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원점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를 생각하다-

고객평점
저자윤여일
출판사항창비, 발행일:2014/05/23
형태사항p.438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648587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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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상의 원점: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를 생각하다』는 한국발 동아시아 담론과 사상의 실체적 의미를 예리하게 성찰해온 저자 윤여일이 타께우찌 요시미와 쑨 거 두 사람의 사유를 통해 진정한 사상적 실천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번역’과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한 3부 8편의 글은 모두 ‘사상의 번역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쑨 거가 번역한 타께우찌 요시미를, 타께우찌 요시미가 번역한 루쉰을 읽으면서 타인의 사유를 읽어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번역의 의미를 깊이있게 탐색한다. 언어의 번역이 사상의 번역이 되는 근거에 대한 탐색은 오늘 한국인으로서 동아시아를, 세계를 인식하고 사고하는 작업의 근거를 묻는 데까지 확장된다. 충돌하는 언어 간의 번역 불가능한 지점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상이한 문화적·역사적 경험 속에서 지역패권을 경합하는 동아시아의 일원으로서 한반도에서 동아시아론을 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아시아는 어떤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가. 무엇이 사상적 실천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번역 불가능성에 대한 직시, 대상의 오점까지 포함하는 전체상의 구현, 섣부른 화합과 공동체의 주장이 아닌 ‘고민의 연대’를 역설한다.

