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내셔널 아카이브,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내셔널 아카이브의 정식 명칭은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다. 장소를 나타내는 ‘국가 기록 보관소들(NationalArchives)’과 업무 내용을 표현한 ‘기록물 관리(Records Administration)’라는 두 개념을 합친 말로, 곧이곧대로 옮기면 ‘국가 기록물 보관 및 관리소’라는 뜻이다.
NARA에는 아카이브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35년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아카이브 I’과 1994년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에 설립된 ‘아카이브 II’가 본부 구실을 하고,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모아 놓은 열세 곳의 ‘대통령 도서관’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으며, 연방정부의 행정문서를 모아 놓은 ‘연방기록물센터(FRC, Federal Records Centers)’도 미 전역 열일곱 곳에 흩어져 있다. 크게 보아 내셔널 아카이브라는 한 지붕 밑에 세 식구가 동거를 하는 셈이다. 아카이브라는 낱말에 복수형을 쓴 것은 이 때문이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서고에는 90억 장에 가까운 문서가 들어차 있다. 문서만이 아니다. 1900만 장의 사진과 640장의 지도, 총 36만 릴(reel)에 달하는 마이크로필름, 11만 개가 넘는 비디오테이프……. 게다가 이 또한 어림잡은 추산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400개가 넘는 연방정부 기관이 하루에 억 단위의 문서를 생산해 내고 있고, 아카이브 문서고에는 아직 뜯어보지도 못한 문서 상자 속에 2억 장 가량 되는 문서가 남아 있다. 아카이브 II에 걸린 현판처럼 내셔널 아카이브는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A Prologue for America)”이다.
국가 기록의 기본 ― 기록, 보관, 공개
내셔널 아카이브는 어디까지 기록할 수 있고, 어떤 것까지 보관하며, 얼마만큼이나 공개하는지를 보여 준다. 미국의 국가 기록 시스템은 이렇게 세 개의 기둥 위에 서 있다. 기록과 보관, 공개가 바로 그것이다. 기록의 시작은 적어 놓는 것이다. 써 놓지 않으면 기록은 없다. 잘한 일뿐 아니라 잘못한 일도 적어야 한다. 써 놓은 것은 보관해야 한다. 보관되지 않은 자료는 기록물이 될 뻔했으나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지 못한 폐기물일 뿐이다. 보관해 둔 것은 다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행여 남이 볼 새라 창고 속에 숨겨 놓기만 하는 것은 기록물이 아니라 장물이다. 써서, 남겼다가, 보여 주는 것. 이것이 기록이다.
세계 질서의 슈퍼 파워이자 세계 경찰 노릇을 자처하는 미국은 비밀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는 체제다. 문서의 비밀 지정은 1급 비밀(Top Secret), 2급 비밀(Secret), 3급 비밀(Confidential) 이렇게 세 가지지로 되어 있다. 일단 비밀 지정된(classified) 문서가 비밀 해제(declassified)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규정상 일정 기간(25년)이 되어 자동으로 비밀 해제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해제 여부를 검토한 후 해제시키는 것이다. 비밀 해제냐 아니냐 하는 기준은 결국 한 가지, 국가 안보다. 행정 편의주의와 정부 비밀주의는 어느 나라든 예외 없이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국가 기록의 진짜 소유주가 국민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은 어느 국가 못지않게 정보 공개에 저만큼 앞서 가는 체제다. 알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늘 떳떳하고 당당하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턱도 낮다. 국립 문서고라고 해서 현관에 묵중한 철문이 달려 있는 요새 같은 곳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비밀스러운 곳도, 범접하기 어려운 곳도 아니다. 공공 도서관 가듯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는 곳이다. 미국인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아카이브를 찾아와 문서를 뒤진다. 아카이브 또한 기록물 열람에 관한 한 외국인과 자국민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의 역사
내셔널 아카이브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에 관해 기록한 문서가 쌓여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을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풀어 갈 수 없다. 이 책은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찾은 한국 관련 문서 59건을 소개한다. 한국전쟁과 그 이전 또는 그 이후를 기록한 문서들이다. 문서 사진과 함께 각 문서마다 짤막한 설명문도 곁들였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서 색인도 영문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 출처 정보만 있으면 누구든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문서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
내셔널 아카이브는 군사, 외교, 정치 분야의 문서만 문서 대접을 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이 책은 이승만, 조봉암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는 문서도 소개하지만, 28세 농사꾼 아낙의 조선인민군 입대 청원서라든가, 어느 인민군 병사의 낡은 사진첩을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인들은 전쟁이 기록 싸움이라는 것을, 기록의 싸움이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뽑은 문서들은 미국이 한국의 어느 구석까지 기록하고 있고, 어떤 문서까지 보관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이나 공개해 놓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본보기가 될 만한 것들이다.
