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늘날 인류는 미래와 희망을 잃었다. 자원고갈과 기후변화 등 현재의 문명이 더 이상 존속될 수 없음을 알리는 경고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위기와 심각한 양극화 등으로 현재의 사회ㆍ경제체제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커녕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직접 체감하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무기력하게 상황 자체를 외면하거나 남의 일인 양 먼 산 불 보듯 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하랄트 벨처(Harald Welzer)는 파멸을 막으려면 이런 상황에 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래를 되찾으려면 효율성과 소비, 성장에 기초한 지금의 삶의 방식에 저항하고, 행복과 지속가능성으로 삶의 기준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저항이 자본주의의 발흥과 함께 실현되었던 시민의 권리와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문명의 수준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자본주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자원의 남획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쓴 하랄트 벨처는 괴테 인스티투트(Goethe Insititut)에서 ‘학문의 얼굴들’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이다. 그는 현재 플렌스부르크 대학에서 전환설계학(Transformations design) 교수로 있으면서 베를린의 비영리단체인 ‘푸투어츠바이 재단(Futurzwei Stiftung)’의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환설계학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학문이며, 그가 책임자로 있는 푸투어츠바이 재단도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대안적 생활양식에 관한 연구와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독일 언론 《슈피겔》이 ‘생산적인 통섭 정신’(produktiver Quergeist)이라고 지칭할 만큼 사회심리학이라는 분과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뛰어난 성과들을 발표해왔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사회변동을 다룬 《기후전쟁》, 《기후문화》(울리히 벡 등과의 공저) 등의 저작들이 소개되어 폭넓은 반향을 얻은 바 있다.
왜 저항이 필요한가
하랄트 벨처는 이제 인류는 자신과 미래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와 역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냉전체제의 해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체제의 기본원리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적 팽창의 문화는 더 이상 인류 역사에 아무것도 가져다줄 수 없으며, 그것이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들도 급격히 실패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만을 전부로 여기는 신자유주의는 성장률과 이윤율을 위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복지와 같은 시장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의 물결과 더불어 자본주의적 팽창의 문화가 지구 전체로 확산되면서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과 생태계의 파괴도 보편화되어 이제 미래세대의 생존마저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인류가 놓인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럽과 북미가 그들 자신의 산업화와 문명화를 위해 다른 대륙의 자원까지 남획하던 19세기와 20세기를 공간적인 갈취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면, 도도한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성장경제의 원칙이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공간적인 갈취를 넘어서서 시간적인 갈취가 자행되고 있는 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소비지상주의 문화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먹어치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는 이제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선택의 길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삶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자유와 민주주의ㆍ복지도 파괴되어가며, 결국에는 인류 문명이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남아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내 훼손된 자유와 민주주의를 치유하고, 줄어들 대로 줄어들어 있는 삶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에 저항해야 할 것인가?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기후변화나 자원고갈과 같은 환경문제가 근본적으로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미래를 파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문제를 발생시켜왔던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저항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정치적 저항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중요했던 과거의 저항과는 다르다. 그것은 저항해야 할 궁극적 대상이 바로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일상적인 삶들, 곧 우리가 먹는 것들, 이동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여가를 보내는 방식, 집을 짓고 사는 방식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랄트 벨처는 “지난 두 세기가 계몽과 해방, 자유의 역사였다면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질 시대는 자기 계몽의 시대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 계몽이 자리를 잡으려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보의 그물과 소비유혹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곧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와 그러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만들어내고 있는 매체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회복하라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성장과 경쟁, 소비의 문화에서 해방되려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이 소망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없이는 현재의 소비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며 이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할 수 없다. 곧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이며, 미래에 대한 상상에 기초해야 우리의 사고와 실천은 대안이 없다는 현실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무한히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윤리적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상상력은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소망하는 미래의 어떤 시점의 상태를 상상해보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것이 우리에게 현재의 상태를 여러 가능한 상태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고,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낫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상하는 미래를 기준으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길들을 현실에서 재구성해보면서 현실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랄트 벨처는 생태운동을 비롯한 오늘날의 사회운동이 성장경제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리면서 성장지상주의 문화의 극복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근본적인 사회문화적인 전환이 아니라 당장의 실용적인 성과와 기술적 효용성에만 치우치면서 시장에 넘쳐나는 각종 ‘그린’ 상품들과 ‘친환경’ 인증제품들처럼 자원고갈과 생태계 파괴가 소비사회의 새로운 이윤획득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녹색성장’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만 사회적 비용으로 떠넘겨지는” 현실을 낳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사회적 기업의 모델로 칭송받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는 밑천을 대출해주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도 자본주의적 성장경제를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극빈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사업모델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성장과 경쟁, 소비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오늘날 우리가 사로잡혀 있는 맹목성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맹목성이란 하랄트 벨처의 표현대로라면 “삶의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인식의 영역에서나 실천의 영역에서 지난 경험에 근거한 방식들을 강화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방식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는 바로 이러한 맹목성을 치료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생존능력을 가진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례들을 풍부히 소개한다.
