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시대의 현자 이광주의 즐거운 인문교양
서양사학자 이광주가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유럽 지성사 · 문화사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저자 이광주가 몰두해온 것은 괴테, 발레리, 토마스 만 등의 문학과 하위징아, 부르크하르트 등을 비롯한 유럽의 지성사 · 문화사 전반이다. 특히 그를 매혹한 것은 유럽의 지성사를 관통하는 ‘교양’의 전통 그리고 역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숱한 ‘교양인’들이었다.
이광주가 최근 20여 년 동안 천착해온 주제는 유럽의 살롱과 카페의 문화사, 차와 커피 문화 그리고 책 문화다. <교양의 탄생>(2009), <동과 서의 차 이야기>(2002),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2001), <아름다운 책 이야기>(개정판 2014) 등은 그의 오랜 탐독이 맺은 결실이었다. 이번에 펴낸 <담론의 탄생: 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은 그간 이광주를 사로잡은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친숙한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지금까지 출간한 여러 책을 아우르는 총결산이다.
좋은 카페란 커피나 티를 맛보며 이야기와 담론을 자유로이 즐기는 곳,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는 사교장이다. 그러므로 자유롭고 반듯한 시대란 사람들을 매료하는 좋은 카페, 카페 문화가 꽃핀 시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담론의 탄생>, 「베를린, 황금의 1920년대의 카페들」, 300쪽)
<나의 유럽 나의 편력: 젊은 날 내 영혼의 거장들>은 이광주가 평생 가까이한 유럽 최고의 교양인들의 삶과 사유, 저작들을 단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교양서이자 지적인 에세이다. 저자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그의 “지적 편력, 아니 삶의 도정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뒤늦은 헌사”다. 14명의 마에스트로에는 괴테, 몽테뉴, 에라스뮈스 등 저명한 지식인 · 문인을 비롯해 베토벤과 클림트 같은 예술가, 20세기 희대의 여우로 손꼽히는 디트리히도 포함된다.
나는 사회와 정치 · 경제 등 모든 것을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았다. 읽고 싶은 책들을 가까이하면서 이데올로기 · 행동주의 세태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낸 20~30대의 나의 지적 편력은 두고두고 나에게 세상을 보는 ‘무관심’의 부드러움을 잃지 않게 하였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 「유럽, 나의 지적 편력」, 20쪽)
이번에 펴내는 이광주의 책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반양장으로 꾸며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표지도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세련되고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담론의 탄생>
‘담론문화’의 탄생과 흐름을 찾아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은 반듯한 예절과 사회적 비전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이야기가 오가는 ‘담론문화’가 아닐까. 저자 이광주는 “정치적 언어와 대기업의 시장 원리, 그에 더해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폭력이 되다시피 하고 막말이 범람하는 오늘날”을 한탄하며 진정한 이야기문화가 우리 땅에도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을 배우고자 한다.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연동하는 지혜롭고 반듯한 담론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럽을 다른 문명권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유럽 담론문화의 원형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자유로운 시민공동체 폴리스에서 자유시민이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뜻했다. 그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본받아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고 폴리스 한복판에 아고라, 즉 이야기 나누기를 즐기는 시민의 담론의 사교장을 꾸렸다. 그리스에서 사람됨, 인간 교양의 최고 덕목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언동이었다. 레토릭이 철학보다도 더욱 귀하게 여겨진 이유다.
그리스의 이야기문화 · 담론문화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17~18세기의 근대적 살롱과 클럽 그리고 카페 문화로 발전했다. 살롱과 클럽은 귀족 가문 출신의 사교적 교양인 오네톰honn?te homme이나 젠틀맨 계층이 시민과 만나 담론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그 속에서 신분과 계층이 다른 이들이 사회적 비전을 공유하는 공공성, 즉 공론이 형성되었다. 자유롭게 담론하는 공중公衆이 탄생한 것이다.
담론을 즐긴 영국 · 독일 · 프랑스의 살롱 문화
살롱과 살롱 문화는 국민적 심성과 멘털리티, 문화와 전통에 따라 저마다 특유한 색채를 풍겼다. 귀부인문화가 없었던 영국에서는 담론하는 신사들의 클럽 문화가 발달했다. 남성들만의 열띤 담론은 정치적이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로크의 후예인 합리적 경험주의자들은 당파적이기에 앞서 ‘질서’와 ‘자유’를 표방함으로써 근대적 시민사회와 의회제도를 구축했다.