저자 이흥환은 “기록을 이렇게까지 하는 나라도 있구나, 기록을 이렇게 대접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걸 기록이라고 하는구나 ─ 뼈저리게 느낀 것들을 한 번쯤은 꼭 써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보를 기록하지도 않고 보관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고 꽁꽁 붙들고 있는 정부, 그리고 안보? 군사? 외교 정책이나 역사적인 주요 사건의 내막을 기록해 놓은 ‘큰 문서’만 대접하고 시민들의 생활상이 드러나는 ‘작은 문서’는 외면하는 연구자들……. 이 책이 기록에 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작은 변화를 주길 기대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흥환
미국 워싱턴 KISON의 선임편집위원이다. 지은 책으로『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2012),『미국 비밀 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 35장면』(2002),『부시 행정부와 북한』(2002),『구술 한국 현대사』(1986)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내셔널 아카이브
대통령 욕조를 증명한 한 장의 문서
‘큰’ 문서 ‘작은’ 문서
내셔널 아카이브라는 이름의 문서 창고
720만 달러짜리 ‘알래스카’ 수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문서 15억 장
대통령을 듣는다 - 밀러 센터의 녹취록
대통령 집무실의 비밀 녹음 장치
아카이브 II - 아무나, 언제나, 원하는 대로
공개된 문서 90억 장, 열어 보지도 못한 문서 2억 장
24미터 지하의 석회암 문서고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전자기록물 아카이브(ERA)의 탄생
이젠 디지털, 그러나 앞으로 1800년 더
비밀문서 수거 통지문 - 어느 사학자의 항의
감쪽같이 사라진‘클린턴 하드 드라이브’
국가안보보좌관, 문서를 훔치다
2. 숫자로 읽는 NARA 80년사
루스벨트가 승리한 해, 1934년
1921년, 의회로 이사 간 독립선언서
1200만 달러짜리 건물
100일 목록에는 없었다
첫 입고 문서 1억 7640만 장
역사의 신전(神殿)에 입주한 265명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700번지의 방탄 기지
30년 전 문서도 참전
셋방살이 시작, 1949년
불길에 휩싸인 문서 2200만 장
NARA의 독립기념일은 1985년 4월 1일
5만 평짜리 새 집 - 아카이브 II
30억 장에 도전하다
검색 목록, 아직은 65퍼센트
3. 백악관 문서의 정권 교체 - 대통령 도서관 이야기
백악관 만찬 메뉴
정권 교체, 백악관 문서 이관으로 시작
내 돈으로 짓고, 관리는 정부가 - 대통령 도서관의 탄생
트루먼 - 도서관 복도에서 만난 대통령
후버 연구소에서 후버 도서관으로
케네디 - 주인 잃은 문서들
존슨 “이관 작업은 밤 아홉 시 이후에만”
닉슨 “내 문서는 내가 가져간다”
포드 - 퇴임 하루 전의 마지막 문서 트럭
레이건 파일, 처음 비행기를 타다
아버지 부시 - 걸프전의 용사들이 문서를 나르다
클린턴의 신기록 행진
열세 개 도서관, 문서 4억 장
예우 보관 - 한 시간 안에 찾아 드립니다
대통령을 역사 속으로 호위해 가다
4. NARA의 한국 문서 - ‘X파일’은 없다
미 비밀문서, 흔한 오해 다섯 가지
비밀의 3등급 - 1급 비밀과 극비
전문(電文)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 - ‘화급’과 ‘긴급’의 차이
문서의 배포 통제 -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CIA가 문서를 도로 다 가져갔다?
