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빠의 현대사』를 쓴 이근원이 대학에 들어간 해가 1980년이었다는 것은 우연일 수 있겠지만, 그 이후의 삶은 그에게 필연적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것은 학문도, 낭만도 우정도 아니었다. 군인 전두환이었고 군사정권의 폭력이었으며, 최루탄이고 데모였다.
386이 아니라 광주 세대
정확하게 386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저자는, 하지만 자신이 386세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광주 세대라고 말한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가장 강력한 충격을 준 상대방은 광주였고, 그의 이후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광주였다. 이제 대학생이 된 촛불 세대인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된 이 책의 내용은 두 딸의 아빠가 된 이근원이 2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살아 온 자신의 삶과 투쟁에 관한 30년 동안의 기록이다. 하지만 자서전 이상의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아빠의 현대사』는 사랑하는 두 딸에게 자신의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은 한 아빠의 인간적인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기록의 역사적 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 단병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 땅에는 수많은 이근원이 존재한다. 높은 연단의 화려한 조명은 이들의 몫이 아니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커다란 무대를 직접 만들고, 그 무대 위 사람들이 앉을 의자를 나르고, 그들이 받을 조명을 설치하는 일처럼, 빛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 책은 힘들지만 자부심이 있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보다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싸운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386세대가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도 486, 586으로 ‘변명(變名)’하면서 80년대 저항한 사람들 전체의 투쟁의 성과를 특정한 몇몇 사람 또는 분파들이 전리품처럼 챙기면서 정치적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그리고 386세대라는 명명법 자체가 노동을 실종시키고 대학생만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저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하필이면 나는 그 해,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된 나는 지긋지긋한 입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린다. 잘 읽지도 않는 『한국문학사』를 일부러 옆구리에 끼고, 갓 배우기 시작한 담배를 물고, 짐짓 심각한 척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 신입생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물줄기는 이런 낭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책은 3부로 이뤄지고 있으며 각 부는 각각 ‘저항’, ‘전진’, ‘혼돈’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 1990년, 2000년대 시기의 사건들과 저항들이 기록돼 있다.
2년 3개월의 감옥 생활과 위장 취업
1부는 저자가 대학교에 입학한 80년부터 10년 동안의 기록이다. 저자는 ‘철부지’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한다. 이 시기 동안 그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의 결과 2차례의 연행과 2년 3개월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고 그 시절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장에 들어간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생만 가지고는 안 되며,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현실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 깨닫는다.
감옥 생활과 이른바 ‘위장 취업’의 실상 등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재현되면서 그것들의 의미를 오늘의 입장에서 따져보기도 한다. 또한 화염병을 리어카에 실어 나르면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80년대는 87년 6월 시민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나, 야권의 분열로 군부 잔존 세력들의 수명이 연장되고 정치는 심각한 지역 균열구조를 낳았다. 이는 90년대의 진보정치 운동의 싹이 틀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진보정치의 쓴 맛을 보다
저자가 90년대를 ‘전진’의 시기로 명명한 것은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조직 노동자들의 전국 조직이 출범하고, 민중당 등 진보정치의 구심들이 태어나는 등 진보진영의 ‘전략적 진지’가 구축되던 시기라는 점을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90년 벽두는 전노협의 결성과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주동이 된 ‘3당 야합’이라는 상징적 사건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 시기 공장 생활을 접고 진보정치 운동 전선에 뛰어든다. ‘조직의 명령’으로 노동운동 메카인 울산으로 부부가 내려간다. 92년 백기완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노동운동, 진보정치 운동 내부의 논쟁과 균열의 실상도 함께 드러난다. 진보정치의 ‘쓴 맛’을 본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노동운동을 “돈을 받으면서” 하게 된다. 1993년 당시 전문노련이라는 사무전문직 노동조합에 ‘취직’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결합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민주노총의 건설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바닥이 튼튼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뛰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무대 위와 뒤의 얘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자신의 입장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전문노련과 민주노총, 그리고 97년의 국민승리21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고, 당시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90년대는 96~97년 노동법 대투쟁으로 민주노조 운동이 강력한 사회의 민주화 세력으로 부상하는 시기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97년 IMF 이후 불어 닥친 경제 위기와 대규모 해고로 자본 쪽에서 노동을 향해 강한 역공을 해온 시기이기도 하다.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속살
