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 역사를 담지(膽智)했던 인물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산책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역사와 인물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자 했으며, 그리 어렵지 않게 쓰여져 누구나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국에서 나고 자란 동포 젊은이들에게 생면부지의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친숙하게 다가올 리가 없기 때문이리라.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우선 ‘재미’가 있지 않으면 읽히지 않을 것이기에 저자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술술 읽히도록 서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할 때 역사 문헌과 참고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야사’가 아닌 ‘정사’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은 반평생을 일본에서 지내온 지은이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어 자긍심을 갖게 하자는 목적에서 집필한 인물 중심의 한국사로, 1997년 출간되었던 『한국사 명인전』의 개정판이며, 평어체의 문체를 경어체로 바꾸어 보다 친근감 있고 읽기 쉽게 하였다.
집필 동기를 저자에게 직접 듣는다
처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하였을 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써 나가는 동안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뛰어난 선조들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인물의 이야기를 써서 전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자료를 최대한 폭넓게 모아 계속 써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어느덧 해를 거듭하여 만 6년여에 걸쳐 집필하게 되었고, ‘신채호’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글의 주제가 되었던 인물만도 92명, 그들을 둘러싼 수백 명의 이야기를 써온 것입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구하러 다니다 보면 대개의 인물 전기는 그 업적에 대해 칭찬하는 말이 많고, 그의 인간적인 면에 대한 묘사가 충분치 못하여 구체적인 인간상을 파악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쓰는 사람에 따라서 보는 시각이 달라, 같은 인물을 놓고도 여러 가지 엇갈림이 있어서 어떤 자료가 진실한 것인지 눈매가 서로 다른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역사에 관한 저서 대부분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 많아 역사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만큼 역사상의 인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전문적인 역사학자가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 점을 잘 알면서도 내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우리 조국에도 이처럼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 조국이 발전하고 역사가 유지될 수 있었고, 훌륭한 문화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을 가르쳐서 민족적인 긍지와 조국애에 눈뜰 것을 호소하고픈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해서 되도록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고 쉬운 문장으로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쓰고 나서 보니 나도 모르게 문장이 어려워지고, 난해한 용어를 그대로 쓴 곳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아무리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그 인물들도 슬픔과 기쁨과 고통 속에서 산 사람들이므로, 나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능한 한 생생하게 묘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그 사람들이 우리와 서로 피가 통하는 동족이며 선조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자료를 읽으며 맞추어보고,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다른 인상을 머릿속에서 하나로 종합된 인간상으로 재구성하고, 내가 그 인물에 품었던 생각을 솔직하게 써내려고 하였습니다.
때로는 생생한 인간상이 도저히 파악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쓴 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 인물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원고를 써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내가 이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므로 각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상의 전형들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내가 묘사한 우리 민족사이며, 우리 민족사의 다양한 성격을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책의 내용)
이 책은 삼국 시대의 예술가와 문호 몇 명을 소개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시대의 자료와 문헌이 매우 제한적인 것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지극히 간단한 사실밖에 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치원은 각별히 자세히 써보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열두 살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문재를 떨치고 출세도 한 그는 향수에 사로잡혀 스물아홉 살에 귀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과 재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한 채 산속의 절에 틀어박혀 멸망해가는 신라 정권의 말로를 바라봅니다.”
이는 난세에 태어난 비극적인 문학자의 모습으로,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하는 기록이며 능히 장편 소설의 소재도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상상은 할 수 있으되 남아 있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서 멋대로 추측해서 쓸 수도 없었습니다. 통속적인 역사 소설을 쓴다면 둘도 없는 주인공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김부식의 이야기를 썼는데, 김부식에 의해 토벌된 승려 묘청과 그 일파의 활동은 다른 주인공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써야만 하였습니다. 과거 봉건 사회의 기록이 한결같이 김부식의 공적을 기리고 묘청 등을 반역자로 취급하였기 때문에 그 활동의 전모가 정확히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묘청 등은 당시 전성기를 맞은 고려의 국력을 배경으로 민족의 오랜 숙원인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여 우리 조국을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서 발전시키려는 장대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을 전개한 방식이 너무 성급한 탓에 평양 천도 계획이 실패하고, 자력에 의한 혁명 정부도 수립하지 못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데도 실패하여 무너지고 맙니다. 하지만 묘청 등을 단순한 반역자로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가들도 많습니다.
이어서 고려 시대 피차별 지역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와 개경의 노예 해방 투쟁의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사건들은 우리 역사에서 민중 해방 운동의 주요한 일면을 말해주는 기록으로, 금후 전문적인 역사가들의 연구가 절실하게 요망되는 중대한 사항입니다.
고려 시대에는 정치적 이유로 인한 피차별 지역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 여러 자료에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피차별 계급에 대한 억압도 가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처지에 있던 우리 민중들은 인내하고 복종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떨쳐 일어나 싸워왔습니다. 부당한 차별과 압박에 결연히 저항하여 싸웠던 역사적 기록은 감동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존경스러운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길러온 저항 정신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불굴의 의지로 우리 민족은 역사의 전 기간을 통하여 이민족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침략을 받으면서도 민중의 힘을 결집하여 이를 물리치고 민족의 독립을 지키며 민족의 전통 문화를 꽃피워 왔던 것입니다.
이어서 쓴 배중손의 몽고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저항도 그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고려 왕조가 무너진 것은 낡은 봉건 체제의 압박을 깨뜨리려는 민중의 투쟁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려가 무너지고 이성계에 의해 새로 조선 왕조가 수립된 뒤 고려 시대의 광범한 피차별 지역이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하여 앞으로 역사가들은 더욱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사상사에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진적인 진보를 이룩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편린이 투쟁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의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말살하려고 한 일제 침략자들의 범죄적인 정책이 빚어낸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서 망이와 만적의 투쟁에 관한 기록은 매우 귀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소개한 최무선과 문익점도 그에 못지않은 귀중한 기록입니다. 최무선은 과학적 연구를 거듭하여 신무기를 만들어 포악한 일본 해적들을 물리친 애국자이며, 문익점은 중국 오지에서 목숨을 걸고 목화 씨앗을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에 퍼뜨린 공로자입니다. 그들은 그리 높지 않은 지위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강렬한 애국심이 그들을 불멸의 애국자로 길이 빛나게 하였습니다.