예컨대 신발ㆍ가구 등을 생산하는 게아(GEA)나 협동조합 은행인 GLS은행 등은 기업이 어떻게 이윤 획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목적으로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 운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오네이드라는 유기농 음료수를 개발한 독일의 양조업자인 코발스키 가족은 생산과정 자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전환한 사례의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전해주며, 우르술라 슬라덱과 미하엘 슬라덱 부부가 설립한 에너지협동조합인 쇠나우전력회사(EWS)는 지역공동체의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공의 복지를 목표로 운영되어 대중교통수단의 이용증가라는 소비자의 행동양식의 변화를 가져온 스위스연방철도는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밖에 제품의 순환주기를 빠르게 만들려고 기업들이 노후화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고발하는 웹사이트를 열어 제품들이 지속가능한 품질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 슈테판 슈리데, 기업들이 공동체의 복지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기업의 공익성을 기업 활동의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크리스티안 펠버, 자본주의 산업이 파괴한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복원을 주도하고 후원하는 오케아노스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는 파울만 부부, 현실에 대한 다른 정의와 이해를 보여주어 가능성의 공간을 열어주는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 세계무역기구나 다우케미컬 등을 사칭하며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여 그것에 구멍을 뚫는 예스맨 등 세계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실천적으로 저항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그는 우리 자신에게 미래 생존능력을 학습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며, 관성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통해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회적이며 기술적인 능력들을 습득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은 잘 짜인 계획이나 지식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앞서의 사례들처럼 다른 상태에 도달하기를 꿈꾸며 시도하는 실천적 저항들을 통해서 그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성장지상주의와 소비주의 문화에서도 얼마든지 그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양식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인 귄터 안더스에게서 가져온 ‘윤리적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윤리적 스트레칭이란 어떤 문제에 관한 지배적인 생각들에 대해 어떻게든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는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상상과 감정에서 벗어나 그것을 혁신적으로 확장해 자신의 시야를 더 대범하게 넓혀보는 것이다. 하랄트 벨처는 이러한 윤리적 스트레칭으로 우리의 동의하지 않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며, 그러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실천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저항을 시작하라
이 책의 지적처럼 오늘날 현대 문명이 희망을 잃고 막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연장으로 미래를 꿈꾸지 않거나, 현재와 같은 삶이 미래에도 계속되는 것을 끔찍한 악몽처럼 여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른바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 문명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난 삶을 갈망한다. 번잡한 도시와 숨 가쁘게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그래서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현재에 살아야 한다는 모순이 시대를 지배한다.
그래선지 우리는 주변에서 미래의 파국을 경고하거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데 치우치거나 변화가 추상적인 담론 차원의 논의에 그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주거나 실천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주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반대로 우리를 잘못된 기대로 내몰거나 위기에 더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의미와 가치가 드러난다. 하랄트 벨처는 사회와 문화,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전환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제시하여 우리를 기술에 대한 헛된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결코 추상적인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미래의 생존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창의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북돋으며 우리에게 수많은 실천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나아가 이 책은 사회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든다. 하랄트 벨처는 우리 자신, 곧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 취향과 욕망, 삶에 대한 이해와 방식 자체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며, 우리 자신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산업사회의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지금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 수많은 가능성들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가져올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지닌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일깨워주며, 당장 일상의 삶에서 어떤 저항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하랄트 벨처 Harald Welzer
1958년에 태어난 하랄트 벨처는 괴테 인스티투트가 ‘학문의 얼굴들’의 한 사람으로 선정한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이다. 현재 플렌스부르크 대학의 전환설계학 교수로 있으면서 베를린의 비영리단체인 ‘푸투어츠바이 재단(Futurzwei Stiftung)’의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크트갈렌 대학에서는 사회심리학을 가르친다.
