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여자들의 일생 ― 상처 입은 치유자들이 이야기하는 노동 연대기
장기태는 1941년생이다. 경기도 안성군에서 천석꾼 담양 장씨 가문의 너른 품 아래 보낸 유복한 성장기는 스무 살을 넘기며 끝이 나고, 집안의 따듯한 보호 아래 일본 연수까지 다녀와 복장학원 강사로 시작해 전문직 여성으로 살려던 꿈은 남자 잘못 만난 탓에 어이없이 깨지고 만다. 가정 파괴범이자 ‘사생아’의 엄마라는 사회의 낙인을 당당히 거부하지만 운명의 대물림을 안타까워하는 모성의 힘에 기대어 힘겨운 여자의 일생을 살아낸다. 유부남에게 속아 ‘미혼모’가 된 장기태는 무자격 약사로 시작해 뜨개질, 하루 3000원 벌이 행상, 간호보조원, 일당 3000원짜리 ‘오지노깡’(하수도 토관) 공장, 월급 6만 원 받은 ‘일성양은공장’, 간호보조원, 신문 배달, 다방, 구멍가게, 간병을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생아, 가정 파괴범, 신여성, 육색칠색 잡년, 밥도 못하는 여자, 자유,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순결, 욕망, 여자의 일생, 선택, 책임이라는 단어들이 장기태의 삶을 관통하는 갈등과 경합의 의미망을 형성한다.
1946년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사남 사녀의 장녀로 태어난 이기순의 삶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맏딸이자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무학의 여편네’가 신 내림을 거쳐 자기와 이웃을 구하는 무속인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다. 학교 문턱만 밟은 살림 밑천 큰딸은 신내림굿을 한 친정어머니의 운명을 대물림한다. 속아서 한 결혼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가정 폭력과 고부 갈등을 거치며 어그러지고, 한때 자살도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상경해 과일 행상과 시장 좌판을 하고 포장마차를 열어 살림을 꾸렸다. 신기가 드러난 뒤 입산과 기도 생활을 거쳐 신내림을 받고 법당을 열어 작두를 탔다. 지금도 요양 일을 하며 가끔 기도를 드린다. 요양 일이나 신 일이나 따지고 보면 세상 아픔을 보듬는 ‘어머니다움’이다. ‘부처님 마음’이고 ‘신령님 마음’이고 ‘하느님 마음’이고 다 같다는 이기순에게, 신들림은 해방의 계기가 된다.
마지막 주인공은 ‘시급 5210원’이다. 1959년에 태어난 이윤숙은 또래의 다른 여성들에 견줘 좋은 조건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중상층의 소득 수준과 성평등한 집안 분위기, 전문대 졸업 학력과 ‘잘 빠진’ 외모, ‘잘 나가던’ 직장에 화끈하고 활달한 성격을 갖췄지만, 아이엠에프 사태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몰락한 남편을 대신해 두 아이를 키우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월마트 고양점, 홈에버, 세이브존, 이마트, 킴스클럽, 롯데마트, 롯데슈퍼에서 판 오징어, 고등어, 떡갈비, 돈까스, 냉면, 또띠야, 치즈, 칫솔, 치약, 샤프란, 샴푸, 피존, 동그랑땡, 비엔나 소세지, 만두, 물만두, 제주 만두, 취영루 물만두, 시제이 물만두, 군만두, 풀무원 왕만두가 이윤숙의 노동 연대기를 채우는 말들이다. 가내 부업에서 시작해 30대부터 50대까지 나이와 여건에 따라 유통, 청소, 식당, 사회 서비스, 돌봄 등 싸구려 ‘아줌마 노동’을 전전했다. 50대 중반인 지금 최저 임금, 시급, 임시직, 돌봄이 겹친 ‘노동’들이나 근로 기준법상 노동이 아닌 ‘일’들 사이를 반복해 오간다. 늘어나는 빚과 독립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덤이다. 결혼 뒤 이윤숙의 삶이 그린 궤적은 중하위 계층 여성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형이다.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더해 고혈압, 당뇨, 신경성 질환,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시급 5210원의 바코드를 몸에 박은 채 닥치는 대로 자기를 ‘투입하고 빼야’ 한다.