이어서 ‘고려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들’을 썼는데, 이 글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수립이라는 역사적인 변동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간 전형들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글은 극적인 요소를 가진 역사 이야기인 만큼, 나는 민중의 혁명적인 요구를 능란하게 명분으로 내걸었던 이성계가 새로운 지배 권력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한 원고 매수에 제한이 있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끝내고 말았습니다. 다만 그 혁명기를 맞이하여 일관되게 소신을 밀고 나가다가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친 정도전을 덧붙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세종 대왕 시대의 공로자들’을 썼는데 세종 대왕은 조선의 4대 왕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입니다. 건국 초기에 혈육들과 동지들의 피비린내 나는 추악한 왕위 쟁탈전이 일단락된 뒤에 왕위에 오른 그의 아버지 태종과 함께 세종 대왕은 많은 우수한 인재를 거느리고 빛나는 업적을 쌓아올렸습니다.
특히 세종 시대에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역사상 전에 없는 번영을 누렸으며,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위대한 정치가와 학자들이 배출되어 문화, 예술을 비롯하여 의학과 과학 부문에서도 뛰어난 인물들이 활약하였습니다. 이렇게 혜성처럼 빛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서 전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거니와 보람 있는 작업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이어서 ‘훈민정음을 만든 사람들’을 썼습니다. 훈민정음은 세계의 숱한 문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과학적이며 가장 우수한 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우수한 문자가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세종 시대의 우리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그 문자를 만드는 작업에 종사한 인물들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업적을 남긴 학자들은 최고의 애국자로 칭송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우수한 학자들은 왕위가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봉건 사회 속에서 왕위 쟁탈전이라는 추악한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어제의 친구와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으르렁대고 서로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쓴다는 것은 곧 우리 역사의 최대의 불행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며, 우리 민족의 치부를 묘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가혹한 운명 속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며 어떠한 생활을 하였는지를 감히 분명하게 묘사하려 하였습니다.
이어서 쓴 김시습은 평생 권력에 거역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자이자 철학자로서 우리 민족의 인물상에서 한 전형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진작부터 그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서 글을 써 나갔습니다.
서경덕은 평생을 세속을 초월하여 깨끗이 살아간 철학자입니다. 그에게는 인간적인 훈훈함이 있었던 만큼 그 인간성의 전모를 묘사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신사임당은 우리 여성사에서 한국 여성의 거울로 칭송되어온 사람입니다. 그녀는 뛰어난 시인이며 화가이기도 하였지만, 그녀의 비애를 담은 문장은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퇴계 이황, 그리고 율곡 이이를 썼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 두 학자의 행적을 우리나라의 공자, 맹자에 비유하였는데, 그 훌륭한 삶의 자세에는 그저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었습니다. 특히 나는 ‘이율곡’을 쓰고 있을 때 그 위대한 인간성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처럼 훌륭한 인물이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과시하여도 좋을 듯하다고 생각하며 흥분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쓴 정철, 허준, 임제, 박인로는 모두 뛰어난 학자이며, 또한 문학자로서 우리나라의 문화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람들입니다.
황진이와 허난설헌은 역사상 드문 여류시인인데, 명기로서 자긍심이 강했던 황진이는 매력적인 인물인 만큼 다각적으로 묘사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자료에 한계가 있어 여의치 않았습니다.
16세기 말 일본의 침략을 격퇴한 뒤 가난한 민중들은 조국을 재건하기 위하여 떨쳐 일어났지만, 양반 계급은 변함없이 권력 투쟁에 몰두하였습니다. 그 가증스러운 지배 세력에 맞서 사회 변혁을 계획하던 사람들의 장렬한 투쟁과 비극적인 말로를 묘사하려고 한 ‘허균과 『홍길동전』’은 그 내용이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홍길동전』은 당시 변혁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꿈꾸던 하나의 이상향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윤선도, 김만중은 권력에 박해를 받아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뛰어난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들이었다.
다음에는 애국적인 실학 운동을 일으켜 크게 발전시킨 학자들의 공적을 소개하고 이어서 ‘18세기 후반에 활약한 학자들’을 썼는데, 이러한 학자들의 업적, 사상, 삶의 자세에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이어서 ‘박지원과 그의 문학’을 썼는데, 실학자였던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비롯하여 주옥같은 문학 작품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 전부를 서술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 읽는 주위 사람들은 자못 감동을 받았는지 여러 사람한테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뛰어난 화가를 몇 명 소개하였는데, 이 이야기에는 역시 전문적인 화가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그 감상을 말해주었습니다. 필자는 그림에 대해서는 그들만큼 잘 알지는 못하므로 송구스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정약용의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가혹한 권력의 박해 속에서도 정의감으로 일관한 이 위대한 학자의 애국적인 삶은 아무리 칭송해도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소개한 애국적인 학자들은 학문이란 민중의 행복과 풍요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고결한 삶을 통하여 가르쳐주었습니다.
다음에 쓴 ‘혁명아 홍경래와 그의 투쟁’은 19세기 초에 우리나라를 휩쓴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혁명이 성공하였다면 우리나라는 동양에서 가장 선진적인 길을 걸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점차 역사 문학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특이한 문학자로서 김삿갓을 소개하였습니다. 평생 전국을 방랑하던 이 시인은 방방곡곡에 일화를 남겼는데, 그의 풍자시는 매우 통렬하여 뭇사람의 절찬을 받아왔습니다.