‘전환설계학(Transformations design)’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푸투어츠바이 재단은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해 소비주의와 산업주의에 기초한 기존의 생활양식을 벗어난 새로운 대안적 생활양식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독일 언론 《슈피겔》이 ‘생산적인 통섭 정신’(produktiver Quergeist)이라 지칭할 만큼 사회심리학이라는 분과학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탁월한 성과들을 발표해왔다. 그의 저작들은 2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폭넓게 읽히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사회변동을 다룬 《기후전쟁》과 《기후문화》(울리히 벡 등과의 공저) 등의 책이 번역되어 큰 반향을 일으... 키기도 했다.
이 밖에 국가나 사회의 폭력에 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할아버지는 나치가 아니었다. 가족들의 기억 속의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범죄자.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집단학살자가 되는가》, 《병사들. 전투와 학살, 죽음에 관한 기록》 등의 저작이 있다.
역자 : 원성철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밤베르크대학교와 튀빙겐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종교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이야기꾼』(쉘 요한손), 『우리의 아름다운 새옷』(잉고 슐체)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 서문_ 미래가 언제나 지속되지는 않는다.
시작하기_ 성공적인 저항을 위한 12가지 지침
1. 생존인가, 파멸인가
약속으로서의 미래 | 과거로서의 미래 | 미래를 되찾을 수 있을까 | 남획 중독 | 사회성 파괴 | 생존인가, 파멸인가
2. 소비주의와 성장의 신앙
환경아, 미안! | 포스트 이데올로기 | 우리는 왜 늘 달라지려고 하는 걸까? | 성장의 신앙
3. 학습된 욕망의 세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세계의 진짜 모습일까 | 세계와 나의 구성원리 | 내면의 산업화 | 정신적 인프라 | 문화의 굴레 | 학문
4. 소비자는 소비하지 않는다
시장의 윤리화 | 윤리적 소비 | 소비자는 소비하지 않는다 | 자발적인 금치산 | 녹색 금치산
5. 생태문제는 정치문제다
생태운동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 항의 | 반유토피아 정치 | 역사의식 상실 | 녹색 푸딩의 기적 | 기후변화가 도대체 왜 그렇게 멋진 일일까? | 다시 정치적인 문제로
6. 지속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
참다운 문명화를 위한 과제 | 스스로 생각하라 | 유토피아 | 신중함 | 마스터플랜 없이
7. 상상력을 회복하라
삶의 예술, 지금 당장 | 삶의 예술, 20년 후 | 2033년에서 온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 삶의 가능성
8. 미래 생존의 기본원칙들
시작하기의 생산력 | 윤리적인 경제 | 지역문화 | 실천공동체 | 탄력공동체와 공유
9. 미래의 생존능력을 학습하라
지속가능한 현대를 위해 필요한 것들 | 시간 | 절약 | 책임 | 죽음 | 수리하기, 혁신적인 소비 | 협동조합 | 연합
10. 불편함을 감수하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의 공간 | 불편함 | 스스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 정치와 역사
11. 미래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
새로운 역사 | 본보기 | 슈타우딩거, 스스로 생각하다 | 슬라덱 부부, 스스로 생각하다 | 크리스티안 펠버, 스스로 생각하다 | GLS은행, 스스로 생각하다 | 코발스키, 스스로 생각하다 | 슈리데, 스스로 생각하다 | 파울만 부부, 스스로 생각하다 | 스위스연방철도, 스스로 생각하다 | 리미니 프로토콜, 스스로 생각하다 | 예스맨, 스스로 생각하다
맺음말_ 저항은 반대이자 창조이다
작가의 주 | 참고문헌 | 사진과 도표 | 찾아보기 | 글쓴이 소개
오늘날 인류는 미래와 희망을 잃었다. 자원고갈과 기후변화 등 현재의 문명이 더 이상 존속될 수 없음을 알리는 경고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위기와 심각한 양극화 등으로 현재의 사회ㆍ경제체제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커녕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직접 체감하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무기력하게 상황 자체를 외면하거나 남의 일인 양 먼 산 불 보듯 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하랄트 벨처(Harald Welzer)는 파멸을 막으려면 이런 상황에 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래를 되찾으려면 효율성과 소비, 성장에 기초한 지금의 삶의 방식에 저항하고, 행복과 지속가능성으로 삶의 기준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저항이 자본주의의 발흥과 함께 실현되었던 시민의 권리와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문명의 수준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자본주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자원의 남획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쓴 하랄트 벨처는 괴테 인스티투트(Goethe Insititut)에서 ‘학문의 얼굴들’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이다. 그는 현재 플렌스부르크 대학에서 전환설계학(Transformations design) 교수로 있으면서 베를린의 비영리단체인 ‘푸투어츠바이 재단(Futurzwei Stiftung)’의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환설계학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학문이며, 그가 책임자로 있는 푸투어츠바이 재단도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대안적 생활양식에 관한 연구와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독일 언론 《슈피겔》이 ‘생산적인 통섭 정신’(produktiver Quergeist)이라고 지칭할 만큼 사회심리학이라는 분과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뛰어난 성과들을 발표해왔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사회변동을 다룬 《기후전쟁》, 《기후문화》(울리히 벡 등과의 공저) 등의 저작들이 소개되어 폭넓은 반향을 얻은 바 있다.
왜 저항이 필요한가
