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
자신의 생애를 문학으로 탄생시키다!
제33회 아쿠타가와상과 제30회 요미우리 문학상 평론전기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는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해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되기도 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다. 한국에서도 『침묵』, 『깊은 강』 등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엔도 문학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엔도’의 인생을 조명해볼 필요가 있지만, 정작 작가 엔도와 인간 엔도에 접근하는 작품들은 만나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에 지금까지 엔도의 작품 다섯 편을 번역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 역자 이평춘은 작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투영된 단편들을 선별해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으로 출간했다. 그녀는 “왜, 엔도는 ‘인간과 神의 문제’를 평생 자신의 작품 주제로 삼았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엔도의 삶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른 평론과 연구서보다도 더 진실한 것은 엔도 스스로가 말하고 있고, 쓰고 있는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엔도는 그 자전적 내용을 소재로 삼아 단편소설로 썼다. 일본 ‘사소설’의 대표 작가인 엔도의 삶이 단편소설에 사실적으로 그려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에서는 엔도의 유년시절, 성장 과정, 어머니와의 관계, 세례를 받은 배경, 가톨릭 작가로서의 삶, 투병 생활 등 작가 자신의 언어와 자전적 독백이라 할 수 있는 8편의 단편을 선별했다. 여기서 수록된 단편 중 2편을 살펴보자.
가톨릭 신부의 내면에 감춰진 고독과 외로움을 잘 표현한 작품, 「그림자」
주인공은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면서 한 신부를 알게 된다. 그 신부는 어머니가 가장 존경하는 존재이지만, 주인공은 그에게 왠지 모르게 반발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아버지와의 생활은 어머니와 지냈던 것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웠지만, 그런 생활은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덜 수 있는 행위는 바로 신부에게 편지 쓰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주인공은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그를 찾아가고, 약혼자로부터 그가 어떤 여인과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가 신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많은 시간이 흘러 백화점 옥상에서 그를 목격한다. 그때, 낯익은 여자가 아이의 손을 끌고 그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맞은편 출입구로 사라진다.
「그림자」에서는 성직자였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신의 가르침에 등을 돌리고 교회를 떠나게 된 가톨릭 신부의 내면에 감춰진 고독과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엔도 슈사쿠가 가톨릭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신의 문제를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된 동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체험과 상처가 한 작가의 삶과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엔도의 글을 통하여 접할 수 있다.
나로 하여금 당신 테이블로 다가서지 못하게 가로막은 힘,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내 삶을 형성해 온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설가인 나는 지금까지 그것을 소재로 여러 소설을 써 왔습니다. 나의 작업은 내면세계에 깊이 가라앉아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올려 그것들을 다듬고 재조립하는 것으로, 그중에는 아직 주워 올리지 못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본 적 없는 나의 아버지, 당신이 오랫동안 여러모로 보살펴 주었던 나의 어머니, 그리고 당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직 소설에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거짓말입니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나서 당신의 이야기를 세 차례나 썼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변형시켜 썼습니다. 당신은 그 사건 이후 오랫동안 내 작품 속의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을 소재로 한 소설은 거의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내가 아직 당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 계속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존재를 내 마음속에서 떨칠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떨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그렇지만 어떻게 내게서 어머니와 당신을 지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림자」중에서
혼돈에 빠진 어린 아들의 유일한 동반자, 「잡종견」
주인공 스구로는 우유 가게 주인으로부터 스피츠 피가 섞인 잡종견 한 마리를 받아 온다. 그의 아내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몹시 싫어했고, 그는 아내를 겨우 설득해 잡종견을 키우게 된다. 그는 강아지에게 ‘구우’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구우’는 그가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의 이름이었다. 자신의 아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그는 다롄에서 살았었는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도 집으로 가지 않고 밖을 배회했는데, 구우는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아들이 무자비하게 구우를 쫓아내는 것을 보자, 스구로는 아내와 지금까지 헤어지지 않고 살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에게도 아내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내와 헤어진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소년 시절 자신이 겪었던 고독을 아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주던 나날 동안 그는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험담만을 늘어놓고, 아버지는 새삼스레 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따스함이 스구로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개에게만은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한 마리의 까만 잡종견만이 소년 시절 스구로의 동반자였고, 그의 고독을 알고 있었다. 구우는 황혼 녘의 눈 속에 서 있는 주인을 고개를 갸웃하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잡종견」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스구로가 고모 댁으로 가게 되면서 구우와 이별한다. 스구로는 우유 가게에서 데려온 잡종견을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구우가 떠올라 더욱 애착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아내와 아들은 잡종견이라는 이유로 개를 창피해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스구로는 암담한 기분을 느낀다. 이후 수놈인 줄 알고 데려온 이 잡종견이 암놈으로 밝혀지면서 아내는 스구로에게 우유 가게에 돌려주고 오라고 하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구우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잡종견」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돈에 빠진 어린 아들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잡종견에 대한 내용은 「그림자」에도 나오는데, “지금도 내 소설에는 이따금 개나 새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때의 나에게는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이 개였습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그의 작품에 개나 새가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8편의 단편을 읽어 나가다 보면, 엔도 문학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작가’로서의 엔도가 아닌 ‘인간’ 엔도 슈사쿠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엔도 슈사쿠