내 자식 먹을 쌀, 쥐새끼가 다 먹는다
노획 문서 - 독일식, 일본식, 한국식
5. 이런 문서들 ① - 노획 북한 문서
시인 고은이 다녔던 군산중학교의 학생 수
미룡인민학교에 태극기는 없었다
김일성 수상께서 보내는 선물이오니
김일성 위원장 전화번호 2268번
박헌영 외무성 ‘리발사’ 채용하고 ‘타자원’ 해고
외무성 조약부 첫 업무 조미통상조약 연구
인민위원회 외무국의 극비(極秘) 중국 관계 자료집
‘근로 인민의 가정 부인’ 김달네의 조선인민군 입대 청원서
조소문화협회 지시문, ‘회원 동태 정확히 장악하라’
최고인민회의의 첫 ‘만장일치’ 회의록
극비 공격 명령서, ‘땅크로 왜관을 해방시키고’
인민군 려행증명서 ‘부친 위독으로 인하야……’
‘근로자의 자식’이 쓴 로동당 입당 청원서
‘적탄에 맞아 신체가 머리밖에 남아 있지 않음’
부천군 소래면 몰수 토지 조사서
도시 빈민에 대한 식량 배급의 건
소래면 인원 동원 ‘1인당 백미 4.5홉 대우’
포마(砲馬) · 차마(車馬) · 승마(乘馬), 병든 말[病馬]의 전쟁
내무성 지령서 ‘남반부 내무부장들에게’
‘아들 장가보낸 집’, ‘구루마 고친 집’의 식량 사정
‘사람’이 찍힌, 어느 인민군의 ‘알루빰’
제715군부대 문화부의 ‘모란봉 지령’
남한 ㄷ시 반동분자 및 월남자 명단
죠-냐, 너는 고흔 처녀 사랑스럽더라
6. 이런 문서들 ② - 미국이 쓴 한국전쟁
남한 진주 12일째, 하지가 분석한 ‘한국 상황’
전쟁 15개월 전, 국가안보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서
6월 23일 합참 보고서, ‘한국, 전략적 가치 없다’
맥아더가 남침을 보고받은 시각, 09:25
개전 닷새째, 모스크바의 미 무관 ‘소련, 북한 잃을 것’ 보고
미 해병대의 낙동강 전선 ‘살인자 작전’ 첫 전투 인터뷰
미 합참 ‘원자탄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맥아더 ‘평양 사수 불가, 서울로 후퇴’
맥아더 해임을 통고한 1급 비밀 전문
정전협정 2개월 전, 미국의 여섯 가지 선택지
덜레스 ‘이승만이 우리 등 뒤에서……’
무초와 이승만의 정전협정 신경전
극동군 사령부 G-2가 분석한 북한의 남침 가능성과 공격 시점
미 해병대원들의 ‘냄비 흥정’
심리전 전단 살포 작전 ‘물라(MOOLAH)’
전남 형제도 조기 어장 폭격 사건
탄약 부족? ‘쏘고 싶을 때 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미 정보 보고서, 지리산의 빨치산 한 자릿수까지 파악
주한 미 대사관 ‘독도 분쟁에 끼어들면 안 된다’
6월 25일 새벽 38선을 넘어 남진했던 인민군 포로 심문서
병사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던 18세 중공군 포로
7. 이런 문서들 ③ - 문서가 남긴 이야기들
주한 미 영사가 기록한 1960년 4월 19일
와세다 대학의 한국 청년 게오르그 김
아펜젤러와 미 군사정보처
‘국회의원 사찰’ 극비 지시서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 미 군사정보국이 분석한 한국, 한국인
미 공보처, 한국의 다방(茶房)을 들여다보다
‘한국의 모세’를 자처했던 사람 - CIA의 이승만 분석
조봉암 사형 직후, 미 대사관 비망록
인민군 포로들의 ‘통조림 상표’ 항의문
밴 플리트, ‘전쟁포로 해외 철수’ 건의
중공군 반공포로 석방 - 이승만의 산술과 미국의 계산
미 육참, ‘한반도 비무장화’ 검토
딘 소장의 평양 생활 - 이규현의 진술
군수품 7만 5000톤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려면
내셔널 아카이브,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내셔널 아카이브의 정식 명칭은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다. 장소를 나타내는 ‘국가 기록 보관소들(NationalArchives)’과 업무 내용을 표현한 ‘기록물 관리(Records Administration)’라는 두 개념을 합친 말로, 곧이곧대로 옮기면 ‘국가 기록물 보관 및 관리소’라는 뜻이다.
