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늘날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폭력으로 얼룩진 끔찍한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지금 우리는 역사에 대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는 젊은이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는 곧 현재라고 말해주곤 해요.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은 과거의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를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역사는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왜 폭력으로 얼룩진 끔찍한 역사가 반복될까? 한 개인의 삶에 역사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명한 좌파 사상가 타리크 알리와 세계적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역사’를 주제로 대담을 가지며 이 무수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역사는 모두 과거와 관련이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현재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래서 ‘역사는 현재다’라고 강변한다. 역사는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살아 있는 현재다. 그 역사로 인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타리크 알리는 중국이 새로운 제국으로 거듭날지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미국에 도전할 새로운 제국주의 강국이 동양에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21세기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무슨 일을 벌일까요? 이런 것들은 지나간 두 세기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역사를 살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그 무엇도 역사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요.”
이 책은 올리버 스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올리버 스톤은 [플래툰], [JFK], [닉슨], [7월 4일생]과 같은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역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발표해왔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관련한 미국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피델을 찾아서], [국경의 남쪽], [사령관], [기피인물]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10부작 TV 다큐멘터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를 선보인다. 그는 이 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배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아이들은 규격화된 역사 교육을 통해 포장된 형편없는 내용만 배웠어요. 아니면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거나요.”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세계적인 지식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중 한 명이 타리크 알리였다. 그는 타리크 알리와 7시간에 걸쳐 대담을 나눴고, 그 대담 내용을 이 책으로 담게 된 것이다.
역사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책의 지은이 중 한 명인 타리크 알리는 1943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역사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태어날 당시 파키스탄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때만 해도 파키스탄은 인도에 속했고, 1947년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때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했다. 그러나 1958년 파키스탄에 군사독재가 시작되었고, 대학생이던 타리크 알리는 반정부 활동을 했다. 그리고 1963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 뒤로 다시는 조국의 땅을 밟지 못하며 망명 상태로 영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후 들어선 두 명의 독재자들이 세계적인 좌파 지식인이 된 그를 입국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타리크 알리는 자신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묻는다. “만약 군부 쿠데타가 없었다면, 파키스탄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상상하기 힘들어요. 또 1971년에 파키스탄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런 질문은 우리에게 영원히 흥미로운 가정으로 남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역사의 이런 순간들이 내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올리버 스톤도 자신의 삶이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1963년에 케네디가 암살되었을 때, 제 나이가 열여섯 살쯤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사건이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케네디가 계속 집권했다면 제가 베트남엔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자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제대한 뒤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채 반전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역사와 관련된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주류 역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수많은 사건들 폭로
- 미국과 세계의 역사
두 사람이 돌아본 ‘20세기의 역사’는 비참하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렀고, 홀로코스트 등 대량학살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졌으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보스니아 내전 등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그 전쟁은 21세기에도 아직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제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질서’, ‘소비에트연방과 위성국가들’, ‘팍스 아메리카와 신자유주의’, ‘미국과 이슬람’, ‘역사의 복수’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즉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의 역사까지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주류 역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수많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학살을 자행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을 비판한다. 강대국, 신자유주의자, 근본주의자, 부유층 등.
특기할 만한 것은 두 사람이 약소국, 주변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올리버 스톤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에 참고하기 위해 타리크 알리를 만났기 때문에 책 내용은 미국과 관련한 세계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주체로 놓고 역사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당 학살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중심에서 서술하면, 이는 냉전을 승리로 이끈 쾌거이지만, 인도네시아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엄염한 학살 사건이다. 더군다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100만 명이나 죽은 사건이었다. “발리의 공산주의자들은 강성이었거든요. 저는 이 학살을 묘사한 끔찍한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어요. 어떤 지역에서는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 살해된 사람들의 내장을 꺼내고, 성기를 매달아놓기도 했어요. 며칠 동안 시체로 뒤덮이고 피로 붉어진 강물이 흘렀다는 묘사도 있어요.”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가 동남아시아로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또는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얻기 위해 이런 짓을 부추기고 방조했다. 그리고 이를 대단한 승리로 간주했다.
