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삶은 죽음보다 더한 악몽!”
이 시대 진정한 거장 코맥 매카시가 그려내는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
뉴욕의 흑인 게토에 자리잡은 허름한 공동주택. 두 중년 남자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있다. 덩치가 큰 흑인 남자와 운동복 차림의 백인 남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날 아침 백인 남자는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마침 출근을 하려고 플랫폼에 서 있던 흑인 남자가 백인 남자를 구해냈다. 그리고 둘은 지금 흑인의 아파트에 와 있다. “그래 교수 선생, 내가 선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흑인이 묻자, 백인이 답한다. “왜 댁이 뭔가를 해야 하는 겁니까?”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코맥 매카시, 또 한번 인류의 운명을 이야기하다!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 시대 최고의 거장 코맥 매카시.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어김없이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고,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면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이 앞다투어 출연하려 한다. 그는 명실공히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런 그가 ‘극 형식’을 취해 야심차게 집필한 소설이 바로 『선셋 리미티드』. 이 소설은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로드』의 형제와도 같은 작품이다. 매카시는 서사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두 작품 『로드』와 『선셋 리미티드』를 통해 소설 구성에 있어서 큰 실험을 감행한 동시에 인간의 운명이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호평 받은 『선셋 리미티드』는 출간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2011년에는 코맥 매카시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토미 리 존스의 연출로 HBO 채널에서 드라마영화로 제작되었다. 주연 캐스팅도 화제였는데, 연출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백인 역할을 겸했고 새뮤얼 L. 잭슨이 흑인으로 분했다. 코맥 매카시는 열정적인 배우이자 연출자인 토미 리 존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이 영화 제작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매카시는 주인공 두 명과 스크립터만이 참여한 촬영 현장에 같이 있던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몇 주간 두 배우와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작품을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각 구절의 의미를 분석해, 연출가인 토미 리 존스가 영화 제작에 맞게 장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외에도 매카시는 『선셋 리미티드』 영화 제작에 필요한 조언과 의견을 아끼지 않았고, 이례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참여했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 중 한 명인 백인이 자살하려고 뛰어든 열차 ‘선셋 리미티드’는 원래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올리언스를 오가는 열차이다. 소설 속에서는 뉴욕을 지나는 급행 통근열차로 설정되어 있는데, 굳이 열차의 경로를 바꾸면서까지 ‘선셋 리미티드’라는 단어를 가져온 이유는 ‘ride off into the sunset’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함의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석양을 향해 사라지는 장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선셋 리미티드를 탄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어둠을 갈망합니다. 죽음을 달라고 기도해요. 진짜 죽음을.”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그날 목숨을 버리려 했던 백인은 대학교수다. 그가 자살하려 하는 건 자신이 믿었던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그는 “문화적인 것. 책과 음악과 예술. 뭐 그런 것들”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를테면 서구문명의 도덕적 타락(히틀러와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그의 믿음을, 그의 삶을 지탱하던 힘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만 성경을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고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았고, 이렇다 할 친구도 한 명 없다. 그런 그가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포기하는 것’. 그는 영원한 생명이나 언제까지고 계속될 내세가 없는 완전한 죽음, 진짜 끝을 갈망한다.
“생각에 신의 향기가 배어 있지 않으면 나는 관심이 없어.”
한편 흑인은 자신이 역에서 백인을 구하게 된 것을 신의 계시라 여긴다. 백인의 영혼을 구원하라는 하느님의 계시. 그래서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백인을 어떻게든 설득하려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서. 흑인은 살인죄로 교도소에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신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그는 모든 일에는 신의 뜻과 계획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치는 인생이라는 것은 꽤 살 만한 것이다. 흑인에게 있어 공동체와의 유대는 곧 구원이다.