저자가 2000년대를 ‘혼돈’의 시대로 표현한 것은 노동운동의 부침과 진보정당 운동의 성공과 성공의 역설로 표현될 수 있는 끊임없는 분열, 그리고 그런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제는 내부 분열로 사라진 민주노동당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2000년 3월에 창당됐다.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민주노총으로 파견돼 조직과 투쟁에 관한 실무책임자로서 역할을 하는 한편,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당 건설에도 깊숙하게 결합해서 활동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조직과 투쟁 부서(조직쟁의실)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저자가 회상하는 당시 경찰과 노조 사이의 투쟁에 대한 묘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이면의 스토리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조직과 투쟁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로 지내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체험도 책 읽은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가 중심이 돼 경찰이 둘러싼 명동성당에 노동조합 지도부를 들여보낼 수 있었던 ‘비밀 작전’의 전모는, 이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음에 또 써먹을 수도 있는데, 만약 경찰이 이 책을 읽게 되면 그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아쉽지만 말이 되는 이유다. 또한 저자가 민주노동당이 분열되기 이전 4년 동안 중앙당 당기위원으로 일했던 시기의 여러 가지 사례들은 진보정당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한 자신이 특정 정파에 회원이었던 저자가 보는 정파에 대한 입장, 내부 갈등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역사적 기록 넘어 소통의 도구되기를
분열과 갈등, 노동운동의 무력화와 고립화 등 2000년대에 들어서 크나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위기의 핵심일 수도 있다. “감옥에 있을 때 컵라면 용기에 꽃씨를 심은 적이 있다. 단지 물만 주었을 뿐인데 어느 날 거기서 백리향의 새싹이 올라왔다.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꽃이 피리라는 낙관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당장 지금의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 이유다. 2013년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디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저자가 책을 마치며 다지는 다짐이며, 묻는 질문이다. 광주 세대와 촛불 세대의 대화가 이 책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대화를 위한 소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80년대를 청춘으로 살았고, 이제 청춘이 된 자녀들을 가진 사람들과 그 자녀들을 위한 『아빠의 현대사』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을 넘어 세대 간 소통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책이다.
추천의 글
‘아빠의 현대사’가 연재될 때 내용을 복사해서 아들에게 읽기를 권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랑하고 투쟁했던 수많은 아빠들의 청춘을 이 땅의 아들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 김창희 (52세)
이 책에서 여러 명의 ‘이근원’을 봤다. 저항을 위해 안락한 가정의 문을 닫아야 했던 많은 선배들로 인해 세상이 이만큼 따듯해졌고 조금은 나아졌음에 감사한다. 그 길에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혼돈’ 이후의 시대에 희망을 건다. - 오승희 (36세, 노동운동가)
《레디앙》 연재 때부터 읽고 또 읽었다. 출력해서 주변 사람들과 같이 봤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가슴에 와 닿는 책은 없었다. 우리 노동 현실은 아직 어둠 속에 있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게 해주는 책이다. - 최차섭 (50세, 회사원)
선배 세대를 ‘꼰대’라 부르면 비난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의미 없다. 그들의 삶이 가지는 역사적 맥락을 고민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간단하지 않지만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글은 청년 세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 김민수(22세, 대학생)
▣ 작가 소개
저자 : 이근원
원래는 교사가 꿈이었으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학생운동 이후 용접을 배워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하다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만났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드물게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양쪽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졌다. 젊은 날의 ‘선택’이 혹시 치기가 아닐까, 환갑이 될 즈음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음을 가장 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에서 만나 활동을 같이 한 사람과 결혼하고, 현재 대학생 은지와 중학교 2학년 은수가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
그림 : 이은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더니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다니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 단병호, 양경규
프롤로그
1부 저항 : 1980년대
1980년 5월 광주
저항의 시작
나를 던진 우리들
0.72평에 갇힌 청춘
학교를 거부하고 공장으로 가다
항쟁의 씨앗들
항쟁은 도둑처럼 오고 있었다
10년을 바꾼 몇 달
공장에서 맞은 아버지의 죽음과 결혼
순식간에 지나간 저항의 10년
2부 전진 : 1990년대
전노협 건설과 진보 정당 운동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으로
돈 받고 운동하는 행복
민주노총 건설
96~97년 노동법 개정 투쟁
총파업 성과를 노동자 정치 세력화로
국민승리21과 97년 대선
IMF의 일방적인 노동자들의 희생
공포와 분노의 시대
30년 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
3부 혼돈 : 2000년대
아, 민주노동당
우리나라가 싫었다
명동성당에 진입하라
봄날은 간다
붉은 악마와 노무현의 시대
17대 총선과 전진
비정규직들, 투쟁의 전면에 나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위기
물불 안 가리는 이명박 정부
2010년대와 진보 정당, 그리고 죽음들
에필로그
『아빠의 현대사』를 쓴 이근원이 대학에 들어간 해가 1980년이었다는 것은 우연일 수 있겠지만, 그 이후의 삶은 그에게 필연적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것은 학문도, 낭만도 우정도 아니었다. 군인 전두환이었고 군사정권의 폭력이었으며, 최루탄이고 데모였다.
