 우리의 눈을 틔워주고 과감한 모색과 상상의 자극을 줄 것이다.
―홍기빈(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뉴 노멀’의 시대에 모색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이후 유럽과 남미와 중국을 연쇄적으로 강타하며 전 세계를 만성적 위기 상태로 만들었다.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항상적인 위기 상태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불린다. 그리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동 시간 1위, 저출산율 1위 등 ‘OECD 50관왕’의 불명예를 차지한 한국은 ‘헬조선’이 되었다. 이 무한 경쟁의 지옥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스스로를 소진해야만 한다.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은 멈추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져 모두가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삶과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경제 행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떠받치는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고, 협력하는 경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할 대안을 상상하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소련의 계획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등 이미 시도된 국가 단위 모델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 시도되고 있는 흐름들, 기본소득과 참여계획경제 등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대안까지 차례차례 다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그저 경제 체제의 내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적 ? 정치적 선택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유, 취미생활 등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불행한 사람이 나머지 시간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긴 시간 동안 겪는 긴장, 좌절, 모욕감 같은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물론 노동이 전쟁이고 일터가 전쟁터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그런 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죠. 본래 없던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26)
타자의 존재를 긍정하고 함께하려는 경쟁이 있는가 하면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서 이윤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경쟁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후자의 경쟁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경쟁이라고 하면 무조건 적대적 경쟁만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는 협력적 경쟁도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비적대적 경쟁, 협력적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인 태도가 아닐까요?(31)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비율을 보면 됩니다. 시장임금은 기업에서 받는 돈이고 사회임금은 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사회복지 급여와 현물, 서비스 등입니다. 이 비율을 국제 비교한 자료가 있습니다. 사람의 상품화 정도를 볼 수 있는 좋은 통계죠. 국회 입법예산처에서 조사한 자료로, 2012년 기준 스웨덴은 가처분소득의 51.9퍼센트가 사회임금입니다. 절반을 넘어요. 프랑스가 49.8퍼센트, 독일이 47.5퍼센트, 사회복지가 약하기로 정평이 난 미국이 25퍼센트입니다. OECD 평균은 40.7퍼센트고요.(180~181)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선생이 이런 상황을 빗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스웨덴에서 복지 축소한다고 한국도 복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비만 환자가 다이어트 한다고 하니 영양실조 환자도 따라 하는 격”이라고요. 촌철살인의 비유입니다. 술자리에서부터 공식 선거 토론 자리에 이르기까지 이런 정확하고 유쾌한 비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190)
이게 왜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의 유지에 문제가 될까요? 이 모델은 완전고용에 가깝게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으면서 많은 세금을 내야 유지되는 모델이거든요. 그런데 고용률 자체가 떨어져서 장기 실업자가 만연하고 고용되어 있다 한들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되면 사회보장기금을 낼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 사람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듭니다. 게다가 자본주의 경제가 다시 황금기를 맞아서 죽 성장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이죠. 이 상태에서 과연 기존의 복지국가 모델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327)
[실업과 불안정 고용에 관해] 하지만 자본주의의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된다면 이 문제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젊은이들이 정규직이 되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입직구를 아예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한번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정규직이 되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평생 불안정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게 젊은이들의 잘못일까요?(329)
경제와 사회와 삶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하고 균형 잡힌 가이드북
이 책은 ‘대안’을 찾자, 꿈을 꾸자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각 모델의 장단점과 한계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냉철하고 엄밀하게 짚어낸다.
가령 과거 소련에서 계획경제가 실패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적 이기심을 거슬렀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 낙후와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성장과 분배의 대립 구도에 대한 반증으로 스웨덴을 내세우면서도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처한 난점을 빼놓지 않고 추적한다. 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맥락,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역 공동체 내부의 자족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더욱 폭넓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꼼꼼하게 다룬다. 냉소에 빠지지 않는 한편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을 조목조목 따지는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이 돋보인다.
