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개혁 군주 정조의 어린 시절을 생생히 그리다
삼국 통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신라 공주의 사랑 등 우리 역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동화로 풀어 온 작가 배유안이 《창경궁 동무》에서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를 그렸다. 여덟 살에 왕세손으로 책봉된 정조는 아버지가 폐세자가 되어 뒤주에 갇혀 죽은 열한 살 때부터 스물다섯 살에 즉위하기까지, 반대 세력의 숱한 비방과 음모에 시달리며 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창경궁 동무》는 가장 불안하고 위태롭던 정조의 소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정후겸의 시선을 통해, 정조가 겪은 슬픔과 혼란, 끊임없는 위협 속에 제왕으로서 커 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앞서 출간했던 역사 동화와는 달리 가공의 인물을 따로 만들지 않고, 줄거리부터 등장인물까지 모두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그대로 살려 내어 역사적 사실감을 더했다.
왕이 되어 남긴 훌륭한 업적을 통해서 아니라,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절을 타인의 눈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순수하게 인간으로서의 정조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우정이 어긋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리며 진정한 우정을 말하다
이 작품에서는 창경궁에서 정조와 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정후겸이란 인물이 화자 역할을 한다. 정후겸은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사도 세자의 친누이인 화완 옹주에게 입양된 인물이다. 원래 영특하게 타고난 데다 옹주의 권세를 등에 업고 실제로 높은 벼슬자리까지 올랐다. 《한중록》에 ‘어릴 때부터 독물’ 같은 인간이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훗날 정조가 왕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던 역사 속 악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산만큼 영특하고 재주 많았던 소년 시절의 정후겸을 그리며, 비슷한 또래로서 누구보다도 정조 이산에게 든든한 벗이 될 수 있었을 그가 우정을 놓아 버리는 과정을 섬세한 심리 묘사로 보여 준다. 아무리 재주 많고 능력이 뛰어나도 왕세손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여야 했던 열등감, 운 좋게 왕세손이 된 정조에 대한 질투심, 세자가 폐위되는 사건에서 정조마저 끌어내릴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으로 정후겸은 결국 이산에게서 등을 돌린다.
작가 배유안은 ‘작가의 말’에서 정후겸이 더없이 외로웠던 이산의 진짜 동무가 되어 주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우리가 아는 것과 사뭇 달라졌을 거라고 말한다. 뛰어난 두 인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며 새 역사를 써 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를 지지하는 얼굴에는 듬직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내용 소개
우정과 질투 사이
정후겸은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고기를 잡으며 근근이 생활해 간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서당에 못 가는 날이 허다해 늘 배움에 목말라 한다. 그런 아들을 딱하게 여긴 아버지는 정후겸은 먼 친척뻘인 부마와 화완 옹주 집에 맡긴다. 얼마 뒤 부마와 딸을 잃고 혼자가 된 옹주는 영특한 정후겸을 양자로 삼고 대궐로 들어가 함께 산다. 정후겸은 대궐에서 제대로 가르침을 받으며 학업과 무예에 두루 출중함을 보여 임금의 눈에도 띈다. 정후겸은 자신처럼 영민하고 재주가 뛰어난 이산을 좋아하지만, 운이 좋아 왕세손이 된 이산에게 점차 질투심을 느낀다.
이렇게 같이 어울리다 보면, 세손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아주 생생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랬다. 나는 피가 줄줄 흐를 만큼 다쳤지만 세손은 나뭇가지에 약간 긁혔을 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세손에겐 어의를 부른다 어쩐다 하면서 법석을 떨었다.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학문에서도 총명함에서도 세손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말솜씨며 사람 사귐도 그랬다. 누구에게든 인사성이 밝았고 재치 있게 굴었다. 당연히 궁녀는 물론이고 옹주를 찾아오는 신료들까지 나를 좋게 보았다. 뒤늦게 시작한 무술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내 생각에 여러모로 내 쪽이 더 나았다. 나는 팔뚝보다 가슴속이 더 쓰렸다. - 49쪽에서
세자는 임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임금과 세자의 갈등이 깊어 가는 가운데, 세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대궐에 퍼진다. 결국 임금은 세자를 폐위하고 뒤주에 가둬 죽인다. 정후겸은 그렇게 절대적인 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뻐하며, 옹주의 권세에 힘입어 더 지위가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정후겸은 사도 세자와 사이가 안 좋았던 옹주 편에 서서, 정조가 왕위를 잇지 못하도록 갖은 애를 쓴다.
