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존슨 근대의 탄생 2(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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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폴 존슨
출판사항살림, 발행일:2014/03/07
형태사항p.779 B5판:24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222821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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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나폴레옹이 물러난 1815년,
그때부터 근대는 꽃피기 시작했다

보편적으로 지식계에서는 근대의 시작을 18세기로 본다. 우리는 흔히 중세의 오랜 신 중심의 세계관이 깨지는 14~16세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지나 인간 이성으로 구습을 타파하는 계몽주의와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산업혁명, 그리고 구체제를 전복시키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천명한 프랑스 혁명으로 근대의 문이 열어젖혀졌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이 자랑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폴 존슨은 19세기 초반, 1815년부터 1830년까지의 15년 동안 근대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반이 바로 이 15년 동안 다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폴 존슨, 근대의 탄생』에서 폴 존슨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1815년 6월 18일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영국의 웰링턴이 이끌었던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게 패배하여 나폴레옹이 완전히 퇴위할 때까지는 근대의 개화가 늦춰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길고 파괴적이었던 나폴레옹전쟁이 근대의 실질적인 탄생을 늦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그 전쟁이 끝난 1815년부터 영국과 유럽 대륙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보면 확연해진다.


근대 국가의 모델, 미국의 부상

우선 살아남기에 급급한 식민지 국가 미국이 영국과 겐트조약을 맺으며 지속적인 평화관계를 유지하면서 확 달라졌다. 이건 나폴레옹이 1814년 3월 영국과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연합국에게 패배하여 파리를 점령당한 뒤 엘바섬으로 유배되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 이전까지 영국은 미국과 1812년부터 벌이고 있었던 전쟁에 대해 강경했다.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항복한 뒤로는 세계전쟁의 ‘잔존물’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미국과의 전쟁 따위는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유럽의 영향권에서 떨어져 나와 유럽식의 ‘타협’ 문화 대신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명분을 선택하는 한편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도입하면서 점차 강대국으로 변모해갔다. 그런 미국의 모습은 영국의 지식인들에게는 진보정신이 구현된 나라로 비춰졌다. 바이런은 미국을 ‘힘과 자유, 절도의 표본’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정치체계는 ‘고대 그리스, 특히 전성기를 누리던 아테네의 가장 뛰어난 면을 고루 갖추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대 국가의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프랑스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한
나폴레옹의 본질

한편 1815년 나폴레옹의 패배는 나폴레옹의 권력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덧씌워져 있던 ‘기대’도 앗아갔다.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 중 상당수는 나폴레옹을 진보의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무력으로 그 정신을 전파하려한다고 선전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비평가인 윌리엄 해즐릿은 “만일 나폴레옹이 정복자라면 그것은 그가 자유를 위한 인류의 추상적 권리에 반대하는 왕들의 거대한 음모를 정복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또 헤겔은 1806년 말을 타고 예나를 지나가는 나폴레옹을 직접 보고 그를 이성의 상징인 ‘세계정신’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폴레옹의 부대가 그의 전재산을 다 빼앗아 가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칭송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책상물림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지식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상상 속의 나폴레옹이 그랬을지는 모르나 실제는 달랐다. 나폴레옹이 독일과 북부 이탈리아에 프랑스 혁명으로 만들어진 몇 가지 개혁을 강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나폴레옹의 본질은 아니었다. 나폴레옹은 결코 민주주의자가 아니었고, 그에게 군중은 ‘폭도’였다. 소탕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는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힘쓰지도 않았고 오히려 근대 경찰국가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해 수출까지 할 정도였다. 오히려 벨기에나 네덜란드의 구체제가 갖고 있던 민주적 장치들까지도 파괴했다. 지방자치제의 교과서 같은 스위스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 스위스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려 했다.
이로 인해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나폴레옹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나폴레옹이 가는 곳에는 노략질이 그치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원정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00만 명이 넘었고 그 이외에도 전쟁으로 인한 가난, 질병, 영양실조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던 것이다.


