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지난 해 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주말이었지만 새로 맡게 된 SNS업무로 머리가 복잡해져 특별한 이유 없이 사무실에 들렀다. 문을 열기 위해 지문 인식 기계에 손을 대자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던 순간 안에 계시던 사장님이 문을 열어주셨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고 계셨던 걸까?’ 한참 업무를 보다가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 부쩍 떨어진 매출에 대한 고민, 돌파구는 무엇일지, 앞으로 어떻게 책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에어컨도 불도 켜지지 않은 방에서 사장님은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 사장님의 깊은 고뇌가 가슴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 출판 장인의 365일, 치밀한 기록으로 남기다
“한 출판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집니다. 한 권의 책을 기획하는 일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동시대인들에게 묻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집니다. 그 응당한 해답을 모색하는 일이 한권의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올해로 39년째 출판업에 종사해온 출판 장인이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는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저서다. 이전의 저서들에서 김언호 대표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시대의 현인ㆍ지식인 들과의 대화, 한 시대의 출판문화와 책의 세계, 책의 유토피아를 함께 구현해가는 철학과 정신을 말했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한길사를 넘어서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담긴 1년간(2013)의 ‘일기’다. 지난 한 해 차로 움직인 거리만 6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보다 긴 거리다. 등장인물만 854명이다. 하루에 몇 명을 만났던 것일까?
8월 6일 화요일
4시부터 ‘24시간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 안상수·최시영·김현선·이미혜·송영만·김언호
모여 토론했다.
안상수 교수는 태국의 ‘창의센터’에 있는 도서관과 일본의 무사시노 미술대학 도서관을
같이 가보면 좋겠다고 했다.
최시영 씨 ‘책의 밭’ 말했다. ‘밭’의 예술과 생명에 빠져 있다고 했다.
출판도시 전체를 책의 밭, 지식의 밭으로 만드는 큰 발상을 하자고 했다.
나는 우선 아시아센터 내부를 ‘열린 도서관’으로 하려 한다 했다.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최시영 씨는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밭’을 출품한다고 했다.
민음사 박맹호 회장과 통화했다.
다음 주에 남재희 선생과 같이 만나자고 했다. -441쪽
김언호 대표는 문화ㆍ예술인 들과 ‘헤이리 예술인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파주에 출판도시를 만든 장본인이다. 현재는 한길사와 헤이리 책박물관을 운영하며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직함만 들어도 숨차 보이는 그의 손끝에서 어린이책잔치와 파주북소리, 동아시아출판인회의, 24시간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 움직인다. 그의 24시간은 오직 ‘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아침 일찍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면 문화계에 종사하는 각종 인사들을 만난다. 문화부 장관에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까지 다양하다. 독자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 만들기를 당부하며, 저자들을 만나 가치 있는 책을 써줄 것을 독려한다. 윗사람들을 만나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독서를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말한다. 일기에는 이들과 만나 나눈 대화와 평소 책에 대한 생각이 자세히 씌어 있다. 이 책은 출판인의 하루와 365일을 치밀하게 써내려간 ‘직업일지’이며 생생한 출판 현장의 기록이다.
키우던 강아지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고, 손자들과 야구장에 가는 할아버지
김언호 대표의 주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서예가 하석 박원규 선생은 그의 오랜 벗이다. 이 책을 위해 열두 서예작품을 썼다. 독서로 옛 현인들과 벗이 되어 그들의 지혜와 정신을 배운다는 ‘상우’(尙友), 한 권의 책을 가슴에 안으면 행복해진다는 ‘포서’(抱書), 책은 새로운 시대를 창출해내는 정신의 힘이라는 뜻의 ‘창신’(創新), 오직 자신의 길을 외롭게 쉼 없이 걷는다는 ‘고주’(孤走) 등 김언호 대표의 정신세계를 말하는 메시지들이다. 대서예가의 작품으로 책의 품격은 한결 높아졌다.
김언호 대표는 평소 어딜 가나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갑자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카메라를 들 때, 저자나 직원들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김언호 대표의 열정과 순수함이 카메라에도 담기는구나 싶어 이내 모두들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그간 카메라에 담아온 나무와 숲, 책을 찍은 사진들로 풍성한 화보를 구성했다.
4월 14일 일요일
감나무 세 그루, 홍은농원에 부탁해두었다.
원영이 은혁이 재신이에게 감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주려 한다.
이름표도 달아주려 한다.
세상에 감나무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늘 바쁜 농촌, 끊이지 않고 일이 쌓이는 고향이었다.
나는 일해야 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늘 일에 짓눌리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일하지 않아도 감은 늘 열려주었다.