이 사건 외에도 책에는 “자신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세계로 나아갔던 미국이 저지른 많은 일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이야기해왔듯이, 미국은 세상을 흑백논리로 봐왔어요. 회색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 공산주의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친미 성향을 띠지도 않는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예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라틴아메리카, 파키스탄, 베트남, 그리스 등지에서 미국은 많은 사건들을 일으켰고,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역사가 현재에 이르러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가 지역 안에서 협력해나가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중국, 일본, 그리고 한반도가 유럽연합 같은 종류의 연합을 왜 못 만들겠어요? 왜입니까? 미국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에요.”
냉전의 첫 시작 한국전쟁
두 사람은 한국의 역사에도 해박하다. 올리버 스톤은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에 큰 애착을 표하고 있다(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한국 역사를 꿰뚫고 있으며, 2013년 한국을 방문해 강정 미군해군기지 백지화 촉구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타리크 알리 또한 한국의 역사를 세계사 측면에서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이끌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세기 역사를 되돌아볼 때, 그때 그 시점에 루스벨트는 아마도 최선의 미국 대통령이었을 거예요.” 거대 기업에 맞서 뉴딜 정책을 밀어붙였고, 능력 있는 전쟁 지도자였다고 평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부통령 헨리 월리스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월리스는 같은 민주당원들조차 그를 몰아내려고 할 정도로 생각이 급진적이었다. 루스벨트가 사망한 다음 월리스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타리크 알리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그렇게 잔인했던 냉전 시대가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월리스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해리 트루먼이 루스벨트의 뒤를 이었다. “헨리 월리스가 제거되고 해리 트루먼이 당선된 사실은 미국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 방향에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러시아와 맞붙기로 한 거죠.” 그 결과 발생한 첫 번째 큰 사건이 한국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이었어요. 전쟁에 패한 일본이 물러간 뒤, 한국엔 온갖 민족주의, 공산주의, 기타 급진적 흐름이 뒤섞여 있었어요.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자들 손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죠.” “이것이 바로 냉전 시대의 첫 전쟁이었어요. 냉전 시대 초기는 구제국들이 몰락하고, 미국이 점차 그 제국들의 역할을 차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였어요. 한국전쟁은 일본 제국의 붕괴와 관련이 있고, 베트남전쟁은 프랑스 제국의 붕괴와 관련이 있죠.”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일본, 한국의 연합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신들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거의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였죠. 사실 이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또다시 위험한 형태의 민족주의를 초래할 수 있거든요. 그것은 일본에도 다른 국가에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중국, 일본, 한국이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그 틀 안에서 북한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부르주아 문명이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는 이 폭력으로 얼룩진 인류의 역사는 전적으로 ‘부르주아 문명’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의 운명이, 팔레스타인과 콩고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이,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이 모두 ‘부르주아 문명의 책임’이다. 그들은 한때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무솔리니, 히틀러의 등장을 환영하기도 했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무솔리니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는 그를 지지한다”라고 말했고, 영국 왕 에드워드 8세는 공개적으로 나치스를 지지했다. 미국의 기업가 헨리 포드, 찰스 린드버그도 마찬가지였다. 부르주아 문명이란 곧 ‘경쟁’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자본가들의 세계이고, 강자들만이 잘살 수 있는 세계이다. 유럽의 자본가 문명, 미국의 제국주의를 움직이게 하는 실체가 곧 부르주아 문명의 실체이다. “부르주아 문명과 그 문명의 여러 가지 다른 흐름 사이의 경쟁 때문”에 이 세계는 갈수록 안 좋은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소위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8개 사립대학 출신의 사람들에 의해 미국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에 의해 살아남은 일류 대학 출신의 사람들이 체제를 유지하는 관리자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매우 파괴적입니다. 그래요, 매우 파괴적이에요. 개인의 정신에 특정한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가가 경쟁에 가담하면, 수백만 명의 희생으로 이어지죠.”
희망의 눈으로 역사를 보자
“100년 전에는 물어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물어봐야만 하는 중요한 질문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세계의 모든 가족이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 중산층 가족 수준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자원이 남아 있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제 생각에 그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무분별하고 끝이 없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다른 삶의 방식을 찾는 게 더 나은 것 아닙니까?”
세상이 갈수록 안 좋게 변하고 있는데도 두 사람은 역사를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타리크 알리가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표현을 빌려 자신은 “지성의 비관론자이지만, 의지의 낙관론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는데, 실제로 이 두 사람은 그러한 면모를 지녔다. 일례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두 저자는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희망의 축’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실이었던 라틴아메리카를 주목한다. 이 책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지만, 최근 타리크 알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희망의 축》(2006)이란 책을 통해, 올리버 스톤은 [국경의 남쪽](2009)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볼리바르 동맹에 대해 집중 탐구한 바 있다. 볼리바르 동맹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로 상징되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 2005년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주도로 탄생한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국제협력기구다.