일생 경로 재탐색 ― 시대의 우울에 맞서는 비정상들의 울력
오르막과 내리막을 넘나들며 삶은 흘러왔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노동을 하고, 가부장제에 순종하라는 강요를 받으면서 어머니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 뼈 빠지게 살았다. 장기태, 이기순, 이윤숙, 최현숙이 나눈 이야기는 헛된 욕심 없이 남의 것 빼앗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가난이 이 시대의 가장 온당한 존재 방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대의 우울을 온몸으로 받아안아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비정상들의 울력이다. 각자의 내부에서 출발해 모이고 번지는 동병상련에 기댄 이심전심이고, 공감을 바탕 삼는 연대다. 이야기를 통해 이 여성들은 부계 사회의 일방적 피해자이자 수치스러운 비밀을 주홍 글자처럼 새긴 죄인이 아니라 여성 억압의 생존자이자 증언자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비판자이자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제안자로, 공동체의 책임을 묻는 제언자로 일어선다.
이야기 사이에서 우리는 시대와 관습이 강요한 ‘막다른 골목’에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협상하며 삶의 전략을 세워온 ‘웃는 여자들’을 만난다. 이 ‘웃는 여자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가느다란 길’을 따라가면 이 삶들이 기반을 둔 한국 사회의 뒷면을, 그 사회가 다 담아내지 못한 여성들의 욕망으로 그려낸 새로운 지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현숙
최현숙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 우테 에어하르트. 아마도 “너그 최씨네 양반 것들”에 관한 엄마의 숱한 넋두리 덕에, 다섯 살 무렵 할아버지에게 절하기가 싫었나보다. 내 첫 기억이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천형 같던 액취증은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갖게 해준 선물이었다. 아버지와 싸우며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을 수 있었다. 나침반 없는 방황과 혼돈의 와중에 아버지의 집을 떠났다. 결혼을 통해 가난으로 들어섰고, 예수와 충돌하며 가난을 선택했다. 여성과 사랑하며 더 큰 자유를 얻었다. 학생운동은 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뒤 신앙적 고민 속에 1987년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권’이 됐다. 2000년부터 진보 정당 활동을 하며 여성위원장과 성정치위원장을 맡았고, 진보 정치의 교착 속에 2009년 요양 노동을 선택했다. 현재 주된 관심사는 중장년 여성들과 노인들이다. 1957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가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의 말 삶이라는 바다를 표류해온 ‘웃는 여자들’
머리말 가난은 가장 온당한 존재의 방식이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장기태
“사람은 겉을 봐도 신은 마음을 보는 거여”-이기순
“도대체 내가 멀 잘못했냐구!”-이윤숙
여자들의 일생 ― 상처 입은 치유자들이 이야기하는 노동 연대기
장기태는 1941년생이다. 경기도 안성군에서 천석꾼 담양 장씨 가문의 너른 품 아래 보낸 유복한 성장기는 스무 살을 넘기며 끝이 나고, 집안의 따듯한 보호 아래 일본 연수까지 다녀와 복장학원 강사로 시작해 전문직 여성으로 살려던 꿈은 남자 잘못 만난 탓에 어이없이 깨지고 만다. 가정 파괴범이자 ‘사생아’의 엄마라는 사회의 낙인을 당당히 거부하지만 운명의 대물림을 안타까워하는 모성의 힘에 기대어 힘겨운 여자의 일생을 살아낸다. 유부남에게 속아 ‘미혼모’가 된 장기태는 무자격 약사로 시작해 뜨개질, 하루 3000원 벌이 행상, 간호보조원, 일당 3000원짜리 ‘오지노깡’(하수도 토관) 공장, 월급 6만 원 받은 ‘일성양은공장’, 간호보조원, 신문 배달, 다방, 구멍가게, 간병을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생아, 가정 파괴범, 신여성, 육색칠색 잡년, 밥도 못하는 여자, 자유,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순결, 욕망, 여자의 일생, 선택, 책임이라는 단어들이 장기태의 삶을 관통하는 갈등과 경합의 의미망을 형성한다.
1946년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사남 사녀의 장녀로 태어난 이기순의 삶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맏딸이자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무학의 여편네’가 신 내림을 거쳐 자기와 이웃을 구하는 무속인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다. 학교 문턱만 밟은 살림 밑천 큰딸은 신내림굿을 한 친정어머니의 운명을 대물림한다. 속아서 한 결혼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가정 폭력과 고부 갈등을 거치며 어그러지고, 한때 자살도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상경해 과일 행상과 시장 좌판을 하고 포장마차를 열어 살림을 꾸렸다. 신기가 드러난 뒤 입산과 기도 생활을 거쳐 신내림을 받고 법당을 열어 작두를 탔다. 지금도 요양 일을 하며 가끔 기도를 드린다. 요양 일이나 신 일이나 따지고 보면 세상 아픔을 보듬는 ‘어머니다움’이다. ‘부처님 마음’이고 ‘신령님 마음’이고 ‘하느님 마음’이고 다 같다는 이기순에게, 신들림은 해방의 계기가 된다.
