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출판사 리뷰] 『이 세상 풍경』 Diesseits von Hermann Hesse
- 헤세의 단편선집
▶책소개
이 세상의 어느 언어에서도 고향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함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너그러움과 푸근함 그리고 평화로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향하면 우선 어머니를 떠올린다. 향수는 우리가 그동안에 잊고 살아왔던 어머니의 품과 같이 넉넉하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의 번뇌를 훌훌 떨쳐버리고 추수를 끝낸 농부처럼 팔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곳이 우리들의 고향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도 - 특히 초기작품의 경우 - 잃어버린 낙원, 잊힌 고향을 찾아 나서거나 그리워하는 마음, 즉 향수가 주요 모티프를 이룬다. 하지만 헤세의 작품은 밀턴의 작품처럼 인간의 타락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공포와 전율이 흐르는 유화가 아니라 맑은 하늘과 잔잔한 바다, 푸른 초원과 산들바람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노래한 수채화다. 그래서 어떤 이는 헤세의 작품이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헤세의 초기작품에서는 대체로, 성장하여 완숙단계에 이른 서사적 자아가 자신(내지 3인칭 주인공)의 입을 통해 유소년과 청년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헤세 연구가들은 헤세가 이 이야기들의 소재 대부분을 자신의 과거에서 끄집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초기작품 대부분이 - 그리고 후기작품의 일정 부분이 - 작가의 자전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1907년에 출간된 본 단편집 『이 세상 풍경』만 하더라도 총 8편 중 5편이 1인칭 소설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과 「늙은 태양 아래서」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작품들이 모두 과거의 어린 시절 내지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밖에도 본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양로원 노인들, 이른바 “태양족”의 황혼을 그린 작품과 유년시절을 회상한 「유년시절」을 제외하면 모두가 젊은이들의 사랑이 큰 주제를 이루는데, 이 사랑은 거의 예외 없이 첫사랑 내지 짝사랑, 즉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짝사랑에 실패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던 헤세의 체험이 용해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헤세의 단편집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짝사랑 내지 첫사랑도 대체로 이러한 추억의 편린들이다. 「라틴어학교 학생」에서 주인공 카를 바우어는 하녀 티네의 청순함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신분차이가 넘을 수 없는 장벽임을 알고 있는 그녀는 끝내 그의 구애를 뿌리치고 자기 신분에 맞는 남자와 결혼한다. 「7월」에서는 열여섯 살 소년 파울이 여름 휴가철에 자기네 별장에 놀러온 아버지 친구의 장녀인 7,8세 연상의 “우아한 처녀” 투스넬데를 짝사랑하고,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는 “오랜 방랑시기를 거쳐 장성해서 의젓한 신사가 되어 금의환향”한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짝사랑하던 여동생의 친구를 다시 짝사랑하다 실패한다. 그후 집에 놀러온 여동생의 다른 친구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 여자와의 사랑도 “좋은 친구”로 머물자는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밖에 「가을의 도보여행」과 「대리석 공장」은 첫사랑의 추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자는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 길고 고독한 도보여행길에 오르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후자는 첫사랑의 여자가 가부장적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 때문에 이루지 못할 사랑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 5편의 작품은 이루지 못한 사랑,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회상을 펼쳐놓은 풍경화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긴다. 헤세는 이들 작품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환하고 있다. 헤세가 이들 작품에서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고향의 자연묘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리석 공장」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귀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관찰할 수”있다고 착각한 24살의 주인공이 결국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이끌려 이루지 못할 사랑에 천착함으로써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만, 그의 감성(어리석음)은 이렇듯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그의 죄의식을 정화하고 보다 밝은 내일을 향한 징검다리를 놓는다. 헤세의 작품이 대체로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둡지 않고 밝은 내일을 예비하고 있음은 주인공들의 바로 이러한 자연친화력 때문이다.