볼리바르 동맹 소속 국가는 대내적으로는 공공사업을 확장하고 시민권을 보편화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재조직 또는 재편성하고자 하며, 대외적으로는 ‘공정무역’을 추구하면서 신자유주의 모형을 해체하고자 한다. 여기서 공정무역이란 기존의 자유무역 규범을 따르지 않고, 각국에서 자국이 가진 것을 주고 필요한 것을 받는 상호보완적 교환을 가리킨다. 그 예로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경우를 살펴보면,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주고, 쿠바로부터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 그 성과로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쿠바에 이어 두 번째로 유네스코의 기준(문맹률 4% 이하)에 따른 ‘문맹에서 벗어난 나라’가 되었다. 타리크 알리는 각 나라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하는 공공사업에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지역 내에서 탈상품화 공간을 창출하여 협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물론 타리크 알리 자신도 “모든 지역에서 세상이 이렇게 변화해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또한 신자유주의 대안을 이야기할 때 라틴아메리카가 반드시 언급되긴 하지만,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정부에서는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비관’이 아닌 ‘낙관’이다. 희망의 눈으로 역사를 살펴볼 때에만 답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타리크 알리는 베네수엘라가 갑자기 ‘희망의 축’의 일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어느 정도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어야 역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두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화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한마디가 아주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
▣ 작가 소개
저 : 타리크 알리
Tariq Ali
영국계 파키스탄인으로 역사가, 소설가, 영화제작자, 정치운동가, 시사해설가라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1943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정치운동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라호르 대학생일 때 군사 독재에 맞서 열렬히 저항하다 영구 추방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그 곳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그는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계획하면서부터 정치적 명성을 쌓게 되었다.
이후 타리크 알리는 베트남, 볼리비아, 중국, 북한 등을 방문하며 전 세계적으로 격동의 시기였던 1960년대 반전운동가로 맹활약하였고 그의 사유 기록들은 다양한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는 『블랙 드워프』를 창간하고, 국제 마르크스주의 그룹(IMG)의 일원이자, 제4인터내셔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IMG가 해체된 뒤, 노동당에 입당하였고, 1990년대에는 저술가로 명성을 드높였으며 현재 『뉴 레프트 리뷰』 편집위원이자 <가디언>, 『카운터 펀치』,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석류나무 그늘 아래』를 비롯하여 『술탄 살라딘』,『돌기둥 여인』,『팔레르모의 술탄』등 이슬람을 주제로 하는 소설 등이 있으며 『석류나무 그늘 아래』는 1994년 스페인에서 번역되어 인스티투트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에서 수여하는 ''산 클레멘테 대주교 최고 외국어 소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의 저서로는 『근본주의의 충돌』 『바빌론의 부시』,『카리브의 해적들』,『1968-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공저), 『전쟁이 끝난 후』(공저) 『카스트로』등 역사, 정치에 관한 여러 편의 책들이 있다.
저 :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1946년 미국 뉴욕 태생. 1965년 예일대학교를 중퇴하고 베트남으로 가 영어 강사와 선원생활을 하며 떠돌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 미 육군에 자원입대하여 베트남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스카페이스’등의 시나리오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살바도르’를 성공시키며 감독으로 인정받았고 ‘플래툰’ ‘7월 4일생’ ‘올리버 스톤의 킬러’‘도어스’‘닉슨’‘JFK’‘알렉산더’‘애니 기븐 선데이’‘월드 트레이드 센터’‘내츄럴 본 킬러’등의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플래툰’과 ‘7월 4일생’으로 두 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전사의 투지가 깃든 한국인들 _ 올리버 스톤
서문
알려지지 않은 역사 _ 타리크 알리
1장 혁명과 전쟁
- 러시아혁명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
2장 역사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 2차 세계대전 후 질서
3장 현재는 과거와 연결된다
- 소비에트 연방과 위성국가들
4장 역사가 가야만 하는 길
- 팍스 아메리카와 신자유주의
5장 미쳐가고 있는 세계
- 미국과 이슬람
6장 역사의 복수
- 우리가 왜 죽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옮긴이의 말
오늘날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폭력으로 얼룩진 끔찍한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지금 우리는 역사에 대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는 젊은이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는 곧 현재라고 말해주곤 해요.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은 과거의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를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역사는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왜 폭력으로 얼룩진 끔찍한 역사가 반복될까? 한 개인의 삶에 역사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명한 좌파 사상가 타리크 알리와 세계적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역사’를 주제로 대담을 가지며 이 무수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역사는 모두 과거와 관련이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현재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래서 ‘역사는 현재다’라고 강변한다. 역사는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살아 있는 현재다. 그 역사로 인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타리크 알리는 중국이 새로운 제국으로 거듭날지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미국에 도전할 새로운 제국주의 강국이 동양에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21세기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무슨 일을 벌일까요? 이런 것들은 지나간 두 세기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역사를 살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그 무엇도 역사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요.”
