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고객평점
저자이어령
출판사항열림원, 발행일:2015/06/04
형태사항p.402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063795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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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딸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닻이자
글쓰기의 목표였으며, 그래서 내 삶의 전부였다.”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쓴 영혼의 고백록,
‘굿나잇 키스’

이 세상 모든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이상할 정도로 신비롭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탄생 배경이 딸 때문이었다는 것과 원숭이가 변해 인간이 되었다는 진화설로 유명한 다윈이 딸의 죽음으로 종교를 부정하게 된 사연,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해 유명해진 심리학자 매슬로의 경우 인간의 심리를 기능적으로만 다루었던 기능주의자에서 딸의 탄생으로 생명을 배우고 세계관까지 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딸의 탄생으로 철학, 혹은 과학, 심리학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예를 들며 작가는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가족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꿈을 좇아 집을 나가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본령이 그렇다는 것을 회고하며,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걸어다녔다고 고백한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박차고 나왔던 자신이야말로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른 유별난 행동이었다. 사실 이어령은 결혼 생각이 없었던 문학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딸의 탄생은 그야말로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바로 아버지로서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삶이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그토록 경멸했던 속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보통 남편, 보통 아버지, 보통 사람이 된 것이다. 늘 하늘만 바라보며 살았던 자신에게 땅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딸의 존재였다. 그런 보통 삶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자 행복이라는 것을 딸이 죽은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됐다. 딸의 존재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닻이었고 그의 글쓰기의 목표였으며 그래서 삶의 전부였다는 것을.

평생을 문학과 예술에 몸 담았던 이어령에게 딸의 존재는 예술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예술은 사랑을 일깨울 수는 있어도 사랑 자체는 아니다. 예술가는 사랑을 줄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예술을 뛰어넘는다.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딸이란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 더 이상 딸을 볼 수 없다는 현실은 이어령에게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다.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작업은 바로 우편번호 없는 편지를 쓰는 것뿐이다. 천국에 있을 딸에게 마음속 슬픈 이야기들을, 생전에 해주지 못했던 ‘굿나잇 키스’를 바친다. 딸의 죽음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죽음이 새로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과 눈물의 굿나잇(잘 자라, 내일 다시 만나자, 새로운 사랑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이다.

작가는 언어를 선택한 사람, 스스로를 문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모든 게 글 쓰는 아빠로부터 시작된 일이니 그것을 푸는 것도 글로 하는 수밖에” 없다며 매일 저녁 굿나잇 키스를 하듯 딸의 영혼을 향해 편지를 쓴다. 딸이 살아 있으면 가장 해주고 싶은 것으로 이어령은 ‘굿나잇 키스’를 꼽는다. 30초면 되는 일이다. 그것을 못한 게 가장 한이 된다. 이어령은 나쁜 남편이고 나쁜 아버지였던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한 채 바쁘게 글을 쓰며 살았고, 뒤통수만 보고 자란 자식들에게 늘 미안했다. 가슴과 머리에 자식들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딸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굿나잇 키스는 어느덧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 어떤 글보다 진실되고 속 깊은 얘기들이 마음을 움직인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솔직한 그의 영혼이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이제 딸의 죽음 앞에 작가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어령의 그 어떤 글보다 진실되고 속 깊은 이야기들
딸을 잃고 난 후 사랑의 참의미를 깨달은 환희와 감격의 애가(哀歌)!

1부 [살아서 못다 한 말]은 딸의 탄생부터 처음 장만한 집 이야기, 처음 딸과 함께한 여행, 딸의 첫사랑과 결혼식, 첫 손자를 맞고 할아버지가 된 이야기, 일본 교토에 있을 때 주고받았던 편지들, 종교와 운명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어령은 딸의 탄생과 죽음에 맞춰 자신의 생애를 돌아본다. ‘잘자’라는 말과 ‘굿나잇 키스’는 30초면 충분한 것이었음을 안타까워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의 부족함이었다”(?30초면 충분한 말?)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말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회비판적인 글을 썼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다 불만과 저항의 글이 사실은 물질적 결핍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하기도 하고(?너에게 준 최초의 선물?), 첫 손자를 보고 나서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거부하고 부정해온 마음들이 사라지는 것. 높이 솟아오르는 파도가 아니라 파도가 사라질 때의 하얀 거품”이라는 깨달음과 세대를 건너뛰는 손자와의 교감을 ‘쇠사슬 이론’이라는 미묘한 시간의 원리로 풀어내기도 한다(?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12살 때 꿈꾸었던 빨간 지붕의 이층집을 처음 갖게 되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딸이 원하는 집은 빨간 지붕의 이층집이 아니었으며 가족에게 보금자리인 집을 구해주면 아버지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알았던 어리석은 자신을 고백하는 ?집은 물질이 아니라 생명의 공간?은 집은 사랑, 생명, 가족, 그 모든 것의 대명사이며 집은 물질이 아니라 물질을 넘어선다는 깨달음이 담겨있다. 딸이 헌팅턴 비치에 있는 성채 같은 집을 버리고 땅끝의 아이들을 품기 위해 떠났을 때, 작가는 비로소 영혼의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사랑과 평화와 진실이 있는 하늘의 집에 머무는 딸에게 시 한 편의 집을 바치는 것뿐이다.

