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일본 답사기 완결!
유홍준의 일본 답사 30년의 결실,
오감으로 기록한 ‘우리’와 ‘그들’의 이야기
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자 36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국토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3권 ‘교토의 역사―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에 이어 4권 ‘교토의 명소―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를 펴내며 일본 답사의 긴 여정을 완결짓는다.
이번 일본편 4권에서는 국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자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교토(京都) 구석구석에 남은 한반도 도래인의 발자취와 함께,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스스로의 문화를 꽃피운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읽는다. 고려불화부터 윤동주·정지용의 시비까지, 일본에 새겨진 한일 양국의 오랜 문화적 왕래의 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여행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를 돌아보며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를 모색한다.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유홍준 교수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틈날 때마다 일본 속 한국문화의 자취를 찾아 일본 각지를 답사해온 경험과 성과를 망라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의 연장이자 새로운 장으로 기획되었다. 1권 규슈에서 시작해 2권 아스카·나라, 3권 교토를 거쳐온 답사의 여정이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에서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이 전수한 문명의 영향을 문화사적으로 탐사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면, 교토편 둘째 권이자 일본 답사기의 완결편인 이번 책은 일본의 천년 고도(古都) 교토를 무대로 한반도의 영향을 밑거름 삼아 일본 고유의 문화가 꽃을 피운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며 일본미의 정수, 일본미의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구성된다.
유홍준 교수는 책머리에서 이번 답사의 주제는 일본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일본의 정원이야말로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며, 곧 일본의 정원을 보면 거기에 서려 있는 사상과 그 배경에 있는 역사를 함께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는 문화유산답사의 기본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
덕분에 독자들은 교토 곳곳의 유적과 유물을 돌아보는 사이 불식간에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일본문화의 핵심에 가닿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만 하지만, 우리는 대개 일본에 대해 막연한 느낌만 갖고 있을 뿐 일본 역사의 흐름과 주요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는 무척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가 겹겹이 어우러진 답사의 길목들을 일필휘지로 꿰는 유홍준 교수 특유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정원과 건축, 회화, 다도 등에서 일본이 외래적인 것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으로 발전시켜간 과정을 손에 잡힐 듯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가마쿠라시대부터 에도시대를 거쳐 근대로 이어지는 일본 역사의 긴 흐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인식한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는 역사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확인하고 유적과 유물의 미적 가치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유산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의 시각을 되돌아보게 될 때 비로소 유홍준 식 답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답사기는 반드시 ‘그들의 내력’을 들여다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사연’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려불화와 대장경 등 고려 말·조선 초의 뛰어난 불교문화유산이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이 소장되어 있는 사연, 한 폭의 산수화를 조선까지 가져와 평가를 청할 정도로 일본보다 수준이 높았던 조선 회화에 얽힌 이야기, 인공적인 공간에 자연을 재현한 일본의 정원과 달리 자연과 인공이 흔연히 어우러진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에 대한 증언, 검박한 조선 막사발이 일본 다도에서 최고의 다완으로 재평가된 사연, 근세 일본 유학의 기틀이 갖추어진 것이 조선통신사의 문예교류를 통해서였다는 사실 등은 일본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들로, 일본문화를 보는 시각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화를 보는 시각까지 함께 넓혀준다.
