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허구가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
상상이 범죄가 되는 낯선 디스토피아를 만나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권리 신작 장편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권리의 신작 장편소설《상상범》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낯선 새로운 감각. 경쾌하고 신선한 글쓰기. 번뜩이는 재치와 탁월한 재능. 날카로운 현실 비판의식. 첫머리에 나열된 수사는 모두 신예작가 권리를 두고 말했던 평단의 문장들이다. 눈 밝은 이는 이 미사여구가 매번 신인작가의 등장에 주로 쓰이는 것이라고 가벼이 넘길 수 있겠으나 권리는 조금 다른 듯했다. 그녀는 문학이 아닌 사회학과 전공자였고 소설 안에서 부리는 서사나 드러나는 소재 등속이 예사롭지 않았다.(그녀의 등단작을 보라.《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의 이름 ‘권리’(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한 자씩 따서 ‘권,리’라 붙였다고 한다)만큼이나 문단 내에서 등장은 다소 강렬했고 특이했으며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었다.
권리의 소설《상상범》은 육 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육 년 만의 장편소설, 십 년간의 유목작가 생활의” 결과물인 셈이다. 기존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통렬한 경멸과 두려움을 통과하는 젊은 세대들의 자화상에 집중했다면, 이번 신작《상상범》에서는 2322년 미래를 무대로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범법 요소가 되는 어느 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상상이 범죄가 되는 시대, 그 거대한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사회학적인 문제들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 연극 형식에 빗대어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그 오작동하는 세계의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회 체제와 그를 받치고 있는 법질서 등을 가격하여 지금여기, 2015년의 한국의 사회현실의 부적절한 사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법, 정치 풍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정상과 비정상, 상상과 비상상, 환상과 리얼리즘에 관해
2322년의 어느 사회. 그곳은 URAZIL(우라질)이라 불린다. 연합공화국의 체제로 뭉쳐 있고 부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업 로텍(lawtech, 이 조어를 유심히 봐주길 바란다)이 중심에 있다. 모래폭파 실험의 여파로 거대한 모래폭풍이 URAZIL을 덮었다. 상황은 극도로 변질돼간다. 사람들은 따가운 모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가고 소규모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비규환. 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입안자들은 획기적인 법안을 내놓는다.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며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그것은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었다. 이 법이 실효됨에 따라 사실상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에 따라 이 도시에는 범죄만 있을 뿐 범죄자가 없다. 범죄자가 없는 사회라… 정말 가능한 일이었을까. 사회는 그 법으로 인해 빠르게 정돈되어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법안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없었을까. 언제나 모든 것에는 상반되는 것이 있기 마련. 앞서 언급한 로텍(lawtech)이 등장한다. 이 로텍은 기업이자 공동체이자 거대수도로 교도소를 거대 체인으로 운영했으며 수감자들이 쇼핑하듯 재판을 받고 숙박하듯 수감될 수 있게 해주는 호텔식 교도 쇼핑몰을 자처했던 것. 그렇다면 이 로텍에게 범죄완화특별법은 사업상 큰 손실을 끼칠 게 분명하다. 교도소가 텅텅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로텍파 의원들은 범죄에 대한 희귀하고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다. 그들에게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 모든 범죄자를 풀어주기보다는, 개별적인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획기적인 예방법을 써야만 진정으로 범죄가 뿌리 뽑힌다는 것이었다.”
로텍법 제1조 1항 : 상상은 범죄 행위이다”
―본문 중에서
그리하여 이 URAZIL에서 상상은 금지되었다. 연극배우 기요철은 그 시각 시립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상대여배우가 자꾸 대사를 까먹는 바람에 짜증이 잔뜩 나 있던 상태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여배우, 연출, 스태프들과 손이 맞지 않아 공연이 끝나자마자 배우를 그만두고 연출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 속에서 마주 보고 있는 상대 여배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꿈에서 매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꿈을 꾸었던 것. 거기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름은 이율리. 요철은 카페 화장실 욕조 안에 몸을 담근 채 누워 있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사실 그녀는 자살을 하려는 중이었다. 요철은 당장에 그 여자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다. 인공호흡을 하고 심장마사지를 해 그녀를 살려낸다. 그런 와중 요철은 머릿속으로 그녀와의 진한 섹스를 상상하게 된다. 자유의지와는 무관하게 떠오른 상상. 과연 그의 상상은 온당한 것이었을까.