이 책은 올리버 스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올리버 스톤은 [플래툰], [JFK], [닉슨], [7월 4일생]과 같은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역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발표해왔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관련한 미국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피델을 찾아서], [국경의 남쪽], [사령관], [기피인물]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10부작 TV 다큐멘터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를 선보인다. 그는 이 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배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아이들은 규격화된 역사 교육을 통해 포장된 형편없는 내용만 배웠어요. 아니면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거나요.”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세계적인 지식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중 한 명이 타리크 알리였다. 그는 타리크 알리와 7시간에 걸쳐 대담을 나눴고, 그 대담 내용을 이 책으로 담게 된 것이다.
역사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책의 지은이 중 한 명인 타리크 알리는 1943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역사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태어날 당시 파키스탄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때만 해도 파키스탄은 인도에 속했고, 1947년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때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했다. 그러나 1958년 파키스탄에 군사독재가 시작되었고, 대학생이던 타리크 알리는 반정부 활동을 했다. 그리고 1963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 뒤로 다시는 조국의 땅을 밟지 못하며 망명 상태로 영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후 들어선 두 명의 독재자들이 세계적인 좌파 지식인이 된 그를 입국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타리크 알리는 자신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묻는다. “만약 군부 쿠데타가 없었다면, 파키스탄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상상하기 힘들어요. 또 1971년에 파키스탄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런 질문은 우리에게 영원히 흥미로운 가정으로 남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역사의 이런 순간들이 내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올리버 스톤도 자신의 삶이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1963년에 케네디가 암살되었을 때, 제 나이가 열여섯 살쯤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사건이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케네디가 계속 집권했다면 제가 베트남엔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자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제대한 뒤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채 반전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역사와 관련된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주류 역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수많은 사건들 폭로
- 미국과 세계의 역사
두 사람이 돌아본 ‘20세기의 역사’는 비참하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렀고, 홀로코스트 등 대량학살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졌으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보스니아 내전 등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그 전쟁은 21세기에도 아직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제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질서’, ‘소비에트연방과 위성국가들’, ‘팍스 아메리카와 신자유주의’, ‘미국과 이슬람’, ‘역사의 복수’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즉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의 역사까지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주류 역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수많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학살을 자행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을 비판한다. 강대국, 신자유주의자, 근본주의자, 부유층 등.
특기할 만한 것은 두 사람이 약소국, 주변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올리버 스톤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에 참고하기 위해 타리크 알리를 만났기 때문에 책 내용은 미국과 관련한 세계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주체로 놓고 역사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당 학살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중심에서 서술하면, 이는 냉전을 승리로 이끈 쾌거이지만, 인도네시아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엄염한 학살 사건이다. 더군다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100만 명이나 죽은 사건이었다. “발리의 공산주의자들은 강성이었거든요. 저는 이 학살을 묘사한 끔찍한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어요. 어떤 지역에서는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 살해된 사람들의 내장을 꺼내고, 성기를 매달아놓기도 했어요. 며칠 동안 시체로 뒤덮이고 피로 붉어진 강물이 흘렀다는 묘사도 있어요.”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가 동남아시아로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또는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얻기 위해 이런 짓을 부추기고 방조했다. 그리고 이를 대단한 승리로 간주했다.
