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딛고 싸우기 -케이블방송 설치수리 노동자에 대한 기록-

고객평점
저자박장준, 차재민
출판사항북콤마, 발행일:2015/04/28
형태사항p.322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503837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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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책은 ‘우리집 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철거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다. 흔히 이들은 회색 작업복과 둥글게 말린 케이블 선만으로 기억된다. 이사하거나 TV와 인터넷이 고장 났을 때 전화하면 다녀가는 이들. 아무도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말을 건네지 않았다. 설치를 마치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떠나던 이들은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었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에 사람은 없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검은 선로가 가입자들에게 제 발로 걸어가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보는 화면 뒤에는 엄연히 그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책상 위 PC인가, 스마트폰인가? 아직도 그것이 물건으로만 보이는가? 당신이 쓰는 인터넷, 당신이 손에 든 휴대폰은 절대로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다. 묻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다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이다. 필자는 그들의 숨겨진 노동을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했다. 우선 그것은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싸움이었다.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는 싸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
사모펀드의 ‘먹튀’에 맞선 케이블방송 노동자들, 노숙 농성 177일 고공 농성 50일의 기록
노조를 만든 뒤 직장으로 돌아가기까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까?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기자본의 ‘먹튀’, 방송 영역 공공성 파괴에 맞선 노조
2007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맥쿼리와 손잡고 국내 케이블TV 업계 3위인 씨앤앰을 인수했다. 그것도 인수액의 70퍼센트를 은행에서 빌린 ‘차입 매수’였다. 당시 공공 영역이자 정부 인허가 사업에 사모펀드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IPTV의 등장으로 케이블TV는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와 빚쟁이가 지배한 씨앤앰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이후 씨앤앰 원청, 하청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있었다. 대주주가 보기에 ‘싸우는 노조’의 존재는 매각가 하락의 주범이었다. 2014년 6월 하청 업체들이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09명을 대량 해고하자 주위에서는 대주주가 매각가를 유지할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를 정리해 고정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원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하청 업체, 노동조합이 있는 업체는 바꿔버리면 끝인 업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를테면 ‘파리 목숨’이다.”(27쪽)

◎ 특수고용 노동자, 간접고용의 자리
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철거하는 씨앤앰 엔지니어,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가스를 충전해주는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이들의 공통점은 ‘혼자’이며 ‘간접고용’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하도급 업체를 통해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업체는 이들을 혼자 내보낸다. 낙상 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비용 절감’ 탓이다.” 건당 수수료와 성과급을 받는 임금 체계와 근로 조건은 본사가 정하고, 하도급 업체는 개인사업자로 특수 고용한 엔지니어에게 영업 압박을 전가한다. 본사와의 하도급 계약이 불공정할수록 궁극적으로는 하청 노동자, 간접고용 비정규직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 사회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방문한 저를 보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는데 사모님이 나오면서 신문지를 바닥에 한 장씩 깔더라고요. ‘신문지 깐 데만 밟고 들어오라’고. 그때 굉장히 기분이 나빴죠. 똑같이 AS 해주고 나왔죠. 저도 같은 인간인데… 발 잘 닦고 다닙니다, 냄새도 안 나고. 신문지를 까는 걸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 케이블 설치기사는 어떻게 해서 전광판 위에 서게 되었나
노동자들은 2014년 7월부터 대주주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주변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단순한 노사관계, 원청 하청 간의 갑을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대주주, 투기자본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고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대주주는 하청의 노사문제라며 꿈쩍 하지 않았다. 노숙 농성이 넉 달을 넘겼을 무렵 씨앤앰의 하도급 업체에서 해고된 강성덕 씨와 지부 정책부장을 맡고 있던 임정균 씨는 2014년 11월 12일 새벽 4시 50분께 프레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 사이에 위치한 20미터 높이의 전광판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의 커다란 화면이었다.