하랄트 벨처는 이제 인류는 자신과 미래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와 역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냉전체제의 해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체제의 기본원리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적 팽창의 문화는 더 이상 인류 역사에 아무것도 가져다줄 수 없으며, 그것이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들도 급격히 실패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만을 전부로 여기는 신자유주의는 성장률과 이윤율을 위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복지와 같은 시장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의 물결과 더불어 자본주의적 팽창의 문화가 지구 전체로 확산되면서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과 생태계의 파괴도 보편화되어 이제 미래세대의 생존마저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인류가 놓인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럽과 북미가 그들 자신의 산업화와 문명화를 위해 다른 대륙의 자원까지 남획하던 19세기와 20세기를 공간적인 갈취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면, 도도한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성장경제의 원칙이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공간적인 갈취를 넘어서서 시간적인 갈취가 자행되고 있는 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소비지상주의 문화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먹어치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는 이제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선택의 길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삶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자유와 민주주의ㆍ복지도 파괴되어가며, 결국에는 인류 문명이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남아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내 훼손된 자유와 민주주의를 치유하고, 줄어들 대로 줄어들어 있는 삶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에 저항해야 할 것인가?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기후변화나 자원고갈과 같은 환경문제가 근본적으로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미래를 파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문제를 발생시켜왔던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저항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정치적 저항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중요했던 과거의 저항과는 다르다. 그것은 저항해야 할 궁극적 대상이 바로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일상적인 삶들, 곧 우리가 먹는 것들, 이동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여가를 보내는 방식, 집을 짓고 사는 방식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랄트 벨처는 “지난 두 세기가 계몽과 해방, 자유의 역사였다면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질 시대는 자기 계몽의 시대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 계몽이 자리를 잡으려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보의 그물과 소비유혹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곧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와 그러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만들어내고 있는 매체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회복하라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성장과 경쟁, 소비의 문화에서 해방되려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이 소망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없이는 현재의 소비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며 이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할 수 없다. 곧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이며, 미래에 대한 상상에 기초해야 우리의 사고와 실천은 대안이 없다는 현실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무한히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윤리적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상상력은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소망하는 미래의 어떤 시점의 상태를 상상해보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것이 우리에게 현재의 상태를 여러 가능한 상태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고,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낫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상하는 미래를 기준으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길들을 현실에서 재구성해보면서 현실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랄트 벨처는 생태운동을 비롯한 오늘날의 사회운동이 성장경제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리면서 성장지상주의 문화의 극복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근본적인 사회문화적인 전환이 아니라 당장의 실용적인 성과와 기술적 효용성에만 치우치면서 시장에 넘쳐나는 각종 ‘그린’ 상품들과 ‘친환경’ 인증제품들처럼 자원고갈과 생태계 파괴가 소비사회의 새로운 이윤획득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녹색성장’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만 사회적 비용으로 떠넘겨지는” 현실을 낳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사회적 기업의 모델로 칭송받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는 밑천을 대출해주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도 자본주의적 성장경제를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극빈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사업모델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하랄트 벨처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성장과 경쟁, 소비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오늘날 우리가 사로잡혀 있는 맹목성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맹목성이란 하랄트 벨처의 표현대로라면 “삶의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인식의 영역에서나 실천의 영역에서 지난 경험에 근거한 방식들을 강화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방식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는 바로 이러한 맹목성을 치료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생존능력을 가진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례들을 풍부히 소개한다.
