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그 아침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나와 그, 둘 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선사하는, 가장 슬프고도 희망 어린 러브 송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픈 이별을 겪어 본 적 있는 이 세상 모두에게…….
목숨보다 사랑하던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낸 한 여자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아낸 진정한 구원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장편소설 『스위트 히어애프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몸의 일부를 잃는 것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운 상실의 나날 가운데, 위로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눈이 시릴 정도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갓 내린 커피, 단골 바의 카운터에서 딱 2000엔어치의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시원한 밤길, 떠나간 연인이 남긴 아틀리에 바닥에 앉아 데운 컵 수프와 두부로 차린 따뜻한 점심, 그리고 내가 잃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잘 아는 친구들과 나누는 한두 마디의 다정한 말, 그런 작지만 빛나는 것들과 조우하면서 영원히 딛고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실은 조용히 치유된다. 사랑하는 예술가 연인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자신은 내장의 일부를 잃은 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온 여자 사요코, 그녀가 다시 찾은 희망 가운데 모두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한 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도후쿠 대지진을 겪으면서 느낀 ‘갑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단상을 소설로 풀어낸 요시모토 바나나의, 슬픔 너머 희망이 반짝이는 러브 송.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나의 가장 비밀스러운 아픔까지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고요하지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이여, 내게 돌아오기를……
지금 내게 목숨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마저 전부 그에게 줄게요. 이 목숨으로, 이 눈으로 많은 것을 보아 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요이치는 살아 있기를.
― 본문 중에서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사람과 온천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던 차 안, 그날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고 레너드 코헨의 「Lover, Lover, Lover」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차가 교각 아래로 전복하면서 사랑하던 이와 함께 내장의 일부를 영원히 잃은 사요코는 온통 무지갯빛으로 가득한 세계를 떠돌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다. 기묘한 임사 체험 후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는 원래라면 보여서는 안 될, 조금 곤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령들의 모습이 단골 술집에서, 빵가게 가는 길가 아파트 창문에서 불쑥불쑥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보고 싶은 연인만은 야속하게도 꿈에서조차 모습을 나타내 주지 않는다.
상실,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상실은 한 사람을 순식간에 180도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디저트 카페와 극장과 갤러리를 좋아하던 평범한 미대생 사요코는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죽음 너머를 보고 죽음보다도 적막한 고독을 경험한 뒤 몸과 마음에 뚫린 ‘공동’을 느낀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만 같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의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해 준 것은 다만 일상이라는 소박한 축복이다.
지금의 내 눈에는 약간 다른 것이 보인다.
옛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요이치의 조그만 작품에 촛불처럼 예쁜 빛이 뽀얗게 깃들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와 오자키 씨의 가슴 언저리에도 같은 빛이 빛난다.
다만 그 빛은 녹색이고 아주 연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무언가의 생명임에 분명하다.
― 본문 중에서
새로운 방을 빌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옛날 추억을 조금씩 치우고, 닦고, 정리하며 사요코는 그렇게 조금씩 이 세상의 빛을 되찾아 간다. 세상의 끝에 선 듯한 아픔을 겪고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가 본 녹색의 아름다운 빛, 그것은 책을 읽는 우리의 아픔까지 낫게 해 줄 ‘생’의 빛일 것이다.
■ 사랑을 위하여,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다
이 작품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강렬한 개인적 체험이 담겨 있다. 첫 페이지를 여는 갑작스럽고 참혹한 전락 사고, 그에 따른 상실과 살아남은 자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은 바로 그녀가 지난 도호쿠 대지진에서 느낀 단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남편과 함께 마침 차를 타고 가다가 격심한 진동을 느낀 그녀는 그 순간 이 작품을 써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지진은 피해 지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쿄에 사는 나의 인생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감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소설은 온갖 장소에서 이번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를 향해 쓴 것입니다.
만약 이 소설이 마음에 와 닿아,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는 사람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엄습해 온 지진처럼, 죽음은 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슬픔은 남은 사람 모두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살며 사랑한 그 모든 추억의 가능성, 앞으로도 추억을 쌓아 나갈 수 있으리라는 빛나는 희망일 것이다.
잊고 싶은 추억이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건, 당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비밀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봄 이토록 ‘달콤한 앞으로의 시간’을 이 책과 함께 꿈꾸어 보시기를.
▣ 작가 소개
저 : 요시모토 바나나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탔고, 1988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았다. 1989년 『츠구미』로 제 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을 받는 등 발표작마다 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순정 만화에 나오는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 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멜랑코리아』,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은 문학"이라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 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달빛 그림자」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외의 작품으로 『불륜과 남미』『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슬픈 예감』『멜랑코리아』『도마뱀』『암리타』『하드보일드 하드 럭』『하얀 강, 배』『아르헨티나 할머니』『해피 해피 스마일』『데이지의 인생』 『도토리 자매』등이 있다.
역 :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 등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번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역가다. 『용의자 X의 헌신』, 『우안』 등을 번역한 양억관의 아내로,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그 밖의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이지의 인생』,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좌안』, 『소란한 보통날』,『꿈을 파는 남자』『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도토리 자매』,『별을 담은 배』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스위트 히어애프터
작가의 말
“그 아침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나와 그, 둘 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선사하는, 가장 슬프고도 희망 어린 러브 송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픈 이별을 겪어 본 적 있는 이 세상 모두에게…….