다양한 대안 경제 모델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흐름, 사상적 원천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도록 이끈다. 독일 우파가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어떠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신자유주의의 기수 하이에크는 어떻게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토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제를 먼저 시도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큰 줄기로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대안 경제를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들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제도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자율성이 개별 기업 안에 갇혀버린 탓에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 제도나 여러 사회적 경제 부문들이 협력해 종잣돈을 마련해낸 캐나다 퀘벡 주의 성공 사례 등은 자연스럽게 호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전문직만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도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구글 같은 IT 기업은 워낙 유명한 사례이고, 도요타나 볼보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도 노동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대안 경제 체제에서는 이런 자율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27)
한국의 인구 이동률은 다른 나라들하고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한 해에 전체 인구의 15퍼센트 정도가 읍면동 경계를 넘어서 이사를 갑니다. 인구 절반은 장기간 이사를 안 한다고 가정하면 이사 다니는 사람은 3년마다 한 번씩 이사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통계 방식이 나라마다 좀 다르지만 일본은 시정촌 경계를 넘어서 이사 가는 인구가 4퍼센트, 미국은 모든 이사를 다 합쳐도 11퍼센트 정도거든요. 한국인들의 공동체적 관심이 약한 구조적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38)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내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선진 노동자들, 혁명가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입니다. 혁명 사수의 의지가 처절했기에 이들은 아낌없이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1920년대 중후반이 되면 1917년 혁명 이전에 입당한 당원들은 1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이들이 죽음으로 혁명을 지킨 결과, 공산당은 체제의 편에 서서 성공하려는 자들의 당으로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위로부터의 관료화를 막을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힘이 사라진 것이죠.(78)
“부자 되세요!” 이 슬로건 아시죠? 저작권은 부하린한테 있어요.(웃음) 니콜라이 부하린이 실제로 그런 구호를 내걸었어요. 부자 되는 걸 걱정하지 말라고.(84)
1930년대는 소련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입니다. 경제 성장률은 매년 10퍼센트를 넘거든요. 이건 어마어마한 겁니다. 1930년대는 세계대공황 시기잖아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망해가는데 소련은 매년 10퍼센트 이상 성장하는 겁니다. 1940년경이 되면 소련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공업국이 됩니다. 당시 서구 지식인들이 소련을 이상화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망하는 것 같은데 소련은 엄청나게 잘나가니까요. 그러나 그 성장률만큼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파괴되고 있었던 겁니다.(94)
노동자를 프롤레타리아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독일 보수 우파의 핵심 문제의식이었습니다. 프롤레타리아는 원래 라틴어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가진 것이라곤 처자식밖에 없는 사람을 가리키던 말이에요. 자산이 없으니 제 몸뚱이를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죠. 노동자가 자산을 갖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잃어버릴 것을 갖게 해야 한다고 독일 우파들은 생각했다는 겁니다.(149)
국가를 가족에 비유하는 국가유기체론, 가족국가론 같은 것은 보수주의 중에서도 오른쪽이 써먹는 수사학입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 정권 수준의 이야기인 겁니다. 사민당이 어떻게 그런 슬로건을 쓸 수 있느냐 하는 비판이 있었던 겁니다. 반면 ‘정치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던 스웨덴 국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정서적으로 호소할 수 있었고, 자유주의자들을 달랠 수 있었으며, 보수파들에게는 반발의 명분을 주지 않는 전략이었죠.(164)
오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성공이 노동계급 상당수를 중산층화한 겁니다. 스웨덴 사회의 계급 구조 자체가 변화한 거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연맹과의 관계도 과거처럼 긴밀하지 않습니다. 중산층화된 노동자들은 이전처럼 복지나 생산수단의 사회적 통제에 대해 적극적이기보다는 좀 더 큰 경제적 성공, 자유를 원하는 경향이 생기는 거죠.(187)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하던 시절,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사기업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정부는 정책금융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며 먹여 살린 겁니다. 반대급부로 기업의 존재 이유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여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믿었죠.(227)