늘 일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감나무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였다. -231쪽
책에는 김언호 대표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도 있다. 까다롭고 꼼꼼히 일만 하는 무엇의 ‘대표’가 아닌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전기ㆍ가스 값을 걱정하며 손수 장작으로 벽난로를 피워 손자들에게 고구마를 구워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손자들과 눈놀이ㆍ윷놀이를 하고, 키우던 강아지 검둥이가 죽자 속상해하는 아내의 마음을 살피는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가식은 없다. 다만 우리가 몰랐던 김언호 대표의 모습이다. 그의 소소한 일상을 읽노라면, 마치 직장에서 근엄하고 치열하게 일하시는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와 나를 안아줬을 때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 시대 출판인과 독서인에게
5월 3일 금요일
편집부와 점심했다.
출판편집자들은 기획자일 뿐 아니라 출판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책으로 독자와 대화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책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그 책의 가치와 정신을 알려야 한다!
자기를 걸고 해야 한다! -274쪽
김언호 대표는 우리가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은 좌ㆍ우, 진보ㆍ보수가 아니라 어떻게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사느냐의 문제라고 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며, 스스로도 그 생각에 실천을 더하고자 39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 요즘,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때로 더욱 고독해진다. 김언호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순수한 열정과 질릴 듯한 치열함 뒤에는 말 못 할 고독이 있다. 하지만 그는 책을 만드는 일은 우리 시대의 문화사ㆍ정신사를 증언하는 일이며 책 안에 비로소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담겨진다고 말한다.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지인 것이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2013년의 365일을 기록한 김언호의 일기이지만 출판도시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동시대인들의 기록인 셈이다.
김언호 대표는 늘 책 만드는 현장, 그 일터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국토와 산하에 골짜기마다 다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질 그날까지 그의 열정은 계속될 것이다. 2014년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또 어떤 기록이 될 것인가. 그의 만년필은 지금도 일기장을 달린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구상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에 좌절하고, 또 무엇을 돌파해나갈 것인가!
▣ 작가 소개
저 : 김언호
金彦鎬
출판인 김언호(金彦鎬)는 1944년 밀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신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사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 1998년 한길아트를 만들어 30여 년 동안 줄곧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는 긍지와 보람으로 일해왔다. 파주예술마을 헤이리 이사장,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파주출판도시재단 이사, 대한출판문화협회 수석 부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이른 아침 공릉천변 들판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강산에 다시 책 읽는 소리가
큰 눈 내린 북하우스 노변정담이 그립다
붓은 총이 될 수 있지만 총은 붓이 될 수 없다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
변방의 정신 변방의 사상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책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다
파주북소리는 아시아에 울려 퍼지는 책 읽는 소리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독서는 문화복지권 국민들의 책 읽는 권리 보장하라
귀하를 권독사로 모십니다
나는 언제나 책 만드는 일터에 있고 싶다
2013년에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읽은 사상가들
지난 해 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주말이었지만 새로 맡게 된 SNS업무로 머리가 복잡해져 특별한 이유 없이 사무실에 들렀다. 문을 열기 위해 지문 인식 기계에 손을 대자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던 순간 안에 계시던 사장님이 문을 열어주셨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고 계셨던 걸까?’ 한참 업무를 보다가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 부쩍 떨어진 매출에 대한 고민, 돌파구는 무엇일지, 앞으로 어떻게 책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에어컨도 불도 켜지지 않은 방에서 사장님은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 사장님의 깊은 고뇌가 가슴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 출판 장인의 365일, 치밀한 기록으로 남기다
“한 출판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집니다. 한 권의 책을 기획하는 일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동시대인들에게 묻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집니다. 그 응당한 해답을 모색하는 일이 한권의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올해로 39년째 출판업에 종사해온 출판 장인이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는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저서다. 이전의 저서들에서 김언호 대표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시대의 현인ㆍ지식인 들과의 대화, 한 시대의 출판문화와 책의 세계, 책의 유토피아를 함께 구현해가는 철학과 정신을 말했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한길사를 넘어서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담긴 1년간(2013)의 ‘일기’다. 지난 한 해 차로 움직인 거리만 6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보다 긴 거리다. 등장인물만 854명이다. 하루에 몇 명을 만났던 것일까?
8월 6일 화요일
4시부터 ‘24시간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 안상수·최시영·김현선·이미혜·송영만·김언호
모여 토론했다.
안상수 교수는 태국의 ‘창의센터’에 있는 도서관과 일본의 무사시노 미술대학 도서관을
같이 가보면 좋겠다고 했다.
최시영 씨 ‘책의 밭’ 말했다. ‘밭’의 예술과 생명에 빠져 있다고 했다.
출판도시 전체를 책의 밭, 지식의 밭으로 만드는 큰 발상을 하자고 했다.
나는 우선 아시아센터 내부를 ‘열린 도서관’으로 하려 한다 했다.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최시영 씨는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밭’을 출품한다고 했다.
민음사 박맹호 회장과 통화했다.