NARA에는 아카이브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35년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아카이브 I’과 1994년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에 설립된 ‘아카이브 II’가 본부 구실을 하고,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모아 놓은 열세 곳의 ‘대통령 도서관’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으며, 연방정부의 행정문서를 모아 놓은 ‘연방기록물센터(FRC, Federal Records Centers)’도 미 전역 열일곱 곳에 흩어져 있다. 크게 보아 내셔널 아카이브라는 한 지붕 밑에 세 식구가 동거를 하는 셈이다. 아카이브라는 낱말에 복수형을 쓴 것은 이 때문이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서고에는 90억 장에 가까운 문서가 들어차 있다. 문서만이 아니다. 1900만 장의 사진과 640장의 지도, 총 36만 릴(reel)에 달하는 마이크로필름, 11만 개가 넘는 비디오테이프……. 게다가 이 또한 어림잡은 추산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400개가 넘는 연방정부 기관이 하루에 억 단위의 문서를 생산해 내고 있고, 아카이브 문서고에는 아직 뜯어보지도 못한 문서 상자 속에 2억 장 가량 되는 문서가 남아 있다. 아카이브 II에 걸린 현판처럼 내셔널 아카이브는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A Prologue for America)”이다.
국가 기록의 기본 ― 기록, 보관, 공개
내셔널 아카이브는 어디까지 기록할 수 있고, 어떤 것까지 보관하며, 얼마만큼이나 공개하는지를 보여 준다. 미국의 국가 기록 시스템은 이렇게 세 개의 기둥 위에 서 있다. 기록과 보관, 공개가 바로 그것이다. 기록의 시작은 적어 놓는 것이다. 써 놓지 않으면 기록은 없다. 잘한 일뿐 아니라 잘못한 일도 적어야 한다. 써 놓은 것은 보관해야 한다. 보관되지 않은 자료는 기록물이 될 뻔했으나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지 못한 폐기물일 뿐이다. 보관해 둔 것은 다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행여 남이 볼 새라 창고 속에 숨겨 놓기만 하는 것은 기록물이 아니라 장물이다. 써서, 남겼다가, 보여 주는 것. 이것이 기록이다.
세계 질서의 슈퍼 파워이자 세계 경찰 노릇을 자처하는 미국은 비밀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는 체제다. 문서의 비밀 지정은 1급 비밀(Top Secret), 2급 비밀(Secret), 3급 비밀(Confidential) 이렇게 세 가지지로 되어 있다. 일단 비밀 지정된(classified) 문서가 비밀 해제(declassified)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규정상 일정 기간(25년)이 되어 자동으로 비밀 해제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해제 여부를 검토한 후 해제시키는 것이다. 비밀 해제냐 아니냐 하는 기준은 결국 한 가지, 국가 안보다. 행정 편의주의와 정부 비밀주의는 어느 나라든 예외 없이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국가 기록의 진짜 소유주가 국민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은 어느 국가 못지않게 정보 공개에 저만큼 앞서 가는 체제다. 알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늘 떳떳하고 당당하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턱도 낮다. 국립 문서고라고 해서 현관에 묵중한 철문이 달려 있는 요새 같은 곳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비밀스러운 곳도, 범접하기 어려운 곳도 아니다. 공공 도서관 가듯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는 곳이다. 미국인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아카이브를 찾아와 문서를 뒤진다. 아카이브 또한 기록물 열람에 관한 한 외국인과 자국민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의 역사
내셔널 아카이브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에 관해 기록한 문서가 쌓여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을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풀어 갈 수 없다. 이 책은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찾은 한국 관련 문서 59건을 소개한다. 한국전쟁과 그 이전 또는 그 이후를 기록한 문서들이다. 문서 사진과 함께 각 문서마다 짤막한 설명문도 곁들였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문서 색인도 영문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 출처 정보만 있으면 누구든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문서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
내셔널 아카이브는 군사, 외교, 정치 분야의 문서만 문서 대접을 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이 책은 이승만, 조봉암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는 문서도 소개하지만, 28세 농사꾼 아낙의 조선인민군 입대 청원서라든가, 어느 인민군 병사의 낡은 사진첩을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인들은 전쟁이 기록 싸움이라는 것을, 기록의 싸움이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뽑은 문서들은 미국이 한국의 어느 구석까지 기록하고 있고, 어떤 문서까지 보관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이나 공개해 놓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본보기가 될 만한 것들이다.
