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와 소새와 개미

고객평점
저자채만식
출판사항다림, 발행일:2013/04/12
형태사항p. 23×30cm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8772156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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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책소개

잔디밭에서는 송아지와 암소가 놀고 있었습니다.
어미는 너무 커서, 송아지 등 위에 앉았습니다. 송아지는 간지럽다고 겅중겅중 뛰었습니다. 송아지를 사알살 꾀어서 집으로 끌고 갔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었습니다. 왕치는 다시 이마로 옮겨 앉아서 터럭을 몰아 진득이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부룩송아지라서 대가리를 심하게 내젓는 바람에 왕치는 그만 저만큼 나가떨어졌습니다.

이 녀석, 어디 두고 보자 하고 엉덩짝 위에 앉아서는 간질간질 간지려 보았습니다. 송아지는 왕이 하는 짓을 파리인 줄 알고 꼬리를 홱 쳤습니다. 왕치는 그만 옆구리가 결리도록 얻어 맞았습니다.

▣ 신문 서평

개미 왕치 소새 세친구 ''요절복통 잔칫날''

1941년 월간문학지 ‘문장’에 발표된 채만식의 우화소설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엮은 것이다. 어린 독자를 위해 원문에 실린 한자어와 속어 어려운 옛말을 현대어법에 맞춰 고쳤다.

우화하면 ‘이솝우화’ 때문인지 동물이야기를 연상하게 된다. 이 작품도 왕치와 소새와 개미에 대한 얘기다. 왕치? 소새? 개미는 친근한 캐릭터지만 왕치와 소새는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다. 처음 그림만 보고 왕치와 소새를 뒤바꿔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 왕치는 퉁퉁하고 큰 방아깨비를 이르며 소새는 물새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옛날 옛적, 거기 어디서, 이들은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소새는 괴팍하고 인정없으나 부지런했으며 개미 역시 부지런하고 너그러우며 낙천적이었다. 그러나 주인공 왕치는 부지런하지 못하여 늘 친구들에게 눈치와 구박을 받는다. 가을이 되자 셋이 돌아가며 잔치를 마련하기로 하고 첫날은 개미가, 둘째날은 소새가 잔칫상을 차려 배불리 먹는다. 그러나 왕치는 고생만 하다가 잉어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소새는 우연히 잉어를 잡아와 개미와 함께 먹기 시작한다. 중간쯤 먹었을 때, 왕치가 풀쩍 뛰어나오면서 능청맞게 하는 말이 가관이다.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어떻게 앨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왕치의 너스레에 소새는 주둥이가 한 자나 뚜하니 나오고 공짜를 좋아하던 왕치는 빈대머리가 훌러덩 벗겨지고 만다. 개미는 우습다 못해 대굴대굴 구르다가 그만 허리가 부러진다. 이것이 이들 생김새에 얽힌 내력이다.

우화가 시사하는 덕목은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인간행동의 관찰에 의거한 세속지혜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세상살이에 대한 일종의 병법(兵法)이라 할 수 있다(유종호의 이솝전집). 이 책의 주제 역시 게으르고 뻔뻔스러운 왕치보다는 부지런하고 너그러운 개미가 환영받는다로 보면 될까? 아니면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을 하자,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자일까?

어쨌거나 작가만의 판소리계 사투리와 말맛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연필과 펜으로 스케치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컬러링한 그림 역시 캐릭터들의 개성을 한껏 도드라지게 표현해 보는 재미를 준다. 펼친 면을 가득 채운 대담한 구도와 역동적인 표현의 힘은 글의 재치, 유머와 어우러진다.

왕치가 잉어에게 잡아먹히는 장면, 소새가 잉어의 눈을 꿰어 차는 장면, 왕치가 잉어의 뱃속에서 풀쩍 뛰어나오는 장면을 자꾸 들여다보면 아이들과 왕치, 소새는 어느 새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2003.3.5 동아일보 김진경 기자]

훌러덩 왕치, 삐죽 소새, 잘록 개미… "아하!"

『태평천하』, 『탁류』의 작가 채만식이 1941년 〈문장〉에 발표했던 우화 『왕치와 소새와 개미』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순한 줄거리를 재치있게 풀어쓰면서도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현실풍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왕치(메뚜기의 일종)의 머리가 훌러덩 벗겨지고, 소새(물새의 일종)의 주둥이가 삐죽 나오고, 개미의 허리가 잘록 부러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채씨는 유쾌한 상상력으로 “그럴 만한” 사연을 소개한다. 한집에 사는 이 세 동물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착하며, 소새는 야물딱지지만 야박스런 구석도 있다. 그러나 왕치는 베짱이처럼 게으른데다 속없고 성질까지 나쁘다. 하루는 소새가 왕치를 골려주기 위해 셋이 번갈아 잔치를 차리자고 제안한다. “거 참 좋은 말일세!” 허세를 부리지만 게으른 왕치가 잔치를 차릴 능력이 없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첫날은 개미가, 둘쨋날은 소새가 차린 음식으로 셋은 배불리 먹는다. 마지막날 차례가 온 왕치는 산으로, 들로 헤매고 다니지만 허탕만 친다. 욕심만 많은 왕치는 터무니없이 큰 잉어를 잡으려다 오히려 낼름 잡아먹히고 만다. 집에 돌아오지 않는 왕치를 찾기 위해 물가를 뒤지던 소새는 우연히 잡은 잉어를 집에 가져와 개미와 먹는다. 그런데 갑자기 잉어 뱃속에서 왕치가 풀쩍 튀어오르더니 능청맞게 말한다.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얼마나 앨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왕치의 얌체짓에 화가 난 소새는 주둥이가 댓발 나왔고, 공짜를 너무 바라면 이마가 벗겨진다는 말처럼 왕치의 머리가 훌러덩 벗겨진다. 이 모습을 보며 개미는 허리를 잡고 웃다가 부러지고 말았다는 게 사연의 전말.

작가는 세 동물을 통해 근면함과 이기심, 우정과 헌신 등 인간군상의 다양한 성격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판소리계 사투리와 말맛을 그대로 살려 현대동화에서 맛보기 힘든 흐벅진 재미를 준다.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최민오씨가 그린 삽화들은 아크릴 물감의 힘찬 붓터치와 굵은 연필선을 그대로 살려 생동감을 준다. 상황에 따라 세 동물의 표정변화가 매우 풍부하며 흑백으로만 처리된 일부분은 수묵화의 깊은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유아~초등학교 저학년.[2003.3.3 한겨레신문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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