다음에는 19세기의 대표적인 극작가 신재효의 이야기를 썼는데, 그는 우리 대중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던 ‘판소리’의 명창을 길러내고 민중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온 많은 고전 소설을 판소리 대본으로 써냈습니다. ‘춘향’을 우리 민족의 연인으로, ‘심청’을 민중의 효녀로, ‘흥부’를 민중의 벗으로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자의 침략에 맞서 싸운 애국지사들에 대하여 썼습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갑신정변의 실패와 김옥균의 고난에 찬 일본 망명 생활, 그리고 그의 비극적인 최후는 꽤 알려져 있는데, 그런 만큼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갖고 읽어준 듯합니다.
다음에는 갑오 농민 전쟁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독립을 지키려는 농민군과 일본 침략군의 ‘공주 대회전’은 사실상 조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장렬한 싸움이었습니다. 이 싸움을 지도한 전봉준의 영웅적인 활동과 그 비극적인 최후는 멸망해가는 조국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봉준의 이름은 식민지 시대에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모든 민중들의 가슴속에 김옥균과 함께 뿌리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애국심에 불타는 작가들은 그의 이야기를 은밀하게 소설화하여 그의 이름을 청소년들에게 보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구국을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여 최후까지 싸우다 죽어간 애국자들을 서술하였는데, 그 중에는 정치가도 있고 보수적인 학자도 있으며 용맹한 의병대장도 있고 정열적인 혁명가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모두 장렬하였으며, 특히 이준은 북한에서 영화 「돌아오지 못한 밀사」로 제작되어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며, 안중근 또한 영화를 통하여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킨 이야기입니다. 그런 만큼 쓰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이러한 인간상을 정확히 묘사해내고 싶은 의욕에 힘이 솟기도 하였습니다.
다음에 쓴 홍범도는 거의 전설적인 의병 대장으로서 일본 정규군의 대부대를 섬멸한 용장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이 적어 그 활동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소련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삶을 마친 사람이지만 소련에서의 활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점은 여전히 마음에 걸립니다.
주시경은 교육자의 귀감이라 하여도 좋을 사람입니다. 이 위대한 선생의 삶을 써 나가면서 이러한 애국적인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가혹한 역경 속에서도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역사학자 신채호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분이 저술한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는 과거 사가들이 봉건 사회를 물들이던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또는 우리 민족사를 말살하려던 침략 세력의 정책을 극복하지 못하여 크게 왜곡하였던 우리 고대사를 5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기 넘치는 원형 그대로 복원해주었습니다. 나는 해방 후, 그것도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광활한 대륙을 누빈 우리 선조의 위대함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또 이렇게 뛰어난 역사가가 업적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 만큼,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 책의 특징
1. 지난 역사와 인물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필자는 민족의 우수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인물을 통해 고취시키고자 했다.
2. 그 내용이나 수준이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갖추어 초등학교 학생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자 생동적으로 형상화시킨 인물로 보는 한국사이다.
3. 소설가인 필자가 마치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혀지도록 구성하여 가독성이 뛰어나다.
4. 한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인문 교양서이다.
▣ 작가 소개
이은직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41년 일본대학 법문학부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소설 <물결>로 ''아쿠다가와(芥川)상''후보에 오른 적이 있으며, 일본에서 문필 활동을 하며 가나가와(神奈川) 대학 강사를 지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소설 <탁류> 3부작과 <신편 춘향전>, <조선 명인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고고한 길을 걸어간 실학의 대부 유형원 11
천재 교육을 받은 소년, 우여곡절을 겪다 11 고고한 길을 걷다 13 『반계수록』이 호소하는 것 16 유형원의 소박하고 단정한 생활 태도 18
2. 어머니를 위한 문학과 김만중 22
운명의 별을 타고나다 22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24 정의감 때문에 왕을 모욕한 죄로 유배지를 떠돌다 25 서포 김만중의 문학관 28 심미적이며 예술적 향기 높은 소설 『구운몽』, 어머니를 그리며 쓰다 29 『사씨남정기』를 통해 왕을 풍자하다 32 유배지에서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다 36
3. 개성이 독특한 실학자 박세당과 정상기 38
박세당, 개성 있는 삶을 살다 38 농사를 지으며 농학서 『색경』을 쓰다 39 유배 중에 죽음을 맞다 41 정상기, 지도 제작자로 우뚝 서다 43 정상기의 공적에 대한 평가 46
4. 실학을 집대성한 거대한 호수 이익 48
유배지에서 태어나다 48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다 49 농민들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50 당쟁 비판과 관제 개혁론 52 농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관 54 서학에 대한 관점 57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과 일본에 관한 통찰력 59 불우한 만년, 가난과 싸우며 학문의 길을 걷다 63
5. 전인미답의 독자적 화풍의 정선과 삼재 65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다 65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다 66 「인왕제색도」 : 독자적인 화풍의 길을 걷다 70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 72
6. 18세기 후반의 학자들 : 임성주, 신경준, 안정복, 홍대용 76
임성주, 율곡 이이의 저서를 읽고 감동받다 76 임성주의 유물론적 철학론 79 신경준, 『훈민정음운해』를 지어 한글 연구의 과학적 기틀을 다지다 83 실학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한국의 지리학을 개척하다 86 이익의 애제자 안정복 89 관직의 길이 주어지다 91 역사학자로 나서다 93 성호 이익과 순암 안정복의 사제지간의 정 97 모범적인 학자의 생애를 보내다 99 북학파의 비조 홍대용 101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누다 103 젊은 왕 정조에게 신임을 받다 105 지전설을 주창하다 107 실학자로서 관념론을 배격하다 109 홍대용의 정책론 111 홍대용이 북학운동을 통해 소망한 것 114
