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욕망하는 은의 숨겨진 역사가 베일을 벗는다!
금속 화폐의 탄생에서 부활까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본 금융 제국주의의 역사
중국 명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은을 둘러싼 세계의 패권 전쟁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미래 경제의 새로운 화두 ‘은’이 들려주는 뜻밖의 역사!
IT와 문화, 환경 등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원자재로 쓰이고 있는 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가 위기에 처하면서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화폐 가치를 보증해주는 귀금속으로서는 금에 미치지 못하지만, 더 저렴한 안전자산으로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신’ 워런 버핏도 일찍이 은의 이런 속성을 간파해, 1999년 은을 대량 수매하여 주식투자에 뒤지지 않는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가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은은 정말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귀금속일까?
《백은비사》는 역사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사실 은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금속으로 인식되어 왔다. 금과 더불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대항해 시대 은이 대량으로 생산된 이후 종종 인플레이션과 투기의 주범으로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탓이다. 한때 무적함대로 대서양을 누빈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은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하지만 바로 이 은 때문에 스페인은 사치성 소비사회로 전락했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당시 가장 빈곤한 나라가 되었다. 1970년대 말 세계적인 부자 가문인 헌트 가(家) 역시 은을 대량 수매하여 은 가격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파산하고 말았다. 모두 은의 변동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은은 수요와 공급에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위험을 가진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은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투기를 조장하지만 그만큼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쑹훙빙은 《화폐전쟁 3》에서 “왜곡되고 높은 레버리지가 작용하면서도 규모가 적은 은 시장은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을 치명적으로 강타할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은이 구체적으로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고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세계를 움직여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개인적인 투자는 물론 미래를 거시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은과 함께 흥망성쇠의 길을 걸어온 중국,
그들은 왜 은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한때 ‘은의 제국’이라 불렸던 중국의 ‘은 사용 금지령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중국이고, 왜 은 사용 금지령인가? 은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구도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나라 주원장이 실시한 은 사용 금지령은 금속 화폐가 부족했던 당시 중국의 사정을 반영한 정책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써 중국은 수백 년간 은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일찍부터 상품경제가 발달한 중국은 지폐 제도를 도입하여 부족한 금속 화폐를 충당하고 중앙 통제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돈과 부를 동일시하지 않았던 중국인은 관습대로 은을 화폐로 사용했고, 황제와 관리들도 은을 재물 축적의 수단으로 삼았다. 저자는 이것이 중국인의 독특한 경제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금속 화폐에서 지폐로, 지폐 제도에서 각종 금융 제도로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간 서양과 달리, 중국은 방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노동과 지혜에 의지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따라서 거만해지고 금융에 무지해진 탓에 중국은 훗날 치열하게 전개된 금융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 서양 열강들이 식민지를 건설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금과 은으로 동방과의 무역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이와 같은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에 중국은 비단, 차, 도자기 등을 유럽에 팔아 엄청난 은을 벌어들였지만 이것을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고 집 안 창고에 쌓아두기만 했다. 그야말로 은이 넘쳐나는 ‘은의 제국’이었지만 그뿐이었다. 결국 은을 회수하기 위한 영국의 계략으로 아편전쟁이 발발했고, 파운드가 금을 본위화폐로 삼으면서 중국은 은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은의 저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 중국의 봉건통치가 막을 내리면서 은 역시 역사에 종말을 고하는 듯했으나, 미국이 은 수매 법안을 발표하여 중국의 은을 고가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세계의 은이 다시 중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은 집결지였던 상해는 중국에서도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거품이 꺼졌을 때는 이미 대량의 은이 해외로 빠져나간 상태였고, 이제 막 발돋움하기 시작한 중국의 민족 산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저자는 약 100년에 걸친 중국과 서양 열강의 금융 전쟁을 서술하면서 중국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철저히 반성적 시각에서 파헤친다. 시대착오적인 자부심과 외부 세력에 대한 두려움은 변화를 거부하고 개인적인 탐욕에만 몰두하는 지도자와 가난하고 무지한 국민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은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금보다 값이 싼 유형 자산인 은을 선호한다. 2012년 중국의 은 가격은 14퍼센트 상승했으며, 2013년에는 그 수요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히 은은 금과 더불어 화폐전쟁의 중요한 무기가 되겠지만, 과거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앞으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달의 눈물’ 전설에서 ‘오즈의 마법사’까지
은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적 장면들을 통해
금속 화폐의 전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은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역사의 숨은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은 금을 ‘태양의 땀방울’, 은을 ‘달의 눈물’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했다. 이들에게 은은 재물이 아닌 아름다움과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열강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이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은은 더 이상 전설 속 달의 눈물이 아닌 인디언 노예들의 피와 눈물을 상징하게 되었다.
