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12~2013년 논픽션 부문 독일 최고의 화제작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것 같다.” ―가디언
브라질, 중국,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이탈리아, 헝가리, 일본,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 17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
1913년,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에 따르면 우리가 20세기라고 부르는 시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를 일컫는다. ‘세기말(fin de siecle)’이나 ‘벨 에포크(La belle epoque)’라는 용어가 실제로 가리키는 기간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화사적으로도 19세기와 20세기의 분기점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인 1914년 즈음일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문화사에서 길었던 19세기가 끝나고 진정 새로운 세기, 즉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이 시작된 해를 1913년이라고 상정한다. 흔히 모더니티는 제1차 세계대전의 공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예술은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전통과 단절을 선언했으며 1913년에 모더니티는 이미 출발선을 떠났다는 것이다. 노먼 에인절 같은 경제학자들이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을 근거로 세계대전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호언장담한 것과는 달리, 선견지명을 가진 당시의 많은 예술가들은 불안한 기운 속에서 전쟁을 예감했고, 마치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았으며, 당시 그들이 세상에 선보인 예술은 그 자체로 19세기의 끝과 20세기의 시작을 동시에 알렸다. 이 책 『1913년 세기의 여름』(원제: 1913. Der Sommer des Jahrhunderts)은 제국주의는 정점으로 치닫고, 민족주의는 점점 확산되고, 발칸전쟁을 비롯한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고, 기술 발전은 속도를 더해가고, 도시는 자기소외와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리고, 모더니즘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의 전통 개념을 뒤엎어버린 바로 그해, 1913년에 관한 책이다.
지성사와 문화사로 읽는 1913년 유럽의 풍경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날씨로 보면 1913년 여름은 끔찍했다. 빈의 8월 평균 기온은 16도였다. 1913년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몰랐으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추운 8월이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예술가들은 사회적, 정신적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등 모두 현대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3년 당시 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신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냈다.
삶, 사랑, 예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위대한 투쟁
1913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적 사건들, 성취들로 가득한 해였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3대 고전으로 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탄생하고, 미술에서는 뉴욕에서 ‘아머리 쇼’가 현대미술의 빅뱅을 일으킨 가운데 베를린에서 12개국 90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모인 ‘제1회 독일 가을 살롱전’이 열리며, 현대회화의 두 영점(零點)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의 기성품 예술 〈자전거 바퀴〉가 파리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 모스크바에서 각각 첫선을 보인다. 음악에서는 무조(無調) 음악의 창시자 쇤베르크가 전위적인 음악회 덕분에 공개적으로 따귀를 얻어맞고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된다. 건축 분야에서는 아돌프 로스가 “장식은 범죄”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기능주의적인 모던한 주택들과 양복점들을 선보이며, 패션에서는 코코 샤넬의 작은 모자가게가 번창하고 프라다의 첫 매장이 문을 연다.
이 책의 백미는 인물의 내면 묘사와 동시대 인물들을 1913년이라는 한무대 위에 올려놓는 우연성의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우유부단한 연애편지를 쓰는 카프카, 알마 말러에 대한 광기와도 같은 사랑에 집착하며 현대미술의 걸작 〈바람의 신부〉를 완성해가는 오스카 코코슈카, 섹스와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채 자기혐오에 시달리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시를 남기는 게오르크 트라클, 각기 다른 이유로 여성의 육체를 집요하게 파고든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말 그대로 사랑에 살고 예술에 살며 투쟁하듯 삶을 산 예술가들의 찬란한 성취 뒤에 가려진 내밀한 인간적 면모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1913년은 미술 아카데미 입학을 거부당하고 싸구려 수채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히틀러와 한 집의 손님방에 틀어박혀 민족 문제를 연구하던 스탈린이 빈의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여러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고, 프란츠 카프카와 제임스 조이스와 로베르트 무질이 트리에스테의 한 카페에 잠시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을지도 모르는 해이다. 또한 스탈린이 처음으로 트로츠키와 만난 1913년 2월에 바르셀로나에서는 훗날 스탈린의 명령으로 트로츠키를 살해하게 되는 라몬 메르카데르가 태어난다. 1913년 빈에서는 유고슬라비아를 정복하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 역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으니, 20세기의 가장 지독한 폭군이자 독재자인 세 사람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들이 정말 우연히 만났더라면, 혹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현대사는 조금이라도 바뀌었을까? 이 책의 소설적 재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러한 가정들에서 비롯된다.