◎ 책의 구성
책의 1부는 2014년을 다뤘다. 우선 씨앤앰 5년의 노동 잔혹사, 사태의 기원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케이블 업계의 정리 해고와 노조 파업, 회사의 고질적인 영업 압박으로 인한 수리설치 기사들의 고통, 고정 임금이 없는 ‘건 바이 건(건당 수수료)’ 수익 배분 등 노동 현실을 파고들어 정리했다. 이후 씨앤앰 하청 업체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촉발된 노숙 농성,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강성덕, 임정균 두 노동자의 고공 농성, 12월 31일 타결로 두 노동자가 전광판에서 내려오기까지 씨앤앰 사태의 전말을 시간순으로 다뤘다.
책의 2부는 2013년을 다뤘다. 2013년 들어 방송통신 업계 엔지니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했다. 노조를 만든 뒤 노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힘으로 원하청 업체와 싸울 수 있었는지 그 뿌리를 들여다봤다. 노조가 임금 단체협상 등 교섭을 벌이는 와중에 필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이후 지회별로 모인 노동자 1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3년 여름이었다. 노조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들의 일과 곤궁한 현실, 현장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 작가 소개

저자 : 박장준
1984년 전남 목포 출생, 냉장고 5대 있는 집에서 성장했다. 웬만한 음식은 맛이 없지만, 농성장 밥은 맛있다. 대학 시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외치다 연행되었고, 한-칠레 FTA 체결 반대 집회에서 또 연행되었다. 2003년부터 각종 마르크스주의 서적 탐독했으며, 정치경제학연구회 ‘수레바퀴’ 출신이다.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대학 1~2년차에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조직을 주도한 일을 꼽는다.
2011년부터 기자가 되었고, 2014년 [미디어오늘]에서 [미디어스]로 옮겼다. 외모가 현장친화적이라 취재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각종 결의대회 취재시 투쟁조끼와 머리끈 받는 건 일상이며, 2013년 12월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당시 경찰에 섞여 오함마와 빠루가 난무한 현장 취재했다. 최대 단점은 무식함이어서, 손 번쩍 들며 ‘질문 있다’ 말을 못 한다. 조용하고 길게 괴롭히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또라이로 불린다. 자본과 언론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정당화하고 있다. 유복자로 불린다는 풍문도 있다. 기업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으려 노력하니 그렇게 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해명하자면 전혀 부자 아니다. 연봉... 삭감 각오하고 이직했다.
아무리 기자라도 사명감과 정의감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게 기자의 본분이라 굳게 믿고 있고 있다. 현장 활동가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아직 양심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젊었을 때 하얗게 불태우고 기자를 그만둘 생각을 막연하게 하는 중이다. 강한 어깨와 집요한 성격을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자 : 차재민
198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현재 영상 작가로 활동 중이다. 미술이 뭔지 몰라 화가 나 있던 중 영국 유학을 떠났고 이후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리하여 대부분 시간을 광장에서 보냈다. 긴축정책과 민영화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을 지켜보다가 삭감에 반대하는 예술인 모임(Arts against Cuts)에서 영상 기록자로 활동했다. 민중이 모였다가, 행진하고, 흩어지는 걸 오랜 시간 쳐다봤다.
여전히 미술이 뭔지 모르는 채로, 서울에 돌아와 몇 편의 영상 작업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광장 가장 먼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으려 했다. 광장을 바라보는 시선과 침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이로써 풀어야 할 오해와 답해야 할 질문이 발밑에 쌓이고 있는 듯하다. 한동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를 존경하며, 그처럼 죽을 때까지 예술가로 살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근근이 살아가고 있기에 미술을 관두지 않는 것도 지금은 목표다. 미술이 철저히 미래를 위한 것이라서, 여전히 탐탁지 않지만, 예술만큼 삶을 진지하게 만들어준 것도 없다고 믿고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을 대신하여

2014년__연대의 힘: 노숙 고공 농성
박장준

2013년__노는 땅 위에서 파업 중: 노조 결성과 현장
차재민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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