이 사건 외에도 책에는 “자신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세계로 나아갔던 미국이 저지른 많은 일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이야기해왔듯이, 미국은 세상을 흑백논리로 봐왔어요. 회색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 공산주의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친미 성향을 띠지도 않는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예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라틴아메리카, 파키스탄, 베트남, 그리스 등지에서 미국은 많은 사건들을 일으켰고,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역사가 현재에 이르러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가 지역 안에서 협력해나가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중국, 일본, 그리고 한반도가 유럽연합 같은 종류의 연합을 왜 못 만들겠어요? 왜입니까? 미국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에요.”
냉전의 첫 시작 한국전쟁
두 사람은 한국의 역사에도 해박하다. 올리버 스톤은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에 큰 애착을 표하고 있다(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한국 역사를 꿰뚫고 있으며, 2013년 한국을 방문해 강정 미군해군기지 백지화 촉구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타리크 알리 또한 한국의 역사를 세계사 측면에서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이끌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세기 역사를 되돌아볼 때, 그때 그 시점에 루스벨트는 아마도 최선의 미국 대통령이었을 거예요.” 거대 기업에 맞서 뉴딜 정책을 밀어붙였고, 능력 있는 전쟁 지도자였다고 평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부통령 헨리 월리스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월리스는 같은 민주당원들조차 그를 몰아내려고 할 정도로 생각이 급진적이었다. 루스벨트가 사망한 다음 월리스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타리크 알리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그렇게 잔인했던 냉전 시대가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월리스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해리 트루먼이 루스벨트의 뒤를 이었다. “헨리 월리스가 제거되고 해리 트루먼이 당선된 사실은 미국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 방향에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러시아와 맞붙기로 한 거죠.” 그 결과 발생한 첫 번째 큰 사건이 한국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이었어요. 전쟁에 패한 일본이 물러간 뒤, 한국엔 온갖 민족주의, 공산주의, 기타 급진적 흐름이 뒤섞여 있었어요.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자들 손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죠.” “이것이 바로 냉전 시대의 첫 전쟁이었어요. 냉전 시대 초기는 구제국들이 몰락하고, 미국이 점차 그 제국들의 역할을 차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였어요. 한국전쟁은 일본 제국의 붕괴와 관련이 있고, 베트남전쟁은 프랑스 제국의 붕괴와 관련이 있죠.”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일본, 한국의 연합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신들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거의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였죠. 사실 이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또다시 위험한 형태의 민족주의를 초래할 수 있거든요. 그것은 일본에도 다른 국가에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중국, 일본, 한국이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그 틀 안에서 북한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부르주아 문명이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는 이 폭력으로 얼룩진 인류의 역사는 전적으로 ‘부르주아 문명’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의 운명이, 팔레스타인과 콩고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이,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이 모두 ‘부르주아 문명의 책임’이다. 그들은 한때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무솔리니, 히틀러의 등장을 환영하기도 했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무솔리니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는 그를 지지한다”라고 말했고, 영국 왕 에드워드 8세는 공개적으로 나치스를 지지했다. 미국의 기업가 헨리 포드, 찰스 린드버그도 마찬가지였다. 부르주아 문명이란 곧 ‘경쟁’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자본가들의 세계이고, 강자들만이 잘살 수 있는 세계이다. 유럽의 자본가 문명, 미국의 제국주의를 움직이게 하는 실체가 곧 부르주아 문명의 실체이다. “부르주아 문명과 그 문명의 여러 가지 다른 흐름 사이의 경쟁 때문”에 이 세계는 갈수록 안 좋은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소위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8개 사립대학 출신의 사람들에 의해 미국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에 의해 살아남은 일류 대학 출신의 사람들이 체제를 유지하는 관리자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매우 파괴적입니다. 그래요, 매우 파괴적이에요. 개인의 정신에 특정한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가가 경쟁에 가담하면, 수백만 명의 희생으로 이어지죠.”
희망의 눈으로 역사를 보자
“100년 전에는 물어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물어봐야만 하는 중요한 질문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세계의 모든 가족이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 중산층 가족 수준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자원이 남아 있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제 생각에 그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무분별하고 끝이 없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다른 삶의 방식을 찾는 게 더 나은 것 아닙니까?”
세상이 갈수록 안 좋게 변하고 있는데도 두 사람은 역사를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타리크 알리가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표현을 빌려 자신은 “지성의 비관론자이지만, 의지의 낙관론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는데, 실제로 이 두 사람은 그러한 면모를 지녔다. 일례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두 저자는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희망의 축’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실이었던 라틴아메리카를 주목한다. 이 책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지만, 최근 타리크 알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희망의 축》(2006)이란 책을 통해, 올리버 스톤은 [국경의 남쪽](2009)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볼리바르 동맹에 대해 집중 탐구한 바 있다. 볼리바르 동맹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로 상징되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 2005년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주도로 탄생한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국제협력기구다.