빈,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1913년이라는 역사 무대를 뛰어난 상상력과 구성력으로 재현해낸 장면들을 마주하다보면 “이 책은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들의 몽타주이자, 일기, 편지, 사진, 그림, 소설, 시, 신문, 잡지 등이 마치 질감이 다른 물질들처럼 붙어 있으면서 다양한 시점들을 보여주는 입체주의적인 콜라주”(옮긴이의 말)라는 말을 자연스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는 정말 진보해온 것일까?
“과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지도 않았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는 늘 현재와 그다지 멀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으로부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멀리 왔을까? 당시 사람들도 산업화, 기계화, 도시화, 세계화 속에서 괴롭고 우울하고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내며 또다른 과거를 떠올렸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는 정말 진보해온 것일까? 이것은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독자에게 저자가 던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이다.
언론 서평
1913년과 독자들 사이에 놓인 100년이라는 시간을 지워버린 책. ― 쥐트도이체 차이퉁
또다른 인지적 가치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가는 세계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모든 문장마다 단어 하나하나를 수백 번 재고 또 잰 듯하다.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문제에 대해 이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 타게스차이퉁
이 책은 재앙으로 치닫는 한 해로부터 현재성의 모험을 만들어낸다. ― 슈피겔
휴가철에 읽기 가장 좋은 책. ― 아이리시 타임스
책의 속도감과 스케일에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다. ― 파이낸셜 타임스
주옥같은 책. 매우 독창적인 역사 기록. ― 옵서버
런던, 파리, 빈, 베를린, 트리에스테에서의 예술 활동의 광기가 엄청나게 즐겁고 색다른 서술 속에서 활기차고 유머러스하게 전달된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한 특별한 시대에 대한 흥미롭고 명쾌한 연구. ― 인디펜던트
▣ 작가 소개
저 : 플로리안 일리스
Florian Illies
1971년 독일 헤센 주 슐리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본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미술사와 근대사를 공부했다. 독일의 대표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의 문예부 편집자로 일했고, 예술잡지 『모노폴Monopol』을 창간, 발행했으며, 유력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문예부장을 지냈다. 현재 베를린의 경매회사 빌라 그리제바흐Villa Grisebach의 공동 대표이사로서 19세기 예술을 담당하고 있다.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의 자화상을 그린 『골프 세대Generation Golf』(2000) 등 이전까지 펴낸 네 권의 책이 모두 합해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역 : 한경희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말을 할까』『처음부터』『파란 문 뒤의 야콥』『헤르만』『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유럽 문화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인물 목록
도판 목록
2012~2013년 논픽션 부문 독일 최고의 화제작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것 같다.” ―가디언
브라질, 중국,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이탈리아, 헝가리, 일본,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 17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
1913년,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에 따르면 우리가 20세기라고 부르는 시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를 일컫는다. ‘세기말(fin de siecle)’이나 ‘벨 에포크(La belle epoque)’라는 용어가 실제로 가리키는 기간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화사적으로도 19세기와 20세기의 분기점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인 1914년 즈음일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문화사에서 길었던 19세기가 끝나고 진정 새로운 세기, 즉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이 시작된 해를 1913년이라고 상정한다. 흔히 모더니티는 제1차 세계대전의 공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예술은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전통과 단절을 선언했으며 1913년에 모더니티는 이미 출발선을 떠났다는 것이다. 노먼 에인절 같은 경제학자들이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을 근거로 세계대전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호언장담한 것과는 달리, 선견지명을 가진 당시의 많은 예술가들은 불안한 기운 속에서 전쟁을 예감했고, 마치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았으며, 당시 그들이 세상에 선보인 예술은 그 자체로 19세기의 끝과 20세기의 시작을 동시에 알렸다. 이 책 『1913년 세기의 여름』(원제: 1913. Der Sommer des Jahrhunderts)은 제국주의는 정점으로 치닫고, 민족주의는 점점 확산되고, 발칸전쟁을 비롯한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고, 기술 발전은 속도를 더해가고, 도시는 자기소외와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리고, 모더니즘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의 전통 개념을 뒤엎어버린 바로 그해, 1913년에 관한 책이다.
지성사와 문화사로 읽는 1913년 유럽의 풍경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날씨로 보면 1913년 여름은 끔찍했다. 빈의 8월 평균 기온은 16도였다. 1913년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몰랐으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추운 8월이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예술가들은 사회적, 정신적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등 모두 현대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3년 당시 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신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냈다.