2부 [오늘만 울게 하소서]는 그동안 딸을 생각하며 눈물로 쓴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2006년 계간 [시인세계]로 공식 등단한 그는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지 52년 만인 2008년 첫 시집『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펴낸바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이리 많은데/ 왜 사람들은 오늘도 돈, 돈, 하는가”(?돈으로 안 되는 것?), “내 일찍이 수사학 공부를 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수사학도 없다(...)/ 오직 검은색만이 있고 말은 없다”(?죽음에는 수사학이 없다?)와 같은 탄식과 깨달음이 산문과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3부 [빨간 우편함의 기적]은 딸 이민아가 쓴 편지와 부인 강인숙 씨의 편지 모음, 이민아와 이어령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신앙 간증 책을 펴낸 이민아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이나마 그녀가 살아온 삶과 이어령의 딸로서 겪은 행복과 상처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 커지고, 퍼져 나가며,
모든 것을 어루만진다.

죽음에 대한 슬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를 세상에서 잃은 슬픔, 슬픈 기억조차 세월 속에서 잊혀지는 슬픔이 그것이다. 희랍어든 라틴어든 진실의 반대말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주 진실한 것은 ‘레테의 강’(망각의 강)을 지나도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이 그렇다. 절절하고 애끊는 아비의 마음이 읽는 내내 가슴을 후려친다. 이혼, 암, 실명, 아들의 죽음 등 고통의 시간들로 점철된 인생을 살다 간 이민아. 그녀는 그러나 행복한 사람이었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없다. 불 사이를 지나지 않으면 금이 정련되지 않고,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번 고통 속에서 큰 행복을 느꼈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민아는 한결같이 아이들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첫아들의 죽음과 둘째아들의 자폐아 증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바쁜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상처받았던 유년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하나님을 영접한 후 더 많은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 땅끝까지 전도 활동에 헌신했다. 그리고 이제 이어령은 딸의 못다 한 사랑의 실천을 이어받아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보운전 아버지가 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는 날 아버지도 처음 태어나는 것이다. 여든이 된 이제야 초보운전 아버지에서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는데 딸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세살마을 프로그램’으로 갓난아이를 키우는 거다. 아들을 잃고 땅끝의 아이들을 품어주었던 이민아. 딸을 잃은 슬픔으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품에 안으려는 이어령. 딸은 그에게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더 커지고, 퍼져 나가고, 모든 것을 어루만진다. 사랑이 사랑으로 피어난다. 이어령은 딸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최고의 스승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여든 평생 뛰어난 지성인이었던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이 딸의 사랑이었음을 깨달은, 한 인간을 넘어서는 영성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서쪽에서 지는 저녁노을은
내일 아침 동쪽의 새벽노을로 떠오른다

저녁이면 길어지는 하루의 그림자를 근심하다가
사랑이 저렇게 붉게 타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사람의 정이 그처럼 넓게 번지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종이 다시 울려면 바다의 침묵이 있어야 하고
내일 해가 다시 뜨려면 날마다 저녁노을이 져야 하듯이
내가 웃으려면 오늘 울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

