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대문 밖에서 바라본 서울, 보통 사람들이 살아 낸 근대
연이, 철이, 덕이, 삼총사 이야기가 싹튼 곳은 동대문 밖 창신동입니다. 낙산 공원에 이르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작은 봉제 공장들이 빼곡이 들어찬 이 마을은 겉보기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삼을 때부터 있었던 마을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삼총사가 살았던 홍수골은 그중에서도 지금은 창신2동으로 불리는 낙산 동쪽 기슭입니다. 온 마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복숭아며 앵두나무가 가득해 붉을 홍(紅)에 나무 수(樹), 홍수골로 불렸다고 하지요. 조선 시대에는 행세께나 하는 양반들의 별장도 더러 있었다지만, 도성 밖에 있어서 한양이라고 볼 수는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창신동은 그리 넉넉지 않은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해방 후에는 북에서 내려 온 피난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 판자촌을 이루며 살았지요. 그리고 지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토박이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이지만 예전에는 서울이 아니었던 마을, 서울에서 밀려나거나 서울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연이네 이야기는 이 마을에 살았던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근대의 모습을 그림책에 담고자 합니다. 역사책 어느 귀퉁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사의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온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 우리 아이들의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부부 작가가 함께 그려 갈 100년 전 아이들의 삶과 꿈
《연이네 서울 나들이》의 글을 쓴 고승현과 그림을 그린 윤정주는 스무 해 가까이를 함께 살아 온 부부 작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글 작가와 그림책 작가로 함께 작업한 것은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두 사람 모두 즐겁게 함께 작업할 만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 탓이지요.
연이네 이야기가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은 오늘날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가족이 주인공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며 과거를 살아가는 조부모, 가족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 내는 부모, 새로운 가치에 이끌리며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이들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고 화해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근대의 모습이자 가족의 모습인 까닭입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이네 가족이 살아 낸 역사의 장면들을 조각보 잇듯 이어갈 생각입니다. 《연이네 서울 나들이》는 그 첫 번째 조각인 셈이지요. 두 사람이 만들어 갈 조각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보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데 적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의 말
홍수골(창신동)에 갔을 때 일입니다. 창신 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 뚝딱 먹고, 가파른 골목길을 천천히 올랐습니다. 그때 드르륵드르륵…… 낯익은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자세히 들어 보니 재봉틀 소리였습니다. 소리는 한 곳에서만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 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슬쩍 들여다보았더니, 솜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풀풀 날리는 솜먼지 같은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과 땀방울이 지금의 서울을 만든 것일 테지요. 그 사람들을 보고 나니 홍수골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 작가 소개
글 : 고승현
홍익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재봉틀 소리 가득한 창신동 비탈길을 걸으며 100년 전 그곳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쓴 책으로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창세가》, 《못난이 삼형제의 하루》가 있습니다.
그림 : 윤정주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쭉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연필이랑 물감이랑 붓이랑 놀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연이네 설맞이》,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아카시아 파마》, 《노랑 각시 방귀 소동》, 《말놀이 동시집》을 비롯한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감수 : 김정인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한국 근대사를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공부하는 예비 교사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대문 밖에서 바라본 서울, 보통 사람들이 살아 낸 근대
연이, 철이, 덕이, 삼총사 이야기가 싹튼 곳은 동대문 밖 창신동입니다. 낙산 공원에 이르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작은 봉제 공장들이 빼곡이 들어찬 이 마을은 겉보기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삼을 때부터 있었던 마을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삼총사가 살았던 홍수골은 그중에서도 지금은 창신2동으로 불리는 낙산 동쪽 기슭입니다. 온 마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복숭아며 앵두나무가 가득해 붉을 홍(紅)에 나무 수(樹), 홍수골로 불렸다고 하지요. 조선 시대에는 행세께나 하는 양반들의 별장도 더러 있었다지만, 도성 밖에 있어서 한양이라고 볼 수는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창신동은 그리 넉넉지 않은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해방 후에는 북에서 내려 온 피난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 판자촌을 이루며 살았지요. 그리고 지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토박이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이지만 예전에는 서울이 아니었던 마을, 서울에서 밀려나거나 서울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연이네 이야기는 이 마을에 살았던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근대의 모습을 그림책에 담고자 합니다. 역사책 어느 귀퉁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사의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온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 우리 아이들의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부부 작가가 함께 그려 갈 100년 전 아이들의 삶과 꿈
《연이네 서울 나들이》의 글을 쓴 고승현과 그림을 그린 윤정주는 스무 해 가까이를 함께 살아 온 부부 작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글 작가와 그림책 작가로 함께 작업한 것은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두 사람 모두 즐겁게 함께 작업할 만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 탓이지요.
연이네 이야기가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은 오늘날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가족이 주인공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며 과거를 살아가는 조부모, 가족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 내는 부모, 새로운 가치에 이끌리며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이들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고 화해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근대의 모습이자 가족의 모습인 까닭입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이네 가족이 살아 낸 역사의 장면들을 조각보 잇듯 이어갈 생각입니다. 《연이네 서울 나들이》는 그 첫 번째 조각인 셈이지요. 두 사람이 만들어 갈 조각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보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데 적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의 말
홍수골(창신동)에 갔을 때 일입니다. 창신 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 뚝딱 먹고, 가파른 골목길을 천천히 올랐습니다. 그때 드르륵드르륵…… 낯익은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자세히 들어 보니 재봉틀 소리였습니다. 소리는 한 곳에서만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 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슬쩍 들여다보았더니, 솜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풀풀 날리는 솜먼지 같은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과 땀방울이 지금의 서울을 만든 것일 테지요. 그 사람들을 보고 나니 홍수골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 작가 소개
글 : 고승현
홍익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재봉틀 소리 가득한 창신동 비탈길을 걸으며 100년 전 그곳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쓴 책으로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창세가》, 《못난이 삼형제의 하루》가 있습니다.
그림 : 윤정주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쭉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연필이랑 물감이랑 붓이랑 놀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연이네 설맞이》,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아카시아 파마》, 《노랑 각시 방귀 소동》, 《말놀이 동시집》을 비롯한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감수 : 김정인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한국 근대사를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공부하는 예비 교사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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