주식회사라면 주식을 팔면 됩니다. 나이가 많이 들었다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이윤 회수 기간보다 투자 기간이 더 길 것 같다 싶으면 미래 가치를 할인해서 팔면 됩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잔여 활동 기간에 비춰서 투자와 배당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게 되고 이것이 갈등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쪽이 고참 조합원들입니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조합원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264~265)
▣ 작가 소개
저자 : 조형근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경제사회학을 공부해 「식민지기 재래시장에서 시장 갈등과 사회적 관계의 변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좌우파 사전』,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한일 역사교과서 서술의 이념』 등의 책을 공저로 펴냈다. 시사평론
가 김종배와 팟캐스트 ‘사사(史事)로운 토크(사사톡)’에서 ‘꼬투리 경제학’, ‘대안 경제학’ 등의 코너를 진행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시사통)’에서 ‘담론통’, ‘지식통’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 : 김종배
시사평론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지냈고, 1999년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 ‘외압에 의해’ 2011년 5월 하차했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하며 민간인 사찰 기록 관련 특종을 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30대 정치학』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
누구든 그 자체로 순전한 섬은 아니다 ―조형근
이타심의 연합을 만드는 조건 ―김종배
1부 다른 경제를 꿈꾼 나라들
1장 협력하는 경제는 가능할까
성장, 분배, 일의 보람이라는 꿈 /협력하는 경쟁도 존재한다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존재일까 /관습의 힘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기심과 이타심 /영리에도 영혼이 깃드는 시장이 있다 /이타심이 발현되는 사회적 조건 /공기업 적자는 돈 낭비일까
2장 실패한 대안, 사회주의
사회주의는 왜 실패했는가 /공산주의로 가는 긴 이행기 /스탈린의 배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부하린 /폐기된 신경제정책 /인간 소외의 극복, 노동자 자주관리 /자주관리의 실패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가능할까
3장 독일 우파도 이 정도는 한다
친근한 모델,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 /‘부패한 모델’ 금산통합이 독일 모델의 힘이다? /열심히 일해라,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메운다 /좌우파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 탄생한 독일 모델 /오늘날의 사회적 시장경제
4장 잠정적 유토피아 스웨덴
복지를 해서 잘살게 된 나라 /스웨덴 복지 모델의 핵심, 국민의 집 /유토피아의 이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로 가는 다른 방식 /스웨덴의 사민주의 복지는 어떻게 가능했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변화 /지금 우리는 어떤 꿈을 준비하고 있나
2부 이미 도착한 미래, 곧 도착할 미래
5장 이윤 목적이 아닌 경제
사회적 목적의 경제? /사회적 경제의 사상적 선구자들 /주식회사 팀을 이긴 협동조합 팀 /우리의 사회적 경제는 어디까지 왔나 /한 발씩 적의 영토를 점령하는 평화의 군대
6장 사회적 기업, 그 빛과 그림자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 /그 많던 직업학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적 기업의 역사 /성과와 의미를 다 잡은 기업들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 되려면
7장 협동조합끼리 협동한다면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사업 조직 /협동조합의 7대 원칙 /배당이냐 투자냐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 /유유상종, 상생하는 경제
8장 사람의 얼굴을 한 금융
돈이 없어도 되는 마을 /사람의 얼굴을 한 화폐 /먼저 쓰고 빨리 빚을 져라? /금융은 인권이다 /자선도 투자도 아닌 인내자본 /당신 인생에 투자를 할게요
9장 모든 이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속 불가능한 복지국가 모델의 대안 /국가의 주인으로서 모든 국민이 받는 배당 /일한 만큼 받는다는 노동소득의 허상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지급할 돈을 마련할까 /기본소득으로 건강해진 나라 /기본소득의 사상적 흐름
10장 자본주의 너머의 대안, 참여계획경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대담한 상상력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 /기술 발전과 민주적 통제로 만드는 새로운 계획경제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원류, 칼 폴라니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경제 시스템 /암묵적 지식이 사회적으로 동원되는 과정 /다시, 핵심은 민주주의다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도성장에 근거한 경제와 삶의 모델이 불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 사회, 그리고 삶을 바꾸어야 할까?
이 책은 최근 100년 동안 인류가 지금까지 꿈꿔오고 실천에 옮겼던 다양한 시도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그 꿈은 때로는 좌절되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롭게 피어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
은 이 모든 시도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조형근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원리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
나가고 있다.
