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멍 때리기는 아이들의 중요한 놀이
두 달 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는 여러 모로 화제를 낳았다. 현대인에게 뇌 휴식은 그야말로 필수 요건이 된 셈이다. 1등은 아홉 살 초등학생 소녀에게 돌아갔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멍 때리기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멍 때릴 시간이 없다. 학교와 학원을 뱅뱅 돌다가 집에 오면 숙제에 공부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탓이다. 그나마 조금 쉴 틈이 생기면 휴대폰과 텔레비전에 몰입하느라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이런 대회가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남동윤 어린이만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은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휴식 같은 책이다. 엽기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귀신 선생님과 4학년 1반 아이들이 펼쳐 나가는 매우 특별한 일상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귀신 선생님은 사랑스러워
새 학년 첫날, 아이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1년 생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4학년 1반 아이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 선생님은 첫인상부터 귀신처럼 무섭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선생님 질문에 아이들이 일제히 “없어요!”라고 소리 지르자, 선생님은 한 시간이 넘도록 자기소개를 한다. 선생님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무조건 말 잘 듣는 학생을 제일 좋아하고, 학부모 만나는 걸 제일 싫어”한다. 또 “이상형은 현빈, 취미는 숙제 검사, 특기는 아이들 말 무시하기, 가장 좋아하는 날은 시험기간과 방학”이란다. 선생님의 입을 막고자 상현이가 꺼낸 질문에 선생님은 갑자기 돌변해 첫날부터 시험을 보게 한다. 과연 무슨 질문이었기에? 정말 귀신이 아니고서 이런 선생님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선생님은 엽기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울면서 제일 먼저 병원에 달려갈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 또한 지극하다. 겨울방학을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나서 맞이하는 귀신 선생님의 덩실 춤을 보면 이 매력적인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주인공인 진짜 아이들
엽기적인 미모와 발랄한 품성을 자랑하는 귀신 선생님과 평범한 듯 엉뚱한 매력을 샤방샤방 풍기는 4학년 1반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하루하루가 담겨 있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엔 딱히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은 없다. 누구 하나 뛰어나게 잘나진 않았지만, 읽다 보면 아이들 이름, 생김새, 성격, 좋아하는 것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될 정도로 반 아이들 모두가 빛나는 주연이다. 평범한 아이들의 보석같이 빛나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정신없이 웃기기도 하지만,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녹여 버릴 만큼 따뜻하고, 손이 오그라들 정도로 달달한 사랑을 전해 준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놀이도 중간중간 들어 있어, 공부 스트레스는 한 방에 날리고 잠자는 뇌를 깨워 준다.
4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은 귀신일까 사람일까? 과학 실험실에서 정체불명의 가스가 유출돼 반 아이들이 하나 둘 쓰러지자, 공부벌레 김재호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재호가 추리해 낸 범인은 진짜 범인일까?(「범인을 찾아라」) 김단비를 좋아하는 손태현은 상현이와 성재의 도움으로 사랑 고백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4학년 1반에서 가장 잘생긴 장동곤 역시 단비한테 고백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상현이는 단비의 단짝 려은이를 통해 단비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태현이는 몇 날 며칠 낮이고 밤이고 텀블링을 연습한다. 단비 앞에서 멋지게 텀블링을 선보인 태현은 과연 고백에 성공할 수 있을까?(「고백은 어려워」) 상현이네 놀러간 남동식은 토끼장에 갇혀 있는 토끼를 구해 주고, 토끼는 동식이를 데리고 달라나로 간다. 토끼는 진짜로 달나라에서 떡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끼 부부와 함께 절구질을 하면서 만든 떡은 우주인, 외계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찾는 인기 상품이 되는데……. 동식이는 토끼 부부에게 붙잡히지 않고 지구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토끼와 함께」) 오봉실네 아빠는 시민들을 도와주는 로봇 바둑이 운전사다. 로봇 바둑이는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각종 쓰레기도 처리하고(쓰레기를 먹고 재활용 상품으로 배출), 화재 진압에 범죄 예방, 지구 평화까지 지키는 만능 로봇이다. 오봉실은 아빠가 늦잠 자는 틈을 이용해 로봇 바둑이를 조종하는데, 어떤 활약 또는 말썽을 피우게 될지?(「로봇 바둑이」)