Endo Shusaku,えんどう しゅうさく,遠藤周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가톨릭 신자인 이모의 집에서 성장하였으며, 이모의 권유로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장학금으로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결핵으로 인해 2년 반 만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1955년에 발표한 『하얀 사람』(白ぃ人)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바다와 독약』으로 신쵸샤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고 일본의 대표적 문학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엔도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후, 유럽의 〈신의 세계〉를 경험한 〈나〉가 결국 동양의 〈신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자전적 소설 『아덴까지』를 발표했는데, 그 6개월 뒤에 『백색인白い人』을 발표하였고, 또 6개월 뒤에 『황색인黃色い人』을 발표했다. 그리고 백색인으로 1955년 제3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다. 『아덴까지』의 작품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 역시 엔도가 유럽과 동양의 종교문화의 차이로부터 겪은 방황, 갈등의 요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또한 〈백색인〉과 〈황색인〉은 인간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악과 선의 대립만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신이 절대적 가치를 갖는 서구인 〈백색인의 세계〉에서도 그 신을 믿는 인간과, 그 신을 부정하는 인간이 상호 존재하고 있으며, 이 둘 역시도 항시 대립하고 있음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이 작품은 설혹 신을 부정하며 신과 격렬히 투쟁하고 있다하더라도, 그 투쟁을 통해서 이르게 되는 어떤 섭리에 대한 고백성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작품은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66년에 『침묵』(沈默)을 발표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96년 타계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종교소설과 통속소설의 차이를 무너뜨린 20세기 문학의 거장이자 일본의 국민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침묵』, 『예수의 생애』,『내가 버린 여자』, 『깊은 강』 등 다수가 있으며 1996년 9월 29일 서거. 東京 府中市 가톨릭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자 : 이평춘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일문학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고, 도쿄가쿠게이대학 대학원에서 일문학 석사, 도쿄 시라유리여자대학 대학원에서 [엔도 슈사쿠 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엔도 슈사쿠의 『바다와 독약』(2000, 가톨릭 출판사), 『예수의 생애』(2003, 가톨릭 출판사), 『그리스도의 탄생』(2003, 가톨릭 출판사), 『내가 버린 여자』(2007, 어문학사),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2010, 어문학사)가 있다.
▣ 주요 목차
그림자
잡종견
6일간의 여행
노방초
나른한 봄날의 황혼
분장하는 남자
흙먼지
만약
역자 후기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
자신의 생애를 문학으로 탄생시키다!
제33회 아쿠타가와상과 제30회 요미우리 문학상 평론전기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는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해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되기도 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다. 한국에서도 『침묵』, 『깊은 강』 등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엔도 문학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엔도’의 인생을 조명해볼 필요가 있지만, 정작 작가 엔도와 인간 엔도에 접근하는 작품들은 만나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에 지금까지 엔도의 작품 다섯 편을 번역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 역자 이평춘은 작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투영된 단편들을 선별해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으로 출간했다. 그녀는 “왜, 엔도는 ‘인간과 神의 문제’를 평생 자신의 작품 주제로 삼았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엔도의 삶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른 평론과 연구서보다도 더 진실한 것은 엔도 스스로가 말하고 있고, 쓰고 있는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엔도는 그 자전적 내용을 소재로 삼아 단편소설로 썼다. 일본 ‘사소설’의 대표 작가인 엔도의 삶이 단편소설에 사실적으로 그려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에서는 엔도의 유년시절, 성장 과정, 어머니와의 관계, 세례를 받은 배경, 가톨릭 작가로서의 삶, 투병 생활 등 작가 자신의 언어와 자전적 독백이라 할 수 있는 8편의 단편을 선별했다. 여기서 수록된 단편 중 2편을 살펴보자.
가톨릭 신부의 내면에 감춰진 고독과 외로움을 잘 표현한 작품, 「그림자」
주인공은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면서 한 신부를 알게 된다. 그 신부는 어머니가 가장 존경하는 존재이지만, 주인공은 그에게 왠지 모르게 반발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아버지와의 생활은 어머니와 지냈던 것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웠지만, 그런 생활은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덜 수 있는 행위는 바로 신부에게 편지 쓰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주인공은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그를 찾아가고, 약혼자로부터 그가 어떤 여인과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가 신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많은 시간이 흘러 백화점 옥상에서 그를 목격한다. 그때, 낯익은 여자가 아이의 손을 끌고 그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맞은편 출입구로 사라진다.
「그림자」에서는 성직자였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신의 가르침에 등을 돌리고 교회를 떠나게 된 가톨릭 신부의 내면에 감춰진 고독과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엔도 슈사쿠가 가톨릭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신의 문제를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된 동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체험과 상처가 한 작가의 삶과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엔도의 글을 통하여 접할 수 있다.