1815년 이후의 시대정신,
안정을 갈구하다

폴 존슨은 1815년 이후 ‘시대정신’은 ‘개혁을 향한 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길고 긴 전쟁 뒤에 사람들이 강력하게 열망한 ‘안정’이었다고 말한다. 영국의 시인 셸리는 멀리 떨어진 영국에서 나폴레옹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지 않았기에 “개혁을 열망하는 ‘우리는 다수’이지만 그것을 억누르려는 ‘저들은 소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폴 존슨이 보기에는 그 ‘다수’가 실제로는 ‘소수’였다. 변화를 촉구하던 시대정신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 밑에는 안정을 갈구하는 더 강력한 시대정신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근 20년 동안 계속된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이 불러온 갖가지 비참함과 가난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만 폭력 없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1815년 이후의 왕정복고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오히려 ‘억압’을 반가워했다.
바로 이런 시대정신은 1815년부터 1830년 사이에 전반적인 안정을 가져왔다. 전쟁과 내란이 없는 시절이 당분간 지속됐다. 근대적 변화는 바로 이 ‘안정’의 바탕 위에서 솟구쳐 올랐다. 1815년 이후부터 선진국가들에서 터져나온 산업과 과학과 문화의 혁명적 변화는 이 안정 위에서 꽃피게 됐고, 그 변화들이 사람들의 신념, 열정, 가치, 편견 및 사고방식 등을 ‘근대적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세계화되는 문화

1815년 나폴레옹의 패배 이후 찾아온 ‘안정’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폴 존슨은 우선 예술의 사조가 바뀌었다는 걸 언급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고대의 위대한 제국’이라는 이미지로 각인시키기 위해 고전주의적 예술을 확고하게 지원했었다. 그게 1815년 이후에는 사라져야 했다. 혁명론자였고 로베스 피에로의 동지였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희생양으로 낙점됐다. 나폴레옹은 다비드에게 ‘궁정 수석 화가’라는 직위를 수여하며 총애했는데 다비드 역시 나폴레옹의 구미에 쏙 맞는 그림을 그려 화답하곤 했다. 그런 다비드는 결국 프랑스에서 추방됐고 브뤼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 그와 같은 분위기에서 고전주의 예술은 몰락했고 그 빈자리를 빅토르 위고 같은 낭만주의 예술이 채우게 됐다.
또 프랑스가 세계 지성계에서 리더십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문화가 국제화되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은 이제 자국의 작품을 넘어 점점 성장하는 외국의 근대 문학 분야를 탐구하게 됐고, 그런 과정에서 유럽은 「니벨룽겐의 노래」나 칸트의 관념론 철학, 괴테의 서정시와 희곡, 실러의 시극 등 독일 문화를 발견하고 빠져들게 됐다.


역사상 결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특별한 시대

또한 통신과 교통의 급격한 발전도 주목해야 한다. 이 시기 우편제도가 정비되고 도로가 개량됐다. 바다에서는 증기선이 풍력을 이용한 배를 제치고 강과 좁은 해협을 벗어나 원양항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게 됐다. 항해시간과 비용은 줄었고 신뢰성은 높아졌다.
당연히 이런 통신과 교통수단의 진보는 근대를 꽃피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륙을 넘나드는 대량의 인구이동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1815년 이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구가 유럽에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사상 처음으로 출산률보다 사망률이 낮아진 유럽은 급속하게 인구가 불어났다. 그런 반면 이상기후를 만난 유럽은 심각한 식량난에 부딪쳤고, 거기에 엄청난 세금 부담도 사람들에게 부과되고 있었다. 반면 신대륙인 미국에는 부지런한 가족이 붙여 먹기에 좋으면서도 값은 아주 싼 땅들이 널려 있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역사상 결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특별한 시대’였다. 사정이 이러니 유럽의 가장들은 생존을 위해 ‘이민’이라는 모험을 택하게 됐다. 이 시절에는 여권이나 신분증, 건강증명서 같은 것들 없이도 10파운드만 내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의 ‘이민’은 신대륙에 재앙이 됐다. 1815년부터 1830년 사이에 미국의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을 모두 잃고 말았다. 같은 시기 아르헨티나에도 이민 러시가 일어났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영국 등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반면 북아메리카나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아프리카는 가혹한 기후와 황열병, 흑수열, 이질, 뎅기열, 수많은 기생충 덕에 삶의 터전을 지킬 수는 있었다. 대신 사람이 노예로 잡혀가야 했다.
생태학적으로도 유럽은 신대륙을 삼켰다. 유럽사람들이 대다수 신대륙으로 이동하면서 그들의 가축과 농산물, 동물과 해충, 곤충과 질병등이 모두 신대륙으로 유입됐다. 다윈이 “유럽인들이 발을 들여놓는 곳은 어디든지 원주민을 죽음으로 내몬다.”라고 말할 정도로 유럽의 온갖 질병들이 신대륙을 강타했다. 신대륙은 그렇게 망가지면서 토머스 맬서스가 비관했던 ‘과잉 인구에 의한 대재앙’으로부터 유럽을 구해냈다.