이렇게 그들을 알고 또 우리를 알 때 겸허한 인정과 함께 날카로운 쓴소리도 가능한 법이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 답사 곳곳에서 일본인이 들으면 뜨끔할 이야기를 감추지 않는다. 금각사 등에서는 격에 맞지 않는 문화재 전시와 관리에 대해 지적하고, 용안사에서는 정원에 놓인 돌의 개수를 두고 본질에서 벗어난 속설을 대단한 전설인 양 소개하는 데 대해 따끔하게 질책한다. 또한 일본의 빼어난 회화 작품들을 두고 일본 미술의 뿌리 깊은 장식적 전통이 더 높은 예술적 성취를 가로막는 한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짚는 대목에서는 역사와 문화, 미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탁견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된 균형 잡힌 시각은 일본에 대한 문화적 우월주의와 역사적 콤플렉스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런 점에서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는 일본 답사기는 단순한 일본 안내서나 기행문이 아니라,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자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일본문화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와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인간과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답사
유홍준표 답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답사지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시간성, 그리고 답사객의 흥미와 이해까지 두루 고려해 절묘하게 짜여진 ‘미적분 풀이’ 방식의 답사 여정에 있다. 이번 책에서도 교토에 산재한 수많은 명소를 절묘하게 갈래 지어 일본문화의 정수라 할 정원 양식의 변천과 그 바탕에 있는 역사적 상황, 그로부터 비롯된 사상적 흐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는 그만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답사는 우선 일본 최초의 선종 사찰인 건인사(建仁寺)를 비롯해 동시대의 이름난 사찰들을 돌아보며 선종이라는 새로운 불교사상이 일본에 전래되는 과정과 그로부터 일본 고유의 정원 양식이 싹트는 과정을 살핀다.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 등에서는 무사문화를 중심으로 귀족문화와 불교문화가 어우러져 형성된 고유의 문화양식이 일본 전통의 뿌리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고, 일본미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용안사(龍安寺) 석정(표지 사진)의 미적 가치와 함께 그것이 현대 서구에 미친 예술적 파장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일본 특유의 차문화로 발전한 다도와 다실, 정원을 통해 ‘와비사비(わび·さび)’로 집약되는 일본 미학의 정수를 알아본다. 그리고 대표적인 왕가의 별궁 두 곳을 답사하며 일본 정원미의 해답이라 할 명원의 이모저모를 맛본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로, 유물 유적에 국한하지 않고 교토의 현대적 면모와 더불어 곳곳에 새겨진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보며 한국인으로서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사색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동아시아 문화 창조의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제언
특히 2015년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유홍준 교수는 한국와 일본의 긴 역사를 볼 때 두 나라 사이는 그리 나빴다고만 말할 수 없으며, 2300년 동안의 한일 관계에서 서로간에 행복한 공존이 무너졌던 것은 임진왜란·정유재란 7년과 근대의 100년간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다만 오늘의 한일 갈등은 가까운 시기의 불행한 과거사가 제대로 청산되고 치유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일이니, 이에 대한 해법도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 500년 전 조선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풀고 관계 정상화를 향해 나아간 역사적 경험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선과 일본의 국교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30년에 걸친 과거사 청산 절차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과거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조선은 조선인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곧 한국과 일본의 친선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양국 간의 신뢰이며, 그것은 과거사의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그 피해에 대한 청산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국과 일본의 오랜 문화교류의 역사는 오늘날 양국이 나란히 동아시아의 당당한 ‘문화적 주주국가’로서 문화 창조의 친밀한 동반자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유홍준 교수는 기대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조만간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어서, 일본에도 이같은 충정 어린 제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이번 일본 답사기 4권은 NFC 기술을 이용, 스마트폰과 책만 있으면 한발 앞선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더책’ 특별판(초판 한정)으로 제작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책에 스마트폰을 가져다대는 것만으로 답사기와 관련된 유용한 콘텐츠들을 바로 이용할 수 있어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더책 특별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진으로 보는 일본 답사기’는 답사기 일본편 전권에서 주요 유적과 유물 사진들을 가려 뽑은 사진집으로 구성되어, 일본 답사기의 핵심이 담긴 모바일 버전의 일본 답사기로 즐길 수 있다. 또 각 유적의 위치를 곧바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어 실제 답사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바탕화면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달력’과,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유홍준 편 ‘답사기 뒷이야기와 나의 삶’ 등의 콘텐츠도 답사기 독자들에게 문화유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유홍준
Yu Hong-june,兪弘濬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평론집으로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정직한 관객』, 답사기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6권), 미술사 저술로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전2권), 『완당평전』(전3권),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등이 있다. 간행물윤리위 출판저작상(1998),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제1부 가마쿠라시대의 명찰
기온의 지은원과 건인사 ·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사가노의 대각사 · 무가(武家)에 권력이 있다면 공가(公家)에는 권위가 있다
사가노의 천룡사 · 일본 정원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제2부 무로마치시대의 선찰
상국사와 금각사 · 상국(相國)의 꿈은 금각에서 이루어졌다네
낙서의 용안사 · 선(禪)의 이름으로 예술이 나타나면
낙동의 은각사 · 무가의 서원조와 일본집 전형의 탄생
철학의 길과 남선사 · 일본 정원과 한국 정원의 차이를 물으신다면
제3부 전국시대 다도의 본가
우라 센케와 대덕사 · 일본의 다도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제4부 에도시대의 별궁
가쓰라 이궁 · ‘아름다운 사비(寂び)’, 또는 일본미의 해답
수학원 이궁 · 인문정신이 있으면 정원도 달라진다
제5부 그리고, 남은 이야기
교토 만보 ·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교토 속의 한국 · 가모강(鴨川) 십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일본 답사기 완결!
