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알차고 건강한 웃음을 들어 올리다
박승우 동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풍자와 해학의 면모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하여 인간의 행태나 세태를 풍자한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주는 것만 먹고 사는 집고양이”가 문제라고 말하고(「도둑고양이」), “말뚝에 매여 동그란 원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염소”에게 “아무리 벗어나 봐야 동그란 지구 안”이라고 얘기해 준다(「염소 4」). ‘머리를 들이박고 싸우는 어른 염소 두 마리’를 타이르기도 한다(「염소 6」). 시인은 풍자의 매개체로 염소와 감자 등을 활용해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스스로의 삶과 둘레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고집 센 염소의 뿔을 뽑아 버리면 / 순한 염소가 될까? // 거만한 염소의 수염을 잘라 버리면 / 착한 염소가 될까? / 정말 그렇게 된다면 염소가 아니고 / 순하고 착한 양이겠지 // 세상에 염소가 사라지면 / 염소 시 쓰는 사람도 없겠지? // 심심한 할아버지는 / 큰소리칠 데가 없겠지? // 세상에는 염소도 있어야 돼 ?「염소 8」 전문
나는 생각도 많지만 / 행동도 하는 감자야 // 그래서 / 상처가 나면 썩기도 하고 / 구석에 처박아 두면 뿔이 나기도 하지 // 내가 발이 없다고 / 아무 데도 못 갈 거란 생각은 마 / 뿔도 나는데 발인들 못 나겠어 // 정말 사람들이 싫어지면 / 코뿔소처럼 뿔과 발을 달고 / 뚜벅뚜벅 밀림으로 가 버릴 거야 ?「생각하는 감자 8」 전문
『생각하는 감자』에는 풍자나 해학의 성격을 띠지 않지만 유머 감각이 살아 있는 시들도 여러 편이다. 시인은 주변의 삶을 발랄하고 건강한 웃음을 통해 전달한다. 건강한 유머는 시인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밭매니껴 / 밭매니더 / 고구마 잘됐니껴 / 잘됐니더 / 점심은 잡샀니껴 / 국시 먹었니더 / 안동 말만 듣다가 //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가 / 한마디 했답니다 / 할매, / 내 어떠니껴
?「안동 고구마」 전문
아이들 곁에 서다
박승우 시인은 어린이의 현실에 밀착한 작품을 여러 편 선보인다. 자기가 만든 눈사람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만든 눈사람 옆에 가져다 놓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담은 「눈사람 민지」, 문자를 잘못 보냈다가 뜬금없이 만나서 친해지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 「뜬금없이」, “엄마한테 혼나서 울고 싶은 날은 (…) 구석이 엄마 같다”는 「구석」 등은 아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거기서 거기」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창일이는 키가 커 / 명섭이는 키가 작아 // 키 큰 창일이도 / 키 작은 명섭이도 / 쥐구멍으로는 못 들어가 / 천장에 붙은 파리는 못 잡아 // 둘 다 / 책가방 메고 신발주머니 들고 / 학교 다녀 / 수학 시간에 조는 것도 비슷해 // 어떤 날은 명섭이가 칭찬 듣고 / 어떤 날은 창일이가 칭찬 들어 ?「거기서 거기」 전문
시인은 잣대를 만들어 아이들의 우열을 가리려고 하는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다. 아이들은 우열을 가릴 만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어울려 다닌다. 더구나 아이들은 날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오늘의 모습이 곧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졸기도 하고 칭찬도 번갈아 들으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갈 뿐이다.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는 대신 느긋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시인의 애정 어린 목소리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순연한 동심으로 자연을 바라보다
『생각하는 감자』에는 자연의 숭고하고 위대한 힘을 단순 소박한 어조로 명쾌하게 보여 주는 동시가 여러 편이다. 시인은 기존의 익숙한 생태주의적 인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대한다.