그 밖의 변화들

그 밖에도 이 뜨거운 15년 동안 여러 변화와 시도들이 있었다. 극지방을 탐험한 것도 이 시기였고, 철도도 이때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도시 문화에 찌들린 사람들은 정원 가꾸기에 빠져들었으며, 자연보호라는 관념도 이때 싹텄다. 밀리언셀러 작가가 출현했고 출판업이 번창했으며 대중도서관이 등장했다. 월터 스콧은 역사소설로 거부가 됐고 서적 도매상 카델은 소설 시장이 확대되면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우리가 겪은 시대의 시작,
우리가 겪을 시대에 대한 통찰

폴 존슨은 『폴 존슨, 근대의 탄생』에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15년간 전면적으로 일어났던 근대 사회의 시작지점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어서일까,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여러 근대의 모습들이 그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용솟음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세련된 지금 현재와 그 시기를 겹쳐보게 된다.
1815년 12월 5일 최초의 근대식 축구 경기가 에트릭 숲의 카터로에서 열렸다. 셀커크 팀과 얘로 팀의 경기였다. 셀커크 선수의 표식은 전나무 가지, 얘로 선수의 표식은 히스 잔가지였다. 이걸 몸에 붙이고 90분간의 경기를 펼쳤다. 각팀 응원단이 기를 흔들어댔다. 이 대목을 읽으면 자연스레 현대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이 책에 소개된 숱한 변화의 결과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식으로 현재와 오버랩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보면 종국에 우리는 우리가 사는 시대가 싹트던 그 뜨겁고 역동적인 근대의 탄생 지점을 총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재미요 보람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묘하게도 이 책 『폴 존슨, 근대의 탄생』이 묘사하는 역동적인 15년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기가 또 다른 ‘근대의 탄생’이 아닐까 느껴지게 한다. 1990년대 초반 냉전시대의 종식은 오랜 나폴레옹전쟁의 끝을 떠올리게 한다. 그로 인한 안정을 바탕으로 발달된 역마차 통신과 외륜 증기선의 발명은 냉전 종식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의 값싼 땅을 찾아 떠난 것처럼 지금의 젊은이들은 웹과 모바일에 펼쳐진 ‘가상공간’을 향해 떠난다. 근대의 탄생기에 사람들은 직접 몸을 던져 신세계로 떠났다면 우리 시대에는 PC와 스마트폰을 타고 디지털 세계로 뛰어든다. 근대의 탄생기에 ‘과학 기술’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IT, 디지털 기술은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에게 학력은 거추장스럽다. 스티브 잡스도, 주커버그도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모험을 위해 대학을 중도에 뛰쳐나왔다. 1815~1830년 무렵 출판과 서적상, 작가로 큰 돈을 모았던 것처럼 지금은 애플리케이션과 소셜 네트워크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이렇게 근대의 탄생기는 바로 ‘지금 현재’와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근대가 탄생했던 15년간은 ‘모든 게 처음이었던 시대’였고 ‘역사상 결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특별한 시대’였다. 폭군과 천재, 광인들이 뒤엉켜 근대를 시작했던 불같은 시기였기에 그 변화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조차 불분명한 시대였다. 변화가 준 기회들을 크게 즐거워하는 자들도 있었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자들도 있었다. 작곡가 로시니는 이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너무나도 싫어한 나머지 아예 작곡을 영원히 멈춰버렸다. 그 변화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래서 모두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 제목처럼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였다. 프리드리히는 그림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판단은 시간이 내려줄 것이리라. 과연 찬란한 나비가 탄생할 것인지 아니면 구더기가 나올 것인지.”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났다. 2014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끼기에도 세계는 불과 십수 년 만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했다. 다시 우리는 ‘모든 게 처음인 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역사상 결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특별한 시대’를 맞고 있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후에 또 다른 누군가는 폴 존슨처럼 우리가 살아온 이 십수 년을 또 다른 ‘근대의 탄생’이라 명명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현재의 변화가 주는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정답이 없는 사회에서는 역사가 가장 유사한 해결책이니까. 반대로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프리드리히가 물었던 질문에 우리는 답을 들었던 것일까. 시간은 과연 판단을 내려준 것일까. 우리가 사는 근대 세계는 ‘나비’인가 ‘구더기’인가. 그리고 200년 뒤에 우리가 맞이할 세계는 ‘나비’일까 ‘구더기’일까.