볼리바르 동맹 소속 국가는 대내적으로는 공공사업을 확장하고 시민권을 보편화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재조직 또는 재편성하고자 하며, 대외적으로는 ‘공정무역’을 추구하면서 신자유주의 모형을 해체하고자 한다. 여기서 공정무역이란 기존의 자유무역 규범을 따르지 않고, 각국에서 자국이 가진 것을 주고 필요한 것을 받는 상호보완적 교환을 가리킨다. 그 예로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경우를 살펴보면,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주고, 쿠바로부터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 그 성과로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쿠바에 이어 두 번째로 유네스코의 기준(문맹률 4% 이하)에 따른 ‘문맹에서 벗어난 나라’가 되었다. 타리크 알리는 각 나라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하는 공공사업에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지역 내에서 탈상품화 공간을 창출하여 협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물론 타리크 알리 자신도 “모든 지역에서 세상이 이렇게 변화해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또한 신자유주의 대안을 이야기할 때 라틴아메리카가 반드시 언급되긴 하지만,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정부에서는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비관’이 아닌 ‘낙관’이다. 희망의 눈으로 역사를 살펴볼 때에만 답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타리크 알리는 베네수엘라가 갑자기 ‘희망의 축’의 일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어느 정도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어야 역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두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화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한마디가 아주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
▣ 작가 소개
저 : 타리크 알리
Tariq Ali
영국계 파키스탄인으로 역사가, 소설가, 영화제작자, 정치운동가, 시사해설가라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1943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정치운동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라호르 대학생일 때 군사 독재에 맞서 열렬히 저항하다 영구 추방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그 곳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그는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계획하면서부터 정치적 명성을 쌓게 되었다.
이후 타리크 알리는 베트남, 볼리비아, 중국, 북한 등을 방문하며 전 세계적으로 격동의 시기였던 1960년대 반전운동가로 맹활약하였고 그의 사유 기록들은 다양한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는 『블랙 드워프』를 창간하고, 국제 마르크스주의 그룹(IMG)의 일원이자, 제4인터내셔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IMG가 해체된 뒤, 노동당에 입당하였고, 1990년대에는 저술가로 명성을 드높였으며 현재 『뉴 레프트 리뷰』 편집위원이자 <가디언>, 『카운터 펀치』,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석류나무 그늘 아래』를 비롯하여 『술탄 살라딘』,『돌기둥 여인』,『팔레르모의 술탄』등 이슬람을 주제로 하는 소설 등이 있으며 『석류나무 그늘 아래』는 1994년 스페인에서 번역되어 인스티투트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에서 수여하는 ''산 클레멘테 대주교 최고 외국어 소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의 저서로는 『근본주의의 충돌』 『바빌론의 부시』,『카리브의 해적들』,『1968-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공저), 『전쟁이 끝난 후』(공저) 『카스트로』등 역사, 정치에 관한 여러 편의 책들이 있다.
저 :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1946년 미국 뉴욕 태생. 1965년 예일대학교를 중퇴하고 베트남으로 가 영어 강사와 선원생활을 하며 떠돌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 미 육군에 자원입대하여 베트남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스카페이스’등의 시나리오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살바도르’를 성공시키며 감독으로 인정받았고 ‘플래툰’ ‘7월 4일생’ ‘올리버 스톤의 킬러’‘도어스’‘닉슨’‘JFK’‘알렉산더’‘애니 기븐 선데이’‘월드 트레이드 센터’‘내츄럴 본 킬러’등의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플래툰’과 ‘7월 4일생’으로 두 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전사의 투지가 깃든 한국인들 _ 올리버 스톤
서문
알려지지 않은 역사 _ 타리크 알리
1장 혁명과 전쟁
- 러시아혁명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
2장 역사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 2차 세계대전 후 질서
3장 현재는 과거와 연결된다
- 소비에트 연방과 위성국가들
4장 역사가 가야만 하는 길
- 팍스 아메리카와 신자유주의
5장 미쳐가고 있는 세계
- 미국과 이슬람
6장 역사의 복수
- 우리가 왜 죽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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