삶, 사랑, 예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위대한 투쟁
1913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적 사건들, 성취들로 가득한 해였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3대 고전으로 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탄생하고, 미술에서는 뉴욕에서 ‘아머리 쇼’가 현대미술의 빅뱅을 일으킨 가운데 베를린에서 12개국 90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모인 ‘제1회 독일 가을 살롱전’이 열리며, 현대회화의 두 영점(零點)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의 기성품 예술 〈자전거 바퀴〉가 파리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 모스크바에서 각각 첫선을 보인다. 음악에서는 무조(無調) 음악의 창시자 쇤베르크가 전위적인 음악회 덕분에 공개적으로 따귀를 얻어맞고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된다. 건축 분야에서는 아돌프 로스가 “장식은 범죄”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기능주의적인 모던한 주택들과 양복점들을 선보이며, 패션에서는 코코 샤넬의 작은 모자가게가 번창하고 프라다의 첫 매장이 문을 연다.
이 책의 백미는 인물의 내면 묘사와 동시대 인물들을 1913년이라는 한무대 위에 올려놓는 우연성의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우유부단한 연애편지를 쓰는 카프카, 알마 말러에 대한 광기와도 같은 사랑에 집착하며 현대미술의 걸작 〈바람의 신부〉를 완성해가는 오스카 코코슈카, 섹스와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채 자기혐오에 시달리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시를 남기는 게오르크 트라클, 각기 다른 이유로 여성의 육체를 집요하게 파고든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말 그대로 사랑에 살고 예술에 살며 투쟁하듯 삶을 산 예술가들의 찬란한 성취 뒤에 가려진 내밀한 인간적 면모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1913년은 미술 아카데미 입학을 거부당하고 싸구려 수채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히틀러와 한 집의 손님방에 틀어박혀 민족 문제를 연구하던 스탈린이 빈의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여러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고, 프란츠 카프카와 제임스 조이스와 로베르트 무질이 트리에스테의 한 카페에 잠시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을지도 모르는 해이다. 또한 스탈린이 처음으로 트로츠키와 만난 1913년 2월에 바르셀로나에서는 훗날 스탈린의 명령으로 트로츠키를 살해하게 되는 라몬 메르카데르가 태어난다. 1913년 빈에서는 유고슬라비아를 정복하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 역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으니, 20세기의 가장 지독한 폭군이자 독재자인 세 사람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들이 정말 우연히 만났더라면, 혹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현대사는 조금이라도 바뀌었을까? 이 책의 소설적 재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러한 가정들에서 비롯된다.
빈,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1913년이라는 역사 무대를 뛰어난 상상력과 구성력으로 재현해낸 장면들을 마주하다보면 “이 책은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들의 몽타주이자, 일기, 편지, 사진, 그림, 소설, 시, 신문, 잡지 등이 마치 질감이 다른 물질들처럼 붙어 있으면서 다양한 시점들을 보여주는 입체주의적인 콜라주”(옮긴이의 말)라는 말을 자연스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는 정말 진보해온 것일까?
“과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지도 않았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는 늘 현재와 그다지 멀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으로부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멀리 왔을까? 당시 사람들도 산업화, 기계화, 도시화, 세계화 속에서 괴롭고 우울하고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내며 또다른 과거를 떠올렸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는 정말 진보해온 것일까? 이것은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독자에게 저자가 던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이다.
언론 서평
1913년과 독자들 사이에 놓인 100년이라는 시간을 지워버린 책. ― 쥐트도이체 차이퉁
또다른 인지적 가치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가는 세계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모든 문장마다 단어 하나하나를 수백 번 재고 또 잰 듯하다.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문제에 대해 이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 타게스차이퉁
이 책은 재앙으로 치닫는 한 해로부터 현재성의 모험을 만들어낸다. ― 슈피겔
휴가철에 읽기 가장 좋은 책. ― 아이리시 타임스
책의 속도감과 스케일에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다. ― 파이낸셜 타임스
주옥같은 책. 매우 독창적인 역사 기록. ― 옵서버
런던, 파리, 빈, 베를린, 트리에스테에서의 예술 활동의 광기가 엄청나게 즐겁고 색다른 서술 속에서 활기차고 유머러스하게 전달된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한 특별한 시대에 대한 흥미롭고 명쾌한 연구. ― 인디펜던트
▣ 작가 소개
저 : 플로리안 일리스
Florian Illies
1971년 독일 헤센 주 슐리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본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미술사와 근대사를 공부했다. 독일의 대표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의 문예부 편집자로 일했고, 예술잡지 『모노폴Monopol』을 창간, 발행했으며, 유력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문예부장을 지냈다. 현재 베를린의 경매회사 빌라 그리제바흐Villa Grisebach의 공동 대표이사로서 19세기 예술을 담당하고 있다.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의 자화상을 그린 『골프 세대Generation Golf』(2000) 등 이전까지 펴낸 네 권의 책이 모두 합해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역 : 한경희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말을 할까』『처음부터』『파란 문 뒤의 야콥』『헤르만』『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유럽 문화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참고문헌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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