독일 베를린 살롱의 원형은 유대인 출신의 계몽주의자였던 멘델스존의 독서협회였다. 소외된 유대인의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그의 강한 소명의식은 헤르츠 부인, 라헬 부인 등 그를 스승으로 받든 유대인 출신 여성들이 꾸린 살롱으로 이어졌다. 베를린 살롱은 사교의 터전이기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동지들의 배움터였다. 정치 · 사회체제가 비교적 뒤떨어졌던 독일에서 베를린 살롱은 사회적 관행과 맞서야 했기에 이념적 · 관념적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어떠했을까. 일찍부터 궁정문화가 꽃핀 프랑스의 살롱은 귀부인 중심의 ‘우아한 연회’를 연상시켰으며, 오네톰의 사랑방이었다. 일찍이 1613년경 랑부예 후작부인의 저택에서 시와 문예작품이 낭독되고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이 공연되었다. 리슐리외 추기경 등 여러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 궁정시인 말레르브와 코르네유 등의 문인이 그곳에 드나들었다. 랑베르 부인의 살롱은 철학 살롱으로 교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이 주요한 화제였으며 문학가이자 선구적인 사상가인 퐁트넬과 몽테스키외가 단골이었다. 시민 출신이지만 ‘파리의 여제’로 불린 조프랭 부인의 살롱은 당대 제1급 지식인과 교양인의 구심점이었다.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프랑스 국민문화의 핵심은 18세기 계몽주의로 일컬어지는데,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이야기와 담론을 즐긴 프랑스적 에스프리였다. 17세기가 우아한 ‘취미’를 즐긴 시대였다면 18세기는 자유로운 담론의 시대였다. 우아한 취미는 귀부인 중심의 살롱 문화를 꽃피웠고, 자유로운 담론은 문인과 철학자를 둘러싼 살롱 문화 그리고 대다수 시민의 카페 문화를 낳았다.
1686년 파리 라틴 구에서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Le Procope는 본래 문학 카페였는데 자연스레 계몽의 세기를 상징하는 철학 카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분과 종파, 이데올로기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함께 담론을 즐기는 철학자가 되었다. 카페에서 생애를 보내기를 바랐던 몽테스키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 종일 낮과 밤을 이어가면서 모든 계층의 사람과 더불어 앉아 있을 수 있음은 무엇보다 카페의 특권이다. 카페는 앉아 있으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현실성을 더하고, 웅대한 계획이나 유토피아적인 몽상, 아나키즘적인 모반이 생겨나는 유일한 장소다.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257쪽)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반듯한 사회, 좋은 사회를 위하여
우리 역사에서는 담론문화를 꽃피우지 못했는가. 물론 우리에게도 선비 사대부의 사랑방 문화가 존재했다. 사랑은 이야기와 담론을 즐기는 곳이다.
이광주는 유럽과는 달리 그곳이 여인 부재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아쉬워한다. 어려서부터 성리학과 한문학을 배운 교양인이며 시도 읊고 자수와 그림 솜씨가 뛰어난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이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랑부예 부인 같은 살롱 그랑드 담grande dame”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국가의 품격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가 개인의 경우와 다름없이 서로 이웃에게 귀 기울이며 반듯한 말씨와 예절을 두루 갖추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 우리의 품격은 어떠한가. 비속어가 난무하고 절제를 잃은 표현이 판을 치며 대화와 담론을 거부한다. 시대착오적 국가주의자들이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압박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듯한 담론문화가 요구되는 오늘, 이광주가 들려주는 유럽의 살롱 · 카페 문화, 담론문화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광주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담론의 탄생] [교양의 탄생] [나의 유럽 나의 편력] [동과 서의 차 이야기] [아름다운 책 이야기]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를 비롯해, [대학의 역사] [지식인의 권력]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국가권력의 이념사] [역사의 매력]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1 살롱과 클럽, 절도 있는 미학
담론문화의 흐름, 휴머니즘적 교양의 탄생
프랑스 귀부인의 살롱, 예절과 비전의 사교
영국 신사들의 클럽, 질서와 자유의 커먼센스
독일의 유대인 살롱, 진실을 향해
1930년대의 빈 살롱, 어제의 세계를 회상하며
2 카페, 도시 속의 열린 살롱
차와 커피는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이스탄불, 카페 문화의 자기일탈 자기반란
환상의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으로!
