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유목민의 전유물에서 근대화의 상징이 되기까지
실상 한중일 삼국의 문화, 특히 한국과 일본의 생활에서는 양의 발자취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물로는 낯선 존재인 양이 동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십이지의 한 일원으로 시간과 날짜, 방위처럼 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설명하였다는 점은 실로 놀랍다. 게다가 현대에까지 좋은 의미로 쓰이는 글자들(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희생 희(犧))에서 하나같이 양(羊)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길상의 표상처럼 기능하며 우리 정신문화에 뿌리박혀 있는 양의 역할인 것이다. 양은 순하고 보은을 아는 동물로서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기독교 문화에도 나타난다. ‘주님의 어린 양’이라는 익숙한 구절로 표현되는 나약한 인간 존재와 ‘속죄양’ 이미지는 동서양의 양 이미지가 얼마나 서로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 고사 속의 황초평은 양 치는 신선으로, 수없이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져 양을 거느린 소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낯익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양을 잡으려 했으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놓치는 꿈을 꾼다. 양(羊)에서 뿔과 꼬리를 떼면 왕(王)이 되니 대왕이 되는 미래를 점치는 길상의 꿈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지방의 토호였으나 순간의 실수로 일가가 멸망한 히츠지다유의 안타까운 전설도 전해온다.
실체 없이 이미지로만 유래되던 양의 존재는 근대에 이르러 한중일 삼국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로 거듭난다.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일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군수물자가 되었고 덩달아 한국에서도 면양 사육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는 칭기즈 칸이라는 일본의 새로운 식문화로 번진다. 오늘날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만화영화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역시 양과 늑대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시집을 가려면 늑대 후이타이랑에게 가고, 처세를 할 때는 양 난양양처럼 하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하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순수의 상징 양이, 9000만 위안, 즉 한화로 150억 원 가량을 벌어들인 거대 문화콘텐츠가 된 셈이다. 현대에 와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로 새롭게 환원되는 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동아시아 화해와 융합의 노끈이 되어줄 ‘양’
조개 패(貝)로 상징되는 은(殷)나라의 물질문명과 양(羊)으로 대표되는 주(周)나라의 정신문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한자문화권의 문화적 유전자(meme)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절과 보은, 유순함과 고지식한 끈기로 대변되는 양 이미지의 특성은 한중일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옛 이야기에서부터 신석정의 시편에까지 녹아 있는 양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는 서구의 목자의 모습보다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을 아울러 동양과 서양의 문명 충돌을 극복하고 우리를 화해와 융합의 정신으로 묶어줄 노끈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작가 소개
편저 : 이어령
李御寧, 호:凌宵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석좌교수이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가 있고,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시리즈 등이 있다.
디지로그(Digilog)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는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현재 우리가 한때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디지털 기술은 그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해준다. 시대를 읽는 특별한 눈을 가진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가 되었다. 한국이 산업사회에선 뒤졌지만 정보화사회에선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음을 일찍부터 설파한 그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물리적 나이로 보자면 분명 노학자이지만, 그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문명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도 앞서 디지털 패러다임의 한계와 가능성을 몸소 체험한 얼리어댑터이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했다. 그는 컴퓨터들을 이용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한다.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뇌의 확장된 영역이 되고,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을 몸소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1963년 「경향신문」에 연재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을 모은 것으로 처음으로 이 땅에 한국 문화론의 기치를 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이어령은 "젊은이의 기수" "언어의 마술사" "단군 이래의 재인"으로까지 불렸다. 또한 대만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칭송받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다다 교수가 ''그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영문으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를 최초로 분석해 낸 기념비 같은 것이면서도 ''젊다''. 또렷하고 거침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건축, 의상, 식습관, 생활양식에 대한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지적은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방대한 지식에 기반하여 한국의 풍습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면서 동서고금의 사상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자유로운 그 사고방식과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글재주 역시 비상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 고전 문헌에 대한 자료와 그간의 일본, 일본인론에 대한 저자의 견해 및 비평을 피력하면서 문화 현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을 투시해 본,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그럼으로써 가혹한 분석이다.