“기요철씨, 당신을 상상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 진술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또한 지금부터 변호상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상상범 기요철. 그는 바로 기소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이율리씨와 화학적 교미를 상상하였다”는 죄목으로 그는 수사를 받는다. 소설은 빠르게 상상범으로 체포된 기요철의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뻗어나간다. 상상을 금지하는 세계에서의 완고한 법질서를 두고 논리적인 진실공방이 벌어진다. 상상이 과연 범죄의 요소에 성립되는지에 대해 사회적이고 법적인 논리. 요철은 재판정에 섰고 판결을 받는다. 벌금 150만 우라(돈의 단위)와 징역 6개월, 2년간의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상상금지교육 400시간. 그는 이런 상황이 비현실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로텍이라는 곳에서 보면 그는 비정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매우 순수한 동시에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인간이 상상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요!”
―본문 중에서
이 판결은 정당한가. 아니 상상을 금지하는 법의 존립이 정당한 것이었을까. 혹시 체제를 구성하는 어떤 트릭에 속아넘어가 자신이 걸려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깨닫는다. “체포-수사-재판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드러내기 위한 리얼리티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 그는 배우답게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의 리얼리티가 아닌 연극의 리얼리티라 생각한다. 대본도 없이 단순한 설정과 기본 뼈대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오로지 배우들이 끌고 가야 하는 연극. 즉흥극 말이다. 법의 판결 앞에 그의 상황인지는 그런 식으로 둔갑되어지고 이제부터 요철은 상상금지법을 주제로 한 연극의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환상을 역이용한 거대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체제유지를 위해 또는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요철의 상상을 이용하여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그를 밀어넣는 계책을 세우려 한다.
상상을 넘어 파상으로
상상은 자유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상상은 자유다. 그런데 권리가 그리는(이끄는) 곳에서는 당연히 여겨지는 그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 인간에게 상상은 자유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에서 모든 사람의 상상은 금지된다. 달리 보면 자유를 억압한다는 말과 상통할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디스토피아를 그렸었다. 어두운 전망이 난무했고 그 속에 기거하는 초라한 인간상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한 미래로 보지 못한다. 지금여기의 절망을 거울삼아 미래를 비춰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펼쳐진 세계는 대부분 ‘보편’이 아닌 ‘특수’가 소재가 되곤 했다. 그렇다면 이《상상범》에서의 ‘특수’는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겠다. 그건 아마도 일반적인 ‘보편’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는 ‘파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상상 하는 자 모두가 유죄가 되는 상상 그 이상현실 말이다. 자 이제 파상하려 꿈틀거리는 권리만의 소설 안으로 들어가보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 : 권리
1979년 서울 출생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서 「홍길동」이란 별명이 있다. 필명인 권리는 부모님의 성을 한 글자씩 딴 것이다. 최민식과 홍명보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별명만큼이나 목소리나 성격도 남자다운 편이다. 이화여자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늘 문학청년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혼자 갖가지 공상을 즐겨했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 때 시험공부보다는 채팅으로 날밤 새기 일쑤였다. 졸업 후 당나귀처럼 외국을 돌아다니다가 돈을 몽땅 날린 뒤 울면서 귀국했다. 방송국에서 작가 생활을 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백수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소설가로 살겠다고 선언한 뒤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2004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싸이코가 뜬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 『눈 오는 아프리카』, 『암보스 문도스』가 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45개국을 여행했으며 앞으로 방문해 보고 싶은 나라는 북한이다.