역사학의 거장, 인류의 거대사 속에서
분야와 분야를 넘나들며 통섭하다

영국이 자랑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의 거장인 폴 존슨은 역사, 인문, 종교 분야에서 굵직한 책을 30여 권 저술했다. 『유대인의 역사』 『기독교의 역사』 『모던타임스』 같은 방대한 책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던 폴 존슨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마치 정설처럼 근대의 시작은 1780년대라고 지식계에서는 논의되었는데, 그가 보기에는 나폴레옹전쟁이 시작된 1800년대 초까지도 중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 존슨은 이때부터 근대의 시작점을 찾기 위한 거대한 작업에 착수했다. 논문과 정부 문서, 당시의 회의자료, 신문, 잡지 등의 전통적인 사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편지와 일기, 사적인 문서, 의회에서 주고받은 말과 기록된 대화, 노래, 시와 소설, 그림 등 살필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
관점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정치사적 관점에서 보는 근대의 시작점과 철학사적 관점에서 보는 근대의 시작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 수많은 과거의 사료들이 들려주는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행복한 혹은 분노한, 날카로운, 열정적인, 냉소적인, 천박한, 겸손한, 거만한 목소리들. 그런 과정을 통해 폴 존슨은 우리의 현재가 만들어진 15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제fp드 다이아몬드가 전통적 사료의 한계를 넘어 과거의 생태환경과 기후 지리적 환경을 세밀하게 파헤쳤을 때 ‘문명 출현 과정의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비밀이 드러났던 것처럼, 폴 존슨 역시 전통적 사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분야와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성찰을 통해 마침내 근대의 시작점을 오롯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어난 또 한 편의 거대사가 바로 이 책 『폴 존슨, 근대의 탄생』이다.

▣ 작가 소개

저 : 폴 존슨

Paul Bede Johnson
영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가장 대중적인 보수주의 역사학자. 1928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의 스토니헐스트와 맥달란 칼리지를 졸업했다. 《레알리테》지의 부편집장과 《뉴 스테이츠먼》지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역사·인문·종교 분야에서 30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다. 이 중 『모던 타임스』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된 바 있으며, 『기독교의 역사 A History of Christianity』와 『유대인의 역사 A History of the Jews』 또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저작이다.

그는 저술활동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D. C.에 있는 공공정책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분 초빙 교수로 일했으며, 마가렛 대처 수상과 토니 블레어 수상의 고문역을 맡은 바 있다.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권위 있는 다양한 매체에 기고 하고, 학생·기업가·정치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강의 활동을 함으로써 대중과도 끊임없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2006년에는 언론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뛰어난 언론인이자 역사가로, 그가 쓴 수많은 베스트셀러는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창조자들』, 『모던 타임스』, 『지식인의 두 얼굴』, 『기독교의 역사』, 『유대인의 역사』, 『예술: 새로운 역사』, 『르네상스』, 『근대의 탄생』, 『고대 이집트의 역사』, 『나폴레옹』, 『엘리자베스 1세: 권력과 지성에 대한 연구』, 『요한 바오로 2세와 가톨릭의 복원』『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등이 있다.

역 : 명병훈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경향신문」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지식과 열정을 불어넣는 출판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2권
제7장 힘과 기계와 시각표현

안전등의 개발 경쟁│데이비의 화학 강좌│전기에 매료된 셸리│패러디와 전기역학│야외 과학자 돌턴│지질학의 발전│배비지의 자동계산기│산업화와 과학 기술 진흥│대영제국을 만든 기술자들│관행만 고집하는 노동조합│경이로운 생산 설비│템스 터널 계획│초창기의 철도│과학과 미의식│신경계통의 연구│삽화책과 인쇄기술│풍경화 제작의 새로운 기법│장인 의식이 강한 화가들│환영을 말하는 블레이크│파머와 고대인│후원자 시대의 종언│대중 미술관의 등장│돈벌이가 되는 개인 전시회│사진의 발명│천재 보닝턴│평가받지 못한 컨스터블│프랑스가 좋아한 영국 그림들│들라크루아의 활약│터너가 준 충격│빛과 색의 마술사



