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성호원 -율곡의 철학적 서신-

고객평점
저자이이
출판사항책세상, 발행일:2013/01/31
형태사항p.236 A5판:21cm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013835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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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조선 성리학의 완성자 율곡 이이의 철학적 서신―조선 3대 논쟁의 하나, 인심도심논쟁

유학이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서 조선을 이끌었다면, 그 유학을 이끌었던 조선 지성의 최정점에는 율곡 이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율곡은 퇴계 이황과 함께 그들이 살았던 16세기 조선에서뿐 아니라 17·18세기에 걸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퇴계 사상을 이은 영남학파와 율곡 사상을 이은 기호학파가 성리학의 두 줄기를 형성했고, 이후로도 한국 성리학에서 쌍벽을 이루며 그 사상을 전개하게 된다.
성리학의 이론적 정착기인 16세기 조선의 유학자들에게는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성리학적 우주론으로 정초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이기론을 기반으로 인성론을 정립하고 그러한 인성론에서 올바른 인간의 행위와 정당한 정치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당시 조선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답성호원](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083)은 이 문제에 대해 우계 성혼이 묻고 율곡이 답한 철학적 서신으로, 신체적 욕망인 ‘인심’과 보편적 본성인 ‘도심’의 문제를 이기론으로 해명함으로써 성리학의 이론적 완성을 꾀한 저작이다. 우계가 인심과 도심의 발현을 ‘이치와 기운이 각기 발동한다’는 퇴계의 이기호발설에 입각해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질문하자, 율곡이 이를 비판하며 자신의 사유를 펼친 것이다. 율곡은 이치와 기운을 개념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로 파악했으며, ‘이통기국’(이치는 통하고 기운은 국한되어 제한적으로 이치를 실현한다)이라는 독자적인 우주론의 기초 위에 ‘기발이승일도설’(기운이 발동할 때 이치가 타는 하나의 길만 가능하다)을 정립해 인심과 도심의 근원이 하나임을 명확히 했다. 신체적 욕망과 인간 본성의 발현과 대립이라는 인간 내적 갈등을 해명하는 데 있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이론에 기초해 도덕적 행위의 원천이 되는 도심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논증한 그의 인성론은 현대 윤리학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그간 율곡의 사상을 주기론으로, 퇴계의 사상을 주리론으로 도식화해 한국 성리학을 이해해왔다. 이기론의 문제가 성리학에서 쟁점으로 다뤄진 것은 이치와 기운이 성리학적 우주론의 토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율곡의 사상은 주기론이라는 틀 안에 가둘 수 없으며, 주리론과 주기론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선 통합적 시도로서 성리학의 이론적 완성에 기여한 것이었다. 이 책은 율곡 철학의 전모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이며, 여기에 담긴 ‘인심도심논쟁’은 ‘사단칠정논쟁’·‘인물성동이론’과 함께 조선 3대 논쟁으로 불린다. 성리학의 주요 개념에 대한 분명하고 체계적인 해석으로 한국 성리학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율곡의 철학을 총체적으로 그리고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2. 우주 만물과 인간 존재의 문제를 답하다―율곡의 이기론과 인심도심설

만물을 지배하는 신성한 법칙이 ‘천리天理’이며 그 천리가 인간 및 만물의 본성이 된다는 것이 성리학 사상의 기본 골자이다. 따라서 인성의 문제는 성리학적 우주론 혹은 형이상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었다. 주자는 ‘이일분수’ 즉 ‘보편적 이치는 하나지만 만물에 나타남은 다르다’는 것으로 성리학의 사상적 기초를 닦았다. 주자에 따르면, 이치는 만물의 뿌리이며 운동의 가능 근거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도덕 준칙이고, 실질적인 구성요소로서 운동인이며 각기 다른 종상을 나타내는 것은 기운이다. 여기서 만물을 지배하는 신성한 법칙인 이치와 만물을 형성하는 질료인 기운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인간의 문제를 해명할 것인가가 후대 성리학의 과제로 주어졌다. 즉 인간이 천리라는 보편적인 본성을 타고났음에도 왜 실존하는 인간들 간에 차이가 나는지, 또한 실존하는 인간에게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신체적 욕망과 인간 본성의 내적 갈등은 어디에서 유래하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성리학적 우주론을 어떻게 정립하고 해석하는가와 맞닿아, 조선 성리학 이론의 논쟁의 중심에 있게 된 것이다. 유명한 퇴계와 고봉 기대승 간의 ‘사단칠정논쟁’도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퇴계는 인간의 선한 본성인 사단(인의예지)은 이치에 근원하며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은 기운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으며, 고봉은 이치와 기운은 각기 따로 발동할 수 없고 이치가 기운을 타고 발현하는 것으로 보아 사단과 칠정 또한 유래하는 바가 하나라고 주장했다.