이것은 방안의 두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방, 그 무대는 바로 이 세계다. _코맥 매카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공간에 단 두 명의 인물만 등장한다. 흑인과 백인, 이 두 인물은 흡사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뭇 진지하지만 어딘가 겉돌고 반복되는 대화 때문이다. 실제로 코맥 매카시의 전작 『로드』나 『국경을 넘어』 등의 작품에서 사뮈엘 베케트를 연상시키는 허무주의와 단순하고 간결한 미학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선셋 리미티드』의 경우에는 베케트 특유의 희비극적인 아이러니도 종종 포착되어 더욱 베케트적이라 할 수 있다. 백인이 나가겠다며 의자에 걸쳐놓은 상의에 두 팔을 동시에 집어넣는 장면이나, 흑인이 암산 시범을 보이는 대목, 열차에 뛰어든 어떤 사람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어주는 장면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대목에서 보이는 말장난 같은 것들에서 독자들은 키득거리며 웃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흑인과 백인은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재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모든 사람과 분리된 채 오직 죽음으로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백인은 개별성과 고독의 상징인 아폴론적인 인물로, 공동체와의 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음식과 음악을 즐기는 흑인은 디오니소스적인 인물로, 살아온 환경, 가치관, 인종과 생김새까지 모든 면에서 상반되는 두 인물은 양 극단에 서서 팽팽하게 서로 대립하며 독자들을 계속 긴장하게 한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코맥 매카시는『선셋 리미티드』라는 작품에 철학적 무게와 깊이를 더할 뿐 아니라, 이 작품이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 공통의 오래된 고민에 대한 토론으로 확대되도록 이끈다. 자살하려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로, 삶과 죽음에서 다시 빛과 어둠으로, 행복과 고통으로, 환상과 현실로, 유신론과 무신론으로, 질문과 의심으로. 생을 떠나지 않는 한 결코 떨쳐버릴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로. 또한 매카시가 만든 훌륭한 대화는 두 인물의 반대되는 가치관을 대변하는 단호한 표현들 사이에서 기품 있게 균형을 잡으며 어느 한쪽의 철학적 입장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사색적인 두 인물의 내면에서 발생한 논쟁의 장면들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흑인과 백인이라는 대조적인 인물을 내세운, 자칫 평면적인 이야기에 그칠 수 있는 단순하고 고전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아주 적절한 수준의 철학적 높이에서 날아오른다. 삶이라는 오랜 여정을 통해 인생은 고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수많은 독자들은 백인의 절망에 깊이 공감하는 한편 흑인이 품는 희망에도 의지적으로 동조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문학이라는 것,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열망은 코맥 매카시가 작가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삶에서 부여하는 가치들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인상을 주며 독자들을 매혹한다. 삶도 죽음도 너무나 쉽게 객체화되는 시끄럽고 분주한 세상 속에서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 있는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동행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죽음을 축하하는 시! _뉴욕 타임스
다른 무엇도 아닌 ‘언어’로 빚어낸 이야기. 그 언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두 인물. 이 작품을 만난 것은 정말로 근사한 일이다. _토미 리 존스(영화배우)
매카시는 그가 존경하는 다른 작가들-멜빌, 도스토옙스키, 포크너-처럼 다른 어떤 책들보다 더 깊고 굉장한 작품들을 쓰고 있다. 이런 작가들은 자진해서 신과 싸움을 벌인다. _워싱턴 포스트
보기 드물게 재기 발랄하고 예술적인 긴장으로 가득한 작품. 아름다운 기교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유하게 한다. 우리 시대 가장 통찰력 있는 작가의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_굿 리드
『선셋 리미티드』의 주제와 분위기는 매카시의 대표작『로드』의 그것과 닮았다. 두 작품은 공공연히, 모든 것은 엉망이고 그 무엇도 얻으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_텔레그래프
명망 높은 소설가의 찬란한 작품! 눈이 부시다! 놀랍도록 인상적이고, 강렬하고, 흥미진진하다! _시카고 트리뷴
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핏빛 자오선』이나『모두 다 예쁜 말들』의 화려함보다는『로드』에서 철저히 의도했던 결핍에 가깝다. 성경의 메아리와 고딕적이면서도 미국적인 요소가 사뮈엘 베케트를 비롯한 모더니스트 극작가의 메아리와 한데 어우러졌다. _뉴욕 타임스 텔레비전 리뷰
▣ 작가 소개
저 : 코맥 매카시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19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고,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서 인문학을 전공으로 삼았고 공군에서 4년 동안 복무를 했다. 시카고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과수원지기(The Orchard Keeper)』(1965)를 썼고 이 작품으로 포크너상을 받았다. 『바깥의 어둠(Outer Dark)』(1968)과 『신의 아들(Child of God)』(1974)로 평단의 주목을 받다가 『서트리(Suttree)』(1978)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1976년 텍사스 주 엘패소로 이주했다.