내 피가 생명의 노을이 되어 땅끝에 번지면
낯선 사람이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고 가족이 됩니다
빛과 어둠이 어울려 반음 높아진 노을종이 울립니다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 이어령은 딸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딸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녀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제 그에게 실천의 문제로 남았다. 딸의 죽음 이후 이어령의 글쓰기의 테마는 바로 생명, 출생, 죽음, 사랑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슬픔의 노을을 아침의 노을”로 바꾸어버리는 재생과 부활의 힘을 여든이 넘은 이어령은 확신한다. 그 믿음이 자신을 구원할 거라고 말이다. 비록 딸 하나를 잃었지만 어디에선가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소리에서 딸의 탄생을 기억할 것이다. 딸은 끊임없이 이어령의 기억 속에서 탄생하고 또 탄생한다. 이제 세상의 모든 딸들을 품음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어령. 딸의 탄생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지만 딸의 죽음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딸을 잃은 상처는 극복되지 않겠지만 그는 다른 사랑을 실천함으로서 그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이 지나고 나면 그다음에 거듭나는 부활의 시간, 재생의 시간이 돌아올 거라 믿는 그가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살아 있을 때 그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새로운 아침이 온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오직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떠오르는 태양. 굿나잇 키스로 잠들고 눈을 뜨면 딸이 맞는 아침은 곧 이어령 자신의 아침이기도 하다. 아침은 하나인 것이다. 그는 밤마다 부활의 아침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어령의 고백을 들으면서 공감되고 위안을 받는다면 이제 독자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굿나잇 키스를 보낼 차례이다. 30초면 충분한 말이다.

작가의 말_인칭이 없는 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슬픔만 남는 것이 아니다. 흔히 자식은 땅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냥 묻어두는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씨앗과도 같은 것이다. 슬픔의 자리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를 맺는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우리의 삶을 더 푸르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추임새로 돌아온다.

딸을 잃었다. 처음에는 나에게만 닥쳐온 비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겪는다.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딸의 3주기를 맞으면서 여유가 생긴 것일까. 나와 똑같은 슬픔과 고통을 쫓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랬냐고. 그때 그 골목을 지나다가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느냐고. 그게 죽음인데도 오히려 그 애가 태어나던 때 생각이 나더냐고.

사람들은 남에게 자기의 우는 모습이나 눈물자국 같은 것을 보여주기를 꺼려한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자기 울음소리가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수돗물을 켜놓고 울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마음속에 개켜두었던 글들이 급기야 이런 책이 되고 말았다. 마음과 행동이 항상 어긋나는 것이 인간들이 하는 짓이지만 이번에도 또 내 마음과는 다른 결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딸을 잃은 슬픔을 처음에는 독백처럼 썼다. 내가 나를 향해 쓴 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독백은 대화가 되어 딸에게 이야기하는 글로 바뀌었다. 1인칭에서 2인칭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시간이 흐르면서 급기야는 내 마음과 생각들이 3인칭으로 변하게 된다. 하나의 산문이 되고 시가 되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 한 번도 너라고 당신이라고 불러보지 못한 사람들, 그 3인칭을 향해서 언어들이 쏠리게 된다.

내가 나에게 하는 소리인지, 이미 떠난 내 딸에게 하는 소리인지,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러나 나와 똑같이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글이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낸다.

울지마 아무것도 아니야.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부는 게지.
길가의 돌은 거기 있고
풀들은 가을이 오기 전까지 푸르지

울지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가는 거야. 뒤돌아다 볼 틈도 없이
바삐 사라지는 것들은 뒤통수만 보여

그러니 울지마.
조금 있으면 구름도 안 보이고
바람도 불지 않아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벌판에는 아무것도 없지

그때 지붕 위로 내리던 비
타다 만 휴지 조각

생각하지마
아무것도 아니야 처음부터 없었던 것.
울지마 그냥 가게 두는 거야.

유행가 가사 같아서가 아니다. 누구보고 울지 말라고 하는 글인지, 나인지 민아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글이다. 다듬고 수정하고 교정을 본 글들이 아니라 그냥 흘러나온 글이다.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요즘은 왜인지 자꾸 울음이 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아마도 그 사람에게 위로의 말로 들려주려고 쓴 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딸에 대해서 쓴 이 글들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
다만 이 글들이 나와 내 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평창동 딸과 함께하던 그 봄날에
2015년 4월
이어령

▣ 작가 소개

저 : 이어령

李御寧, 호:凌宵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일보 상임 고문 및 (재)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석좌교수이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등이 있고,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시리즈 등이 있다.