미국이 은본위제를 폐지한 후 집필된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도 은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은 지지자였던 바움은 대통령 후보였던 민중당의 브라이언이 경선에서 패한 후 1900년에 《오즈의 마법사》를 출간했다. 기이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는 미국이 다시 은본위제로 돌아가기를 바란 바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세 번만 두드리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녀의 은 구두는 그만큼 은이 가진 위력이 대단함을 뜻한다. 훗날 중국의 운명을 암시하는 도자기(china)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도 의미심장한데, 여기서 깨지기 쉬운 도자기 마을은 금융 자생 능력이 없는 중국을 상징한다.
그 외에도 이 책은 과학자이면서 금융 전문가이기도 했던 뉴턴이 금 가격을 3파운드 17실링 10.5펜스로 확정하여 금본위제를 확립한 사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은위원회와 손잡고 뉴딜 정책을 시행하게 된 과정, 장제스 정부가 은을 팔아 전쟁 무기를 사들인 일 등 역사적 사건들에 숨겨진 비밀들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단순한 은의 역사가 아니라 은으로 대표되는 부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약탈적 본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은은 단순한 금속일 뿐 이를 마녀의 은 구두나 투기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욕망임을, 저자는 방대하면서도 철저한 사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오늘날 은은 더 이상 ‘야만적인 시대의 잔재’가 아니다. 화폐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미래 산업의 원자재로,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현대 금융 시스템과 더불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러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금은 복본위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여기에 역사적 관점을 가미하여, 과거 금속 화폐의 역사를 통해 앞으로 은이 보여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은이 보여준 불안정성은 결국 인간이 지닌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것이 끊임없는 변동성을 초래했다. 이와 함께 어떤 세력의 힘겨루기도 흥망성쇠의 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한다면 은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금융 수단으로 빛을 발할지 모른다.
▣ 작가 소개
저 : 융이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에서 국제무역 학사와 세계금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웨자오런이라는 필명을 함께 사용하며 현재 경제경영서 전문 작가 및 경영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쉽게 배우는 경제학》 《스태그플레이션》 《실업 사태》 《업무란 곧 문제 해결 능력이다》 등이 있다. 그는 은이라는 금속 화폐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사건들이 경제라는 범주에만 놓고 보기에는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절감하고 《백은비사》를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수 세기에 걸친 역사 현장에서 동서양 제국의 흥망성쇠와 욕망, 투기의 산증인이 되었던 은의 발자취를 최초로 집대성한 역작이다.
역 : 류방승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 의미 있는 중국 관련서를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황제의 유언》 《천고의 명의들》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수완》 등이 있다.
역 : 박한진
KOTRA 베이징 KBC 부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석사과정과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기업관리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중사회과학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중국전문가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 전문 국제자문역,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중국어교관 등을 역임했다.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SBS, CNBC 등에서 중국경제를 해설하며 프레시안 ‘중국탐구’ 코너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중국 거시경제, 다국적기업 전략 관리, 위안화 환율동향 등이며 저서로는 《10년 후, 중국》《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 11종이 있다.