목숨보다 사랑하던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낸 한 여자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아낸 진정한 구원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장편소설 『스위트 히어애프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몸의 일부를 잃는 것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운 상실의 나날 가운데, 위로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눈이 시릴 정도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갓 내린 커피, 단골 바의 카운터에서 딱 2000엔어치의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시원한 밤길, 떠나간 연인이 남긴 아틀리에 바닥에 앉아 데운 컵 수프와 두부로 차린 따뜻한 점심, 그리고 내가 잃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잘 아는 친구들과 나누는 한두 마디의 다정한 말, 그런 작지만 빛나는 것들과 조우하면서 영원히 딛고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실은 조용히 치유된다. 사랑하는 예술가 연인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자신은 내장의 일부를 잃은 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온 여자 사요코, 그녀가 다시 찾은 희망 가운데 모두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한 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도후쿠 대지진을 겪으면서 느낀 ‘갑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단상을 소설로 풀어낸 요시모토 바나나의, 슬픔 너머 희망이 반짝이는 러브 송.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나의 가장 비밀스러운 아픔까지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고요하지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이여, 내게 돌아오기를……
지금 내게 목숨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마저 전부 그에게 줄게요. 이 목숨으로, 이 눈으로 많은 것을 보아 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요이치는 살아 있기를.
― 본문 중에서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사람과 온천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던 차 안, 그날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고 레너드 코헨의 「Lover, Lover, Lover」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차가 교각 아래로 전복하면서 사랑하던 이와 함께 내장의 일부를 영원히 잃은 사요코는 온통 무지갯빛으로 가득한 세계를 떠돌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다. 기묘한 임사 체험 후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는 원래라면 보여서는 안 될, 조금 곤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령들의 모습이 단골 술집에서, 빵가게 가는 길가 아파트 창문에서 불쑥불쑥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보고 싶은 연인만은 야속하게도 꿈에서조차 모습을 나타내 주지 않는다.
상실,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상실은 한 사람을 순식간에 180도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디저트 카페와 극장과 갤러리를 좋아하던 평범한 미대생 사요코는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죽음 너머를 보고 죽음보다도 적막한 고독을 경험한 뒤 몸과 마음에 뚫린 ‘공동’을 느낀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만 같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의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해 준 것은 다만 일상이라는 소박한 축복이다.
지금의 내 눈에는 약간 다른 것이 보인다.
옛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요이치의 조그만 작품에 촛불처럼 예쁜 빛이 뽀얗게 깃들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와 오자키 씨의 가슴 언저리에도 같은 빛이 빛난다.
다만 그 빛은 녹색이고 아주 연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무언가의 생명임에 분명하다.
― 본문 중에서
새로운 방을 빌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옛날 추억을 조금씩 치우고, 닦고, 정리하며 사요코는 그렇게 조금씩 이 세상의 빛을 되찾아 간다. 세상의 끝에 선 듯한 아픔을 겪고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가 본 녹색의 아름다운 빛, 그것은 책을 읽는 우리의 아픔까지 낫게 해 줄 ‘생’의 빛일 것이다.
■ 사랑을 위하여,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다
이 작품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강렬한 개인적 체험이 담겨 있다. 첫 페이지를 여는 갑작스럽고 참혹한 전락 사고, 그에 따른 상실과 살아남은 자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은 바로 그녀가 지난 도호쿠 대지진에서 느낀 단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남편과 함께 마침 차를 타고 가다가 격심한 진동을 느낀 그녀는 그 순간 이 작품을 써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지진은 피해 지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쿄에 사는 나의 인생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감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소설은 온갖 장소에서 이번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를 향해 쓴 것입니다.
만약 이 소설이 마음에 와 닿아,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는 사람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엄습해 온 지진처럼, 죽음은 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슬픔은 남은 사람 모두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살며 사랑한 그 모든 추억의 가능성, 앞으로도 추억을 쌓아 나갈 수 있으리라는 빛나는 희망일 것이다.
잊고 싶은 추억이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건, 당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비밀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봄 이토록 ‘달콤한 앞으로의 시간’을 이 책과 함께 꿈꾸어 보시기를.
▣ 작가 소개
저 : 요시모토 바나나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탔고, 1988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았다. 1989년 『츠구미』로 제 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을 받는 등 발표작마다 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순정 만화에 나오는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 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멜랑코리아』,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은 문학"이라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 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달빛 그림자」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외의 작품으로 『불륜과 남미』『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슬픈 예감』『멜랑코리아』『도마뱀』『암리타』『하드보일드 하드 럭』『하얀 강, 배』『아르헨티나 할머니』『해피 해피 스마일』『데이지의 인생』 『도토리 자매』등이 있다.
역 :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 등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번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역가다. 『용의자 X의 헌신』, 『우안』 등을 번역한 양억관의 아내로,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그 밖의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이지의 인생』,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좌안』, 『소란한 보통날』,『꿈을 파는 남자』『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도토리 자매』,『별을 담은 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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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히어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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