저자 이흥환은 “기록을 이렇게까지 하는 나라도 있구나, 기록을 이렇게 대접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걸 기록이라고 하는구나 ─ 뼈저리게 느낀 것들을 한 번쯤은 꼭 써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보를 기록하지도 않고 보관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고 꽁꽁 붙들고 있는 정부, 그리고 안보? 군사? 외교 정책이나 역사적인 주요 사건의 내막을 기록해 놓은 ‘큰 문서’만 대접하고 시민들의 생활상이 드러나는 ‘작은 문서’는 외면하는 연구자들……. 이 책이 기록에 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작은 변화를 주길 기대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흥환
미국 워싱턴 KISON의 선임편집위원이다. 지은 책으로『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2012),『미국 비밀 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 35장면』(2002),『부시 행정부와 북한』(2002),『구술 한국 현대사』(1986)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내셔널 아카이브
대통령 욕조를 증명한 한 장의 문서
‘큰’ 문서 ‘작은’ 문서
내셔널 아카이브라는 이름의 문서 창고
720만 달러짜리 ‘알래스카’ 수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문서 15억 장
대통령을 듣는다 - 밀러 센터의 녹취록
대통령 집무실의 비밀 녹음 장치
아카이브 II - 아무나, 언제나, 원하는 대로
공개된 문서 90억 장, 열어 보지도 못한 문서 2억 장
24미터 지하의 석회암 문서고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전자기록물 아카이브(ERA)의 탄생
이젠 디지털, 그러나 앞으로 1800년 더
비밀문서 수거 통지문 - 어느 사학자의 항의
감쪽같이 사라진‘클린턴 하드 드라이브’
국가안보보좌관, 문서를 훔치다
2. 숫자로 읽는 NARA 80년사
루스벨트가 승리한 해, 1934년
1921년, 의회로 이사 간 독립선언서
1200만 달러짜리 건물
100일 목록에는 없었다
첫 입고 문서 1억 7640만 장
역사의 신전(神殿)에 입주한 265명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700번지의 방탄 기지
30년 전 문서도 참전
셋방살이 시작, 1949년
불길에 휩싸인 문서 2200만 장
NARA의 독립기념일은 1985년 4월 1일
5만 평짜리 새 집 - 아카이브 II
30억 장에 도전하다
검색 목록, 아직은 65퍼센트
3. 백악관 문서의 정권 교체 - 대통령 도서관 이야기
백악관 만찬 메뉴
정권 교체, 백악관 문서 이관으로 시작
내 돈으로 짓고, 관리는 정부가 - 대통령 도서관의 탄생
트루먼 - 도서관 복도에서 만난 대통령
후버 연구소에서 후버 도서관으로
케네디 - 주인 잃은 문서들
존슨 “이관 작업은 밤 아홉 시 이후에만”
닉슨 “내 문서는 내가 가져간다”
포드 - 퇴임 하루 전의 마지막 문서 트럭
레이건 파일, 처음 비행기를 타다
아버지 부시 - 걸프전의 용사들이 문서를 나르다
클린턴의 신기록 행진
열세 개 도서관, 문서 4억 장
예우 보관 - 한 시간 안에 찾아 드립니다
대통령을 역사 속으로 호위해 가다
4. NARA의 한국 문서 - ‘X파일’은 없다
미 비밀문서, 흔한 오해 다섯 가지
비밀의 3등급 - 1급 비밀과 극비
전문(電文)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 - ‘화급’과 ‘긴급’의 차이
문서의 배포 통제 -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CIA가 문서를 도로 다 가져갔다?