‘세자 저하가 임금이 못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절대적인 일도 바뀔지 모른다…….’나는 이렇게 되뇌며 두려운 희망을 품었다. 옹주 집에 처음 들어가서 느꼈던, 뭔가 크게 달라질 듯한 희망을 또 느꼈다.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 말이다. 내가 지금 대궐에 사는 것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지금 대궐의 내로라하는 권세가들이 뭔가를 의논하러 모여든 곳은 바로 옹주 집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장차 옹주의 위상이 더 높아지면 내 지위 또한 얼마나 더 높아질지 모를 일이었다. - 85쪽에서
패배자
온갖 역경 속에서 정조는 왕이 되어 즉위식을 올린다. 효장 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왕이 되었지만, 정조는 사도 세자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는 정조의 첫마디를 들으며, 사도 세자의 죽음과 연루되어 있던 정후겸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때늦은 후회와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때, 사도 세자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세손과 동무로 남았을까? 그랬을 것이다. 질투심에 시달리면서도 나는 늘 세손을 좋아했다. 세손도 나와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동무로 남았더라면 이제부터 왕과 함께 이런저런 의논을 하는 벗이 될 수 있었을까?
처음 부마 집에 머물게 되고 이어서 옹주의 양자가 되었을 때, 나는 하늘이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행운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세손을 시기하는 데 눈이 멀어 하늘이 준 복을 스스로 불행으로 바꾼 게 아닐까?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뜨거운 것이 차오르며 가슴 한 부분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 듯 아팠다. 결코 쓰지 않을 것 같았던 ‘후회’라는 단어가 나를 덮쳐 왔다. -157~158쪽에서
▣ 작가 소개
글 : 배유안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2006년에 《초정리 편지》로 창비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으며 첫 책을 낸 이후, 동화와 청소년 소설 창작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 《스프링벅》《콩 하나면 되겠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아홉 형제 용이 나가신다》《할머니, 왜 하필 열두 동물이에요?》《서라벌의 꿈》《뺑덕》《쿠쉬나메》 등을 썼다.
그림 : 이철민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잡지와 광고에 그림을 그리다가, 좀 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상상하며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문수전》《이순신과 명량대첩》《건냐오의 백합계곡》《내 이름》 등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사도 세자의 아들
화완 옹주의 양자
여덟 살의 왕세손
우정과 질투 사이
세자와 옹주
세자는 임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소문의 파도
아버지와 아들
아비를 살려 주시옵소서
죄인의 아들
제왕 교육
패배자
뒷이야기_ 사도 세자의 아들, 개혁 군주 정조
개혁 군주 정조의 어린 시절을 생생히 그리다
삼국 통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신라 공주의 사랑 등 우리 역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동화로 풀어 온 작가 배유안이 《창경궁 동무》에서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를 그렸다. 여덟 살에 왕세손으로 책봉된 정조는 아버지가 폐세자가 되어 뒤주에 갇혀 죽은 열한 살 때부터 스물다섯 살에 즉위하기까지, 반대 세력의 숱한 비방과 음모에 시달리며 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창경궁 동무》는 가장 불안하고 위태롭던 정조의 소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정후겸의 시선을 통해, 정조가 겪은 슬픔과 혼란, 끊임없는 위협 속에 제왕으로서 커 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앞서 출간했던 역사 동화와는 달리 가공의 인물을 따로 만들지 않고, 줄거리부터 등장인물까지 모두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그대로 살려 내어 역사적 사실감을 더했다.
왕이 되어 남긴 훌륭한 업적을 통해서 아니라,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절을 타인의 눈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순수하게 인간으로서의 정조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우정이 어긋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리며 진정한 우정을 말하다
이 작품에서는 창경궁에서 정조와 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정후겸이란 인물이 화자 역할을 한다. 정후겸은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사도 세자의 친누이인 화완 옹주에게 입양된 인물이다. 원래 영특하게 타고난 데다 옹주의 권세를 등에 업고 실제로 높은 벼슬자리까지 올랐다. 《한중록》에 ‘어릴 때부터 독물’ 같은 인간이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훗날 정조가 왕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던 역사 속 악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산만큼 영특하고 재주 많았던 소년 시절의 정후겸을 그리며, 비슷한 또래로서 누구보다도 정조 이산에게 든든한 벗이 될 수 있었을 그가 우정을 놓아 버리는 과정을 섬세한 심리 묘사로 보여 준다. 아무리 재주 많고 능력이 뛰어나도 왕세손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여야 했던 열등감, 운 좋게 왕세손이 된 정조에 대한 질투심, 세자가 폐위되는 사건에서 정조마저 끌어내릴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으로 정후겸은 결국 이산에게서 등을 돌린다.