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대를 초월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인접국인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둥지 속의 날개』(상,하)는 1978년 월간 「한국문학」에 ''의상과 나신''이라는 제목으로 8회 연재를 하다가 도중에 저자의 건강상 이유로 중단했던 작품이다. 분망한 나날과 가진 고초 속에서 저자인 이어령의 문학적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세월이 갈수록 유난히 애정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70년대서 80년대의 초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원한 내면세계를 다루려 한 소설이기에 산업화·도시화라는 시대상황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광고라는 새로운 직업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문명 비평적 요소도 없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여겨져 온 이어령. 문학박사, 교수, 장관 등 다채로운 이력과 타이틀을 지닌 그는 과거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러한 이어령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말하자면 ''(무신론자의) 신앙입문기''라고 할까.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어령. 존재 자체의 변화로 인해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그는 지성을 넘어선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례를 받았고,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다. 생명과 영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글쓰기에 나섰다. 지나온 세월 동안 한국의 대표지성으로 이름을 날린 그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양들의 침묵 - 자유보다 값진 복종 이어령
제 1 부 한중일 문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신화?전설 속의 양 최인학
중국에서의 양 신화와 전설 정재서
기호로서의 양이 창출해 낸 전설 하마다 요
제 2 부 회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그림 속의 양 이원복
한국의 양 그림 이원복
중국의 양 그림 이원복
일본 미술에서의 양 이나가 시게미
제 3 부 문학 속의 양 이야기와 서사 구조
총론: 한중일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인학
한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중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일본에서의 양 카미가이토 켄이치
제 4 부 양과 종교
총론: 한중일의 양과 종교 천진기
한국 종교 속의 양 천진기
중국 종교 속의 양 황종원
일본 불교 속 양의 잔영을 찾아서 하마다 요
제 5 부 양의 이미지와 상징성
현대 대중문화와 양 류관현
양에 대한 일본인의 동경과 문화적 변환력 하마다 요?이향숙
크고도 사려 깊은 양띠 영웅들 왕민
집필진 약력
유목민의 전유물에서 근대화의 상징이 되기까지
실상 한중일 삼국의 문화, 특히 한국과 일본의 생활에서는 양의 발자취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물로는 낯선 존재인 양이 동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십이지의 한 일원으로 시간과 날짜, 방위처럼 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설명하였다는 점은 실로 놀랍다. 게다가 현대에까지 좋은 의미로 쓰이는 글자들(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희생 희(犧))에서 하나같이 양(羊)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길상의 표상처럼 기능하며 우리 정신문화에 뿌리박혀 있는 양의 역할인 것이다. 양은 순하고 보은을 아는 동물로서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기독교 문화에도 나타난다. ‘주님의 어린 양’이라는 익숙한 구절로 표현되는 나약한 인간 존재와 ‘속죄양’ 이미지는 동서양의 양 이미지가 얼마나 서로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 고사 속의 황초평은 양 치는 신선으로, 수없이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져 양을 거느린 소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낯익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양을 잡으려 했으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놓치는 꿈을 꾼다. 양(羊)에서 뿔과 꼬리를 떼면 왕(王)이 되니 대왕이 되는 미래를 점치는 길상의 꿈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지방의 토호였으나 순간의 실수로 일가가 멸망한 히츠지다유의 안타까운 전설도 전해온다.
실체 없이 이미지로만 유래되던 양의 존재는 근대에 이르러 한중일 삼국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로 거듭난다.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일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군수물자가 되었고 덩달아 한국에서도 면양 사육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는 칭기즈 칸이라는 일본의 새로운 식문화로 번진다. 오늘날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만화영화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역시 양과 늑대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시집을 가려면 늑대 후이타이랑에게 가고, 처세를 할 때는 양 난양양처럼 하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하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순수의 상징 양이, 9000만 위안, 즉 한화로 150억 원 가량을 벌어들인 거대 문화콘텐츠가 된 셈이다. 현대에 와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로 새롭게 환원되는 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동아시아 화해와 융합의 노끈이 되어줄 ‘양’
조개 패(貝)로 상징되는 은(殷)나라의 물질문명과 양(羊)으로 대표되는 주(周)나라의 정신문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한자문화권의 문화적 유전자(meme)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절과 보은, 유순함과 고지식한 끈기로 대변되는 양 이미지의 특성은 한중일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옛 이야기에서부터 신석정의 시편에까지 녹아 있는 양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는 서구의 목자의 모습보다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을 아울러 동양과 서양의 문명 충돌을 극복하고 우리를 화해와 융합의 정신으로 묶어줄 노끈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작가 소개
편저 : 이어령
李御寧, 호:凌宵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석좌교수이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가 있고,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시리즈 등이 있다.