―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의 경제 불평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착화된 세습자본주의, 저성장까지 겹쳐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담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실험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될 때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때에 읽어야 할 책이다. 사회적 경제, 기본소득, 참여계획경제 등 삶과 경제 체제의 대담한 변화를 꿈꾸는 최신의 움직임들을 매우 쉽게 설명한다. 일독을 권한다.
―이원재(희망제작소 소장, 경제평론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는 투자가의 수익 극대화를 지상 과제로 삼아 만사만물을 배치하는 금융 자본주의의 맹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를 대체할 경제 질서와 형식에 대한 모색과 실험 또한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이 책은 아직도 경제란 오로지 금융 자본주의뿐이라는 유일사상의 주술에 갇혀 있는 우리의 눈을 틔워주고 과감한 모색과 상상의 자극을 줄 것이다.
―홍기빈(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뉴 노멀’의 시대에 모색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이후 유럽과 남미와 중국을 연쇄적으로 강타하며 전 세계를 만성적 위기 상태로 만들었다.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항상적인 위기 상태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불린다. 그리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동 시간 1위, 저출산율 1위 등 ‘OECD 50관왕’의 불명예를 차지한 한국은 ‘헬조선’이 되었다. 이 무한 경쟁의 지옥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스스로를 소진해야만 한다.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은 멈추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져 모두가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삶과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경제 행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떠받치는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고, 협력하는 경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할 대안을 상상하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소련의 계획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등 이미 시도된 국가 단위 모델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 시도되고 있는 흐름들, 기본소득과 참여계획경제 등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대안까지 차례차례 다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그저 경제 체제의 내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적 ? 정치적 선택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유, 취미생활 등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불행한 사람이 나머지 시간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긴 시간 동안 겪는 긴장, 좌절, 모욕감 같은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물론 노동이 전쟁이고 일터가 전쟁터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그런 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죠. 본래 없던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26)
타자의 존재를 긍정하고 함께하려는 경쟁이 있는가 하면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서 이윤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경쟁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후자의 경쟁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경쟁이라고 하면 무조건 적대적 경쟁만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는 협력적 경쟁도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비적대적 경쟁, 협력적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인 태도가 아닐까요?(31)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비율을 보면 됩니다. 시장임금은 기업에서 받는 돈이고 사회임금은 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사회복지 급여와 현물, 서비스 등입니다. 이 비율을 국제 비교한 자료가 있습니다. 사람의 상품화 정도를 볼 수 있는 좋은 통계죠. 국회 입법예산처에서 조사한 자료로, 2012년 기준 스웨덴은 가처분소득의 51.9퍼센트가 사회임금입니다. 절반을 넘어요. 프랑스가 49.8퍼센트, 독일이 47.5퍼센트, 사회복지가 약하기로 정평이 난 미국이 25퍼센트입니다. OECD 평균은 40.7퍼센트고요.(180~181)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선생이 이런 상황을 빗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스웨덴에서 복지 축소한다고 한국도 복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비만 환자가 다이어트 한다고 하니 영양실조 환자도 따라 하는 격”이라고요. 촌철살인의 비유입니다. 술자리에서부터 공식 선거 토론 자리에 이르기까지 이런 정확하고 유쾌한 비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190)
이게 왜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의 유지에 문제가 될까요? 이 모델은 완전고용에 가깝게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으면서 많은 세금을 내야 유지되는 모델이거든요. 그런데 고용률 자체가 떨어져서 장기 실업자가 만연하고 고용되어 있다 한들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되면 사회보장기금을 낼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 사람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듭니다. 게다가 자본주의 경제가 다시 황금기를 맞아서 죽 성장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이죠. 이 상태에서 과연 기존의 복지국가 모델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327)
[실업과 불안정 고용에 관해] 하지만 자본주의의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된다면 이 문제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젊은이들이 정규직이 되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입직구를 아예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한번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정규직이 되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평생 불안정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게 젊은이들의 잘못일까요?(329)
경제와 사회와 삶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하고 균형 잡힌 가이드북
이 책은 ‘대안’을 찾자, 꿈을 꾸자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각 모델의 장단점과 한계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냉철하고 엄밀하게 짚어낸다.