내 자식 먹을 쌀, 쥐새끼가 다 먹는다
노획 문서 - 독일식, 일본식, 한국식
5. 이런 문서들 ① - 노획 북한 문서
시인 고은이 다녔던 군산중학교의 학생 수
미룡인민학교에 태극기는 없었다
김일성 수상께서 보내는 선물이오니
김일성 위원장 전화번호 2268번
박헌영 외무성 ‘리발사’ 채용하고 ‘타자원’ 해고
외무성 조약부 첫 업무 조미통상조약 연구
인민위원회 외무국의 극비(極秘) 중국 관계 자료집
‘근로 인민의 가정 부인’ 김달네의 조선인민군 입대 청원서
조소문화협회 지시문, ‘회원 동태 정확히 장악하라’
최고인민회의의 첫 ‘만장일치’ 회의록
극비 공격 명령서, ‘땅크로 왜관을 해방시키고’
인민군 려행증명서 ‘부친 위독으로 인하야……’
‘근로자의 자식’이 쓴 로동당 입당 청원서
‘적탄에 맞아 신체가 머리밖에 남아 있지 않음’
부천군 소래면 몰수 토지 조사서
도시 빈민에 대한 식량 배급의 건
소래면 인원 동원 ‘1인당 백미 4.5홉 대우’
포마(砲馬) · 차마(車馬) · 승마(乘馬), 병든 말[病馬]의 전쟁
내무성 지령서 ‘남반부 내무부장들에게’
‘아들 장가보낸 집’, ‘구루마 고친 집’의 식량 사정
‘사람’이 찍힌, 어느 인민군의 ‘알루빰’
제715군부대 문화부의 ‘모란봉 지령’
남한 ㄷ시 반동분자 및 월남자 명단
죠-냐, 너는 고흔 처녀 사랑스럽더라
6. 이런 문서들 ② - 미국이 쓴 한국전쟁
남한 진주 12일째, 하지가 분석한 ‘한국 상황’
전쟁 15개월 전, 국가안보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서
6월 23일 합참 보고서, ‘한국, 전략적 가치 없다’
맥아더가 남침을 보고받은 시각, 09:25
개전 닷새째, 모스크바의 미 무관 ‘소련, 북한 잃을 것’ 보고
미 해병대의 낙동강 전선 ‘살인자 작전’ 첫 전투 인터뷰
미 합참 ‘원자탄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맥아더 ‘평양 사수 불가, 서울로 후퇴’
맥아더 해임을 통고한 1급 비밀 전문
정전협정 2개월 전, 미국의 여섯 가지 선택지
덜레스 ‘이승만이 우리 등 뒤에서……’
무초와 이승만의 정전협정 신경전
극동군 사령부 G-2가 분석한 북한의 남침 가능성과 공격 시점
미 해병대원들의 ‘냄비 흥정’
심리전 전단 살포 작전 ‘물라(MOOLAH)’
전남 형제도 조기 어장 폭격 사건
탄약 부족? ‘쏘고 싶을 때 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미 정보 보고서, 지리산의 빨치산 한 자릿수까지 파악
주한 미 대사관 ‘독도 분쟁에 끼어들면 안 된다’
6월 25일 새벽 38선을 넘어 남진했던 인민군 포로 심문서
병사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던 18세 중공군 포로
7. 이런 문서들 ③ - 문서가 남긴 이야기들
주한 미 영사가 기록한 1960년 4월 19일
와세다 대학의 한국 청년 게오르그 김
아펜젤러와 미 군사정보처
‘국회의원 사찰’ 극비 지시서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 미 군사정보국이 분석한 한국, 한국인
미 공보처, 한국의 다방(茶房)을 들여다보다
‘한국의 모세’를 자처했던 사람 - CIA의 이승만 분석
조봉암 사형 직후, 미 대사관 비망록
인민군 포로들의 ‘통조림 상표’ 항의문
밴 플리트, ‘전쟁포로 해외 철수’ 건의
중공군 반공포로 석방 - 이승만의 산술과 미국의 계산
미 육참, ‘한반도 비무장화’ 검토
딘 소장의 평양 생활 - 이규현의 진술
군수품 7만 5000톤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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