예컨대 신발ㆍ가구 등을 생산하는 게아(GEA)나 협동조합 은행인 GLS은행 등은 기업이 어떻게 이윤 획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목적으로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 운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오네이드라는 유기농 음료수를 개발한 독일의 양조업자인 코발스키 가족은 생산과정 자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전환한 사례의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전해주며, 우르술라 슬라덱과 미하엘 슬라덱 부부가 설립한 에너지협동조합인 쇠나우전력회사(EWS)는 지역공동체의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공의 복지를 목표로 운영되어 대중교통수단의 이용증가라는 소비자의 행동양식의 변화를 가져온 스위스연방철도는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밖에 제품의 순환주기를 빠르게 만들려고 기업들이 노후화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고발하는 웹사이트를 열어 제품들이 지속가능한 품질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 슈테판 슈리데, 기업들이 공동체의 복지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기업의 공익성을 기업 활동의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크리스티안 펠버, 자본주의 산업이 파괴한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복원을 주도하고 후원하는 오케아노스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는 파울만 부부, 현실에 대한 다른 정의와 이해를 보여주어 가능성의 공간을 열어주는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 세계무역기구나 다우케미컬 등을 사칭하며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여 그것에 구멍을 뚫는 예스맨 등 세계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실천적으로 저항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그는 우리 자신에게 미래 생존능력을 학습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며, 관성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통해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회적이며 기술적인 능력들을 습득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은 잘 짜인 계획이나 지식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앞서의 사례들처럼 다른 상태에 도달하기를 꿈꾸며 시도하는 실천적 저항들을 통해서 그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성장지상주의와 소비주의 문화에서도 얼마든지 그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양식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인 귄터 안더스에게서 가져온 ‘윤리적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윤리적 스트레칭이란 어떤 문제에 관한 지배적인 생각들에 대해 어떻게든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는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상상과 감정에서 벗어나 그것을 혁신적으로 확장해 자신의 시야를 더 대범하게 넓혀보는 것이다. 하랄트 벨처는 이러한 윤리적 스트레칭으로 우리의 동의하지 않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며, 그러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실천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저항을 시작하라
이 책의 지적처럼 오늘날 현대 문명이 희망을 잃고 막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연장으로 미래를 꿈꾸지 않거나, 현재와 같은 삶이 미래에도 계속되는 것을 끔찍한 악몽처럼 여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른바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 문명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난 삶을 갈망한다. 번잡한 도시와 숨 가쁘게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그래서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현재에 살아야 한다는 모순이 시대를 지배한다.
그래선지 우리는 주변에서 미래의 파국을 경고하거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데 치우치거나 변화가 추상적인 담론 차원의 논의에 그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주거나 실천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주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반대로 우리를 잘못된 기대로 내몰거나 위기에 더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의미와 가치가 드러난다. 하랄트 벨처는 사회와 문화,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전환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제시하여 우리를 기술에 대한 헛된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결코 추상적인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미래의 생존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창의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북돋으며 우리에게 수많은 실천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나아가 이 책은 사회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든다. 하랄트 벨처는 우리 자신, 곧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 취향과 욕망, 삶에 대한 이해와 방식 자체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며, 우리 자신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산업사회의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지금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 수많은 가능성들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가져올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지닌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일깨워주며, 당장 일상의 삶에서 어떤 저항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하랄트 벨처 Harald Welzer
1958년에 태어난 하랄트 벨처는 괴테 인스티투트가 ‘학문의 얼굴들’의 한 사람으로 선정한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이다. 현재 플렌스부르크 대학의 전환설계학 교수로 있으면서 베를린의 비영리단체인 ‘푸투어츠바이 재단(Futurzwei Stiftung)’의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크트갈렌 대학에서는 사회심리학을 가르친다.