율곡과 우계의 ‘인심도심논쟁’은 사단칠정논쟁의 연장선이었다. 율곡의 오랜 지기인 우계가 이치가 발동하면 도심이 되고 기운이 발동하면 인심이 된다는 퇴계의 주장이 주자의 혹생혹원설(혹 형기의 사사로움에서 발생하고, 혹 성명의 바름에 근원한다)에 부합하니 퇴계의 이론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고 율곡에게 질문하자, 율곡이 이에 답한 것이다. 이 서간에서 율곡은 퇴계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치와 기운이 제각기 발동할 수 없음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또한 그는 퇴계뿐 아니라 화담 서경덕의 주기론과 명대의 학자 정암 나흠순의 이기혼륜설까지 비평하면서 이기론의 변증법적 사유를 꾀했다. 이치는 형상과 작위가 없지만 형상을 지니고 작위하는 것의 주재가 되는 것, 기운은 형상과 작위가 있으면서 형상과 작위가 없는 것의 기구가 되는 것으로서 이치와 기운을 구분하면서도, 이는 개념상의 구분일 뿐 현실상으로는 분리될 수 없는 묘합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치란 기운의 주재이고 기운이란 이치가 타는 것이니, 이치가 아니면 기운이 근거할 데가 없고 기운이 아니면 이치가 의착할 데가 없습니다. 이치와 기운은 이미 두 물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한 물건도 아닙니다. 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이면서 둘이며, 두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둘이면서 하나인 것입니다.”
율곡은 이처럼 이분법적 사유를 넘어선 이기론을 바탕으로 인심과 도심도, 우리 마음속에 이치와 기운이라는 두 근본이 있어 이 둘이 다르게 발동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원리로 작동하되 이치가 타고 있는 기운이 오르내리고 뒤섞여 고르지 않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뿐이라고 말한다.

성리학 대가로서의 율곡의 학문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이 논쟁적 서신은, 그의 치밀하고 정밀한 사유뿐 아니라 막역한 지기와 나누는 깊은 우정을 담고 있어 율곡의 인간적 면모 또한 발견하게 해준다.
율곡의 인마승의 비유 이기론에 입각해 인간의 도덕 실천과 인격의 완성을 중시하며 격물치지를 역설한 성리학에서, 보편성의 발현인 도덕(도심)과 개체성의 발현인 욕망(인심)을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 혹은 조화시킬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였다. 율곡은 서간에서 인심과 도심을 사람이 말을 타는 것에 비유했다. 사람을 본성으로 말을 기질로 보아, 말이 사람의 뜻에 따라 나가는 것은 도심이요 사람이 말이 가는 대로 맡겨두는 것은 인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말을 타고 ‘문밖을’ 나서지 않는 이상 사람이 말을 따를지 말이 사람을 따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본래부터 인심과 도심이 구분되는 묘맥은 없다.

