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모던타임스-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

고객평점
저자박윤석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4/03/14
형태사항p.425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2413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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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살아 숨쉰, 1920년대 경성으로 떠나다

한국 근대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1920년대. 나라를 잃은 지 10년이 지난 1919년에서야 고종 승하를 불씨로 3·1운동이 일어난다. 조선인들의 저항에 일제는 그간의 강압적인 ‘무단통치’에서 벗어나 ‘문화정치’라는 이름으로 식민통치 제2기를 시작한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을 경유해 영화, 문학, 음악, 무용 등의 문화가 들어와 조선인들의 여가를 채워주었으며, 커피, 자전거, 전차, 맥주 등의 다양한 문물 또한 조선인들의 일상에 녹아들었다. 이전의 무단통치와 달리 이처럼 생활을 파고들며 교묘히 행해진 문화통치 기간 동안 조선인들은 입으로는 먹고 마시고, 눈과 귀로는 보고 들으며 알게 모르게 문화를 체화하며 근대로 한 발 걸어들어갔다. 『경성 모던타임스』는 바로 이 시기의 이야기다.
이 책은 ‘한림’이라는 가상 인물을 관찰자이자 서술자로 앞세워 근대의 중심기라 할 수 있을 1920년대 조선의 역사적 사건을 비롯하여 사회·문화상을 폭넓게 아우르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명확한 문장과 상세한 자료 조사로 역사적 기틀을 다졌고, 사건과 사연의 시공을 넘나들면서 이 시대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간 이들의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생동감을 더했다. 단지 1920년대의 사건과 변화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20년대 경성에서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짚어본다.

한 시대의 사람과 사연이 있던 자리는 그들의 후손과 그들이 남긴 유산이 숨쉬는 곳이 되었다. 한때의 거주자는 사라지고 새 전입자가 들어온 이곳은 과거와 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다른 곳이다. 한곳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격이다. 과거는 외국처럼 낯설고 타인처럼 어색하다. 지금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매우 다른 그때의 이곳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기록에 의거하여 기술함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의 신문, 잡지, 공문서, 지도 등 공적 기록, 일기와 회고 같은 사적 기록을 통해 사건과 인물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략) 근대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누구인가. 지난 백 년 동안 어떤 상황을 맞이했고 어떻게 대응해왔는가. 서울이라는 공간이 시간 따라 겪어낸 바를 당대인들의 문헌을 통하여 간접 관찰한 결과가 이 책이다. _프롤로그에서(5~7쪽)

빼앗긴 나라에도 봄은 오는가
『경성 모던타임스』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번째 이야기 축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을사조약 당시 참정대신이었던 한규설의 인터뷰를 통해 을사조약 전후 열흘간의 긴박한 상황을 전하는 것에서부터 망국 이후 덕수궁에 유폐되어 치욕적인 삶을 살다간 이태왕 고종의 죽음, 그로 인한 3·1운동, 강우규의 사이토 총독 암살 미수 사건, 나석주의 동양척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상하이, 노령露領 등지에 우후죽순 세워진 임시정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약 20년간 끊임없이 이어졌던 일제에 대한 저항을 서술한다. 한림의 눈과 귀를 통해 당시 신문기사나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를 기반으로 글은 전개되나 이 시기를 직접 헤쳐나간 사람들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심훈과 이광수, 최재형 등 몇몇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는지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만세 한번 불렀다가 퇴학당하고 출소한 뒤에는 실업자가 된 심훈에게 삶은 녹록지 않았다. 경성고보 재학 시절에는 의사가 되어볼까도 꿈꾸었던 심훈은 소설책을 들추고 극장을 들락거리는 것으로 착잡함을 애써 달래며 방황할 뿐이다. 오랜 모색 끝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지만 영화 또한 실패하면서 신문사 등을 전전하며 마음잡지 못하고 시대를 부유한다. 순종 이왕과 결혼이 약조되어 있었으나 조선 왕실이 일본 왕실과 혼인을 맺으며 파혼당하고 이후 평생을 죽은 듯 숨죽이며 살아가야 했던 민 규수 또한 시대의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왕실에 들어갈 날을 앞뒀던 민 규수는 파혼을 당하면서 손에 잡힐 듯한 권력 대신에 파국을 얻는다. 아버지도, 집도, 미래도 모두 잃은 민 규수는 조선 땅에서도 중국 땅에서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듯 떠돌며 살아간다.

미몽의 시대가 열리는가. 작취(昨醉)가 미성(未醒)은 아닌 듯한데 부질없는 생각이 스친다. 언젠가 독립이 된다면 이제 한 해가 지났으니 그만큼 더 그날이 가까워졌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그런데 독립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져가는 듯하다. 심정적으로는 그렇다. 시절은 점점 혼미해지고 인심은 날로 미혹해진다. 미망(未忘)의 시대로 접어드는가. 이렇게 1930년대가 되는 것인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벌써 20년 동안을 병합된 땅에서 해를 보내고 맞았다. 병합의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는다는 것은 여기서의 내 삶의 시간이 얼마 더 남았느냐를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병합이라는 말조차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병합은 어느 날 찾아왔고, 병합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병합에서 벗어나는 그날이 언제일지 모른 채 살고 있다. _본문에서(188쪽)