헤세의 작품은 이러한 자연친화성뿐만 아니라 자연(고향)을 묘사하는 세심한 필치에 담긴 성실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 내지 서사적 자아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유년시절」) 또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청춘은 아름다워라」) 자연을 살펴볼 때 비로소 “신의 선물이요 신의 창조물인 대지”(「유년시절」)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헤세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유를 그의 자연묘사 필치의 성실성과 진정성에서 찾는다. 헤세는 자연묘사뿐 아니라 인간묘사에서도 성실성과 진정성을 보여준다. 헤세의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전형적인 선인, 악인이 아니라 두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들이다. 「늙은 태양 아래서」에 등장하는 말썽꾸러기 노인들은 물론이고, 기타 작품의 인물들도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세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대리석 공장」의 주인공 이외에도 「청춘은 아름다워라」와 「회오리바람」 등의 주인공들도 인생의 ‘모범생’은 아니다. 심지어 「유년시절」의 주인공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꽤나 썩이고, 자주 어머니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어린 아이다. 이렇듯 헤세는 - 자신의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는 - 등장인물들의 치부도 적나라하게 까발림으로써 독자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본 단편집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작품 「늙은 태양 아래서」의 정서는 앞의 것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 카를 휘를린을 비롯해서 모두가 늙은이들 일색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생을 잘못 산 인생의 낙오자들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이상 자력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어 말년을 시립양로원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아니 애초부터 고향이 없는 인간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본질을 파악”할 능력이 결여된 자들이다. 작가는 삶의 의미를 오로지 오늘의 안일에서만 찾는 황혼 속의 군상을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그만 일에 분노하고 질투하고 자존심을 내걸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주인공과 그의 상대역 루카스 헬러의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쓴)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헤세의 작품에서는 세상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양자의 공존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갈등이 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음을 역설하는 데미안의 편지가 우리의 공감을 얻고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이 감성의 언어 때문일 것이다.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말을 이성의 언어로 읽으면 - 즉 논리로 풀면 - 영원한 신화神話일 수밖에 없다.
▣ 작가 소개
저 :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첫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할데 Rosshalde』(1914)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등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미안 Demian』(1919)은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또한 헤세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시도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사상의 복음서라기보다는 헤세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갈망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는 1931년에 시작되어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긴 성립시기는 나치시대와 일치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문화의 침체와 정신의 품위상실, 야만과 원시의 시대에 작가 헤세는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속에 세운다. 이 밖에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하였다.
역자 : 임호일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과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실친문학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가 있다.
▣ 주요 목차
대리석 공장
가을의 도보여행
유년시절
라틴어학교 학생
청춘은 아름다워라
회오리바람
늙은 태양 아래서
작가의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출판사 리뷰] 『이 세상 풍경』 Diesseits von Hermann Hesse
- 헤세의 단편선집
▶책소개
이 세상의 어느 언어에서도 고향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함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너그러움과 푸근함 그리고 평화로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향하면 우선 어머니를 떠올린다. 향수는 우리가 그동안에 잊고 살아왔던 어머니의 품과 같이 넉넉하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의 번뇌를 훌훌 떨쳐버리고 추수를 끝낸 농부처럼 팔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곳이 우리들의 고향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도 - 특히 초기작품의 경우 - 잃어버린 낙원, 잊힌 고향을 찾아 나서거나 그리워하는 마음, 즉 향수가 주요 모티프를 이룬다. 하지만 헤세의 작품은 밀턴의 작품처럼 인간의 타락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공포와 전율이 흐르는 유화가 아니라 맑은 하늘과 잔잔한 바다, 푸른 초원과 산들바람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노래한 수채화다. 그래서 어떤 이는 헤세의 작품이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헤세의 초기작품에서는 대체로, 성장하여 완숙단계에 이른 서사적 자아가 자신(내지 3인칭 주인공)의 입을 통해 유소년과 청년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헤세 연구가들은 헤세가 이 이야기들의 소재 대부분을 자신의 과거에서 끄집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초기작품 대부분이 - 그리고 후기작품의 일정 부분이 - 작가의 자전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1907년에 출간된 본 단편집 『이 세상 풍경』만 하더라도 총 8편 중 5편이 1인칭 소설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과 「늙은 태양 아래서」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작품들이 모두 과거의 어린 시절 내지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밖에도 본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양로원 노인들, 이른바 “태양족”의 황혼을 그린 작품과 유년시절을 회상한 「유년시절」을 제외하면 모두가 젊은이들의 사랑이 큰 주제를 이루는데, 이 사랑은 거의 예외 없이 첫사랑 내지 짝사랑, 즉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짝사랑에 실패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던 헤세의 체험이 용해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헤세의 단편집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짝사랑 내지 첫사랑도 대체로 이러한 추억의 편린들이다. 