제8장 무질서의 가면극

안데스 산맥을 넘은 볼리바르│스페인 제국의 문화유산│초기의 반란과 군벌의 출현│볼리바르의 출신 배경과 성격│스페인 재통치의 실패│영국과 미국의 간섭│먼로 선언과 캐닝│볼리바르의 실패│파라과이의 고집│최초의 다민족 국가 브라질│스페인의 자유주의와 프랑스의 간섭│이탈리아의 비밀 결사│바이런의 이탈리아 생활│터키가 지배하는 방식│그리스의 산적들 │바이런의 죽음│무하마드 알리와 이집트│터키의 서구화│강대국에 의한 평화 유지│나바리노 해전│근대화의 발목을 잡은 민족의식



제9장 상쾌한 공기와 나른한 시럽

즐겁게 걷는 사람들│최초의 축구 경기│크리켓 경기│권투와 도박│경마의 발전│무어크로프트의 중앙아시아 탐험│무어크로프트의 ‘대전략’│애견가와 동물 보호 운동│어린 노동자│바이런의 육아법│공작 집의 아이들│밀과 브라우닝의 어린 시절│죄책감에 시달린 키르케고르│어떤 교육방식이 좋은가│리스트와 멘델스존│비운의 베버│의학의 진보와 한계│사체 도굴꾼의 일기│돌팔이 의사와 특효약│정신병 치료│늘어나는 자살 사건│인기를 끈 해수욕장│다이어트 열풍│푸짐한 저녁 식사│마약의 유행│아편중독과 매킨토시│과학자들의 아편│아편의 국제무역│청나라의 아편 유행│중국의 구조적 약점│비밀결사의 출현│다가오는 아편전쟁의 그림자



제10장 거대한 그림자

제1차 버마전쟁│영국의 인도 지배│인도 지배의 정당성│필리핀과 인도네시아│문호를 닫은 일본│돈 걱정하는 쇼군│국수주의 사상의 발전│독일 민주주의의 대두│전쟁을 찬양한 철학자 헤겔│역사학의 유행│생시몽의 착각│콩트의 실증주의│유토피아를 꿈꾼 지식인들│벤담의 공리주의│대중을 불신한 불쌍한 콜리지│드 메스테르의 교황 옹호론│러시아 제국의 군대 체제│러시아의 비밀경찰│흑인의 후예 푸슈킨│데카브리스트 혁명│니콜라이 1세의 철권통치│황제와 시인│혁명 신화의 탄생



제11장 대폭락!

로스차일드 가문의 금융 네트워크│대출을 늘려라!│1819년의 금융위기│존 마셜의 등장│금본위제도로의 전환│근대적인 경기 순환의 시작│근대적인 형법 개정│노동조합 합법화│생활수준의 개선│미국 생활양식의 향상│소비 사회의 출현│프랑스 출판 산업의 발달│라틴 아메리카의 공채 남발│광산 개발 붐│넘쳐나는 투기성 자금│1825년의 금융위기│휴지가 된 라틴 아메리카 국채│버블 경제의 여파│빚에 쪼들린 베스트셀러 작가 스콧│파산에서 살아남은 디즈레일리│주식투자에 실패한 파머스턴│곡물법 폐지



제12장 민중의 등장

부정부패로 얼룩진 미국 정치계│잭슨 장군의 선거운동│근대적인 선거운동의 시작│‘더러운 거래’의 대통령 선거│애덤스와 클레이의 뒷거래│아일랜드의 문제와 최초의 대중운동│다니엘 오코넬의 대중운동│변호사에서 아일랜드 민족지도자로│선거에서 압승한 오코넬│가톨릭교도 해방령│미국 민주당 창당│타락한 미 대통령 선거│조직 정치 시대의 개막│잭슨의 승리│엽관제도의 폐단│페기 이튼 사건│커져가는 남북의 대립│막강한 언론 파워의 등장│프랑스 언론인 출신의 역사가들│부르봉 왕조를 둘러싼 이념 전쟁│낭만주의의 새 바람│오페라 극장의 근대화│낭만주의로 돌아선 빅토르 위고│젊은 세대의 문화적 테러│프랑스의 경제위기│샤를 10세의 보수 반동 정치│7월 혁명과 언론의 승리│7월 왕정의 성립│스위스의 자유화 바람│벨기에 독립│폴란드 독립투쟁의 실패│쇼팽의 낭만주의│스윙 폭동과 유화 정책│파머스턴의 사임│브로엄의 재선 승리│토리당의 패배│의회 개혁과 양당제도의 확립│휘그당 정권과 관직 분배│변화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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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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