스트레스를 없애고 풍부한 정서와 상상력이 가득한 이 책엔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만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비판적인 시각과 반성하는 마음도 자연스레 심어 준다. 채소를 싫어하고 햄이나 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급식 시간에도 편식 습관을 버리지 못해 괴롭다. 이보람, 김슬기, 정지선 역시 급식 시간엔 소시지만 먹고, 집에서도 피자나 햄버거, 치킨 같은 것만 즐겨 먹는다. 어느 날 보람이는 할머니처럼 늙어 버리고, 슬기는 얼굴 모습이 돼지처럼 변한다. 이 증상은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서 뉴스에 날 지경이 됐다. 잔뜩 겁을 먹은 지선이는 뒤늦게 억지로 채소를 먹기 시작하는데, 과연 지선이는 온전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까? (「소시지 더 주세요」) 길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주운 제소민은 이 돈으로 만화책을 살지 떡볶이를 사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갑자기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이 주인을 찾아 주라며 혼을 내는 것이 아닌가? 세종대왕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주인을 찾아 돈을 돌려준 소민이는 만 원의 행복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주인 찾기 대작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박소혜는 무단 횡단하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영혼이 되어 자기 때문에 슬퍼하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보게 된다. 소혜를 데리러 온 꼬마 저승사자와 함께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후회를 하는데, 소혜는 정말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야만 하는 걸까?(「꼬마 저승사자」)
시종일관 웃으면서 읽게 되지만,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굳이 교훈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바른 인성과 따뜻한 마음, 올바른 습관에 관해 온 가족이 읽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을 것이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작가에게 왜 특정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고, 반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만화를 만들었는지 묻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혼자만 주인공이 되길 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경쟁하라 하고,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게 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정한 주인공을 없애고 싶었어요. 항상 남들과 비교당하고 비교하는 교실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주인공을 권하기 싫었어요. 아이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하고 개성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다 같이 행복해하는 따뜻한 교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할까요.”
남동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고 개성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다 같이 행복하고 따뜻한 교실은 사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만화 중간중간 들어 있는 놀이와 부록 「진짜 놀이 만화」는 친구와 가족의 관계를 좀 더 가까이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못지않은 재미있는 내용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4학년 1반 아이들이 ‘진짜 탐험대’가 되어 우주 공간을 모험하며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등에 나선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진짜 놀이 만화」(36쪽으로 구성)는 아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좋은 놀이가 될 것이다. 친구들과 식구들과 함께 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온몸으로 놀다 보면 4학년 1반 아이들의 「따뜻한 겨울」처럼 훈훈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만화는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주는 친근한 매체다. 글과 그림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읽어 낸 만화는 상상력을 키워 주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 준다. 또 새로운 도전과 꿈을 꾸게 한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암기하는 학습만화로 대변되는 현 상황에서 창작 어린이만화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의 엽기 발랄한 귀신 선생님, 그리고 조상현, 정려은, 남동식, 박소혜, 장동곤 등 엉뚱 매력을 뽐내는 4학년 1반 진짜 아이들과 함께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모험을 떠나 보자!