「라틴어학교 학생」에서 주인공 카를 바우어는 하녀 티네의 청순함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신분차이가 넘을 수 없는 장벽임을 알고 있는 그녀는 끝내 그의 구애를 뿌리치고 자기 신분에 맞는 남자와 결혼한다. 「7월」에서는 열여섯 살 소년 파울이 여름 휴가철에 자기네 별장에 놀러온 아버지 친구의 장녀인 7,8세 연상의 “우아한 처녀” 투스넬데를 짝사랑하고,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는 “오랜 방랑시기를 거쳐 장성해서 의젓한 신사가 되어 금의환향”한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짝사랑하던 여동생의 친구를 다시 짝사랑하다 실패한다. 그후 집에 놀러온 여동생의 다른 친구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 여자와의 사랑도 “좋은 친구”로 머물자는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밖에 「가을의 도보여행」과 「대리석 공장」은 첫사랑의 추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자는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 길고 고독한 도보여행길에 오르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후자는 첫사랑의 여자가 가부장적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 때문에 이루지 못할 사랑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 5편의 작품은 이루지 못한 사랑,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회상을 펼쳐놓은 풍경화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긴다. 헤세는 이들 작품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환하고 있다. 헤세가 이들 작품에서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고향의 자연묘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리석 공장」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귀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관찰할 수”있다고 착각한 24살의 주인공이 결국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이끌려 이루지 못할 사랑에 천착함으로써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만, 그의 감성(어리석음)은 이렇듯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그의 죄의식을 정화하고 보다 밝은 내일을 향한 징검다리를 놓는다. 헤세의 작품이 대체로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둡지 않고 밝은 내일을 예비하고 있음은 주인공들의 바로 이러한 자연친화력 때문이다.
헤세의 작품은 이러한 자연친화성뿐만 아니라 자연(고향)을 묘사하는 세심한 필치에 담긴 성실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 내지 서사적 자아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유년시절」) 또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청춘은 아름다워라」) 자연을 살펴볼 때 비로소 “신의 선물이요 신의 창조물인 대지”(「유년시절」)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헤세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유를 그의 자연묘사 필치의 성실성과 진정성에서 찾는다. 헤세는 자연묘사뿐 아니라 인간묘사에서도 성실성과 진정성을 보여준다. 헤세의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전형적인 선인, 악인이 아니라 두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들이다. 「늙은 태양 아래서」에 등장하는 말썽꾸러기 노인들은 물론이고, 기타 작품의 인물들도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세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대리석 공장」의 주인공 이외에도 「청춘은 아름다워라」와 「회오리바람」 등의 주인공들도 인생의 ‘모범생’은 아니다. 심지어 「유년시절」의 주인공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꽤나 썩이고, 자주 어머니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어린 아이다. 이렇듯 헤세는 - 자신의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는 - 등장인물들의 치부도 적나라하게 까발림으로써 독자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본 단편집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작품 「늙은 태양 아래서」의 정서는 앞의 것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 카를 휘를린을 비롯해서 모두가 늙은이들 일색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생을 잘못 산 인생의 낙오자들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이상 자력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어 말년을 시립양로원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아니 애초부터 고향이 없는 인간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본질을 파악”할 능력이 결여된 자들이다. 작가는 삶의 의미를 오로지 오늘의 안일에서만 찾는 황혼 속의 군상을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그만 일에 분노하고 질투하고 자존심을 내걸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주인공과 그의 상대역 루카스 헬러의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쓴)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헤세의 작품에서는 세상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양자의 공존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갈등이 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음을 역설하는 데미안의 편지가 우리의 공감을 얻고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이 감성의 언어 때문일 것이다.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말을 이성의 언어로 읽으면 - 즉 논리로 풀면 - 영원한 신화神話일 수밖에 없다.
▣ 작가 소개
저 :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첫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할데 Rosshalde』(1914)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등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미안 Demian』(1919)은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또한 헤세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시도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사상의 복음서라기보다는 헤세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갈망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는 1931년에 시작되어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긴 성립시기는 나치시대와 일치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문화의 침체와 정신의 품위상실, 야만과 원시의 시대에 작가 헤세는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속에 세운다. 이 밖에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하였다.
역자 : 임호일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과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실친문학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가 있다.
▣ 주요 목차
대리석 공장
가을의 도보여행
유년시절
라틴어학교 학생
청춘은 아름다워라
회오리바람
늙은 태양 아래서
작가의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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