디지로그(Digilog)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는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현재 우리가 한때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디지털 기술은 그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해준다. 시대를 읽는 특별한 눈을 가진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가 되었다. 한국이 산업사회에선 뒤졌지만 정보화사회에선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음을 일찍부터 설파한 그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물리적 나이로 보자면 분명 노학자이지만, 그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문명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도 앞서 디지털 패러다임의 한계와 가능성을 몸소 체험한 얼리어댑터이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했다. 그는 컴퓨터들을 이용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한다.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뇌의 확장된 영역이 되고,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을 몸소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1963년 「경향신문」에 연재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을 모은 것으로 처음으로 이 땅에 한국 문화론의 기치를 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이어령은 "젊은이의 기수" "언어의 마술사" "단군 이래의 재인"으로까지 불렸다. 또한 대만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칭송받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다다 교수가 ''그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영문으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를 최초로 분석해 낸 기념비 같은 것이면서도 ''젊다''. 또렷하고 거침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건축, 의상, 식습관, 생활양식에 대한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지적은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방대한 지식에 기반하여 한국의 풍습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면서 동서고금의 사상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자유로운 그 사고방식과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글재주 역시 비상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 고전 문헌에 대한 자료와 그간의 일본, 일본인론에 대한 저자의 견해 및 비평을 피력하면서 문화 현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을 투시해 본,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그럼으로써 가혹한 분석이다.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대를 초월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인접국인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둥지 속의 날개』(상,하)는 1978년 월간 「한국문학」에 ''의상과 나신''이라는 제목으로 8회 연재를 하다가 도중에 저자의 건강상 이유로 중단했던 작품이다. 분망한 나날과 가진 고초 속에서 저자인 이어령의 문학적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세월이 갈수록 유난히 애정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70년대서 80년대의 초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원한 내면세계를 다루려 한 소설이기에 산업화·도시화라는 시대상황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광고라는 새로운 직업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문명 비평적 요소도 없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여겨져 온 이어령. 문학박사, 교수, 장관 등 다채로운 이력과 타이틀을 지닌 그는 과거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러한 이어령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말하자면 ''(무신론자의) 신앙입문기''라고 할까.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어령. 존재 자체의 변화로 인해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그는 지성을 넘어선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례를 받았고,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다. 생명과 영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글쓰기에 나섰다. 지나온 세월 동안 한국의 대표지성으로 이름을 날린 그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머리글 인칭이 없는 글

1부_살아서 못다 한 말(Essay)

0. preface
네가 없는 굿나잇 키스 21 | 목마를 타고 떠나다 26
1. 탄생, 그리고 시작
너는 멀리서 어떻게 왔니 33 | 사랑은 고통으로부터 44
2. 살고 싶은 집
아기집에서 세상의 집으로. 57 | 세상의 집에서 영혼의 집으로 69 | 어둠 속에 몰래 우는 아버지 79
3. 여행의 끝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다 91 | 피아노, 환상의 악기 107
경쟁 사회의 문 113 | 첫 번째 시험에 들다 119
4. 딸이 첫사랑을 할 때
너의 첫사랑 133 | 네가 결혼하던 날 139
아버지의 주례사 145 | LA에서 온 타전 신호 154
5. 딸이 어머니가 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하지 못한 것 165 |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176
6. 교토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
까마귀 울음이 멈출 때 201 | 운명의 갈림길 207
깁스에 구멍을 뚫어주는 마음 209 | 원수를 사랑하라 212
7. 영혼의 눈을 뜨다
운명의 진화 221 | 어떤 미소에 끌리는 힘 232
8. 노을종
너의 마지막 247 | 네가 나에게 가르쳐준 그 모든 것 260
노을이 종소리로 번져갈 때 273

2부 오늘만 울게 하소서(Poems)

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 285 | 오늘도 아침이 왔다 287
네버랜드로 가자 290 | 달리다 굼 294 | 목숨의 깃발 296
숨겨진 수의 기적 297 | 죽음의 속도계 298 | 겨울이 아직 멀었는데 300 | 만우절 거짓말 302 | 사진처럼 강한 것은 없다 304사진 찍던 자리 306 |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308 | 전화를 걸 수 없구나 310 | 기억 상자 313 | 네가 앉았던 자리 315 |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319 | 네 생각 321 | 그 많은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322 | 돈으로 안 되는 것 323 | 죽음에는 수사학이 없다 325 | 무덤 327 | 지금 몇 시지 328 | 가나의 결혼식 329 하늘의 신부가 된 너의 숨소리 331 | 혹시 너인가 해서 334
바람 부는 저녁 336 |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338

3부 빨간 우편함의 기적(Letters)

망각, 진실의 반대말 343
빨간 우편함의 기적 346
너는 나의 동행자 351
우편번호 없는 편지 354
엄마가 민아에게 378

뒤에 붙이는 글-interview
이민아와 땅끝의 아이들 386
- [조선일보 why], 김윤덕 기자,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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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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