▣ 작가 소개
글그림 : 남동윤
1982년 마산에서 태어나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똥윤이 삼촌의 만화 보따리」 등을 연재했다. 만화가이자 캐리커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우리 선생님은 귀신? /범인을 찾아라! /소시지 더 주세요! / 나를 데려가 줘! / 고백은 어려워!? / 소원을 말해 봐! / 주인 찾기 대작전 / 꼬마 저승사자 / 토끼와 함께 / 로봇 바둑이 /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따뜻한 겨울
멍 때리기는 아이들의 중요한 놀이
두 달 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는 여러 모로 화제를 낳았다. 현대인에게 뇌 휴식은 그야말로 필수 요건이 된 셈이다. 1등은 아홉 살 초등학생 소녀에게 돌아갔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멍 때리기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멍 때릴 시간이 없다. 학교와 학원을 뱅뱅 돌다가 집에 오면 숙제에 공부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탓이다. 그나마 조금 쉴 틈이 생기면 휴대폰과 텔레비전에 몰입하느라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이런 대회가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남동윤 어린이만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은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휴식 같은 책이다. 엽기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귀신 선생님과 4학년 1반 아이들이 펼쳐 나가는 매우 특별한 일상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귀신 선생님은 사랑스러워
새 학년 첫날, 아이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1년 생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4학년 1반 아이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 선생님은 첫인상부터 귀신처럼 무섭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선생님 질문에 아이들이 일제히 “없어요!”라고 소리 지르자, 선생님은 한 시간이 넘도록 자기소개를 한다. 선생님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무조건 말 잘 듣는 학생을 제일 좋아하고, 학부모 만나는 걸 제일 싫어”한다. 또 “이상형은 현빈, 취미는 숙제 검사, 특기는 아이들 말 무시하기, 가장 좋아하는 날은 시험기간과 방학”이란다. 선생님의 입을 막고자 상현이가 꺼낸 질문에 선생님은 갑자기 돌변해 첫날부터 시험을 보게 한다. 과연 무슨 질문이었기에? 정말 귀신이 아니고서 이런 선생님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선생님은 엽기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울면서 제일 먼저 병원에 달려갈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 또한 지극하다. 겨울방학을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나서 맞이하는 귀신 선생님의 덩실 춤을 보면 이 매력적인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주인공인 진짜 아이들
엽기적인 미모와 발랄한 품성을 자랑하는 귀신 선생님과 평범한 듯 엉뚱한 매력을 샤방샤방 풍기는 4학년 1반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하루하루가 담겨 있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엔 딱히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은 없다. 누구 하나 뛰어나게 잘나진 않았지만, 읽다 보면 아이들 이름, 생김새, 성격, 좋아하는 것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될 정도로 반 아이들 모두가 빛나는 주연이다. 평범한 아이들의 보석같이 빛나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정신없이 웃기기도 하지만,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녹여 버릴 만큼 따뜻하고, 손이 오그라들 정도로 달달한 사랑을 전해 준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놀이도 중간중간 들어 있어, 공부 스트레스는 한 방에 날리고 잠자는 뇌를 깨워 준다.
4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은 귀신일까 사람일까? 과학 실험실에서 정체불명의 가스가 유출돼 반 아이들이 하나 둘 쓰러지자, 공부벌레 김재호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재호가 추리해 낸 범인은 진짜 범인일까?(「범인을 찾아라」) 김단비를 좋아하는 손태현은 상현이와 성재의 도움으로 사랑 고백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4학년 1반에서 가장 잘생긴 장동곤 역시 단비한테 고백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상현이는 단비의 단짝 려은이를 통해 단비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태현이는 몇 날 며칠 낮이고 밤이고 텀블링을 연습한다. 단비 앞에서 멋지게 텀블링을 선보인 태현은 과연 고백에 성공할 수 있을까?(「고백은 어려워」) 상현이네 놀러간 남동식은 토끼장에 갇혀 있는 토끼를 구해 주고, 토끼는 동식이를 데리고 달라나로 간다. 토끼는 진짜로 달나라에서 떡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끼 부부와 함께 절구질을 하면서 만든 떡은 우주인, 외계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찾는 인기 상품이 되는데……. 동식이는 토끼 부부에게 붙잡히지 않고 지구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토끼와 함께」) 오봉실네 아빠는 시민들을 도와주는 로봇 바둑이 운전사다. 로봇 바둑이는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각종 쓰레기도 처리하고(쓰레기를 먹고 재활용 상품으로 배출), 화재 진압에 범죄 예방, 지구 평화까지 지키는 만능 로봇이다. 오봉실은 아빠가 늦잠 자는 틈을 이용해 로봇 바둑이를 조종하는데, 어떤 활약 또는 말썽을 피우게 될지?(「로봇 바둑이」)