가령 과거 소련에서 계획경제가 실패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적 이기심을 거슬렀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 낙후와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성장과 분배의 대립 구도에 대한 반증으로 스웨덴을 내세우면서도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처한 난점을 빼놓지 않고 추적한다. 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맥락,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역 공동체 내부의 자족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더욱 폭넓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꼼꼼하게 다룬다. 냉소에 빠지지 않는 한편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을 조목조목 따지는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이 돋보인다.
다양한 대안 경제 모델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흐름, 사상적 원천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도록 이끈다. 독일 우파가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어떠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신자유주의의 기수 하이에크는 어떻게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토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제를 먼저 시도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큰 줄기로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대안 경제를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들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제도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자율성이 개별 기업 안에 갇혀버린 탓에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 제도나 여러 사회적 경제 부문들이 협력해 종잣돈을 마련해낸 캐나다 퀘벡 주의 성공 사례 등은 자연스럽게 호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전문직만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도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구글 같은 IT 기업은 워낙 유명한 사례이고, 도요타나 볼보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도 노동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대안 경제 체제에서는 이런 자율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27)
한국의 인구 이동률은 다른 나라들하고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한 해에 전체 인구의 15퍼센트 정도가 읍면동 경계를 넘어서 이사를 갑니다. 인구 절반은 장기간 이사를 안 한다고 가정하면 이사 다니는 사람은 3년마다 한 번씩 이사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통계 방식이 나라마다 좀 다르지만 일본은 시정촌 경계를 넘어서 이사 가는 인구가 4퍼센트, 미국은 모든 이사를 다 합쳐도 11퍼센트 정도거든요. 한국인들의 공동체적 관심이 약한 구조적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38)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내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선진 노동자들, 혁명가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입니다. 혁명 사수의 의지가 처절했기에 이들은 아낌없이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1920년대 중후반이 되면 1917년 혁명 이전에 입당한 당원들은 1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이들이 죽음으로 혁명을 지킨 결과, 공산당은 체제의 편에 서서 성공하려는 자들의 당으로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위로부터의 관료화를 막을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힘이 사라진 것이죠.(78)
“부자 되세요!” 이 슬로건 아시죠? 저작권은 부하린한테 있어요.(웃음) 니콜라이 부하린이 실제로 그런 구호를 내걸었어요. 부자 되는 걸 걱정하지 말라고.(84)
1930년대는 소련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입니다. 경제 성장률은 매년 10퍼센트를 넘거든요. 이건 어마어마한 겁니다. 1930년대는 세계대공황 시기잖아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망해가는데 소련은 매년 10퍼센트 이상 성장하는 겁니다. 1940년경이 되면 소련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공업국이 됩니다. 당시 서구 지식인들이 소련을 이상화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망하는 것 같은데 소련은 엄청나게 잘나가니까요. 그러나 그 성장률만큼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파괴되고 있었던 겁니다.(94)
노동자를 프롤레타리아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독일 보수 우파의 핵심 문제의식이었습니다. 프롤레타리아는 원래 라틴어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가진 것이라곤 처자식밖에 없는 사람을 가리키던 말이에요. 자산이 없으니 제 몸뚱이를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죠. 노동자가 자산을 갖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잃어버릴 것을 갖게 해야 한다고 독일 우파들은 생각했다는 겁니다.(149)
국가를 가족에 비유하는 국가유기체론, 가족국가론 같은 것은 보수주의 중에서도 오른쪽이 써먹는 수사학입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 정권 수준의 이야기인 겁니다. 사민당이 어떻게 그런 슬로건을 쓸 수 있느냐 하는 비판이 있었던 겁니다. 반면 ‘정치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던 스웨덴 국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정서적으로 호소할 수 있었고, 자유주의자들을 달랠 수 있었으며, 보수파들에게는 반발의 명분을 주지 않는 전략이었죠.(164)