▣ 주요 목차
*감수자의 글_은의 역사를 통해 화폐전쟁의 미래를 엿보다
*서문_역사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
제1장 은 기근에서 은 제국이 수립되기까지
최초의 금융 혁명
고육지책에서 나온 금융 혁신
명의 지폐 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
영락제와 유럽의 신항로 개척
정화의 서양 원정이 남긴 것
중국을 약탈한 왜구의 정체
해상왕의 비극
제2장 은화의 비밀
잔인한 약탈자들에게 찾아온 행운
신대륙에 흐르는 달의 눈물
세계화 물결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중국인이 은을 땅에 묻은 이유
장거정의 세금 개혁, 득인가 실인가
황제의 곰팡이 핀 보물
제3장 유럽의 패권전쟁
은의 저주와 스페인의 몰락
돈, 역사의 주연이 되다
식민주의와 금융업의 공생
‘해상의 마부’ 네덜란드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는가
튤립 버블과 영국의 산업혁명
중앙은행의 탄생 비화
제4장 혼돈 속의 중국
명나라 말기에 닥친 인플레이션의 위협
제왕과 대신들은 왜 은을 쌓아두었는가
난세를 누빈 국제적 거상, 정지룡
광동 13행의 특권과 한계
찻잎으로 엄청난 은을 벌어들이다
중국인의 눈을 가린 쇄국 정책
영국 사절단, 대국의 허울을 벗기다
제5장 화폐의 조건
금과 파운드의 역사적인 결합
뉴턴, 영국의 금본위제 확립에 공헌하다
금괴 논쟁과 리카도의 이론
은, 골드러시에 밀리다
악명 높은 1873년 화폐주조법
제6장 아편은 동쪽으로, 은은 서쪽으로
아편보다 무서운 금융 무지
임칙서, 은화 발행을 시도하다
13행의 굴욕과 아편 소각
아편전쟁, 은의 종말을 고하다
청나라의 개혁 정책과 민간 금융기구의 성장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은 누구인가
제7장 세계대전 전야의 음모
마녀의 은 구두를 조심하라
1차 세계대전과 달러의 승리
대공황, 뉴딜 정책, 그리고 은의 부활
중국을 겨냥한 그림자전쟁이 시작되다
전쟁 무기와 맞바꾼 경제 독립
열강의 시달림 속에 단행한 화폐 개혁
초인플레이션과 도자기 마을의 붕괴
제8장 진화하는 금속
화폐 금속에서 가치 보존 금속으로
헌트 형제와 워런 버핏의 상반된 투자 전략
현대 사회에 새롭게 불어닥친 은 열풍
금은 복본위제의 부활은 중국에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가
21세기 금융 전쟁과 불안한 중국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만 할 때
옮긴이의 글_대변혁 시대의 또 다른 가능성, 은
욕망하는 은의 숨겨진 역사가 베일을 벗는다!
금속 화폐의 탄생에서 부활까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본 금융 제국주의의 역사
중국 명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은을 둘러싼 세계의 패권 전쟁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미래 경제의 새로운 화두 ‘은’이 들려주는 뜻밖의 역사!
IT와 문화, 환경 등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원자재로 쓰이고 있는 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가 위기에 처하면서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화폐 가치를 보증해주는 귀금속으로서는 금에 미치지 못하지만, 더 저렴한 안전자산으로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신’ 워런 버핏도 일찍이 은의 이런 속성을 간파해, 1999년 은을 대량 수매하여 주식투자에 뒤지지 않는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가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은은 정말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귀금속일까?
《백은비사》는 역사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사실 은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금속으로 인식되어 왔다. 금과 더불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대항해 시대 은이 대량으로 생산된 이후 종종 인플레이션과 투기의 주범으로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탓이다. 한때 무적함대로 대서양을 누빈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은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하지만 바로 이 은 때문에 스페인은 사치성 소비사회로 전락했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당시 가장 빈곤한 나라가 되었다. 1970년대 말 세계적인 부자 가문인 헌트 가(家) 역시 은을 대량 수매하여 은 가격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파산하고 말았다. 모두 은의 변동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은은 수요와 공급에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위험을 가진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은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투기를 조장하지만 그만큼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쑹훙빙은 《화폐전쟁 3》에서 “왜곡되고 높은 레버리지가 작용하면서도 규모가 적은 은 시장은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을 치명적으로 강타할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은이 구체적으로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고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세계를 움직여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개인적인 투자는 물론 미래를 거시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은과 함께 흥망성쇠의 길을 걸어온 중국,