스트레스를 없애고 풍부한 정서와 상상력이 가득한 이 책엔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만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비판적인 시각과 반성하는 마음도 자연스레 심어 준다. 채소를 싫어하고 햄이나 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급식 시간에도 편식 습관을 버리지 못해 괴롭다. 이보람, 김슬기, 정지선 역시 급식 시간엔 소시지만 먹고, 집에서도 피자나 햄버거, 치킨 같은 것만 즐겨 먹는다. 어느 날 보람이는 할머니처럼 늙어 버리고, 슬기는 얼굴 모습이 돼지처럼 변한다. 이 증상은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서 뉴스에 날 지경이 됐다. 잔뜩 겁을 먹은 지선이는 뒤늦게 억지로 채소를 먹기 시작하는데, 과연 지선이는 온전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까? (「소시지 더 주세요」) 길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주운 제소민은 이 돈으로 만화책을 살지 떡볶이를 사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갑자기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이 주인을 찾아 주라며 혼을 내는 것이 아닌가? 세종대왕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주인을 찾아 돈을 돌려준 소민이는 만 원의 행복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주인 찾기 대작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박소혜는 무단 횡단하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영혼이 되어 자기 때문에 슬퍼하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보게 된다. 소혜를 데리러 온 꼬마 저승사자와 함께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후회를 하는데, 소혜는 정말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야만 하는 걸까?(「꼬마 저승사자」)
시종일관 웃으면서 읽게 되지만,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굳이 교훈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바른 인성과 따뜻한 마음, 올바른 습관에 관해 온 가족이 읽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을 것이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작가에게 왜 특정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고, 반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만화를 만들었는지 묻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혼자만 주인공이 되길 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경쟁하라 하고,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게 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정한 주인공을 없애고 싶었어요. 항상 남들과 비교당하고 비교하는 교실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주인공을 권하기 싫었어요. 아이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하고 개성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다 같이 행복해하는 따뜻한 교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할까요.”
남동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고 개성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다 같이 행복하고 따뜻한 교실은 사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만화 중간중간 들어 있는 놀이와 부록 「진짜 놀이 만화」는 친구와 가족의 관계를 좀 더 가까이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못지않은 재미있는 내용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4학년 1반 아이들이 ‘진짜 탐험대’가 되어 우주 공간을 모험하며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등에 나선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진짜 놀이 만화」(36쪽으로 구성)는 아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좋은 놀이가 될 것이다. 친구들과 식구들과 함께 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온몸으로 놀다 보면 4학년 1반 아이들의 「따뜻한 겨울」처럼 훈훈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만화는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주는 친근한 매체다. 글과 그림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읽어 낸 만화는 상상력을 키워 주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 준다. 또 새로운 도전과 꿈을 꾸게 한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암기하는 학습만화로 대변되는 현 상황에서 창작 어린이만화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의 엽기 발랄한 귀신 선생님, 그리고 조상현, 정려은, 남동식, 박소혜, 장동곤 등 엉뚱 매력을 뽐내는 4학년 1반 진짜 아이들과 함께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모험을 떠나 보자!
▣ 작가 소개
글그림 : 남동윤
1982년 마산에서 태어나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똥윤이 삼촌의 만화 보따리」 등을 연재했다. 만화가이자 캐리커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우리 선생님은 귀신? /범인을 찾아라! /소시지 더 주세요! / 나를 데려가 줘! / 고백은 어려워!? / 소원을 말해 봐! / 주인 찾기 대작전 / 꼬마 저승사자 / 토끼와 함께 / 로봇 바둑이 /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따뜻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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