런던의 커피하우스와 스위트 홈의 홍차문화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베를린, 황금의 1920년대의 카페들
빈의 카페, 어제의 세계의 좋은 나날들
책을 마무리하면서
참고문헌
이 시대의 현자 이광주의 즐거운 인문교양
서양사학자 이광주가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유럽 지성사 · 문화사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저자 이광주가 몰두해온 것은 괴테, 발레리, 토마스 만 등의 문학과 하위징아, 부르크하르트 등을 비롯한 유럽의 지성사 · 문화사 전반이다. 특히 그를 매혹한 것은 유럽의 지성사를 관통하는 ‘교양’의 전통 그리고 역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숱한 ‘교양인’들이었다.
이광주가 최근 20여 년 동안 천착해온 주제는 유럽의 살롱과 카페의 문화사, 차와 커피 문화 그리고 책 문화다. <교양의 탄생>(2009), <동과 서의 차 이야기>(2002),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2001), <아름다운 책 이야기>(개정판 2014) 등은 그의 오랜 탐독이 맺은 결실이었다. 이번에 펴낸 <담론의 탄생: 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은 그간 이광주를 사로잡은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친숙한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지금까지 출간한 여러 책을 아우르는 총결산이다.
좋은 카페란 커피나 티를 맛보며 이야기와 담론을 자유로이 즐기는 곳,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는 사교장이다. 그러므로 자유롭고 반듯한 시대란 사람들을 매료하는 좋은 카페, 카페 문화가 꽃핀 시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담론의 탄생>, 「베를린, 황금의 1920년대의 카페들」, 300쪽)
<나의 유럽 나의 편력: 젊은 날 내 영혼의 거장들>은 이광주가 평생 가까이한 유럽 최고의 교양인들의 삶과 사유, 저작들을 단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교양서이자 지적인 에세이다. 저자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그의 “지적 편력, 아니 삶의 도정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뒤늦은 헌사”다. 14명의 마에스트로에는 괴테, 몽테뉴, 에라스뮈스 등 저명한 지식인 · 문인을 비롯해 베토벤과 클림트 같은 예술가, 20세기 희대의 여우로 손꼽히는 디트리히도 포함된다.
나는 사회와 정치 · 경제 등 모든 것을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았다. 읽고 싶은 책들을 가까이하면서 이데올로기 · 행동주의 세태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낸 20~30대의 나의 지적 편력은 두고두고 나에게 세상을 보는 ‘무관심’의 부드러움을 잃지 않게 하였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 「유럽, 나의 지적 편력」, 20쪽)
이번에 펴내는 이광주의 책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반양장으로 꾸며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표지도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세련되고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담론의 탄생>
‘담론문화’의 탄생과 흐름을 찾아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은 반듯한 예절과 사회적 비전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이야기가 오가는 ‘담론문화’가 아닐까. 저자 이광주는 “정치적 언어와 대기업의 시장 원리, 그에 더해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폭력이 되다시피 하고 막말이 범람하는 오늘날”을 한탄하며 진정한 이야기문화가 우리 땅에도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을 배우고자 한다.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연동하는 지혜롭고 반듯한 담론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럽을 다른 문명권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유럽 담론문화의 원형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자유로운 시민공동체 폴리스에서 자유시민이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뜻했다. 그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본받아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고 폴리스 한복판에 아고라, 즉 이야기 나누기를 즐기는 시민의 담론의 사교장을 꾸렸다. 그리스에서 사람됨, 인간 교양의 최고 덕목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언동이었다. 레토릭이 철학보다도 더욱 귀하게 여겨진 이유다.
그리스의 이야기문화 · 담론문화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17~18세기의 근대적 살롱과 클럽 그리고 카페 문화로 발전했다. 살롱과 클럽은 귀족 가문 출신의 사교적 교양인 오네톰honn?te homme이나 젠틀맨 계층이 시민과 만나 담론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그 속에서 신분과 계층이 다른 이들이 사회적 비전을 공유하는 공공성, 즉 공론이 형성되었다. 자유롭게 담론하는 공중公衆이 탄생한 것이다.
담론을 즐긴 영국 · 독일 · 프랑스의 살롱 문화
살롱과 살롱 문화는 국민적 심성과 멘털리티, 문화와 전통에 따라 저마다 특유한 색채를 풍겼다. 귀부인문화가 없었던 영국에서는 담론하는 신사들의 클럽 문화가 발달했다. 남성들만의 열띤 담론은 정치적이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로크의 후예인 합리적 경험주의자들은 당파적이기에 앞서 ‘질서’와 ‘자유’를 표방함으로써 근대적 시민사회와 의회제도를 구축했다.