386이 아니라 광주 세대
정확하게 386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저자는, 하지만 자신이 386세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광주 세대라고 말한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가장 강력한 충격을 준 상대방은 광주였고, 그의 이후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광주였다. 이제 대학생이 된 촛불 세대인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된 이 책의 내용은 두 딸의 아빠가 된 이근원이 2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살아 온 자신의 삶과 투쟁에 관한 30년 동안의 기록이다. 하지만 자서전 이상의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아빠의 현대사』는 사랑하는 두 딸에게 자신의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은 한 아빠의 인간적인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기록의 역사적 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 단병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 땅에는 수많은 이근원이 존재한다. 높은 연단의 화려한 조명은 이들의 몫이 아니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커다란 무대를 직접 만들고, 그 무대 위 사람들이 앉을 의자를 나르고, 그들이 받을 조명을 설치하는 일처럼, 빛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 책은 힘들지만 자부심이 있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보다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싸운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386세대가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도 486, 586으로 ‘변명(變名)’하면서 80년대 저항한 사람들 전체의 투쟁의 성과를 특정한 몇몇 사람 또는 분파들이 전리품처럼 챙기면서 정치적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그리고 386세대라는 명명법 자체가 노동을 실종시키고 대학생만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저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하필이면 나는 그 해,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된 나는 지긋지긋한 입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린다. 잘 읽지도 않는 『한국문학사』를 일부러 옆구리에 끼고, 갓 배우기 시작한 담배를 물고, 짐짓 심각한 척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 신입생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물줄기는 이런 낭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책은 3부로 이뤄지고 있으며 각 부는 각각 ‘저항’, ‘전진’, ‘혼돈’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 1990년, 2000년대 시기의 사건들과 저항들이 기록돼 있다.
2년 3개월의 감옥 생활과 위장 취업
1부는 저자가 대학교에 입학한 80년부터 10년 동안의 기록이다. 저자는 ‘철부지’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한다. 이 시기 동안 그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의 결과 2차례의 연행과 2년 3개월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고 그 시절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장에 들어간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생만 가지고는 안 되며,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현실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 깨닫는다.
감옥 생활과 이른바 ‘위장 취업’의 실상 등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재현되면서 그것들의 의미를 오늘의 입장에서 따져보기도 한다. 또한 화염병을 리어카에 실어 나르면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80년대는 87년 6월 시민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나, 야권의 분열로 군부 잔존 세력들의 수명이 연장되고 정치는 심각한 지역 균열구조를 낳았다. 이는 90년대의 진보정치 운동의 싹이 틀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진보정치의 쓴 맛을 보다
저자가 90년대를 ‘전진’의 시기로 명명한 것은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조직 노동자들의 전국 조직이 출범하고, 민중당 등 진보정치의 구심들이 태어나는 등 진보진영의 ‘전략적 진지’가 구축되던 시기라는 점을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90년 벽두는 전노협의 결성과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주동이 된 ‘3당 야합’이라는 상징적 사건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 시기 공장 생활을 접고 진보정치 운동 전선에 뛰어든다. ‘조직의 명령’으로 노동운동 메카인 울산으로 부부가 내려간다. 92년 백기완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노동운동, 진보정치 운동 내부의 논쟁과 균열의 실상도 함께 드러난다. 진보정치의 ‘쓴 맛’을 본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노동운동을 “돈을 받으면서” 하게 된다. 1993년 당시 전문노련이라는 사무전문직 노동조합에 ‘취직’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결합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민주노총의 건설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바닥이 튼튼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뛰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무대 위와 뒤의 얘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자신의 입장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전문노련과 민주노총, 그리고 97년의 국민승리21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고, 당시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90년대는 96~97년 노동법 대투쟁으로 민주노조 운동이 강력한 사회의 민주화 세력으로 부상하는 시기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97년 IMF 이후 불어 닥친 경제 위기와 대규모 해고로 자본 쪽에서 노동을 향해 강한 역공을 해온 시기이기도 하다.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속살
