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는 부끄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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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오장환
출판사항실천문학사, 발행일:2014/09/15
형태사항p.71p. 국판:22CM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920721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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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소년문예가’오장환 시인의 감각적인 동시

오장환 시인은 1934년 2월 방정환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 12권 2호에 「바다」, 「기러기」, 「수염」 등의 동시를 발표했다. 이때 오장환 시인의 나이는 16살로, 당시에는 『어린이』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소년문예가들이 많았다.
이후 오장환 시인은 1934년 7월 21일부터 8월 7일까지 『조선일보』 ‘우리 자치’ 란에 집중적으로 연재했다. 계속 해를 넘겨 1936년에는 8월 이야기 동시 「용남이와 앵도나무」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9월 2일부터 1937년 5월 20일까지 같은 지면에 많은 동시를 발표했다. 오장환 시인이 쓴 동시의 매력은 대상을 본질 그대로 언급하되, 시 전체를 읽고 나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정서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바다」와 같은 시가 그렇다.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_ 「바다」 전문

눈물과 바닷물의 공통점은 맛을 보았을 때 ‘짠맛’이 난다는 것이다. 눈물의 속성은 신체의 분비물로서 물리적 작용을 수행하지만 인간의 정서를 표현할 때도 쓰인다. 인간은 아픔과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의 정화를 표출하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설명한다고 했을 때 으레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관념어들을 쉽게 갖다 붙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장환 시인은 눈물을 관념어가 아닌 자연의 구체적인 대상으로 존재하는 ‘바다’라는 시어와 연결시킨다. 1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눈물이 바닷물처럼 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무렇지 않게 읽히는 보편적 사물성에 변화를 느끼게 하는 부분은 그 다음에 나오는 2연에 있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지만 동시 「바다」의 마지막 연은 낯선 감각으로 주체성을 환기하며 우리에게 아릿한 슬픔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눈물’의 시원을 생각한다면 맨 처음 세상이 생겨났을 때의 ‘바다’라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지 않다. 눈물과 바닷물이 짠맛이라는 공통된 미각으로 연결되면서 최후에는 바다로 에워싸여 있는 존재의 슬픔, 곧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다.


2. 놀이공간을 향해 열려 있는 동시

도종환 시인은 오장환 시인의 동시에 놀이에 관한 작품이 많다고 분석한다. 「종이비행기」, 「맴맴」, 「맴」, 「덧니」, 「생철병정」 같은 시가 그렇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발랄함과 활동성이 느껴지는 시가 바로 「종이비행기」다.

못 쓰는 종이로
비행기를 접는다.
우리 우리 비행기는
푸릉푸릉 날아갈 테지.
그리구
하늘나라 별 아기를
태우고 올 테지.
― 「종이비행기」 전문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은 상상력이 필요한 놀이다. 종이비행기는 진짜 비행기가 아닌 종이로 만든, 그러니까 날아도 몇 초밖에 날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한계는 동심이 갖는 소망을 좀 더 간절하게 만든다. 종이비행기가 나는 찰나의 순간이 동심의 소망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종이비행기가 “하늘나라 별 아기를/태우고” 오리라는 상상을 한다. 비록 못 쓰는 종이를 접어서 허공에 날릴지라도 그 소망은 하늘을 날아서 별님을 모시고 올 기세로 힘 있고 씩씩하다. 이러한 기세를 더욱 북돋아주는 것은 ‘푸릉푸릉’ 이라는 시어가 주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다. 종이비행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동심의 들뜬 기분을 잘 느끼게 한다. 이 시는 놀이공간을 잘 활용하고 사물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동심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3. 꾸밈없는 진솔한 동심의 세계
동시를 읽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른의 시선이 아닌 천진난만하고 때 묻지 않은 동심을 발견하는 일이다. 오장환 시인의 동시에는 「애기꿈」, 「빨래」, 「내 생일」과 같은 진솔하고 때 묻지 않은 심성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 많다.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작위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루루루
두루루루
가는 맷돌은
빈대떡 부치려고 가―는 매.
내일은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엄마는 한나절 맷돌을 간다.

_ 「내 생일」 전문

이 시에서 “두루루루” 라는 시어의 어감이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맷돌을 갈 때 들리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것인데, 단순히 소리만 표현한 것이 아닌 기대감과 설렘이 느껴지는 시어다.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 제목처럼 오늘이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시속 화자인 아이는 엄마가 한나절 맷돌을 갈며 빈대떡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시를 읽는 이들도 어렸을 적 느꼈던 생일날의 설렘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동시는 생일을 맞은 화자의 기분을 설명하지 않고 어떤 상황을 보여주기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전개는 오장환 시인의 동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애기가 코―자면서 입을 옴줄옴줄 하고는 젖 먹는 시늉을 하네.
엄마가
젖 안 난다고 하시더니 꿈에 가서 실컷 먹는 게야

_ 「애기꿈」 전문

「애기꿈」은 잠자는 아기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시다. 아기는 입을 “옴줄옴줄”거리며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입을 “옴줄”거리는 아기의 모습이 엄마 젖이 나오지 않아 젖을 더 먹고 싶어 하는 아기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엄마의 젖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모르지만 시 전체의 분위기는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옴줄옴줄”이 주는 시어의 어감이 암울한 현실을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환기시킨다.


◆ 책을 다시 펴내면서

“오장환 시인이 동시를 썼나?”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장환 시인은 1918년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주로 1930년대에 활동한 시인입니다. 그러니까 옛날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활동한 시인이지요. 해방 직후 우리 현실을 가장 잘 그려낸 『병든 서울』이란 시집을 냈고, 한국 전쟁 중, 34살에 병으로 돌아가신 불행한 시인입니다. 오장환 시인은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 학교 선생님이었던 정지용 시인에게 시를 배웠습니다.
정지용 시인은 제자인 오장환을 아꼈으며, 두 시인은 생일까지 똑같았지요. 자연히 오장환 시인은 정지용 시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영향이 동시 곳곳에 배어 있기도 합니다.