‘전환설계학(Transformations design)’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푸투어츠바이 재단은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해 소비주의와 산업주의에 기초한 기존의 생활양식을 벗어난 새로운 대안적 생활양식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하랄트 벨처는 독일 언론 《슈피겔》이 ‘생산적인 통섭 정신’(produktiver Quergeist)이라 지칭할 만큼 사회심리학이라는 분과학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탁월한 성과들을 발표해왔다. 그의 저작들은 2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폭넓게 읽히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사회변동을 다룬 《기후전쟁》과 《기후문화》(울리히 벡 등과의 공저) 등의 책이 번역되어 큰 반향을 일으... 키기도 했다.
이 밖에 국가나 사회의 폭력에 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할아버지는 나치가 아니었다. 가족들의 기억 속의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범죄자.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집단학살자가 되는가》, 《병사들. 전투와 학살, 죽음에 관한 기록》 등의 저작이 있다.
역자 : 원성철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밤베르크대학교와 튀빙겐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종교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이야기꾼』(쉘 요한손), 『우리의 아름다운 새옷』(잉고 슐체)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 서문_ 미래가 언제나 지속되지는 않는다.
시작하기_ 성공적인 저항을 위한 12가지 지침
1. 생존인가, 파멸인가
약속으로서의 미래 | 과거로서의 미래 | 미래를 되찾을 수 있을까 | 남획 중독 | 사회성 파괴 | 생존인가, 파멸인가
2. 소비주의와 성장의 신앙
환경아, 미안! | 포스트 이데올로기 | 우리는 왜 늘 달라지려고 하는 걸까? | 성장의 신앙
3. 학습된 욕망의 세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세계의 진짜 모습일까 | 세계와 나의 구성원리 | 내면의 산업화 | 정신적 인프라 | 문화의 굴레 | 학문
4. 소비자는 소비하지 않는다
시장의 윤리화 | 윤리적 소비 | 소비자는 소비하지 않는다 | 자발적인 금치산 | 녹색 금치산
5. 생태문제는 정치문제다
생태운동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 항의 | 반유토피아 정치 | 역사의식 상실 | 녹색 푸딩의 기적 | 기후변화가 도대체 왜 그렇게 멋진 일일까? | 다시 정치적인 문제로
6. 지속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
참다운 문명화를 위한 과제 | 스스로 생각하라 | 유토피아 | 신중함 | 마스터플랜 없이
7. 상상력을 회복하라
삶의 예술, 지금 당장 | 삶의 예술, 20년 후 | 2033년에서 온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 삶의 가능성
8. 미래 생존의 기본원칙들
시작하기의 생산력 | 윤리적인 경제 | 지역문화 | 실천공동체 | 탄력공동체와 공유
9. 미래의 생존능력을 학습하라
지속가능한 현대를 위해 필요한 것들 | 시간 | 절약 | 책임 | 죽음 | 수리하기, 혁신적인 소비 | 협동조합 | 연합
10. 불편함을 감수하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의 공간 | 불편함 | 스스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 정치와 역사
11. 미래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
새로운 역사 | 본보기 | 슈타우딩거, 스스로 생각하다 | 슬라덱 부부, 스스로 생각하다 | 크리스티안 펠버, 스스로 생각하다 | GLS은행, 스스로 생각하다 | 코발스키, 스스로 생각하다 | 슈리데, 스스로 생각하다 | 파울만 부부, 스스로 생각하다 | 스위스연방철도, 스스로 생각하다 | 리미니 프로토콜, 스스로 생각하다 | 예스맨, 스스로 생각하다
맺음말_ 저항은 반대이자 창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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