7. 실학의 대문호 박지원과 사실주의 문학 115
명문 태생의 가난한 서생 115 선구자로서 고난의 길을 걷다 116 열하 기행을 통해 소망을 이루다 118 역사적인 저작 『열하일기』 121 나이 들어 벼슬에 나서다 123 박지원의 문학 125 초기 작품 「양반전」 127 「호질」의 개요 131 「허생전」의 개요 137 박지원 문학의 진수 144 마지막 소설 「열녀 함양 박씨전」 145
8. 개혁을 주장한 북학파의 석학 박제가 148
고독한 운명을 짊어지다 148 서얼 출신으로 관직에 등용되다 151 『북학의』에 나타나는 개혁 정신 152 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157 정조 사후 신유사옥으로 유배되어 불행한 말년을 보내다 161
9. 풍속화의 대조를 이룬 거장, 김홍도와 신윤복 164
천재적인 화가 김홍도 164 단원 김홍도의 행적과 사람 됨됨이 166 한국화의 전통미를 집대성하다 171 신윤복 여성을 그리다 174
10. 실학을 집대성한 우뚝 솟은 봉우리 정약용 179
정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 179 벼슬길에 올라 숱한 일을 겪다 183 천주교로 형제들이 수난의 길을 걷다 189 유배지에서 관리들의 악랄한 수탈상을 목놓아 읊다 194 우국지정을 『목민심서』 등의 저작으로 승화하다 215 유배지에서 풀려나 만년을 조용히 보내다 218
11. 타고난 혁명아 홍경래와 그의 투쟁 222
웅대한 뜻을 품다 222 혁명을 위해 동지를 모으다 224 서북 농민군을 이끌고 궐기하다 226 남진 공격의 실패와 정주성 방어전에서 무너지다 227 영웅의 이름은 죽지 않는다 231
12. 19세기 초에 활약한 학자들 : 서유구, 유희, 김정희 230
고구마를 퍼뜨린 서유구 234 특이한 생활 태도를 지닌 언어학자 유희 237『언문지』를 통해 우리 문자의 우수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다 238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추구하다 240 금석학의 태두 추사 김정희 242 북한산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발견, 연구하다 245 유배지에서「세한도」를 비롯해 많은 수묵화를 그리다 245 고고학과 금석학을 새롭게 개척하다 249 예술가로서의 길을 모색하다 252
13.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방랑 시인 김삿갓 254
기구한 운명에 처하다 254 김병연 여행에 나서다 258 고향 생각에 잠시 돌아오다 261 권력자를 미워하고 가난한 백성을 사랑하다 264
14. 김정호의 비극적인 삶과 『대동여지도』 270
수수께끼 같은 생애 270 지리학 연구를 통해 최한기를 만나다 271 외곬으로 지도 제작에 전념하다272 심혈을 기울여 지지를 집대성하다 274 『대동여지도』를 완성하다 275 반역자로 몰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다 277
15. 판소리를 위해 태어난 듯 살다간 신재효 280
판소리와 광대 280 신재효의 성장과 인품 281 아내를 잃는 불행과 고독 284 판소리 대본을 정리하고 창작하다 285 만년의 생활, 양반 행세를 하지 않고 광대들 교육에 힘쓰다 290
16. 글을 알지 못한 천재 화가 장승업 292
고아로 자라다 292 내 그림은 신품입니다! 294 궁정 화가 자리를 뿌리치다 295 혼이 약동하는 그림을 그리다 298
17. 개화 운동의 지도자 김옥균과 그의 한계 302
진보적인 사상을 지닌 지식인들을 사귀다 302 혁신 정권을 세울 개화파를 조직하다 305 개화파의 활동과 임오군란 307 세 번째 방문한 일본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다 310 갑신정변을 일으키다 314 새 정권의 정강 316 수구파와 청나라 군의 역습 318 일본에서의 망명 생활 321 자객과 싸우다 323 고독과 질병으로 고통 받다 326 일본의 모든 것에 실망하다 327 김옥균, 자객에게 살해되다 330
18. 혁명적인 갑오농민전쟁의 지도자 전봉준 333
명확하지 않은 출생 333 전봉준의 인품 336 동학 농민군, 궐기하다 337 동학 농민군, 거침없이 진격하다 343 장장성 황룡촌에서 크게 승리한 후 전주를 점령하다 345 전주 완산의 싸움과 청나라와 일본의 출병 349 전주 화약으로 집강소를 설치하다 351 개혁안을 실시하기 위해 애쓰다 354 농민군, 다시 봉기하다 356 공주 우금치에서 최대의 결전을 치르다 358 전봉준, 밀고로 붙잡혀 죽다 361
19. 나라를 구하기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 사람들 364
갑오개혁을 주도한 책임자 김홍집 364 김홍집, 개혁의 바깥에 서다 367 결국 갑오개혁의 책임자가 되다 370 갑오개혁의 파탄과 김홍집 등의 죽음 373 철저히 완고했던 유학자 최익현 377 최익현, 매국적인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하여 궐기하다 381 호방하고 담대한 의병장 이강년 383 의병장으로 싸우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다 386 이준, 청운의 뜻을 품다 390 투쟁의 길로 들어서다 393 사선을 넘어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397 돌아오지 않는 밀사 : 이준, 이상설, 이위종 399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품의 소유자 안중근 403 주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항일 투쟁에 나서다 405 안중근, 정의로운 군대의 선두에 서다 407 드디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다 408 재판정에서 : 조국의 독립, 이 한 가지뿐이다! 411
20. 산포수 출신의 용맹한 의병대장 홍범도 417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417 빛나는 유격 작전을 펼치다 419 조선독립군사령 홍범도, 평생을 독립군에 바치다 422
21. 근대 국어학 연구를 꽃피운 주시경 427
가난 속에서 학문에 몰두하다 427 고학으로 신학문을 배우다 431 ‘주보따리’ ‘주보퉁이’ 주시경, 늘 민중과 함께하다 434 자주 독립 정신을 지키기 위하여 대종교 신자가 되다 437
22. 고대 한국사를 바로잡은 역사학자 신채호 440
신채호의 성장 과정과 초기 활동 440 망명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다 442 상해임시정부를 떠나 무정부주의 운동의 지도자가 되다 445 옥중 투쟁과 죽음, 여순 감옥에서 옥사하다 447 민족사관을 정립하여 우리에게 찬란히 빛나는 역사관을 물려주다 449
저자 후기 453
옮긴이의 글 455
찾아보기 458
우리 역사를 담지(膽智)했던 인물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산책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역사와 인물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자 했으며, 그리 어렵지 않게 쓰여져 누구나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국에서 나고 자란 동포 젊은이들에게 생면부지의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친숙하게 다가올 리가 없기 때문이리라.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우선 ‘재미’가 있지 않으면 읽히지 않을 것이기에 저자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술술 읽히도록 서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할 때 역사 문헌과 참고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야사’가 아닌 ‘정사’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은 반평생을 일본에서 지내온 지은이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어 자긍심을 갖게 하자는 목적에서 집필한 인물 중심의 한국사로, 1997년 출간되었던 『한국사 명인전』의 개정판이며, 평어체의 문체를 경어체로 바꾸어 보다 친근감 있고 읽기 쉽게 하였다.