전근대에서 근대로 나아간 리틀 도쿄
항일운동이 꾸준히 전개되었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풍속에 도취되어갔다. 왕조가 사라지면서 왕과 백성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개인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들어서는 등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갔으며, 문물 또한 빠르게 바뀌어갔다. 사람들은 홀린 듯 너나할 것 없이 유행에 동참했다. 도쿄의 생활양식은 불과 몇 달이면 경성에 안착해 경성은 ‘리틀 도쿄’라 불릴 정도였다. 전차와 기차 그리고 자전거와 자동차의 기차에 놀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매일같이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났다. 구시대의 통치자인 왕이나 피지배계층 백성이나 이제는 같은 신문을 읽고 같은 정보를 얻었다. 라디오방송국이 개국하면서 소수의 사람만이 명창의 노래를 향유하지 않았다. 신분제는 오래전에 폐지되었지만 문화의 향유는 이 시기에 와서야 비로소 경계가 허물어졌다.
한림 외에도 일본인 카페 여급 하나코 같은 가상 인물 또한 시대상을 생동감 있게 풀어가는 데 일조한다. 저자는 하나코를 통해 카페 문화, 꽃놀이, 영화 관람 등의 조선의 변화상을 읽어간다. 무성영화에 이어 유성영화가 등장하고, 일본이나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뿐 아니라 심훈, 나운규, 이경손 등 조선인의 손으로 만든 영화가 속속 개봉하는 등 1920년대는 바야흐로 영화의 시대였다. 우미관, 중앙관, 조선극장 등 열 곳이 넘는 극장은 하나코를 비롯한 관람객으로 언제나 만원이었다. 하나코의 일터인 카페 또한 하나의 생활풍속으로 자리잡았다. 서구의 최신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선의 전통의상을 벗어던진 웨이트리스가 위스키나 맥주를 따르는 카페. 이곳에서 갈 곳 없는 경성의 지식인들은 시름을 달랬다. 보고 들은 지식은 넘치나 그것을 풀어낼 자리가 없어서 절망과 회한에 사로잡힌 지식인들은 비 피해 처마 밑으로 모여드는 제비들처럼 카페를 피난처 삼아 모여들어 삼삼오오 취해간다. 영화와 카페뿐 아니라 문학으로도 사람들은 도피했다.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를 비롯해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 홍명희의 『임꺽정』 등의 근대문학사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쟁쟁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왔고, 번안소설이 대중화되었으며 카프(KAPF) 내에서 대중화 논쟁으로 이론적인 면에서도 문학은 성숙해졌다. 시대에 대한 도피처로 기능했던 문화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구세군 자선냄비의 등장, 에스페란토의 유행, 어린이날 제정 등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더해져 1920년대를 맛깔나게 안내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씨가 그러했듯 『경성 모던타임스』의 한림은 자연스럽게 독자와 함께 오늘날 종로, 명동 일대를 거닐며 살아 움직인다.

이제 본정은 유행의 최첨단이다. 온갖 진귀한 물건이 한데 모인 백화점, 서양 물건을 전문으로 하는 양품점, 서양의 가죽구두를 파는 양화점, 의류점, 모자점…… 일본인의 거리에 뒤섞인 조선인들은 서구문명의 구체적 결실을 일본 상점의 진열장을 통해 체험하고 있다. 본정은 모양내고 먹고 마시고 놀고 구경하는 유흥뿐만 아니라 서점을 통한 지식의 오아시스도 되어주어 유행에 민감한 청춘들에게 생활의 중심지가 되었다. 일찍이 동경의 긴자 거리를 헤매는 모던보이 모던걸을 ‘긴부라’로 부른 것처럼 이제 경성의 본정(혼마치) 주변을 맴도는 이들을 ‘혼부라’로 빗댔다. 본정과 명치정, 영락정 일대는 ‘리틀 도쿄’라고 불린 지 오래다. 이곳에 들어선 사람들은 일본에 여행 온 느낌이라고들 한다. _본문에서(116쪽)

▣ 작가 소개

저자 : 박윤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한국 신문의 역사에 관해 연구했다. 동아일보에서 20년간 기자로 일했다. 신문기자로 현장 실무에 종사하면서 근대 신문과 잡지의 실사(實査) 작업을 병행했다. 건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한국 근대와 근대 신문에 관하여 강의했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동아시아 근현대와 한국문학에 대하여 강의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과거는 외국처럼 낯설다

1부. 1929년 12월 서울
1장. 낙화유수-청계천에서
2장. 재즈가 소용돌이치는 카페-광교에서
3장. 망국 대신을 왜 찾아왔소-장교동에서
4장. 모모족이 즐겨 찾는 사랑의 아이스커피-황금정에서
5장. 그래도 윤전기는 돌아간다-광화문에서
6장. 신여성은 넓적다리부터 전진한다-종로에서

2부. 1920년 4월 서울
7장. 밀려오는 개조의 물결, 피어나는 자각의 불길-안국동에서
8장. 열차는 경성으로 떠나네-경부선에서
9장. 죽은 나라님이 백성을 구한다면-덕수궁에서
10장. 하느님이 도우사 조선을 자주독립국으로-황금정에서
11장. 당내에 당이 있고 파 안에 파가 있어-관철동에서
12장. 러시아의 향불-정동에서
13장. 꽃향기는 봄바람에 날리고-창경원에서

미주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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