▣ 주요 목차
1부 - 9
2부 - 69
3부 - 139
4부 - 207
작가의 말 - 268
허구가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
상상이 범죄가 되는 낯선 디스토피아를 만나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권리 신작 장편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권리의 신작 장편소설《상상범》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낯선 새로운 감각. 경쾌하고 신선한 글쓰기. 번뜩이는 재치와 탁월한 재능. 날카로운 현실 비판의식. 첫머리에 나열된 수사는 모두 신예작가 권리를 두고 말했던 평단의 문장들이다. 눈 밝은 이는 이 미사여구가 매번 신인작가의 등장에 주로 쓰이는 것이라고 가벼이 넘길 수 있겠으나 권리는 조금 다른 듯했다. 그녀는 문학이 아닌 사회학과 전공자였고 소설 안에서 부리는 서사나 드러나는 소재 등속이 예사롭지 않았다.(그녀의 등단작을 보라.《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의 이름 ‘권리’(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한 자씩 따서 ‘권,리’라 붙였다고 한다)만큼이나 문단 내에서 등장은 다소 강렬했고 특이했으며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었다.
권리의 소설《상상범》은 육 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육 년 만의 장편소설, 십 년간의 유목작가 생활의” 결과물인 셈이다. 기존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통렬한 경멸과 두려움을 통과하는 젊은 세대들의 자화상에 집중했다면, 이번 신작《상상범》에서는 2322년 미래를 무대로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범법 요소가 되는 어느 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상상이 범죄가 되는 시대, 그 거대한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사회학적인 문제들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 연극 형식에 빗대어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그 오작동하는 세계의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회 체제와 그를 받치고 있는 법질서 등을 가격하여 지금여기, 2015년의 한국의 사회현실의 부적절한 사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법, 정치 풍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정상과 비정상, 상상과 비상상, 환상과 리얼리즘에 관해
2322년의 어느 사회. 그곳은 URAZIL(우라질)이라 불린다. 연합공화국의 체제로 뭉쳐 있고 부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업 로텍(lawtech, 이 조어를 유심히 봐주길 바란다)이 중심에 있다. 모래폭파 실험의 여파로 거대한 모래폭풍이 URAZIL을 덮었다. 상황은 극도로 변질돼간다. 사람들은 따가운 모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가고 소규모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비규환. 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입안자들은 획기적인 법안을 내놓는다.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며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그것은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었다. 이 법이 실효됨에 따라 사실상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에 따라 이 도시에는 범죄만 있을 뿐 범죄자가 없다. 범죄자가 없는 사회라… 정말 가능한 일이었을까. 사회는 그 법으로 인해 빠르게 정돈되어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법안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없었을까. 언제나 모든 것에는 상반되는 것이 있기 마련. 앞서 언급한 로텍(lawtech)이 등장한다. 이 로텍은 기업이자 공동체이자 거대수도로 교도소를 거대 체인으로 운영했으며 수감자들이 쇼핑하듯 재판을 받고 숙박하듯 수감될 수 있게 해주는 호텔식 교도 쇼핑몰을 자처했던 것. 그렇다면 이 로텍에게 범죄완화특별법은 사업상 큰 손실을 끼칠 게 분명하다. 교도소가 텅텅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로텍파 의원들은 범죄에 대한 희귀하고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다. 그들에게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 모든 범죄자를 풀어주기보다는, 개별적인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획기적인 예방법을 써야만 진정으로 범죄가 뿌리 뽑힌다는 것이었다.”
로텍법 제1조 1항 : 상상은 범죄 행위이다”
―본문 중에서
그리하여 이 URAZIL에서 상상은 금지되었다. 연극배우 기요철은 그 시각 시립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상대여배우가 자꾸 대사를 까먹는 바람에 짜증이 잔뜩 나 있던 상태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여배우, 연출, 스태프들과 손이 맞지 않아 공연이 끝나자마자 배우를 그만두고 연출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 속에서 마주 보고 있는 상대 여배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꿈에서 매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꿈을 꾸었던 것. 거기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름은 이율리. 요철은 카페 화장실 욕조 안에 몸을 담근 채 누워 있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사실 그녀는 자살을 하려는 중이었다. 요철은 당장에 그 여자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다. 인공호흡을 하고 심장마사지를 해 그녀를 살려낸다. 그런 와중 요철은 머릿속으로 그녀와의 진한 섹스를 상상하게 된다. 자유의지와는 무관하게 떠오른 상상. 과연 그의 상상은 온당한 것이었을까.