마지막 주인공은 ‘시급 5210원’이다. 1959년에 태어난 이윤숙은 또래의 다른 여성들에 견줘 좋은 조건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중상층의 소득 수준과 성평등한 집안 분위기, 전문대 졸업 학력과 ‘잘 빠진’ 외모, ‘잘 나가던’ 직장에 화끈하고 활달한 성격을 갖췄지만, 아이엠에프 사태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몰락한 남편을 대신해 두 아이를 키우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월마트 고양점, 홈에버, 세이브존, 이마트, 킴스클럽, 롯데마트, 롯데슈퍼에서 판 오징어, 고등어, 떡갈비, 돈까스, 냉면, 또띠야, 치즈, 칫솔, 치약, 샤프란, 샴푸, 피존, 동그랑땡, 비엔나 소세지, 만두, 물만두, 제주 만두, 취영루 물만두, 시제이 물만두, 군만두, 풀무원 왕만두가 이윤숙의 노동 연대기를 채우는 말들이다. 가내 부업에서 시작해 30대부터 50대까지 나이와 여건에 따라 유통, 청소, 식당, 사회 서비스, 돌봄 등 싸구려 ‘아줌마 노동’을 전전했다. 50대 중반인 지금 최저 임금, 시급, 임시직, 돌봄이 겹친 ‘노동’들이나 근로 기준법상 노동이 아닌 ‘일’들 사이를 반복해 오간다. 늘어나는 빚과 독립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덤이다. 결혼 뒤 이윤숙의 삶이 그린 궤적은 중하위 계층 여성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형이다.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더해 고혈압, 당뇨, 신경성 질환,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시급 5210원의 바코드를 몸에 박은 채 닥치는 대로 자기를 ‘투입하고 빼야’ 한다.
일생 경로 재탐색 ― 시대의 우울에 맞서는 비정상들의 울력
오르막과 내리막을 넘나들며 삶은 흘러왔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노동을 하고, 가부장제에 순종하라는 강요를 받으면서 어머니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 뼈 빠지게 살았다. 장기태, 이기순, 이윤숙, 최현숙이 나눈 이야기는 헛된 욕심 없이 남의 것 빼앗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가난이 이 시대의 가장 온당한 존재 방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대의 우울을 온몸으로 받아안아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비정상들의 울력이다. 각자의 내부에서 출발해 모이고 번지는 동병상련에 기댄 이심전심이고, 공감을 바탕 삼는 연대다. 이야기를 통해 이 여성들은 부계 사회의 일방적 피해자이자 수치스러운 비밀을 주홍 글자처럼 새긴 죄인이 아니라 여성 억압의 생존자이자 증언자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비판자이자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제안자로, 공동체의 책임을 묻는 제언자로 일어선다.
이야기 사이에서 우리는 시대와 관습이 강요한 ‘막다른 골목’에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협상하며 삶의 전략을 세워온 ‘웃는 여자들’을 만난다. 이 ‘웃는 여자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가느다란 길’을 따라가면 이 삶들이 기반을 둔 한국 사회의 뒷면을, 그 사회가 다 담아내지 못한 여성들의 욕망으로 그려낸 새로운 지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현숙
최현숙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 우테 에어하르트. 아마도 “너그 최씨네 양반 것들”에 관한 엄마의 숱한 넋두리 덕에, 다섯 살 무렵 할아버지에게 절하기가 싫었나보다. 내 첫 기억이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천형 같던 액취증은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갖게 해준 선물이었다. 아버지와 싸우며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을 수 있었다. 나침반 없는 방황과 혼돈의 와중에 아버지의 집을 떠났다. 결혼을 통해 가난으로 들어섰고, 예수와 충돌하며 가난을 선택했다. 여성과 사랑하며 더 큰 자유를 얻었다. 학생운동은 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뒤 신앙적 고민 속에 1987년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권’이 됐다. 2000년부터 진보 정당 활동을 하며 여성위원장과 성정치위원장을 맡았고, 진보 정치의 교착 속에 2009년 요양 노동을 선택했다. 현재 주된 관심사는 중장년 여성들과 노인들이다. 1957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가 있다.
▣ 주요 목차
편집자의 말 삶이라는 바다를 표류해온 ‘웃는 여자들’
머리말 가난은 가장 온당한 존재의 방식이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장기태
“사람은 겉을 봐도 신은 마음을 보는 거여”-이기순
“도대체 내가 멀 잘못했냐구!”-이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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