집필 동기를 저자에게 직접 듣는다
처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하였을 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써 나가는 동안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뛰어난 선조들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인물의 이야기를 써서 전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자료를 최대한 폭넓게 모아 계속 써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어느덧 해를 거듭하여 만 6년여에 걸쳐 집필하게 되었고, ‘신채호’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글의 주제가 되었던 인물만도 92명, 그들을 둘러싼 수백 명의 이야기를 써온 것입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구하러 다니다 보면 대개의 인물 전기는 그 업적에 대해 칭찬하는 말이 많고, 그의 인간적인 면에 대한 묘사가 충분치 못하여 구체적인 인간상을 파악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쓰는 사람에 따라서 보는 시각이 달라, 같은 인물을 놓고도 여러 가지 엇갈림이 있어서 어떤 자료가 진실한 것인지 눈매가 서로 다른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역사에 관한 저서 대부분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 많아 역사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만큼 역사상의 인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전문적인 역사학자가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 점을 잘 알면서도 내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우리 조국에도 이처럼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 조국이 발전하고 역사가 유지될 수 있었고, 훌륭한 문화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을 가르쳐서 민족적인 긍지와 조국애에 눈뜰 것을 호소하고픈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해서 되도록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고 쉬운 문장으로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쓰고 나서 보니 나도 모르게 문장이 어려워지고, 난해한 용어를 그대로 쓴 곳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아무리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그 인물들도 슬픔과 기쁨과 고통 속에서 산 사람들이므로, 나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능한 한 생생하게 묘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그 사람들이 우리와 서로 피가 통하는 동족이며 선조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자료를 읽으며 맞추어보고,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다른 인상을 머릿속에서 하나로 종합된 인간상으로 재구성하고, 내가 그 인물에 품었던 생각을 솔직하게 써내려고 하였습니다.
때로는 생생한 인간상이 도저히 파악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쓴 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 인물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원고를 써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내가 이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므로 각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상의 전형들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내가 묘사한 우리 민족사이며, 우리 민족사의 다양한 성격을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책의 내용)
이 책은 삼국 시대의 예술가와 문호 몇 명을 소개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시대의 자료와 문헌이 매우 제한적인 것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지극히 간단한 사실밖에 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치원은 각별히 자세히 써보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열두 살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문재를 떨치고 출세도 한 그는 향수에 사로잡혀 스물아홉 살에 귀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과 재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한 채 산속의 절에 틀어박혀 멸망해가는 신라 정권의 말로를 바라봅니다.”
이는 난세에 태어난 비극적인 문학자의 모습으로,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하는 기록이며 능히 장편 소설의 소재도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상상은 할 수 있으되 남아 있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서 멋대로 추측해서 쓸 수도 없었습니다. 통속적인 역사 소설을 쓴다면 둘도 없는 주인공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김부식의 이야기를 썼는데, 김부식에 의해 토벌된 승려 묘청과 그 일파의 활동은 다른 주인공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써야만 하였습니다. 과거 봉건 사회의 기록이 한결같이 김부식의 공적을 기리고 묘청 등을 반역자로 취급하였기 때문에 그 활동의 전모가 정확히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묘청 등은 당시 전성기를 맞은 고려의 국력을 배경으로 민족의 오랜 숙원인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여 우리 조국을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서 발전시키려는 장대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을 전개한 방식이 너무 성급한 탓에 평양 천도 계획이 실패하고, 자력에 의한 혁명 정부도 수립하지 못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데도 실패하여 무너지고 맙니다. 하지만 묘청 등을 단순한 반역자로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가들도 많습니다.
이어서 고려 시대 피차별 지역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와 개경의 노예 해방 투쟁의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사건들은 우리 역사에서 민중 해방 운동의 주요한 일면을 말해주는 기록으로, 금후 전문적인 역사가들의 연구가 절실하게 요망되는 중대한 사항입니다.
고려 시대에는 정치적 이유로 인한 피차별 지역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 여러 자료에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피차별 계급에 대한 억압도 가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처지에 있던 우리 민중들은 인내하고 복종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떨쳐 일어나 싸워왔습니다. 부당한 차별과 압박에 결연히 저항하여 싸웠던 역사적 기록은 감동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존경스러운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길러온 저항 정신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불굴의 의지로 우리 민족은 역사의 전 기간을 통하여 이민족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침략을 받으면서도 민중의 힘을 결집하여 이를 물리치고 민족의 독립을 지키며 민족의 전통 문화를 꽃피워 왔던 것입니다.
이어서 쓴 배중손의 몽고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저항도 그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고려 왕조가 무너진 것은 낡은 봉건 체제의 압박을 깨뜨리려는 민중의 투쟁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려가 무너지고 이성계에 의해 새로 조선 왕조가 수립된 뒤 고려 시대의 광범한 피차별 지역이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하여 앞으로 역사가들은 더욱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사상사에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진적인 진보를 이룩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편린이 투쟁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의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말살하려고 한 일제 침략자들의 범죄적인 정책이 빚어낸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서 망이와 만적의 투쟁에 관한 기록은 매우 귀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소개한 최무선과 문익점도 그에 못지않은 귀중한 기록입니다. 최무선은 과학적 연구를 거듭하여 신무기를 만들어 포악한 일본 해적들을 물리친 애국자이며, 문익점은 중국 오지에서 목숨을 걸고 목화 씨앗을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에 퍼뜨린 공로자입니다. 그들은 그리 높지 않은 지위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강렬한 애국심이 그들을 불멸의 애국자로 길이 빛나게 하였습니다.