“기요철씨, 당신을 상상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 진술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또한 지금부터 변호상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상상범 기요철. 그는 바로 기소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이율리씨와 화학적 교미를 상상하였다”는 죄목으로 그는 수사를 받는다. 소설은 빠르게 상상범으로 체포된 기요철의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뻗어나간다. 상상을 금지하는 세계에서의 완고한 법질서를 두고 논리적인 진실공방이 벌어진다. 상상이 과연 범죄의 요소에 성립되는지에 대해 사회적이고 법적인 논리. 요철은 재판정에 섰고 판결을 받는다. 벌금 150만 우라(돈의 단위)와 징역 6개월, 2년간의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상상금지교육 400시간. 그는 이런 상황이 비현실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로텍이라는 곳에서 보면 그는 비정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매우 순수한 동시에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인간이 상상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요!”
―본문 중에서
이 판결은 정당한가. 아니 상상을 금지하는 법의 존립이 정당한 것이었을까. 혹시 체제를 구성하는 어떤 트릭에 속아넘어가 자신이 걸려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깨닫는다. “체포-수사-재판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드러내기 위한 리얼리티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 그는 배우답게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의 리얼리티가 아닌 연극의 리얼리티라 생각한다. 대본도 없이 단순한 설정과 기본 뼈대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오로지 배우들이 끌고 가야 하는 연극. 즉흥극 말이다. 법의 판결 앞에 그의 상황인지는 그런 식으로 둔갑되어지고 이제부터 요철은 상상금지법을 주제로 한 연극의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환상을 역이용한 거대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체제유지를 위해 또는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요철의 상상을 이용하여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그를 밀어넣는 계책을 세우려 한다.
상상을 넘어 파상으로
상상은 자유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상상은 자유다. 그런데 권리가 그리는(이끄는) 곳에서는 당연히 여겨지는 그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 인간에게 상상은 자유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에서 모든 사람의 상상은 금지된다. 달리 보면 자유를 억압한다는 말과 상통할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디스토피아를 그렸었다. 어두운 전망이 난무했고 그 속에 기거하는 초라한 인간상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한 미래로 보지 못한다. 지금여기의 절망을 거울삼아 미래를 비춰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펼쳐진 세계는 대부분 ‘보편’이 아닌 ‘특수’가 소재가 되곤 했다. 그렇다면 이《상상범》에서의 ‘특수’는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겠다. 그건 아마도 일반적인 ‘보편’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는 ‘파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상상 하는 자 모두가 유죄가 되는 상상 그 이상현실 말이다. 자 이제 파상하려 꿈틀거리는 권리만의 소설 안으로 들어가보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 : 권리
1979년 서울 출생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서 「홍길동」이란 별명이 있다. 필명인 권리는 부모님의 성을 한 글자씩 딴 것이다. 최민식과 홍명보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별명만큼이나 목소리나 성격도 남자다운 편이다. 이화여자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늘 문학청년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혼자 갖가지 공상을 즐겨했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 때 시험공부보다는 채팅으로 날밤 새기 일쑤였다. 졸업 후 당나귀처럼 외국을 돌아다니다가 돈을 몽땅 날린 뒤 울면서 귀국했다. 방송국에서 작가 생활을 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백수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소설가로 살겠다고 선언한 뒤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2004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싸이코가 뜬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 『눈 오는 아프리카』, 『암보스 문도스』가 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45개국을 여행했으며 앞으로 방문해 보고 싶은 나라는 북한이다.
▣ 주요 목차
1부 - 9
2부 - 69
3부 - 139
4부 - 207
작가의 말 -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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