독일 베를린 살롱의 원형은 유대인 출신의 계몽주의자였던 멘델스존의 독서협회였다. 소외된 유대인의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그의 강한 소명의식은 헤르츠 부인, 라헬 부인 등 그를 스승으로 받든 유대인 출신 여성들이 꾸린 살롱으로 이어졌다. 베를린 살롱은 사교의 터전이기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동지들의 배움터였다. 정치 · 사회체제가 비교적 뒤떨어졌던 독일에서 베를린 살롱은 사회적 관행과 맞서야 했기에 이념적 · 관념적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어떠했을까. 일찍부터 궁정문화가 꽃핀 프랑스의 살롱은 귀부인 중심의 ‘우아한 연회’를 연상시켰으며, 오네톰의 사랑방이었다. 일찍이 1613년경 랑부예 후작부인의 저택에서 시와 문예작품이 낭독되고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이 공연되었다. 리슐리외 추기경 등 여러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 궁정시인 말레르브와 코르네유 등의 문인이 그곳에 드나들었다. 랑베르 부인의 살롱은 철학 살롱으로 교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이 주요한 화제였으며 문학가이자 선구적인 사상가인 퐁트넬과 몽테스키외가 단골이었다. 시민 출신이지만 ‘파리의 여제’로 불린 조프랭 부인의 살롱은 당대 제1급 지식인과 교양인의 구심점이었다.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프랑스 국민문화의 핵심은 18세기 계몽주의로 일컬어지는데,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이야기와 담론을 즐긴 프랑스적 에스프리였다. 17세기가 우아한 ‘취미’를 즐긴 시대였다면 18세기는 자유로운 담론의 시대였다. 우아한 취미는 귀부인 중심의 살롱 문화를 꽃피웠고, 자유로운 담론은 문인과 철학자를 둘러싼 살롱 문화 그리고 대다수 시민의 카페 문화를 낳았다.
1686년 파리 라틴 구에서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Le Procope는 본래 문학 카페였는데 자연스레 계몽의 세기를 상징하는 철학 카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분과 종파, 이데올로기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함께 담론을 즐기는 철학자가 되었다. 카페에서 생애를 보내기를 바랐던 몽테스키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 종일 낮과 밤을 이어가면서 모든 계층의 사람과 더불어 앉아 있을 수 있음은 무엇보다 카페의 특권이다. 카페는 앉아 있으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현실성을 더하고, 웅대한 계획이나 유토피아적인 몽상, 아나키즘적인 모반이 생겨나는 유일한 장소다.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257쪽)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반듯한 사회, 좋은 사회를 위하여
우리 역사에서는 담론문화를 꽃피우지 못했는가. 물론 우리에게도 선비 사대부의 사랑방 문화가 존재했다. 사랑은 이야기와 담론을 즐기는 곳이다.
이광주는 유럽과는 달리 그곳이 여인 부재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아쉬워한다. 어려서부터 성리학과 한문학을 배운 교양인이며 시도 읊고 자수와 그림 솜씨가 뛰어난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이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랑부예 부인 같은 살롱 그랑드 담grande dame”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국가의 품격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가 개인의 경우와 다름없이 서로 이웃에게 귀 기울이며 반듯한 말씨와 예절을 두루 갖추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 우리의 품격은 어떠한가. 비속어가 난무하고 절제를 잃은 표현이 판을 치며 대화와 담론을 거부한다. 시대착오적 국가주의자들이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압박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듯한 담론문화가 요구되는 오늘, 이광주가 들려주는 유럽의 살롱 · 카페 문화, 담론문화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광주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담론의 탄생] [교양의 탄생] [나의 유럽 나의 편력] [동과 서의 차 이야기] [아름다운 책 이야기]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를 비롯해, [대학의 역사] [지식인의 권력]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국가권력의 이념사] [역사의 매력]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1 살롱과 클럽, 절도 있는 미학
담론문화의 흐름, 휴머니즘적 교양의 탄생
프랑스 귀부인의 살롱, 예절과 비전의 사교
영국 신사들의 클럽, 질서와 자유의 커먼센스
독일의 유대인 살롱, 진실을 향해
1930년대의 빈 살롱, 어제의 세계를 회상하며
2 카페, 도시 속의 열린 살롱
차와 커피는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이스탄불, 카페 문화의 자기일탈 자기반란
환상의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으로!
런던의 커피하우스와 스위트 홈의 홍차문화
파리, 카페 문화의 영원한 토포스
베를린, 황금의 1920년대의 카페들
빈의 카페, 어제의 세계의 좋은 나날들
책을 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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