오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성공이 노동계급 상당수를 중산층화한 겁니다. 스웨덴 사회의 계급 구조 자체가 변화한 거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연맹과의 관계도 과거처럼 긴밀하지 않습니다. 중산층화된 노동자들은 이전처럼 복지나 생산수단의 사회적 통제에 대해 적극적이기보다는 좀 더 큰 경제적 성공, 자유를 원하는 경향이 생기는 거죠.(187)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하던 시절,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사기업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정부는 정책금융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며 먹여 살린 겁니다. 반대급부로 기업의 존재 이유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여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믿었죠.(227)
주식회사라면 주식을 팔면 됩니다. 나이가 많이 들었다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이윤 회수 기간보다 투자 기간이 더 길 것 같다 싶으면 미래 가치를 할인해서 팔면 됩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잔여 활동 기간에 비춰서 투자와 배당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게 되고 이것이 갈등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쪽이 고참 조합원들입니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조합원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264~265)
▣ 작가 소개
저자 : 조형근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경제사회학을 공부해 「식민지기 재래시장에서 시장 갈등과 사회적 관계의 변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좌우파 사전』,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한일 역사교과서 서술의 이념』 등의 책을 공저로 펴냈다. 시사평론
가 김종배와 팟캐스트 ‘사사(史事)로운 토크(사사톡)’에서 ‘꼬투리 경제학’, ‘대안 경제학’ 등의 코너를 진행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시사통)’에서 ‘담론통’, ‘지식통’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 : 김종배
시사평론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지냈고, 1999년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 ‘외압에 의해’ 2011년 5월 하차했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하며 민간인 사찰 기록 관련 특종을 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30대 정치학』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
누구든 그 자체로 순전한 섬은 아니다 ―조형근
이타심의 연합을 만드는 조건 ―김종배
1부 다른 경제를 꿈꾼 나라들
1장 협력하는 경제는 가능할까
성장, 분배, 일의 보람이라는 꿈 /협력하는 경쟁도 존재한다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존재일까 /관습의 힘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기심과 이타심 /영리에도 영혼이 깃드는 시장이 있다 /이타심이 발현되는 사회적 조건 /공기업 적자는 돈 낭비일까
2장 실패한 대안, 사회주의
사회주의는 왜 실패했는가 /공산주의로 가는 긴 이행기 /스탈린의 배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부하린 /폐기된 신경제정책 /인간 소외의 극복, 노동자 자주관리 /자주관리의 실패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가능할까
3장 독일 우파도 이 정도는 한다
친근한 모델,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 /‘부패한 모델’ 금산통합이 독일 모델의 힘이다? /열심히 일해라,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메운다 /좌우파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 탄생한 독일 모델 /오늘날의 사회적 시장경제
4장 잠정적 유토피아 스웨덴
복지를 해서 잘살게 된 나라 /스웨덴 복지 모델의 핵심, 국민의 집 /유토피아의 이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로 가는 다른 방식 /스웨덴의 사민주의 복지는 어떻게 가능했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변화 /지금 우리는 어떤 꿈을 준비하고 있나
2부 이미 도착한 미래, 곧 도착할 미래
5장 이윤 목적이 아닌 경제
사회적 목적의 경제? /사회적 경제의 사상적 선구자들 /주식회사 팀을 이긴 협동조합 팀 /우리의 사회적 경제는 어디까지 왔나 /한 발씩 적의 영토를 점령하는 평화의 군대
6장 사회적 기업, 그 빛과 그림자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 /그 많던 직업학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적 기업의 역사 /성과와 의미를 다 잡은 기업들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 되려면
7장 협동조합끼리 협동한다면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사업 조직 /협동조합의 7대 원칙 /배당이냐 투자냐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 /유유상종, 상생하는 경제
8장 사람의 얼굴을 한 금융
돈이 없어도 되는 마을 /사람의 얼굴을 한 화폐 /먼저 쓰고 빨리 빚을 져라? /금융은 인권이다 /자선도 투자도 아닌 인내자본 /당신 인생에 투자를 할게요
9장 모든 이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속 불가능한 복지국가 모델의 대안 /국가의 주인으로서 모든 국민이 받는 배당 /일한 만큼 받는다는 노동소득의 허상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지급할 돈을 마련할까 /기본소득으로 건강해진 나라 /기본소득의 사상적 흐름
10장 자본주의 너머의 대안, 참여계획경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대담한 상상력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 /기술 발전과 민주적 통제로 만드는 새로운 계획경제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원류, 칼 폴라니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경제 시스템 /암묵적 지식이 사회적으로 동원되는 과정 /다시, 핵심은 민주주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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