1985년에 발표한 『피의 자오선(Blood Meridian)』은, 남부를 배경으로 한 초기의 고딕풍 소설에서 묵시록적 분위기가 배어 있는 서부 장르 소설로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수작이자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국경 삼부작으로 잘 알려진 『모두 다 예쁜 말들(All the Pretty Horses)』(1992)과 『국경을 넘어(The Crossing)』(1994), 『평원의 도시들(Cities of the Plain)』(1998)은 서부 장르 소설을 대중 오락물에서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매카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모든 다 예쁜 말들』은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과 미국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을 받았다.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드(The Road)』(2006)는 그에게 퓰리쳐상을 안겼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이 책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카운슬러』는 매카시가 쓴 첫 번째 시나리오로, 리들리 스콤 감독이 2013년에 영화화했다.
역 : 정영목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제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역서로는 『사람과 상징』,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불안』,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감성과 이성』, 『마르크스』, 『신의 가면 III:서양신화』,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스처 라이프』, 『도시의 과학자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돌뗏목』, 『흉내』, 『펠리컨 브리프』, 『쥬라기 공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호치민 평전』,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죽음의 중지』, 『로드』, 『서재 결혼시키기』, 『책도둑』, 『메신저』,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에브리맨』,『포트노이의 불평』,『미국의 목가 1, 2』,『척하는 삶』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선셋 리미티드...7
옮긴이의 말...141
“삶은 죽음보다 더한 악몽!”
이 시대 진정한 거장 코맥 매카시가 그려내는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
뉴욕의 흑인 게토에 자리잡은 허름한 공동주택. 두 중년 남자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있다. 덩치가 큰 흑인 남자와 운동복 차림의 백인 남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날 아침 백인 남자는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마침 출근을 하려고 플랫폼에 서 있던 흑인 남자가 백인 남자를 구해냈다. 그리고 둘은 지금 흑인의 아파트에 와 있다. “그래 교수 선생, 내가 선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흑인이 묻자, 백인이 답한다. “왜 댁이 뭔가를 해야 하는 겁니까?”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코맥 매카시, 또 한번 인류의 운명을 이야기하다!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 시대 최고의 거장 코맥 매카시.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어김없이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고,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면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이 앞다투어 출연하려 한다. 그는 명실공히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런 그가 ‘극 형식’을 취해 야심차게 집필한 소설이 바로 『선셋 리미티드』. 이 소설은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로드』의 형제와도 같은 작품이다. 매카시는 서사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두 작품 『로드』와 『선셋 리미티드』를 통해 소설 구성에 있어서 큰 실험을 감행한 동시에 인간의 운명이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호평 받은 『선셋 리미티드』는 출간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2011년에는 코맥 매카시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토미 리 존스의 연출로 HBO 채널에서 드라마영화로 제작되었다. 주연 캐스팅도 화제였는데, 연출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백인 역할을 겸했고 새뮤얼 L. 잭슨이 흑인으로 분했다. 코맥 매카시는 열정적인 배우이자 연출자인 토미 리 존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이 영화 제작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매카시는 주인공 두 명과 스크립터만이 참여한 촬영 현장에 같이 있던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몇 주간 두 배우와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작품을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각 구절의 의미를 분석해, 연출가인 토미 리 존스가 영화 제작에 맞게 장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외에도 매카시는 『선셋 리미티드』 영화 제작에 필요한 조언과 의견을 아끼지 않았고, 이례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참여했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 중 한 명인 백인이 자살하려고 뛰어든 열차 ‘선셋 리미티드’는 원래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올리언스를 오가는 열차이다. 소설 속에서는 뉴욕을 지나는 급행 통근열차로 설정되어 있는데, 굳이 열차의 경로를 바꾸면서까지 ‘선셋 리미티드’라는 단어를 가져온 이유는 ‘ride off into the sunset’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함의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석양을 향해 사라지는 장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선셋 리미티드를 탄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어둠을 갈망합니다. 죽음을 달라고 기도해요. 진짜 죽음을.”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그날 목숨을 버리려 했던 백인은 대학교수다. 그가 자살하려 하는 건 자신이 믿었던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그는 “문화적인 것. 책과 음악과 예술. 뭐 그런 것들”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를테면 서구문명의 도덕적 타락(히틀러와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그의 믿음을, 그의 삶을 지탱하던 힘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만 성경을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고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았고, 이렇다 할 친구도 한 명 없다. 그런 그가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포기하는 것’. 그는 영원한 생명이나 언제까지고 계속될 내세가 없는 완전한 죽음, 진짜 끝을 갈망한다.