오장환 시인은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라는 잡지(1934년 2월, 12권 2호)에 「바다」, 「기러기」, 「수염」 등의 동시를 발표하면서 많은 동시를 씁니다. 그때 오장환 시인의 나이가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당시에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소년문예가’라고 불렀습니다. 소년문예가란 말을 처음 들어보셨지요? 윤석중 선생, 이원수 선생 이런 분들도 열네 살, 열여섯 살에 『어린이』지인 「오뚝이」, 「고향의 봄」과 같은 동시를 투고한 뒤에 소년문예가로 활동했습니다. 우리나라 동시 문단은 이런 소년문예가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같은 나이의 요즘 청소년들보다 좋은 글을 더 많이 쓰고 생각도 깊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근대 아동문학이 출발하던 시기에는 일본 아동문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전래동요와 창작동요의 운율인 7·5조의 틀 안에 우리 정서와 생각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오장환 시인은 이런 정형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가락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동시를 썼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언어 감각 자체가 밝고 신선했습니다.


가는비가 내리면
송 송 송,
물방울이 솟아오르고
물고기들은
입을 쳐들며
송 송 송,
빗방울을 받아먹는다.
― 「가는비」 전문

송이버섯은
문틀, 문틀
솟아오른다.
― 「섬골」 부분

이런 표현들은 발랄하고 경쾌합니다. 오장환 시인은 어린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자연과 사물을 대상으로 동시를 썼습니다. 자연에 대한 정감 어린 시각과 애정을 바탕으로 쓴 동시가 가장 많습니다.
오장환 시인은 동시를 쓰면서 어린이는 무조건 천사라고 여기거나, 공연히 슬픈 표정을 짓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시도 있고, 가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노래한 동시도 많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한 시, 동심의 발랄함과 활동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지요. 「종이비행기」, 「소꿉놀이」, 「덧니」, 「생철병정」, 「숨바꼭질」과 같은 시들이 그렇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윤동주 시인이 쓴 동시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다운 감수성과 진솔함을 노래했습니다. 생명을 가진 것 중에서도 여리고 힘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정서적으로 잘 조화시켜 표현할 줄 알았습니다.

오장환 시인이 활동했던 시기의 어린이들은 나라를 잃고 힘들게 지냈습니다. 그들에게 아름답고 발랄한 글들을 보여준 오장환 시인의 동시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급하게 읽지 말고 천천히 읽어주기 바랍니다.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다시 읽어주기 바랍니다. 이 동시집에는 옛날에 쓰던 말도 시에 많이 나옵니다. 어떤 뜻으로 쓰던 말인지도 알아보고, 동시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생각이 무엇인지도 음미하면서 읽어보기 바랍니다.
어린이 마음을 동심(童心)이라 합니다. 동심은 사람이 하늘로부터 받은 첫 마음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동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동시를 쓰는 분들의 마음은 동심이 누구보다 크고 가득할 겁니다. 그런 분들이 쓰는 동시를 읽는 동안 우리의 마음도 동심으로 환해집니다. 동시를 많이 읽어서 우리들의 마음 안에 동심이 늘 아름답게 살아 움직이고 있기를 바랍니다.

도종환
_「소년문예가 오장환의 동시」 중에서

▣ 작가 소개

글 : 오장환
오장환 시인은 1918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회인공립보통학교와 안성보통학교를 거쳐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1933년 휘문고 교지에 시 「아침」과 「화염」을 발표했고, 같은 해 『조선문학』지에 「목욕간」을 발표하며 등단하여 문예지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했습니다. 1937년 시집 『성벽』을 시작으로 1947년까지 『헌사』, 『병든 서울』, 『나사는 곳』을 차례로 펴냈습니다.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은 주로 1934년부터 1937년까지 『어린이』 지와 『조선일보』에 발표된 것들을 모은 것으로 시인으로서 오장환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편자 : 도종환
청주에서 태어났으며, <오장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 동화 『바다유리』를 펴냈고, 윤동주상, 정지용문학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림 : 곽명주
1989년 밀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림이 좋아 경복궁 옆 옥탑 작업실에서 연필을 깎고 붓을 헹구며 스케치북을 넘깁니다. 꽃이 피는 봄, 연필가루의 부연 먼지가 햇볕을 피하는 여름, 삐걱삐걱 나무 바닥 소리가 날씨와 어울리는 가을, 난로 위 빨간 주전자가 끓는 겨울까지 계절이 전하는 표정을 그림에 담습니다. 현재 매거진, 책, 패키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림을 그리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면서


바다 10
자동차 12
수염 13
물레 14
부엉이 16
애기꿈 18
소꿉놀이 20
맴 22
빨래 23
덧니 24
봉사꽃 26
들녘새 27
종이비행기 28
용남이와 앵두나무 30
꿈나라 32
해바라기 33
여름밤 34
제비 36
박 37
거미줄 38
숨바꼭질 39
기러기 40
파랑새 42
앉은뱅이꽃 43
내 생일 44
섬골 45
별 46
염생이 48
늦은 봄 50
가는 비 51
메뚜기 52
가을 53
맴맴 54
말 타고 소 탄 양반 56
선창 58
바다 59
둥구나무 60
편지 62
연밥 63
정거장 64
참새 66
휘파람 67
생철병정 68
설날 69


오장환 이야기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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