동아시아 사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1부는 2차대전을 전후해 중국문학 연구자이자 평론가로서 일본 사상계·문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타께우찌 요시미(竹內好, 1910~77) 사상의 기원을 루쉰(魯迅)과 쑨 거(孫歌)를 통해 추적한 글들이다. 쑨 거는 타께우찌의, 타께우찌는 루쉰의 번역자였다. 타께우찌의 첫 저작이 『루쉰』이고, 타께우찌는 『루쉰 문집』의 역주를 달다 생을 마감했다. 쑨 거는 2005년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격화되던 와중에 타께우찌의 글들을 골라 옮겨 『근대의 초극』으로 간행했고 이 책은 묵직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 윤여일 또한 쑨 거의 번역자로서 타께우찌를, 타께우찌의 번역자로서 루쉰을 만났다. 국적과 세대를 불문에 붙이는 이런 사유의 교차, 계승과 재생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이 1부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대해 자기 현실의 절실한 문제의식이 번역 대상의 고투와 만남으로써 가능하다고 답한다. ‘번역은 언어의 번역이자 사상의 번역’인 것이다.
루쉰은 패배하고 뒤처진 중국의 현실에서 ‘고뇌하는 중국’을 형상화했다. 타께우찌는 일본의 비틀린 근대를 추궁하기 위해 루쉰을 통해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뽑아냈다. 쑨 거는 그 문제의식을 오늘에 되살려 ‘아시아라는 사유공간’에 옮겨냈다. 과거의 사상은 후대 누군가의 절실한 문제의식에 의탁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번역은 공유할 수 있는 사상의 자원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것이 ‘동아시아 사상이 살아가는 법’이라고 본다.
「사상의 원점」 「내재하는 중국」은 계몽가가 아닌, 선각자이기를 포기한 루쉰의 모습을 읽어내는 타께우찌를 저자가 다시 읽어냄으로써, 현실 모순의 무게를 받아 안고 물음과 고뇌 속을 살아간 인간을 발견하는 과정을 다룬다. 타께우찌는 루쉰과 중국 연구를 통해 자기 사회에서 사상적 실천에 나설 자양분을 발굴했다. 오류와 실패를 포함해 대상의 전체상을 구현하는 것, 평가와 판단이 아닌 문제의식의 계승이 그런 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다시 쑨 거는 타께우찌의 내적 모순을 파고들어 오늘의 상황에서 되살리고자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국인 연구자로서 일본 사회에 진입하고 현실 사회를 마주한다. 이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사상의 번역’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타인의 생각들을 만나는 이유, 그 본질적 과정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담론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쑨 거를 거쳐 만난 담론의 현장은 동아시아다. 2부는 ‘동아시아’라는 말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으로부터 한국발 동아시아 담론의 전개과정을 분석하고 동아시아의 탈근대를 어떻게 사고할지, 담론공간이자 사상적 물음의 장으로서 동아시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지역 개념을 담은 동양(東洋), 동아(東亞) 등에서 출발한 동아시아는 그러나 지리적 단위로만 파악할 수 없는 개념이다. 문화권이자 경제권이며 지역학의 범주이기도 하다. 충돌과 패권 경합, 연대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 동아시아는 정형화된 이론틀로는 포착할 수 없는 유동적인 질문들의 공간이다. 혹은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동아시아라는 물음」은 한국 사상계에 새로운 지역적 시야를 열어준 것으로 평가받는 동아시아론이 일국 단위 시각에 갇힘으로써 낳은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이다. 동아시아론이 표상하는 동아시아의 실체는 무엇인가, 한국발 동아시아론이 타국과의 사상적 공유가 가능한 기반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공유가 가능한가를 탐색한다. 모두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되 역사적 맥락과 현실 상황에 따라 달리 쓰이는 동양·아시아·동아·극동·동아시아·동북아시아 등의 용법을 통해 지리적 단위로서의 동아시아는 상상된 동아시아일 뿐임을 밝힌다. 동아시아는 애초부터 발화 주체의 역사적·현실적 맥락에 따라 균열된 개념인 것이다. 이제 동아시아를 인식하는 것은 어디서, 누가, 어떤 동아시아를 인식하는가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 단위의 지리적 위치가 아닌 질문의 자리로서 동아시아를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유럽중심주의에 맞서고자 동아시아의 특수성을 내세우는 지역특수주의, 국민국가체제의 틀에 갇혀 국가 간 지리적 규모와 역사적 경험의 차이를 무시하는 불균등의 감각을 탈피할 것을 요구한다. 누적된 역사경험에서 나온 인식과 감각의 간극, 적대성을 성찰함으로써만 유동하는 실체로서의 동아시아가 사고의 단위로 가능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동아시아라는 번역공간」은 『창작과비평』을 시발로 각계에서 전개된 동아시아론의 공과를 분석하고 동아시아론의 인식론적 토대를 되묻는 글이다. 『창작과비평』 1993년 봄호 특집을 기점으로 20여년간 풍성한 담론들을 생산해온 동아시아론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문제적인가. 저자는 동아시아론이 ‘버블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내용과 지향이 불분명한 채로 외적 성장만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론의 문제의식을 한국 사상계의 진정한 유산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인식론적 토대를 재고해야 한다.
지역학의 도식에 갇힌 동아시아, 일국 단위의 발상과 정형화된 이론으로 구성된 동아시아는 현실의 동아시아를 표상하지 못한다. 역사분쟁, 패권 경합, 국가 규모의 차이가 낳는 지역인식과 세계인식의 간극, 이 대립과 균열을 해석하지 못하는 한 공동체론이나 연대의 요청은 공허할 뿐이다. 이러한 비대칭성, 균열을 직시하면서 나온 것이 백영서 등이 주창한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론이다. 이 관점은 한반도의 이중적 주변성을 환기하고 국민국가 중심의 동아시아적 재편에 맞선 성찰적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역의 다양한 쟁점을 한반도 문제로 환원하는 ‘한국중심주의’라는 혐의점도 지닌다. 동아시아론이 주창하는 공동체의 협력, 연대의 모색은 어떻게 가능한가. 섣부른 협력 시도나 조건의 연대보다 사상의 연대, 고민의 연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전언이다. 동아시아론은 현실의 동아시아가 유동하듯 현실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발 동아시아론이 동아시아에 내재하기 위해서는 타국 사상계와의 상호번역, 이를 통한 사상자원의 공유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비평의 방식과 논쟁의 구도
3부는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한 카라따니 코오진(柄谷行人)과 일본 역사주체논쟁을 매개로 한일 사상계의 교착과 간극을 성찰한다. 「비평의 장소」는 카라따니 코오진을 소개한 조영일의 저서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계·사상계가 카라따니 코오진을 수용하고 유통시키는 방식, 카라따니의 비평을 비평하는 방식에 대한 비평이다. 한국에 카라따니 코오진 같은 사상가가 있다면 일본에서 그렇게 소통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해 저자는 내셔널리즘이 한국 사상계의 자기인식에서 장애로 작동하는 지점, 서구산/비서구산 지식의 위계가 만들어내는 세계인식의 불구성을 지적한다. 이런 위계가 작동하는 한, 한일 지식인 교류는 화해와 합의를 지향하기보다 서로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장이어야 한다.
「틀렸다. 하지만 어디가 얼마나? 그래서?」는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창작과비평사 1998)로 한국 독자들과도 만난 카또오 노리히로(加藤典洋)와 그로 인해 촉발된 역사주체논쟁을 검토하면서 논쟁을 논평하는 주체의 발화 근거를 함께 성찰하고 있다. 논쟁의 잣대가 된 서구라는 척도, 아시아적 관점의 결여를 지적하면서 한편으로 그것을 지적할 수 있는 위치에 나는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은 모든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는 근거는 어디서 오는가.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논쟁의 구도가 마련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진입하려는 개체로서의 노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까지고 올바를 수 있는 사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사상도 그저 바래버리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사상은 훗날 조성된 누군가의 절실함에 의탁해 다시 모습을 이루기도 한다.”(8면)

다양한 자원을 섭렵해 타인의 사유를 자신의 말로 번역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유가 씨앗으로 자리 잡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만나 발아하고 새로운 모습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오늘, 동아시아에서, 한국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절실한 문제의식을 안고 저 사상을 접하고 세계를 이해할 것인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윤여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도쿄외국어대학 외국인연구자로서 일본에서 체재했으며, 2013년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서 중국에서 체류 중이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 『여행의 사고 하나, 둘, 셋』 을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만들고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1, 2』,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이 살아가는 법』, 『사상으로서의 3?11』,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을 옮겼다.

▣ 주요 목차

| 서문 | 번역의 사상성·정치성·기능성, 그리고 동아시아

제1부 사상의 원점
1장 사상의 원점: 루쉰을 단서로
2장 내재하는 중국: 타께우찌 요시미에게 중국연구란 무엇이었나
3장 사상이 살아가는 법: 쑨 거의 동아시아 사유를 이해하기 위하여

제2부 동아시아라는 물음
4장 동아시아라는 물음
5장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6장 동아시아라는 번역공간

제3부 비평의 장소
7장 비평의 장소: 카라따니 코오진을 매개로 삼아
8장 틀렸다. 하지만 어디가 얼마나? 그래서?: ‘역사주체논쟁’에서 논쟁되지 않은 것들

작가 소개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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