“생각에 신의 향기가 배어 있지 않으면 나는 관심이 없어.”
한편 흑인은 자신이 역에서 백인을 구하게 된 것을 신의 계시라 여긴다. 백인의 영혼을 구원하라는 하느님의 계시. 그래서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백인을 어떻게든 설득하려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서. 흑인은 살인죄로 교도소에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신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그는 모든 일에는 신의 뜻과 계획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치는 인생이라는 것은 꽤 살 만한 것이다. 흑인에게 있어 공동체와의 유대는 곧 구원이다.
이것은 방안의 두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방, 그 무대는 바로 이 세계다. _코맥 매카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공간에 단 두 명의 인물만 등장한다. 흑인과 백인, 이 두 인물은 흡사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뭇 진지하지만 어딘가 겉돌고 반복되는 대화 때문이다. 실제로 코맥 매카시의 전작 『로드』나 『국경을 넘어』 등의 작품에서 사뮈엘 베케트를 연상시키는 허무주의와 단순하고 간결한 미학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선셋 리미티드』의 경우에는 베케트 특유의 희비극적인 아이러니도 종종 포착되어 더욱 베케트적이라 할 수 있다. 백인이 나가겠다며 의자에 걸쳐놓은 상의에 두 팔을 동시에 집어넣는 장면이나, 흑인이 암산 시범을 보이는 대목, 열차에 뛰어든 어떤 사람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어주는 장면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대목에서 보이는 말장난 같은 것들에서 독자들은 키득거리며 웃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흑인과 백인은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재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모든 사람과 분리된 채 오직 죽음으로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백인은 개별성과 고독의 상징인 아폴론적인 인물로, 공동체와의 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음식과 음악을 즐기는 흑인은 디오니소스적인 인물로, 살아온 환경, 가치관, 인종과 생김새까지 모든 면에서 상반되는 두 인물은 양 극단에 서서 팽팽하게 서로 대립하며 독자들을 계속 긴장하게 한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코맥 매카시는『선셋 리미티드』라는 작품에 철학적 무게와 깊이를 더할 뿐 아니라, 이 작품이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 공통의 오래된 고민에 대한 토론으로 확대되도록 이끈다. 자살하려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로, 삶과 죽음에서 다시 빛과 어둠으로, 행복과 고통으로, 환상과 현실로, 유신론과 무신론으로, 질문과 의심으로. 생을 떠나지 않는 한 결코 떨쳐버릴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로. 또한 매카시가 만든 훌륭한 대화는 두 인물의 반대되는 가치관을 대변하는 단호한 표현들 사이에서 기품 있게 균형을 잡으며 어느 한쪽의 철학적 입장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사색적인 두 인물의 내면에서 발생한 논쟁의 장면들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흑인과 백인이라는 대조적인 인물을 내세운, 자칫 평면적인 이야기에 그칠 수 있는 단순하고 고전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아주 적절한 수준의 철학적 높이에서 날아오른다. 삶이라는 오랜 여정을 통해 인생은 고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수많은 독자들은 백인의 절망에 깊이 공감하는 한편 흑인이 품는 희망에도 의지적으로 동조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문학이라는 것,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열망은 코맥 매카시가 작가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삶에서 부여하는 가치들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인상을 주며 독자들을 매혹한다. 삶도 죽음도 너무나 쉽게 객체화되는 시끄럽고 분주한 세상 속에서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 있는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동행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죽음을 축하하는 시! _뉴욕 타임스
다른 무엇도 아닌 ‘언어’로 빚어낸 이야기. 그 언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두 인물. 이 작품을 만난 것은 정말로 근사한 일이다. _토미 리 존스(영화배우)