다음 주에 남재희 선생과 같이 만나자고 했다. -441쪽
김언호 대표는 문화ㆍ예술인 들과 ‘헤이리 예술인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파주에 출판도시를 만든 장본인이다. 현재는 한길사와 헤이리 책박물관을 운영하며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직함만 들어도 숨차 보이는 그의 손끝에서 어린이책잔치와 파주북소리, 동아시아출판인회의, 24시간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 움직인다. 그의 24시간은 오직 ‘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아침 일찍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면 문화계에 종사하는 각종 인사들을 만난다. 문화부 장관에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까지 다양하다. 독자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 만들기를 당부하며, 저자들을 만나 가치 있는 책을 써줄 것을 독려한다. 윗사람들을 만나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독서를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말한다. 일기에는 이들과 만나 나눈 대화와 평소 책에 대한 생각이 자세히 씌어 있다. 이 책은 출판인의 하루와 365일을 치밀하게 써내려간 ‘직업일지’이며 생생한 출판 현장의 기록이다.
키우던 강아지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고, 손자들과 야구장에 가는 할아버지
김언호 대표의 주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서예가 하석 박원규 선생은 그의 오랜 벗이다. 이 책을 위해 열두 서예작품을 썼다. 독서로 옛 현인들과 벗이 되어 그들의 지혜와 정신을 배운다는 ‘상우’(尙友), 한 권의 책을 가슴에 안으면 행복해진다는 ‘포서’(抱書), 책은 새로운 시대를 창출해내는 정신의 힘이라는 뜻의 ‘창신’(創新), 오직 자신의 길을 외롭게 쉼 없이 걷는다는 ‘고주’(孤走) 등 김언호 대표의 정신세계를 말하는 메시지들이다. 대서예가의 작품으로 책의 품격은 한결 높아졌다.
김언호 대표는 평소 어딜 가나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갑자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카메라를 들 때, 저자나 직원들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김언호 대표의 열정과 순수함이 카메라에도 담기는구나 싶어 이내 모두들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그간 카메라에 담아온 나무와 숲, 책을 찍은 사진들로 풍성한 화보를 구성했다.
4월 14일 일요일
감나무 세 그루, 홍은농원에 부탁해두었다.
원영이 은혁이 재신이에게 감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주려 한다.
이름표도 달아주려 한다.
세상에 감나무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늘 바쁜 농촌, 끊이지 않고 일이 쌓이는 고향이었다.
나는 일해야 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늘 일에 짓눌리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일하지 않아도 감은 늘 열려주었다.
늘 일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감나무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였다. -231쪽
책에는 김언호 대표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도 있다. 까다롭고 꼼꼼히 일만 하는 무엇의 ‘대표’가 아닌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전기ㆍ가스 값을 걱정하며 손수 장작으로 벽난로를 피워 손자들에게 고구마를 구워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손자들과 눈놀이ㆍ윷놀이를 하고, 키우던 강아지 검둥이가 죽자 속상해하는 아내의 마음을 살피는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가식은 없다. 다만 우리가 몰랐던 김언호 대표의 모습이다. 그의 소소한 일상을 읽노라면, 마치 직장에서 근엄하고 치열하게 일하시는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와 나를 안아줬을 때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 시대 출판인과 독서인에게
5월 3일 금요일
편집부와 점심했다.
출판편집자들은 기획자일 뿐 아니라 출판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책으로 독자와 대화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책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그 책의 가치와 정신을 알려야 한다!
자기를 걸고 해야 한다! -274쪽
김언호 대표는 우리가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은 좌ㆍ우, 진보ㆍ보수가 아니라 어떻게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사느냐의 문제라고 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며, 스스로도 그 생각에 실천을 더하고자 39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 요즘,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때로 더욱 고독해진다. 김언호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순수한 열정과 질릴 듯한 치열함 뒤에는 말 못 할 고독이 있다. 하지만 그는 책을 만드는 일은 우리 시대의 문화사ㆍ정신사를 증언하는 일이며 책 안에 비로소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담겨진다고 말한다.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지인 것이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2013년의 365일을 기록한 김언호의 일기이지만 출판도시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동시대인들의 기록인 셈이다.
김언호 대표는 늘 책 만드는 현장, 그 일터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국토와 산하에 골짜기마다 다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질 그날까지 그의 열정은 계속될 것이다. 2014년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또 어떤 기록이 될 것인가. 그의 만년필은 지금도 일기장을 달린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구상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에 좌절하고, 또 무엇을 돌파해나갈 것인가!
▣ 작가 소개
저 : 김언호
金彦鎬
출판인 김언호(金彦鎬)는 1944년 밀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신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사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 1998년 한길아트를 만들어 30여 년 동안 줄곧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는 긍지와 보람으로 일해왔다. 파주예술마을 헤이리 이사장,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파주출판도시재단 이사, 대한출판문화협회 수석 부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이른 아침 공릉천변 들판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강산에 다시 책 읽는 소리가
큰 눈 내린 북하우스 노변정담이 그립다
붓은 총이 될 수 있지만 총은 붓이 될 수 없다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
변방의 정신 변방의 사상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책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다
파주북소리는 아시아에 울려 퍼지는 책 읽는 소리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독서는 문화복지권 국민들의 책 읽는 권리 보장하라
귀하를 권독사로 모십니다
나는 언제나 책 만드는 일터에 있고 싶다
2013년에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읽은 사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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