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 심성이 착하고 고운 사람인 줄은 진즉 안 일이지만, 세상에!
어린 다람쥐 눈빛을 보고도 젖이 돈다는 데야. 모성 어린 그
눈길이 닿는 사물마다 피가 돌고 꽃이 피거라.
- 정희성 시인
나희덕의 시는 이미지를 좇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일상의 틈
혹은 삶의 그늘에서 피어난다. 일상의 틈을 응시하는 시, 살므이
그늘의 깊이를 헤아리는 시는 응당 이미지주의를 벗어던진다.
이미지는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 속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나희덕 시의 소중함은, 이미지 조작이 주류를
이룬 오늘의 시단에서, 삶이 드리운 그늘을 섬세하고 예민하며
또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찾아질 것이다.
- 임우기 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산문집 《반통의 물》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2020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 차
제1부 그런 저녁이 있다
풀포기의 노래
서시(序詩)
그런 저녁이 있다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어느 봄날
찬비 내리고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젖지 않는 마음
잔설(殘雪)
소리에 기대어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기억의 자리
어린것
요즘의 발견
흔들리는 것들
제2부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몰매기를 기억함
저녁을 위하여
별
아카시아
빈 의자
양계장집 딸
밤, 바람 속으로
어느날 아침
너무 많이
십년 후
흐린 날에는
남편
달개비꽃 피는 창문
그믐
제3부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사북에서, 다만
허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살아 있어야 할 이유
배추의 마음
신정 6-1 지구
정도리에서
여기에 평화가 있어
학교다녀오겠습니다아
걸음을 멈추고
귀뚜라미
두부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산속에서
내가 마실 갈 때
제4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태풍
해질녘의 노래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용서
낙조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후회도 없이
이 골방은
봄길에서
등이 시린 일
길 위에서
땅 끝
나 서른이 되면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발문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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