유홍준의 일본 답사 30년의 결실,
오감으로 기록한 ‘우리’와 ‘그들’의 이야기
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자 36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국토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3권 ‘교토의 역사―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에 이어 4권 ‘교토의 명소―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를 펴내며 일본 답사의 긴 여정을 완결짓는다.
이번 일본편 4권에서는 국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자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교토(京都) 구석구석에 남은 한반도 도래인의 발자취와 함께,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스스로의 문화를 꽃피운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읽는다. 고려불화부터 윤동주·정지용의 시비까지, 일본에 새겨진 한일 양국의 오랜 문화적 왕래의 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여행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를 돌아보며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를 모색한다.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유홍준 교수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틈날 때마다 일본 속 한국문화의 자취를 찾아 일본 각지를 답사해온 경험과 성과를 망라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의 연장이자 새로운 장으로 기획되었다. 1권 규슈에서 시작해 2권 아스카·나라, 3권 교토를 거쳐온 답사의 여정이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에서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이 전수한 문명의 영향을 문화사적으로 탐사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면, 교토편 둘째 권이자 일본 답사기의 완결편인 이번 책은 일본의 천년 고도(古都) 교토를 무대로 한반도의 영향을 밑거름 삼아 일본 고유의 문화가 꽃을 피운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며 일본미의 정수, 일본미의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구성된다.
유홍준 교수는 책머리에서 이번 답사의 주제는 일본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일본의 정원이야말로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며, 곧 일본의 정원을 보면 거기에 서려 있는 사상과 그 배경에 있는 역사를 함께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는 문화유산답사의 기본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
덕분에 독자들은 교토 곳곳의 유적과 유물을 돌아보는 사이 불식간에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일본문화의 핵심에 가닿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만 하지만, 우리는 대개 일본에 대해 막연한 느낌만 갖고 있을 뿐 일본 역사의 흐름과 주요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는 무척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가 겹겹이 어우러진 답사의 길목들을 일필휘지로 꿰는 유홍준 교수 특유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정원과 건축, 회화, 다도 등에서 일본이 외래적인 것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으로 발전시켜간 과정을 손에 잡힐 듯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가마쿠라시대부터 에도시대를 거쳐 근대로 이어지는 일본 역사의 긴 흐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인식한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는 역사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확인하고 유적과 유물의 미적 가치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유산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의 시각을 되돌아보게 될 때 비로소 유홍준 식 답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답사기는 반드시 ‘그들의 내력’을 들여다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사연’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려불화와 대장경 등 고려 말·조선 초의 뛰어난 불교문화유산이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이 소장되어 있는 사연, 한 폭의 산수화를 조선까지 가져와 평가를 청할 정도로 일본보다 수준이 높았던 조선 회화에 얽힌 이야기, 인공적인 공간에 자연을 재현한 일본의 정원과 달리 자연과 인공이 흔연히 어우러진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에 대한 증언, 검박한 조선 막사발이 일본 다도에서 최고의 다완으로 재평가된 사연, 근세 일본 유학의 기틀이 갖추어진 것이 조선통신사의 문예교류를 통해서였다는 사실 등은 일본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들로, 일본문화를 보는 시각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화를 보는 시각까지 함께 넓혀준다.