논가에 앉아 / 개구리 소리 들었다 // 아무리 들어 봐도 / 개굴개굴 하지 않는다 / 그렇다고 와글와글도 아니고 / 가글가글도 아니다 /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다 // 개구리만의 말이 있다는 걸 / 인정해 주기로 했다 / 나도 내 방식대로 / “안녕” 하고 돌아서 왔다 ?「개구리 말」 전문
「개구리 말」을 비롯한 여러 편에서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주관적 산물일 뿐임을 인정한다. 자연의 위대함을 수긍하면서도 자연과 인간의 합일(合一)을 주장하거나 자연의 온전한 모습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간과 자연 사이에 경계가 존재하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면모가 있음을 인정하며, 인간의 처지에서 자연을 수긍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를 통해 미성숙한 인간 중심주의 시각과 어설픈 반인간주의 시각을 동시에 넘어선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함으로써 ‘공존’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 작가 소개
글 : 박승우
1961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대구문학』 신인상에 시가,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 니다. 동시집 『백 점 맞은 연못』을 냈습니다.
그림 : 김정은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나의 첫 인생 수업』 『광명을 찾아서』 『얼굴 없는 기념사진』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즐거운 마음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토끼야, 어디 있니?
제1부 염소
염소 1
염소 2
염소 3
염소 4
염소 5
염소 6
염소 7
염소 8
염소 9
고라니
소
도둑고양이
돼지
북극곰
제2부 소금쟁이 이야기
소금쟁이 이야기
농게는
나비 도장
다람쥐
달팽이
방아깨비
나비 커튼
개구리 말
배추벌레의 식생활
쇠똥구리
청설모
소쩍새
민달팽이
매미
제3부 거기서 거기
그 아이
눈사람 민지
거기서 거기
뜬금없이
자전거 두 바퀴
구석
축구공
안동 고구마
도깨비바늘이 옷에 붙은 이유
도깨비바늘이 옷에서 떨어진 이유
작은 등과 큰 등
초승달
지퍼와 단추
빨래와 빨랫줄
평화
씨 없는 수박
제4부 생각하는 감자
생각하는 감자 1
생각하는 감자 2
생각하는 감자 3
생각하는 감자 4
생각하는 감자 5
생각하는 감자 6
생각하는 감자 7
생각하는 감자 8
생각하는 감자 9
생각하는 감자 10
생각하는 감자 11
생각하는 감자 12
생각하는 감자 13
생각하는 감자 14
해설 | 순연한 동심에서 우러나온 풍자와 해학_김제곤
알차고 건강한 웃음을 들어 올리다
박승우 동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풍자와 해학의 면모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하여 인간의 행태나 세태를 풍자한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주는 것만 먹고 사는 집고양이”가 문제라고 말하고(「도둑고양이」), “말뚝에 매여 동그란 원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염소”에게 “아무리 벗어나 봐야 동그란 지구 안”이라고 얘기해 준다(「염소 4」). ‘머리를 들이박고 싸우는 어른 염소 두 마리’를 타이르기도 한다(「염소 6」). 시인은 풍자의 매개체로 염소와 감자 등을 활용해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스스로의 삶과 둘레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고집 센 염소의 뿔을 뽑아 버리면 / 순한 염소가 될까? // 거만한 염소의 수염을 잘라 버리면 / 착한 염소가 될까? / 정말 그렇게 된다면 염소가 아니고 / 순하고 착한 양이겠지 // 세상에 염소가 사라지면 / 염소 시 쓰는 사람도 없겠지? // 심심한 할아버지는 / 큰소리칠 데가 없겠지? // 세상에는 염소도 있어야 돼 ?「염소 8」 전문
나는 생각도 많지만 / 행동도 하는 감자야 // 그래서 / 상처가 나면 썩기도 하고 / 구석에 처박아 두면 뿔이 나기도 하지 // 내가 발이 없다고 / 아무 데도 못 갈 거란 생각은 마 / 뿔도 나는데 발인들 못 나겠어 // 정말 사람들이 싫어지면 / 코뿔소처럼 뿔과 발을 달고 / 뚜벅뚜벅 밀림으로 가 버릴 거야 ?「생각하는 감자 8」 전문
『생각하는 감자』에는 풍자나 해학의 성격을 띠지 않지만 유머 감각이 살아 있는 시들도 여러 편이다. 시인은 주변의 삶을 발랄하고 건강한 웃음을 통해 전달한다. 건강한 유머는 시인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밭매니껴 / 밭매니더 / 고구마 잘됐니껴 / 잘됐니더 / 점심은 잡샀니껴 / 국시 먹었니더 / 안동 말만 듣다가 //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가 / 한마디 했답니다 / 할매, / 내 어떠니껴
?「안동 고구마」 전문
아이들 곁에 서다