이어서 ‘고려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들’을 썼는데, 이 글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수립이라는 역사적인 변동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간 전형들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글은 극적인 요소를 가진 역사 이야기인 만큼, 나는 민중의 혁명적인 요구를 능란하게 명분으로 내걸었던 이성계가 새로운 지배 권력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한 원고 매수에 제한이 있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끝내고 말았습니다. 다만 그 혁명기를 맞이하여 일관되게 소신을 밀고 나가다가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친 정도전을 덧붙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세종 대왕 시대의 공로자들’을 썼는데 세종 대왕은 조선의 4대 왕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입니다. 건국 초기에 혈육들과 동지들의 피비린내 나는 추악한 왕위 쟁탈전이 일단락된 뒤에 왕위에 오른 그의 아버지 태종과 함께 세종 대왕은 많은 우수한 인재를 거느리고 빛나는 업적을 쌓아올렸습니다.
특히 세종 시대에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역사상 전에 없는 번영을 누렸으며,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위대한 정치가와 학자들이 배출되어 문화, 예술을 비롯하여 의학과 과학 부문에서도 뛰어난 인물들이 활약하였습니다. 이렇게 혜성처럼 빛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서 전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거니와 보람 있는 작업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이어서 ‘훈민정음을 만든 사람들’을 썼습니다. 훈민정음은 세계의 숱한 문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과학적이며 가장 우수한 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우수한 문자가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세종 시대의 우리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그 문자를 만드는 작업에 종사한 인물들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업적을 남긴 학자들은 최고의 애국자로 칭송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우수한 학자들은 왕위가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봉건 사회 속에서 왕위 쟁탈전이라는 추악한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어제의 친구와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으르렁대고 서로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쓴다는 것은 곧 우리 역사의 최대의 불행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며, 우리 민족의 치부를 묘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가혹한 운명 속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며 어떠한 생활을 하였는지를 감히 분명하게 묘사하려 하였습니다.
이어서 쓴 김시습은 평생 권력에 거역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자이자 철학자로서 우리 민족의 인물상에서 한 전형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진작부터 그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서 글을 써 나갔습니다.
서경덕은 평생을 세속을 초월하여 깨끗이 살아간 철학자입니다. 그에게는 인간적인 훈훈함이 있었던 만큼 그 인간성의 전모를 묘사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신사임당은 우리 여성사에서 한국 여성의 거울로 칭송되어온 사람입니다. 그녀는 뛰어난 시인이며 화가이기도 하였지만, 그녀의 비애를 담은 문장은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퇴계 이황, 그리고 율곡 이이를 썼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 두 학자의 행적을 우리나라의 공자, 맹자에 비유하였는데, 그 훌륭한 삶의 자세에는 그저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었습니다. 특히 나는 ‘이율곡’을 쓰고 있을 때 그 위대한 인간성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처럼 훌륭한 인물이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과시하여도 좋을 듯하다고 생각하며 흥분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쓴 정철, 허준, 임제, 박인로는 모두 뛰어난 학자이며, 또한 문학자로서 우리나라의 문화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람들입니다.
황진이와 허난설헌은 역사상 드문 여류시인인데, 명기로서 자긍심이 강했던 황진이는 매력적인 인물인 만큼 다각적으로 묘사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자료에 한계가 있어 여의치 않았습니다.
16세기 말 일본의 침략을 격퇴한 뒤 가난한 민중들은 조국을 재건하기 위하여 떨쳐 일어났지만, 양반 계급은 변함없이 권력 투쟁에 몰두하였습니다. 그 가증스러운 지배 세력에 맞서 사회 변혁을 계획하던 사람들의 장렬한 투쟁과 비극적인 말로를 묘사하려고 한 ‘허균과 『홍길동전』’은 그 내용이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홍길동전』은 당시 변혁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꿈꾸던 하나의 이상향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윤선도, 김만중은 권력에 박해를 받아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뛰어난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들이었다.
다음에는 애국적인 실학 운동을 일으켜 크게 발전시킨 학자들의 공적을 소개하고 이어서 ‘18세기 후반에 활약한 학자들’을 썼는데, 이러한 학자들의 업적, 사상, 삶의 자세에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이어서 ‘박지원과 그의 문학’을 썼는데, 실학자였던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비롯하여 주옥같은 문학 작품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 전부를 서술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 읽는 주위 사람들은 자못 감동을 받았는지 여러 사람한테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뛰어난 화가를 몇 명 소개하였는데, 이 이야기에는 역시 전문적인 화가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그 감상을 말해주었습니다. 필자는 그림에 대해서는 그들만큼 잘 알지는 못하므로 송구스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정약용의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가혹한 권력의 박해 속에서도 정의감으로 일관한 이 위대한 학자의 애국적인 삶은 아무리 칭송해도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소개한 애국적인 학자들은 학문이란 민중의 행복과 풍요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고결한 삶을 통하여 가르쳐주었습니다.
다음에 쓴 ‘혁명아 홍경래와 그의 투쟁’은 19세기 초에 우리나라를 휩쓴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혁명이 성공하였다면 우리나라는 동양에서 가장 선진적인 길을 걸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점차 역사 문학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특이한 문학자로서 김삿갓을 소개하였습니다. 평생 전국을 방랑하던 이 시인은 방방곡곡에 일화를 남겼는데, 그의 풍자시는 매우 통렬하여 뭇사람의 절찬을 받아왔습니다.