저자가 2000년대를 ‘혼돈’의 시대로 표현한 것은 노동운동의 부침과 진보정당 운동의 성공과 성공의 역설로 표현될 수 있는 끊임없는 분열, 그리고 그런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제는 내부 분열로 사라진 민주노동당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2000년 3월에 창당됐다.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민주노총으로 파견돼 조직과 투쟁에 관한 실무책임자로서 역할을 하는 한편,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당 건설에도 깊숙하게 결합해서 활동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조직과 투쟁 부서(조직쟁의실)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저자가 회상하는 당시 경찰과 노조 사이의 투쟁에 대한 묘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이면의 스토리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조직과 투쟁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로 지내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체험도 책 읽은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가 중심이 돼 경찰이 둘러싼 명동성당에 노동조합 지도부를 들여보낼 수 있었던 ‘비밀 작전’의 전모는, 이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음에 또 써먹을 수도 있는데, 만약 경찰이 이 책을 읽게 되면 그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아쉽지만 말이 되는 이유다. 또한 저자가 민주노동당이 분열되기 이전 4년 동안 중앙당 당기위원으로 일했던 시기의 여러 가지 사례들은 진보정당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한 자신이 특정 정파에 회원이었던 저자가 보는 정파에 대한 입장, 내부 갈등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역사적 기록 넘어 소통의 도구되기를
분열과 갈등, 노동운동의 무력화와 고립화 등 2000년대에 들어서 크나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위기의 핵심일 수도 있다. “감옥에 있을 때 컵라면 용기에 꽃씨를 심은 적이 있다. 단지 물만 주었을 뿐인데 어느 날 거기서 백리향의 새싹이 올라왔다.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꽃이 피리라는 낙관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당장 지금의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 이유다. 2013년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디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저자가 책을 마치며 다지는 다짐이며, 묻는 질문이다. 광주 세대와 촛불 세대의 대화가 이 책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대화를 위한 소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80년대를 청춘으로 살았고, 이제 청춘이 된 자녀들을 가진 사람들과 그 자녀들을 위한 『아빠의 현대사』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을 넘어 세대 간 소통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책이다.
추천의 글
‘아빠의 현대사’가 연재될 때 내용을 복사해서 아들에게 읽기를 권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랑하고 투쟁했던 수많은 아빠들의 청춘을 이 땅의 아들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 김창희 (52세)
이 책에서 여러 명의 ‘이근원’을 봤다. 저항을 위해 안락한 가정의 문을 닫아야 했던 많은 선배들로 인해 세상이 이만큼 따듯해졌고 조금은 나아졌음에 감사한다. 그 길에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혼돈’ 이후의 시대에 희망을 건다. - 오승희 (36세, 노동운동가)
《레디앙》 연재 때부터 읽고 또 읽었다. 출력해서 주변 사람들과 같이 봤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가슴에 와 닿는 책은 없었다. 우리 노동 현실은 아직 어둠 속에 있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게 해주는 책이다. - 최차섭 (50세, 회사원)
선배 세대를 ‘꼰대’라 부르면 비난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의미 없다. 그들의 삶이 가지는 역사적 맥락을 고민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간단하지 않지만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글은 청년 세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 김민수(22세, 대학생)
▣ 작가 소개
저자 : 이근원
원래는 교사가 꿈이었으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학생운동 이후 용접을 배워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하다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만났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드물게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양쪽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졌다. 젊은 날의 ‘선택’이 혹시 치기가 아닐까, 환갑이 될 즈음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음을 가장 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에서 만나 활동을 같이 한 사람과 결혼하고, 현재 대학생 은지와 중학교 2학년 은수가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
그림 : 이은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더니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다니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 단병호, 양경규
프롤로그
1부 저항 : 1980년대
1980년 5월 광주
저항의 시작
나를 던진 우리들
0.72평에 갇힌 청춘
학교를 거부하고 공장으로 가다
항쟁의 씨앗들
항쟁은 도둑처럼 오고 있었다
10년을 바꾼 몇 달
공장에서 맞은 아버지의 죽음과 결혼
순식간에 지나간 저항의 10년
2부 전진 : 1990년대
전노협 건설과 진보 정당 운동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으로
돈 받고 운동하는 행복
민주노총 건설
96~97년 노동법 개정 투쟁
총파업 성과를 노동자 정치 세력화로
국민승리21과 97년 대선
IMF의 일방적인 노동자들의 희생
공포와 분노의 시대
30년 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
3부 혼돈 : 2000년대
아, 민주노동당
우리나라가 싫었다
명동성당에 진입하라
봄날은 간다
붉은 악마와 노무현의 시대
17대 총선과 전진
비정규직들, 투쟁의 전면에 나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위기
물불 안 가리는 이명박 정부
2010년대와 진보 정당, 그리고 죽음들
에필로그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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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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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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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