매카시는 그가 존경하는 다른 작가들-멜빌, 도스토옙스키, 포크너-처럼 다른 어떤 책들보다 더 깊고 굉장한 작품들을 쓰고 있다. 이런 작가들은 자진해서 신과 싸움을 벌인다. _워싱턴 포스트
보기 드물게 재기 발랄하고 예술적인 긴장으로 가득한 작품. 아름다운 기교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유하게 한다. 우리 시대 가장 통찰력 있는 작가의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_굿 리드
『선셋 리미티드』의 주제와 분위기는 매카시의 대표작『로드』의 그것과 닮았다. 두 작품은 공공연히, 모든 것은 엉망이고 그 무엇도 얻으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_텔레그래프
명망 높은 소설가의 찬란한 작품! 눈이 부시다! 놀랍도록 인상적이고, 강렬하고, 흥미진진하다! _시카고 트리뷴
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핏빛 자오선』이나『모두 다 예쁜 말들』의 화려함보다는『로드』에서 철저히 의도했던 결핍에 가깝다. 성경의 메아리와 고딕적이면서도 미국적인 요소가 사뮈엘 베케트를 비롯한 모더니스트 극작가의 메아리와 한데 어우러졌다. _뉴욕 타임스 텔레비전 리뷰
▣ 작가 소개
저 : 코맥 매카시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19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고,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서 인문학을 전공으로 삼았고 공군에서 4년 동안 복무를 했다. 시카고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과수원지기(The Orchard Keeper)』(1965)를 썼고 이 작품으로 포크너상을 받았다. 『바깥의 어둠(Outer Dark)』(1968)과 『신의 아들(Child of God)』(1974)로 평단의 주목을 받다가 『서트리(Suttree)』(1978)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1976년 텍사스 주 엘패소로 이주했다.
1985년에 발표한 『피의 자오선(Blood Meridian)』은, 남부를 배경으로 한 초기의 고딕풍 소설에서 묵시록적 분위기가 배어 있는 서부 장르 소설로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수작이자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국경 삼부작으로 잘 알려진 『모두 다 예쁜 말들(All the Pretty Horses)』(1992)과 『국경을 넘어(The Crossing)』(1994), 『평원의 도시들(Cities of the Plain)』(1998)은 서부 장르 소설을 대중 오락물에서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매카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모든 다 예쁜 말들』은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과 미국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을 받았다.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드(The Road)』(2006)는 그에게 퓰리쳐상을 안겼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이 책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카운슬러』는 매카시가 쓴 첫 번째 시나리오로, 리들리 스콤 감독이 2013년에 영화화했다.
역 : 정영목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제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역서로는 『사람과 상징』,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불안』,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감성과 이성』, 『마르크스』, 『신의 가면 III:서양신화』,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스처 라이프』, 『도시의 과학자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돌뗏목』, 『흉내』, 『펠리컨 브리프』, 『쥬라기 공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호치민 평전』,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죽음의 중지』, 『로드』, 『서재 결혼시키기』, 『책도둑』, 『메신저』,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에브리맨』,『포트노이의 불평』,『미국의 목가 1, 2』,『척하는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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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7
옮긴이의 말...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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