그들은 왜 은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한때 ‘은의 제국’이라 불렸던 중국의 ‘은 사용 금지령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중국이고, 왜 은 사용 금지령인가? 은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구도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나라 주원장이 실시한 은 사용 금지령은 금속 화폐가 부족했던 당시 중국의 사정을 반영한 정책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써 중국은 수백 년간 은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일찍부터 상품경제가 발달한 중국은 지폐 제도를 도입하여 부족한 금속 화폐를 충당하고 중앙 통제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돈과 부를 동일시하지 않았던 중국인은 관습대로 은을 화폐로 사용했고, 황제와 관리들도 은을 재물 축적의 수단으로 삼았다. 저자는 이것이 중국인의 독특한 경제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금속 화폐에서 지폐로, 지폐 제도에서 각종 금융 제도로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간 서양과 달리, 중국은 방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노동과 지혜에 의지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따라서 거만해지고 금융에 무지해진 탓에 중국은 훗날 치열하게 전개된 금융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 서양 열강들이 식민지를 건설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금과 은으로 동방과의 무역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이와 같은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에 중국은 비단, 차, 도자기 등을 유럽에 팔아 엄청난 은을 벌어들였지만 이것을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고 집 안 창고에 쌓아두기만 했다. 그야말로 은이 넘쳐나는 ‘은의 제국’이었지만 그뿐이었다. 결국 은을 회수하기 위한 영국의 계략으로 아편전쟁이 발발했고, 파운드가 금을 본위화폐로 삼으면서 중국은 은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은의 저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 중국의 봉건통치가 막을 내리면서 은 역시 역사에 종말을 고하는 듯했으나, 미국이 은 수매 법안을 발표하여 중국의 은을 고가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세계의 은이 다시 중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은 집결지였던 상해는 중국에서도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거품이 꺼졌을 때는 이미 대량의 은이 해외로 빠져나간 상태였고, 이제 막 발돋움하기 시작한 중국의 민족 산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저자는 약 100년에 걸친 중국과 서양 열강의 금융 전쟁을 서술하면서 중국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철저히 반성적 시각에서 파헤친다. 시대착오적인 자부심과 외부 세력에 대한 두려움은 변화를 거부하고 개인적인 탐욕에만 몰두하는 지도자와 가난하고 무지한 국민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은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금보다 값이 싼 유형 자산인 은을 선호한다. 2012년 중국의 은 가격은 14퍼센트 상승했으며, 2013년에는 그 수요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히 은은 금과 더불어 화폐전쟁의 중요한 무기가 되겠지만, 과거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앞으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달의 눈물’ 전설에서 ‘오즈의 마법사’까지
은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적 장면들을 통해
금속 화폐의 전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은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역사의 숨은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은 금을 ‘태양의 땀방울’, 은을 ‘달의 눈물’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했다. 이들에게 은은 재물이 아닌 아름다움과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열강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이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은은 더 이상 전설 속 달의 눈물이 아닌 인디언 노예들의 피와 눈물을 상징하게 되었다.
미국이 은본위제를 폐지한 후 집필된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도 은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은 지지자였던 바움은 대통령 후보였던 민중당의 브라이언이 경선에서 패한 후 1900년에 《오즈의 마법사》를 출간했다. 기이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는 미국이 다시 은본위제로 돌아가기를 바란 바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세 번만 두드리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녀의 은 구두는 그만큼 은이 가진 위력이 대단함을 뜻한다. 훗날 중국의 운명을 암시하는 도자기(china)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도 의미심장한데, 여기서 깨지기 쉬운 도자기 마을은 금융 자생 능력이 없는 중국을 상징한다.
그 외에도 이 책은 과학자이면서 금융 전문가이기도 했던 뉴턴이 금 가격을 3파운드 17실링 10.5펜스로 확정하여 금본위제를 확립한 사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은위원회와 손잡고 뉴딜 정책을 시행하게 된 과정, 장제스 정부가 은을 팔아 전쟁 무기를 사들인 일 등 역사적 사건들에 숨겨진 비밀들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단순한 은의 역사가 아니라 은으로 대표되는 부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약탈적 본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은은 단순한 금속일 뿐 이를 마녀의 은 구두나 투기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욕망임을, 저자는 방대하면서도 철저한 사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오늘날 은은 더 이상 ‘야만적인 시대의 잔재’가 아니다. 화폐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미래 산업의 원자재로,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현대 금융 시스템과 더불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러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금은 복본위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여기에 역사적 관점을 가미하여, 과거 금속 화폐의 역사를 통해 앞으로 은이 보여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은이 보여준 불안정성은 결국 인간이 지닌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것이 끊임없는 변동성을 초래했다. 이와 함께 어떤 세력의 힘겨루기도 흥망성쇠의 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한다면 은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금융 수단으로 빛을 발할지 모른다.