다음에는 19세기의 대표적인 극작가 신재효의 이야기를 썼는데, 그는 우리 대중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던 ‘판소리’의 명창을 길러내고 민중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온 많은 고전 소설을 판소리 대본으로 써냈습니다. ‘춘향’을 우리 민족의 연인으로, ‘심청’을 민중의 효녀로, ‘흥부’를 민중의 벗으로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자의 침략에 맞서 싸운 애국지사들에 대하여 썼습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갑신정변의 실패와 김옥균의 고난에 찬 일본 망명 생활, 그리고 그의 비극적인 최후는 꽤 알려져 있는데, 그런 만큼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갖고 읽어준 듯합니다.
다음에는 갑오 농민 전쟁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독립을 지키려는 농민군과 일본 침략군의 ‘공주 대회전’은 사실상 조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장렬한 싸움이었습니다. 이 싸움을 지도한 전봉준의 영웅적인 활동과 그 비극적인 최후는 멸망해가는 조국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봉준의 이름은 식민지 시대에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모든 민중들의 가슴속에 김옥균과 함께 뿌리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애국심에 불타는 작가들은 그의 이야기를 은밀하게 소설화하여 그의 이름을 청소년들에게 보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구국을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여 최후까지 싸우다 죽어간 애국자들을 서술하였는데, 그 중에는 정치가도 있고 보수적인 학자도 있으며 용맹한 의병대장도 있고 정열적인 혁명가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모두 장렬하였으며, 특히 이준은 북한에서 영화 「돌아오지 못한 밀사」로 제작되어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며, 안중근 또한 영화를 통하여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킨 이야기입니다. 그런 만큼 쓰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이러한 인간상을 정확히 묘사해내고 싶은 의욕에 힘이 솟기도 하였습니다.
다음에 쓴 홍범도는 거의 전설적인 의병 대장으로서 일본 정규군의 대부대를 섬멸한 용장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이 적어 그 활동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소련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삶을 마친 사람이지만 소련에서의 활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점은 여전히 마음에 걸립니다.
주시경은 교육자의 귀감이라 하여도 좋을 사람입니다. 이 위대한 선생의 삶을 써 나가면서 이러한 애국적인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가혹한 역경 속에서도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역사학자 신채호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분이 저술한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는 과거 사가들이 봉건 사회를 물들이던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또는 우리 민족사를 말살하려던 침략 세력의 정책을 극복하지 못하여 크게 왜곡하였던 우리 고대사를 5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기 넘치는 원형 그대로 복원해주었습니다. 나는 해방 후, 그것도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광활한 대륙을 누빈 우리 선조의 위대함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또 이렇게 뛰어난 역사가가 업적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 만큼,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 책의 특징
1. 지난 역사와 인물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필자는 민족의 우수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인물을 통해 고취시키고자 했다.
2. 그 내용이나 수준이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갖추어 초등학교 학생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자 생동적으로 형상화시킨 인물로 보는 한국사이다.
3. 소설가인 필자가 마치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혀지도록 구성하여 가독성이 뛰어나다.
4. 한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인문 교양서이다.
▣ 작가 소개
이은직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41년 일본대학 법문학부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소설 <물결>로 ''아쿠다가와(芥川)상''후보에 오른 적이 있으며, 일본에서 문필 활동을 하며 가나가와(神奈川) 대학 강사를 지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소설 <탁류> 3부작과 <신편 춘향전>, <조선 명인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고고한 길을 걸어간 실학의 대부 유형원 11
천재 교육을 받은 소년, 우여곡절을 겪다 11 고고한 길을 걷다 13 『반계수록』이 호소하는 것 16 유형원의 소박하고 단정한 생활 태도 18
2. 어머니를 위한 문학과 김만중 22
운명의 별을 타고나다 22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24 정의감 때문에 왕을 모욕한 죄로 유배지를 떠돌다 25 서포 김만중의 문학관 28 심미적이며 예술적 향기 높은 소설 『구운몽』, 어머니를 그리며 쓰다 29 『사씨남정기』를 통해 왕을 풍자하다 32 유배지에서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다 36
3. 개성이 독특한 실학자 박세당과 정상기 38
박세당, 개성 있는 삶을 살다 38 농사를 지으며 농학서 『색경』을 쓰다 39 유배 중에 죽음을 맞다 41 정상기, 지도 제작자로 우뚝 서다 43 정상기의 공적에 대한 평가 46
4. 실학을 집대성한 거대한 호수 이익 48
유배지에서 태어나다 48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다 49 농민들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50 당쟁 비판과 관제 개혁론 52 농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관 54 서학에 대한 관점 57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과 일본에 관한 통찰력 59 불우한 만년, 가난과 싸우며 학문의 길을 걷다 63