이렇게 그들을 알고 또 우리를 알 때 겸허한 인정과 함께 날카로운 쓴소리도 가능한 법이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 답사 곳곳에서 일본인이 들으면 뜨끔할 이야기를 감추지 않는다. 금각사 등에서는 격에 맞지 않는 문화재 전시와 관리에 대해 지적하고, 용안사에서는 정원에 놓인 돌의 개수를 두고 본질에서 벗어난 속설을 대단한 전설인 양 소개하는 데 대해 따끔하게 질책한다. 또한 일본의 빼어난 회화 작품들을 두고 일본 미술의 뿌리 깊은 장식적 전통이 더 높은 예술적 성취를 가로막는 한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짚는 대목에서는 역사와 문화, 미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탁견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된 균형 잡힌 시각은 일본에 대한 문화적 우월주의와 역사적 콤플렉스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런 점에서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는 일본 답사기는 단순한 일본 안내서나 기행문이 아니라,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자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일본문화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와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인간과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답사
유홍준표 답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답사지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시간성, 그리고 답사객의 흥미와 이해까지 두루 고려해 절묘하게 짜여진 ‘미적분 풀이’ 방식의 답사 여정에 있다. 이번 책에서도 교토에 산재한 수많은 명소를 절묘하게 갈래 지어 일본문화의 정수라 할 정원 양식의 변천과 그 바탕에 있는 역사적 상황, 그로부터 비롯된 사상적 흐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는 그만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답사는 우선 일본 최초의 선종 사찰인 건인사(建仁寺)를 비롯해 동시대의 이름난 사찰들을 돌아보며 선종이라는 새로운 불교사상이 일본에 전래되는 과정과 그로부터 일본 고유의 정원 양식이 싹트는 과정을 살핀다.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 등에서는 무사문화를 중심으로 귀족문화와 불교문화가 어우러져 형성된 고유의 문화양식이 일본 전통의 뿌리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고, 일본미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용안사(龍安寺) 석정(표지 사진)의 미적 가치와 함께 그것이 현대 서구에 미친 예술적 파장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일본 특유의 차문화로 발전한 다도와 다실, 정원을 통해 ‘와비사비(わび·さび)’로 집약되는 일본 미학의 정수를 알아본다. 그리고 대표적인 왕가의 별궁 두 곳을 답사하며 일본 정원미의 해답이라 할 명원의 이모저모를 맛본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로, 유물 유적에 국한하지 않고 교토의 현대적 면모와 더불어 곳곳에 새겨진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보며 한국인으로서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사색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동아시아 문화 창조의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제언
특히 2015년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유홍준 교수는 한국와 일본의 긴 역사를 볼 때 두 나라 사이는 그리 나빴다고만 말할 수 없으며, 2300년 동안의 한일 관계에서 서로간에 행복한 공존이 무너졌던 것은 임진왜란·정유재란 7년과 근대의 100년간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다만 오늘의 한일 갈등은 가까운 시기의 불행한 과거사가 제대로 청산되고 치유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일이니, 이에 대한 해법도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 500년 전 조선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풀고 관계 정상화를 향해 나아간 역사적 경험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선과 일본의 국교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30년에 걸친 과거사 청산 절차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과거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조선은 조선인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곧 한국과 일본의 친선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양국 간의 신뢰이며, 그것은 과거사의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그 피해에 대한 청산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국과 일본의 오랜 문화교류의 역사는 오늘날 양국이 나란히 동아시아의 당당한 ‘문화적 주주국가’로서 문화 창조의 친밀한 동반자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유홍준 교수는 기대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조만간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어서, 일본에도 이같은 충정 어린 제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이번 일본 답사기 4권은 NFC 기술을 이용, 스마트폰과 책만 있으면 한발 앞선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더책’ 특별판(초판 한정)으로 제작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책에 스마트폰을 가져다대는 것만으로 답사기와 관련된 유용한 콘텐츠들을 바로 이용할 수 있어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더책 특별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진으로 보는 일본 답사기’는 답사기 일본편 전권에서 주요 유적과 유물 사진들을 가려 뽑은 사진집으로 구성되어, 일본 답사기의 핵심이 담긴 모바일 버전의 일본 답사기로 즐길 수 있다. 또 각 유적의 위치를 곧바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어 실제 답사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바탕화면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달력’과,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유홍준 편 ‘답사기 뒷이야기와 나의 삶’ 등의 콘텐츠도 답사기 독자들에게 문화유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유홍준
Yu Hong-june,兪弘濬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평론집으로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정직한 관객』, 답사기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6권), 미술사 저술로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전2권), 『완당평전』(전3권),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등이 있다. 간행물윤리위 출판저작상(1998),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제1부 가마쿠라시대의 명찰
기온의 지은원과 건인사 ·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사가노의 대각사 · 무가(武家)에 권력이 있다면 공가(公家)에는 권위가 있다
사가노의 천룡사 · 일본 정원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제2부 무로마치시대의 선찰
상국사와 금각사 · 상국(相國)의 꿈은 금각에서 이루어졌다네
낙서의 용안사 · 선(禪)의 이름으로 예술이 나타나면
낙동의 은각사 · 무가의 서원조와 일본집 전형의 탄생
철학의 길과 남선사 · 일본 정원과 한국 정원의 차이를 물으신다면
제3부 전국시대 다도의 본가
우라 센케와 대덕사 · 일본의 다도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제4부 에도시대의 별궁
가쓰라 이궁 · ‘아름다운 사비(寂び)’, 또는 일본미의 해답
수학원 이궁 · 인문정신이 있으면 정원도 달라진다
제5부 그리고, 남은 이야기
교토 만보 ·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교토 속의 한국 · 가모강(鴨川) 십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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