▣ 작가 소개
저 : 융이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에서 국제무역 학사와 세계금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웨자오런이라는 필명을 함께 사용하며 현재 경제경영서 전문 작가 및 경영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쉽게 배우는 경제학》 《스태그플레이션》 《실업 사태》 《업무란 곧 문제 해결 능력이다》 등이 있다. 그는 은이라는 금속 화폐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사건들이 경제라는 범주에만 놓고 보기에는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절감하고 《백은비사》를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수 세기에 걸친 역사 현장에서 동서양 제국의 흥망성쇠와 욕망, 투기의 산증인이 되었던 은의 발자취를 최초로 집대성한 역작이다.
역 : 류방승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 의미 있는 중국 관련서를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황제의 유언》 《천고의 명의들》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수완》 등이 있다.
역 : 박한진
KOTRA 베이징 KBC 부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석사과정과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기업관리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중사회과학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중국전문가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 전문 국제자문역,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중국어교관 등을 역임했다.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SBS, CNBC 등에서 중국경제를 해설하며 프레시안 ‘중국탐구’ 코너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중국 거시경제, 다국적기업 전략 관리, 위안화 환율동향 등이며 저서로는 《10년 후, 중국》《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 11종이 있다.
▣ 주요 목차
*감수자의 글_은의 역사를 통해 화폐전쟁의 미래를 엿보다
*서문_역사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
제1장 은 기근에서 은 제국이 수립되기까지
최초의 금융 혁명
고육지책에서 나온 금융 혁신
명의 지폐 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
영락제와 유럽의 신항로 개척
정화의 서양 원정이 남긴 것
중국을 약탈한 왜구의 정체
해상왕의 비극
제2장 은화의 비밀
잔인한 약탈자들에게 찾아온 행운
신대륙에 흐르는 달의 눈물
세계화 물결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중국인이 은을 땅에 묻은 이유
장거정의 세금 개혁, 득인가 실인가
황제의 곰팡이 핀 보물
제3장 유럽의 패권전쟁
은의 저주와 스페인의 몰락
돈, 역사의 주연이 되다
식민주의와 금융업의 공생
‘해상의 마부’ 네덜란드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는가
튤립 버블과 영국의 산업혁명
중앙은행의 탄생 비화
제4장 혼돈 속의 중국
명나라 말기에 닥친 인플레이션의 위협
제왕과 대신들은 왜 은을 쌓아두었는가
난세를 누빈 국제적 거상, 정지룡
광동 13행의 특권과 한계
찻잎으로 엄청난 은을 벌어들이다
중국인의 눈을 가린 쇄국 정책
영국 사절단, 대국의 허울을 벗기다
제5장 화폐의 조건
금과 파운드의 역사적인 결합
뉴턴, 영국의 금본위제 확립에 공헌하다
금괴 논쟁과 리카도의 이론
은, 골드러시에 밀리다
악명 높은 1873년 화폐주조법
제6장 아편은 동쪽으로, 은은 서쪽으로
아편보다 무서운 금융 무지
임칙서, 은화 발행을 시도하다
13행의 굴욕과 아편 소각
아편전쟁, 은의 종말을 고하다
청나라의 개혁 정책과 민간 금융기구의 성장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은 누구인가
제7장 세계대전 전야의 음모
마녀의 은 구두를 조심하라
1차 세계대전과 달러의 승리
대공황, 뉴딜 정책, 그리고 은의 부활
중국을 겨냥한 그림자전쟁이 시작되다
전쟁 무기와 맞바꾼 경제 독립
열강의 시달림 속에 단행한 화폐 개혁
초인플레이션과 도자기 마을의 붕괴
제8장 진화하는 금속
화폐 금속에서 가치 보존 금속으로
헌트 형제와 워런 버핏의 상반된 투자 전략
현대 사회에 새롭게 불어닥친 은 열풍
금은 복본위제의 부활은 중국에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가
21세기 금융 전쟁과 불안한 중국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만 할 때
옮긴이의 글_대변혁 시대의 또 다른 가능성,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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