이 비유는 전혀 다른 시대와 세상을 살았던 플라톤의 유명한 마부와 말의 비유와 겹치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플라톤은 이성을 마부로, 기개를 선한 말, 욕망을 악한 말로 비유하면서 이성이라는 마부가 기개와 욕망의 두 말을 잘 다루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마부와 말의 비유지만 플라톤의 비유는 율곡보다는 선한 본성인 이치로서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는, 즉 도심으로 인심을 주재해야 한다는 퇴계의 주장에 가깝다. 그러나 율곡에게서 마부와 말의 관계는 플라톤이나 퇴계의 그것과 다르다. 마부가 말의 뜻에 말길 수도 있고 말이 마부의 뜻에 따를 수도 있는 것이다. 율곡은 도심으로 인심을 주재할 것이 아니라 의지意로써 인심과 도심을 조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또한 율곡의 말은 ‘양순하기도 하고 양순하지 않기도’ 한데, 그 차이는 기운을 받음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말 자체가 선한 말과 악한 말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즉 율곡에게 ‘차이’는 선악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어떤 차이가 배제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율곡은 인간의 마음뿐만 아니라, 만물과 인간의 차이, 보편적 인간과 현실적 인간의 차이, 인간들 간의 차이, 그리고 한 인간의 내적 차이 또한 이통기국의 원리로 설명했다. 즉 ‘이치는 하나일 뿐이지만, 이치가 타고 있는 기운이 승강비양하여 뒤섞여 고르지 않기 때문에 천지와 만물이 생겨남에 어떤 것은 바르고 어떤 것은 치우치며, 어떤 것은 통하고 어떤 것은 막히며, 어떤 것은 맑고 어떤 것은 흐리며, 어떤 것은 순수하고 어떤 것은 잡박하게 되어’ 인간과 만물의 차이, 인간들 간의 차이, 인간 내의 다양한 종상(마음, 신체, 사지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시 율곡의 인마승의 비유로 돌아가 보자. 정작 여기서 중요한 것,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이치와 기운, 인심과 도심의 문제를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꿰뚫고 있는 율곡의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그리고 문 앞의 길은 사람과 사물이 마땅히 가야 할 길입니다.”

▣ 작가 소개

저 : 율곡 이이
李珥, 석담, 숙헌
율곡 이이는 강원도 강릉 북평촌 오죽헌에서 아버지 찰방 원수와 어머니 신사임당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는 숙헌이고 호는 석담, 율곡, 우재 등이며 본관은 덕수이다. 율곡이라는 호는 그의 고향인 경기도 파주의 밤골 율곡에서 따온 것이다. 13세인 명종 3년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16세에 어머니 상을 당해 3년상을 마치고 금강산에 들어가 공부했다. 21세가 되어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했고 23세가 되어서는 도산으로 내려가 퇴계 이황을 만났으며 그해 겨울 별시에 등시하고 명종 19년 생원시, 문과에 모두 장원으로 급제해 ''구도장원공''이라고 칭송되었다.

호조좌랑을 시작으로 예조좌랑, 정언, 이조좌랑, 지평 등을 지내고 선조 1년에는 천추사 서장관으로 명나라를 다녀왔으며 부교리로서 춘추관 기사관을 겸해 『명종실록』편찬에도 참여했다. 그 뒤에 청주목사, 직제학, 동부승지, 벙조참지, 대사간 등을 지낸 뒤 사직했다가 다시 대사헌, 예문관 제학을 겸임하가ㅗ 동지중추부사, 대제학을 지냈다.

1583년 동인의 탄핵을 받고 사직했다가 판돈령 부사, 이조판서에 올라 선조 17년에 운명하기 전가지 동서 분당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그는 평소에 ''기발이승''을 주장해 퇴계의 ''이기호발''과 달리 했으며, 10만 군대 양성 및 대동법과 사창의 실시 등을 주장했다.

역자 : 임형규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서양철학 석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동양철학 석사 및 박사)을 졸업했다. 그 후 미국 하와이대학(동서비교철학) 에서 수학하고, 유도회 부설 한문연수원(3년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강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양고전학회 회장,『동방학』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주로 현대 심리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동양심성론의 현대적 정체성 확립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저서로『유가의 심성론과 현대 심리철학』,『노자 도덕경 해설』,『유가철학의 이해』(공저),『장자 사상의 이해』(공저) 등이 있으며,『노자 철학 연구』,『장자 고대중국의 실존주의』,『주자의 철학』,『인설』,『노자』,『맹자』,『후설의 현상학』,『하버마스 다시 읽기』,『현대 유럽 철학의 흐름』,『푸코, 데리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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