디지로그(Digilog)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는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현재 우리가 한때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디지털 기술은 그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해준다. 시대를 읽는 특별한 눈을 가진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가 되었다. 한국이 산업사회에선 뒤졌지만 정보화사회에선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음을 일찍부터 설파한 그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물리적 나이로 보자면 분명 노학자이지만, 그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문명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도 앞서 디지털 패러다임의 한계와 가능성을 몸소 체험한 얼리어댑터이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했다. 그는 컴퓨터들을 이용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한다.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뇌의 확장된 영역이 되고,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을 몸소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1963년 「경향신문」에 연재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을 모은 것으로 처음으로 이 땅에 한국 문화론의 기치를 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이어령은 "젊은이의 기수" "언어의 마술사" "단군 이래의 재인"으로까지 불렸다. 또한 대만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칭송받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다다 교수가 ''그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영문으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를 최초로 분석해 낸 기념비 같은 것이면서도 ''젊다''. 또렷하고 거침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건축, 의상, 식습관, 생활양식에 대한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지적은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방대한 지식에 기반하여 한국의 풍습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면서 동서고금의 사상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자유로운 그 사고방식과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글재주 역시 비상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 고전 문헌에 대한 자료와 그간의 일본, 일본인론에 대한 저자의 견해 및 비평을 피력하면서 문화 현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을 투시해 본,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그럼으로써 가혹한 분석이다.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대를 초월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인접국인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둥지 속의 날개』(상,하)는 1978년 월간 「한국문학」에 ''의상과 나신''이라는 제목으로 8회 연재를 하다가 도중에 저자의 건강상 이유로 중단했던 작품이다. 분망한 나날과 가진 고초 속에서 저자인 이어령의 문학적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세월이 갈수록 유난히 애정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70년대서 80년대의 초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원한 내면세계를 다루려 한 소설이기에 산업화·도시화라는 시대상황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광고라는 새로운 직업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문명 비평적 요소도 없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여겨져 온 이어령. 문학박사, 교수, 장관 등 다채로운 이력과 타이틀을 지닌 그는 과거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러한 이어령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말하자면 ''(무신론자의) 신앙입문기''라고 할까.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어령. 존재 자체의 변화로 인해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그는 지성을 넘어선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례를 받았고,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다. 생명과 영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글쓰기에 나섰다. 지나온 세월 동안 한국의 대표지성으로 이름을 날린 그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양들의 침묵 - 자유보다 값진 복종 이어령
제 1 부 한중일 문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신화?전설 속의 양 최인학
중국에서의 양 신화와 전설 정재서
기호로서의 양이 창출해 낸 전설 하마다 요
제 2 부 회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그림 속의 양 이원복
한국의 양 그림 이원복
중국의 양 그림 이원복
일본 미술에서의 양 이나가 시게미
제 3 부 문학 속의 양 이야기와 서사 구조
총론: 한중일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인학
한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중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일본에서의 양 카미가이토 켄이치
제 4 부 양과 종교
총론: 한중일의 양과 종교 천진기
한국 종교 속의 양 천진기
중국 종교 속의 양 황종원
일본 불교 속 양의 잔영을 찾아서 하마다 요
제 5 부 양의 이미지와 상징성
현대 대중문화와 양 류관현
양에 대한 일본인의 동경과 문화적 변환력 하마다 요?이향숙
크고도 사려 깊은 양띠 영웅들 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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