작가 배유안은 ‘작가의 말’에서 정후겸이 더없이 외로웠던 이산의 진짜 동무가 되어 주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우리가 아는 것과 사뭇 달라졌을 거라고 말한다. 뛰어난 두 인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며 새 역사를 써 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를 지지하는 얼굴에는 듬직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내용 소개
우정과 질투 사이
정후겸은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고기를 잡으며 근근이 생활해 간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서당에 못 가는 날이 허다해 늘 배움에 목말라 한다. 그런 아들을 딱하게 여긴 아버지는 정후겸은 먼 친척뻘인 부마와 화완 옹주 집에 맡긴다. 얼마 뒤 부마와 딸을 잃고 혼자가 된 옹주는 영특한 정후겸을 양자로 삼고 대궐로 들어가 함께 산다. 정후겸은 대궐에서 제대로 가르침을 받으며 학업과 무예에 두루 출중함을 보여 임금의 눈에도 띈다. 정후겸은 자신처럼 영민하고 재주가 뛰어난 이산을 좋아하지만, 운이 좋아 왕세손이 된 이산에게 점차 질투심을 느낀다.
이렇게 같이 어울리다 보면, 세손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아주 생생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랬다. 나는 피가 줄줄 흐를 만큼 다쳤지만 세손은 나뭇가지에 약간 긁혔을 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세손에겐 어의를 부른다 어쩐다 하면서 법석을 떨었다.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학문에서도 총명함에서도 세손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말솜씨며 사람 사귐도 그랬다. 누구에게든 인사성이 밝았고 재치 있게 굴었다. 당연히 궁녀는 물론이고 옹주를 찾아오는 신료들까지 나를 좋게 보았다. 뒤늦게 시작한 무술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내 생각에 여러모로 내 쪽이 더 나았다. 나는 팔뚝보다 가슴속이 더 쓰렸다. - 49쪽에서
세자는 임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임금과 세자의 갈등이 깊어 가는 가운데, 세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대궐에 퍼진다. 결국 임금은 세자를 폐위하고 뒤주에 가둬 죽인다. 정후겸은 그렇게 절대적인 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뻐하며, 옹주의 권세에 힘입어 더 지위가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정후겸은 사도 세자와 사이가 안 좋았던 옹주 편에 서서, 정조가 왕위를 잇지 못하도록 갖은 애를 쓴다.
‘세자 저하가 임금이 못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절대적인 일도 바뀔지 모른다…….’나는 이렇게 되뇌며 두려운 희망을 품었다. 옹주 집에 처음 들어가서 느꼈던, 뭔가 크게 달라질 듯한 희망을 또 느꼈다.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 말이다. 내가 지금 대궐에 사는 것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지금 대궐의 내로라하는 권세가들이 뭔가를 의논하러 모여든 곳은 바로 옹주 집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장차 옹주의 위상이 더 높아지면 내 지위 또한 얼마나 더 높아질지 모를 일이었다. - 85쪽에서
패배자
온갖 역경 속에서 정조는 왕이 되어 즉위식을 올린다. 효장 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왕이 되었지만, 정조는 사도 세자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는 정조의 첫마디를 들으며, 사도 세자의 죽음과 연루되어 있던 정후겸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때늦은 후회와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때, 사도 세자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세손과 동무로 남았을까? 그랬을 것이다. 질투심에 시달리면서도 나는 늘 세손을 좋아했다. 세손도 나와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동무로 남았더라면 이제부터 왕과 함께 이런저런 의논을 하는 벗이 될 수 있었을까?
처음 부마 집에 머물게 되고 이어서 옹주의 양자가 되었을 때, 나는 하늘이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행운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세손을 시기하는 데 눈이 멀어 하늘이 준 복을 스스로 불행으로 바꾼 게 아닐까?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뜨거운 것이 차오르며 가슴 한 부분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 듯 아팠다. 결코 쓰지 않을 것 같았던 ‘후회’라는 단어가 나를 덮쳐 왔다. -157~158쪽에서
▣ 작가 소개
글 : 배유안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2006년에 《초정리 편지》로 창비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으며 첫 책을 낸 이후, 동화와 청소년 소설 창작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 《스프링벅》《콩 하나면 되겠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아홉 형제 용이 나가신다》《할머니, 왜 하필 열두 동물이에요?》《서라벌의 꿈》《뺑덕》《쿠쉬나메》 등을 썼다.
그림 : 이철민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잡지와 광고에 그림을 그리다가, 좀 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상상하며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문수전》《이순신과 명량대첩》《건냐오의 백합계곡》《내 이름》 등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사도 세자의 아들
화완 옹주의 양자
여덟 살의 왕세손
우정과 질투 사이
세자와 옹주
세자는 임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소문의 파도
아버지와 아들
아비를 살려 주시옵소서
죄인의 아들
제왕 교육
패배자
뒷이야기_ 사도 세자의 아들, 개혁 군주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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