5. 전인미답의 독자적 화풍의 정선과 삼재 65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다 65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다 66 「인왕제색도」 : 독자적인 화풍의 길을 걷다 70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 72
6. 18세기 후반의 학자들 : 임성주, 신경준, 안정복, 홍대용 76
임성주, 율곡 이이의 저서를 읽고 감동받다 76 임성주의 유물론적 철학론 79 신경준, 『훈민정음운해』를 지어 한글 연구의 과학적 기틀을 다지다 83 실학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한국의 지리학을 개척하다 86 이익의 애제자 안정복 89 관직의 길이 주어지다 91 역사학자로 나서다 93 성호 이익과 순암 안정복의 사제지간의 정 97 모범적인 학자의 생애를 보내다 99 북학파의 비조 홍대용 101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누다 103 젊은 왕 정조에게 신임을 받다 105 지전설을 주창하다 107 실학자로서 관념론을 배격하다 109 홍대용의 정책론 111 홍대용이 북학운동을 통해 소망한 것 114
7. 실학의 대문호 박지원과 사실주의 문학 115
명문 태생의 가난한 서생 115 선구자로서 고난의 길을 걷다 116 열하 기행을 통해 소망을 이루다 118 역사적인 저작 『열하일기』 121 나이 들어 벼슬에 나서다 123 박지원의 문학 125 초기 작품 「양반전」 127 「호질」의 개요 131 「허생전」의 개요 137 박지원 문학의 진수 144 마지막 소설 「열녀 함양 박씨전」 145
8. 개혁을 주장한 북학파의 석학 박제가 148
고독한 운명을 짊어지다 148 서얼 출신으로 관직에 등용되다 151 『북학의』에 나타나는 개혁 정신 152 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157 정조 사후 신유사옥으로 유배되어 불행한 말년을 보내다 161
9. 풍속화의 대조를 이룬 거장, 김홍도와 신윤복 164
천재적인 화가 김홍도 164 단원 김홍도의 행적과 사람 됨됨이 166 한국화의 전통미를 집대성하다 171 신윤복 여성을 그리다 174
10. 실학을 집대성한 우뚝 솟은 봉우리 정약용 179
정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 179 벼슬길에 올라 숱한 일을 겪다 183 천주교로 형제들이 수난의 길을 걷다 189 유배지에서 관리들의 악랄한 수탈상을 목놓아 읊다 194 우국지정을 『목민심서』 등의 저작으로 승화하다 215 유배지에서 풀려나 만년을 조용히 보내다 218
11. 타고난 혁명아 홍경래와 그의 투쟁 222
웅대한 뜻을 품다 222 혁명을 위해 동지를 모으다 224 서북 농민군을 이끌고 궐기하다 226 남진 공격의 실패와 정주성 방어전에서 무너지다 227 영웅의 이름은 죽지 않는다 231
12. 19세기 초에 활약한 학자들 : 서유구, 유희, 김정희 230
고구마를 퍼뜨린 서유구 234 특이한 생활 태도를 지닌 언어학자 유희 237『언문지』를 통해 우리 문자의 우수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다 238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추구하다 240 금석학의 태두 추사 김정희 242 북한산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발견, 연구하다 245 유배지에서「세한도」를 비롯해 많은 수묵화를 그리다 245 고고학과 금석학을 새롭게 개척하다 249 예술가로서의 길을 모색하다 252
13.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방랑 시인 김삿갓 254
기구한 운명에 처하다 254 김병연 여행에 나서다 258 고향 생각에 잠시 돌아오다 261 권력자를 미워하고 가난한 백성을 사랑하다 264
14. 김정호의 비극적인 삶과 『대동여지도』 270
수수께끼 같은 생애 270 지리학 연구를 통해 최한기를 만나다 271 외곬으로 지도 제작에 전념하다272 심혈을 기울여 지지를 집대성하다 274 『대동여지도』를 완성하다 275 반역자로 몰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다 277
15. 판소리를 위해 태어난 듯 살다간 신재효 280
판소리와 광대 280 신재효의 성장과 인품 281 아내를 잃는 불행과 고독 284 판소리 대본을 정리하고 창작하다 285 만년의 생활, 양반 행세를 하지 않고 광대들 교육에 힘쓰다 290
16. 글을 알지 못한 천재 화가 장승업 292
고아로 자라다 292 내 그림은 신품입니다! 294 궁정 화가 자리를 뿌리치다 295 혼이 약동하는 그림을 그리다 298
17. 개화 운동의 지도자 김옥균과 그의 한계 302
진보적인 사상을 지닌 지식인들을 사귀다 302 혁신 정권을 세울 개화파를 조직하다 305 개화파의 활동과 임오군란 307 세 번째 방문한 일본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다 310 갑신정변을 일으키다 314 새 정권의 정강 316 수구파와 청나라 군의 역습 318 일본에서의 망명 생활 321 자객과 싸우다 323 고독과 질병으로 고통 받다 326 일본의 모든 것에 실망하다 327 김옥균, 자객에게 살해되다 330
18. 혁명적인 갑오농민전쟁의 지도자 전봉준 333
명확하지 않은 출생 333 전봉준의 인품 336 동학 농민군, 궐기하다 337 동학 농민군, 거침없이 진격하다 343 장장성 황룡촌에서 크게 승리한 후 전주를 점령하다 345 전주 완산의 싸움과 청나라와 일본의 출병 349 전주 화약으로 집강소를 설치하다 351 개혁안을 실시하기 위해 애쓰다 354 농민군, 다시 봉기하다 356 공주 우금치에서 최대의 결전을 치르다 358 전봉준, 밀고로 붙잡혀 죽다 361
19. 나라를 구하기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 사람들 364
갑오개혁을 주도한 책임자 김홍집 364 김홍집, 개혁의 바깥에 서다 367 결국 갑오개혁의 책임자가 되다 370 갑오개혁의 파탄과 김홍집 등의 죽음 373 철저히 완고했던 유학자 최익현 377 최익현, 매국적인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하여 궐기하다 381 호방하고 담대한 의병장 이강년 383 의병장으로 싸우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다 386 이준, 청운의 뜻을 품다 390 투쟁의 길로 들어서다 393 사선을 넘어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397 돌아오지 않는 밀사 : 이준, 이상설, 이위종 399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품의 소유자 안중근 403 주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항일 투쟁에 나서다 405 안중근, 정의로운 군대의 선두에 서다 407 드디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다 408 재판정에서 : 조국의 독립, 이 한 가지뿐이다! 411
20. 산포수 출신의 용맹한 의병대장 홍범도 417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417 빛나는 유격 작전을 펼치다 419 조선독립군사령 홍범도, 평생을 독립군에 바치다 422
21. 근대 국어학 연구를 꽃피운 주시경 427
가난 속에서 학문에 몰두하다 427 고학으로 신학문을 배우다 431 ‘주보따리’ ‘주보퉁이’ 주시경, 늘 민중과 함께하다 434 자주 독립 정신을 지키기 위하여 대종교 신자가 되다 437
22. 고대 한국사를 바로잡은 역사학자 신채호 440
신채호의 성장 과정과 초기 활동 440 망명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다 442 상해임시정부를 떠나 무정부주의 운동의 지도자가 되다 445 옥중 투쟁과 죽음, 여순 감옥에서 옥사하다 447 민족사관을 정립하여 우리에게 찬란히 빛나는 역사관을 물려주다 449
저자 후기 453
옮긴이의 글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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