박승우 시인은 어린이의 현실에 밀착한 작품을 여러 편 선보인다. 자기가 만든 눈사람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만든 눈사람 옆에 가져다 놓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담은 「눈사람 민지」, 문자를 잘못 보냈다가 뜬금없이 만나서 친해지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 「뜬금없이」, “엄마한테 혼나서 울고 싶은 날은 (…) 구석이 엄마 같다”는 「구석」 등은 아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거기서 거기」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창일이는 키가 커 / 명섭이는 키가 작아 // 키 큰 창일이도 / 키 작은 명섭이도 / 쥐구멍으로는 못 들어가 / 천장에 붙은 파리는 못 잡아 // 둘 다 / 책가방 메고 신발주머니 들고 / 학교 다녀 / 수학 시간에 조는 것도 비슷해 // 어떤 날은 명섭이가 칭찬 듣고 / 어떤 날은 창일이가 칭찬 들어 ?「거기서 거기」 전문
시인은 잣대를 만들어 아이들의 우열을 가리려고 하는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다. 아이들은 우열을 가릴 만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어울려 다닌다. 더구나 아이들은 날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오늘의 모습이 곧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졸기도 하고 칭찬도 번갈아 들으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갈 뿐이다.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는 대신 느긋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시인의 애정 어린 목소리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순연한 동심으로 자연을 바라보다
『생각하는 감자』에는 자연의 숭고하고 위대한 힘을 단순 소박한 어조로 명쾌하게 보여 주는 동시가 여러 편이다. 시인은 기존의 익숙한 생태주의적 인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대한다.
논가에 앉아 / 개구리 소리 들었다 // 아무리 들어 봐도 / 개굴개굴 하지 않는다 / 그렇다고 와글와글도 아니고 / 가글가글도 아니다 /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다 // 개구리만의 말이 있다는 걸 / 인정해 주기로 했다 / 나도 내 방식대로 / “안녕” 하고 돌아서 왔다 ?「개구리 말」 전문
「개구리 말」을 비롯한 여러 편에서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주관적 산물일 뿐임을 인정한다. 자연의 위대함을 수긍하면서도 자연과 인간의 합일(合一)을 주장하거나 자연의 온전한 모습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간과 자연 사이에 경계가 존재하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면모가 있음을 인정하며, 인간의 처지에서 자연을 수긍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를 통해 미성숙한 인간 중심주의 시각과 어설픈 반인간주의 시각을 동시에 넘어선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함으로써 ‘공존’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 작가 소개
글 : 박승우
1961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대구문학』 신인상에 시가,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 니다. 동시집 『백 점 맞은 연못』을 냈습니다.
그림 : 김정은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나의 첫 인생 수업』 『광명을 찾아서』 『얼굴 없는 기념사진』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즐거운 마음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토끼야, 어디 있니?
제1부 염소
염소 1
염소 2
염소 3
염소 4
염소 5
염소 6
염소 7
염소 8
염소 9
고라니
소
도둑고양이
돼지
북극곰
제2부 소금쟁이 이야기
소금쟁이 이야기
농게는
나비 도장
다람쥐
달팽이
방아깨비
나비 커튼
개구리 말
배추벌레의 식생활
쇠똥구리
청설모
소쩍새
민달팽이
매미
제3부 거기서 거기
그 아이
눈사람 민지
거기서 거기
뜬금없이
자전거 두 바퀴
구석
축구공
안동 고구마
도깨비바늘이 옷에 붙은 이유
도깨비바늘이 옷에서 떨어진 이유
작은 등과 큰 등
초승달
지퍼와 단추
빨래와 빨랫줄
평화
씨 없는 수박
제4부 생각하는 감자
생각하는 감자 1
생각하는 감자 2
생각하는 감자 3
생각하는 감자 4
생각하는 감자 5
생각하는 감자 6
생각하는 감자 7
생각하는 감자 8
생각하는 감자 9
생각하는 감자 10
생각하는 감자 11
생각하는 감자 12
생각하는 감자 13
생각하는 감자 14
해설 | 순연한 동심에서 우러나온 풍자와 해학_김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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