나로 하여금 당신 테이블로 다가서지 못하게 가로막은 힘,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내 삶을 형성해 온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설가인 나는 지금까지 그것을 소재로 여러 소설을 써 왔습니다. 나의 작업은 내면세계에 깊이 가라앉아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올려 그것들을 다듬고 재조립하는 것으로, 그중에는 아직 주워 올리지 못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본 적 없는 나의 아버지, 당신이 오랫동안 여러모로 보살펴 주었던 나의 어머니, 그리고 당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직 소설에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거짓말입니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나서 당신의 이야기를 세 차례나 썼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변형시켜 썼습니다. 당신은 그 사건 이후 오랫동안 내 작품 속의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을 소재로 한 소설은 거의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내가 아직 당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 계속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존재를 내 마음속에서 떨칠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떨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그렇지만 어떻게 내게서 어머니와 당신을 지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림자」중에서
혼돈에 빠진 어린 아들의 유일한 동반자, 「잡종견」
주인공 스구로는 우유 가게 주인으로부터 스피츠 피가 섞인 잡종견 한 마리를 받아 온다. 그의 아내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몹시 싫어했고, 그는 아내를 겨우 설득해 잡종견을 키우게 된다. 그는 강아지에게 ‘구우’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구우’는 그가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의 이름이었다. 자신의 아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그는 다롄에서 살았었는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도 집으로 가지 않고 밖을 배회했는데, 구우는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아들이 무자비하게 구우를 쫓아내는 것을 보자, 스구로는 아내와 지금까지 헤어지지 않고 살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에게도 아내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내와 헤어진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소년 시절 자신이 겪었던 고독을 아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주던 나날 동안 그는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험담만을 늘어놓고, 아버지는 새삼스레 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따스함이 스구로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개에게만은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한 마리의 까만 잡종견만이 소년 시절 스구로의 동반자였고, 그의 고독을 알고 있었다. 구우는 황혼 녘의 눈 속에 서 있는 주인을 고개를 갸웃하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잡종견」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스구로가 고모 댁으로 가게 되면서 구우와 이별한다. 스구로는 우유 가게에서 데려온 잡종견을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구우가 떠올라 더욱 애착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아내와 아들은 잡종견이라는 이유로 개를 창피해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스구로는 암담한 기분을 느낀다. 이후 수놈인 줄 알고 데려온 이 잡종견이 암놈으로 밝혀지면서 아내는 스구로에게 우유 가게에 돌려주고 오라고 하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구우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잡종견」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돈에 빠진 어린 아들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잡종견에 대한 내용은 「그림자」에도 나오는데, “지금도 내 소설에는 이따금 개나 새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때의 나에게는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이 개였습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그의 작품에 개나 새가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8편의 단편을 읽어 나가다 보면, 엔도 문학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작가’로서의 엔도가 아닌 ‘인간’ 엔도 슈사쿠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엔도 슈사쿠
Endo Shusaku,えんどう しゅうさく,遠藤周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가톨릭 신자인 이모의 집에서 성장하였으며, 이모의 권유로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장학금으로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결핵으로 인해 2년 반 만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1955년에 발표한 『하얀 사람』(白ぃ人)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바다와 독약』으로 신쵸샤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고 일본의 대표적 문학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엔도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후, 유럽의 〈신의 세계〉를 경험한 〈나〉가 결국 동양의 〈신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자전적 소설 『아덴까지』를 발표했는데, 그 6개월 뒤에 『백색인白い人』을 발표하였고, 또 6개월 뒤에 『황색인黃色い人』을 발표했다. 그리고 백색인으로 1955년 제3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다. 『아덴까지』의 작품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 역시 엔도가 유럽과 동양의 종교문화의 차이로부터 겪은 방황, 갈등의 요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또한 〈백색인〉과 〈황색인〉은 인간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악과 선의 대립만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신이 절대적 가치를 갖는 서구인 〈백색인의 세계〉에서도 그 신을 믿는 인간과, 그 신을 부정하는 인간이 상호 존재하고 있으며, 이 둘 역시도 항시 대립하고 있음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이 작품은 설혹 신을 부정하며 신과 격렬히 투쟁하고 있다하더라도, 그 투쟁을 통해서 이르게 되는 어떤 섭리에 대한 고백성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작품은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66년에 『침묵』(沈默)을 발표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96년 타계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종교소설과 통속소설의 차이를 무너뜨린 20세기 문학의 거장이자 일본의 국민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침묵』, 『예수의 생애』,『내가 버린 여자』, 『깊은 강』 등 다수가 있으며 1996년 9월 29일 서거. 東京 府中市 가톨릭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자 : 이평춘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일문학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고, 도쿄가쿠게이대학 대학원에서 일문학 석사, 도쿄 시라유리여자대학 대학원에서 [엔도 슈사쿠 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엔도 슈사쿠의 『바다와 독약』(2000, 가톨릭 출판사), 『예수의 생애』(2003, 가톨릭 출판사), 『그리스도의 탄생』(2003, 가톨릭 출판사), 『내가 버린 여자』(2007, 어문학사),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2010, 어문학사)가 있다.
▣ 주요 목차
그림자
잡종견
6일간의 여행
노방초
나른한 봄날의 황혼
분장하는 남자
흙먼지
만약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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