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의 경성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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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민윤식
출판사항인디북, 발행일:2013/04/25
형태사항p.213 46판:20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856139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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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어린이날에 맞추어 출간되는 소파 방정환의 『경성 만담』

운현궁 건 너 편에는 ‘세계 어린이 운동의 발상지’가 있다. 이곳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활동하던 곳으로 1923년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고,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과 어린이인권선언문을 제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미래를 열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 길을 열어 주도록 합시다. 우선 그 시작으로 어린이날을 만드는 것이 좋겠소. 1년에 한 번이라도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자유를 마음껏 주어야 합니다. 일 년 중에 날씨가 가장 좋고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이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5월의 첫날이 좋겠어요.”
이에 1923년 5월 1일,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방정환은 어린이를 위한 잡지 《어린이》를 창간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던 타고난 이야기꾼 방정환, 인디북에서는 그의 미공개 작품들을 발굴하여 많은 대중들에게 재치가 번뜩이면서도 요즘 세태와 비교해 그리 다를 것도 없는 이야기들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흔히들 방정환은 아동을 위한 글만을 썼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이번 작품은 중고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들이다. 방정환은 당시의 여러 가지 잡지에 나름의 개성과 주제를 가지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정감어린 느낌과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전해 주는 이야기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할 줄 아는 이야기꾼만이 가질 수 있는 능란한 유머와 예기치 않은 반전을 독자로 하여금 만끽하게 해 준다.
우리 민족을 울리고 웃겼던 뛰어난 작품들을 썼던 방정환은 여전히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동화라는 장르를 탄생시켰으며 짧은 생애 동안 남다른 애착으로 이 분야를 개척하고 발전 시켰던 그를 재조명해서 올바르고 깊이 있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개벽》, 《별건곤》, 《신여성》 등에 연재했었던 「은파리」를 실었다. 「은파리」의 인기는 당시로서는 폭발적이었다. 이는 은파리를 의인화해 이야기를 엮어가는 ''풍자 동화''이긴 하지만 방정환이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발휘한 작품이기 때문에 주목된다.
그리고 읽는 재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호랑이똥과 콩나물」이 있다. 제목부터 독특하고 낯선 이 작품은 《학생》지에 연재되었으며 방정환의 작품 세계를 넓히는 데 큰 몫을 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커다란 역할을 해낸 방정환의 작품 『경성 만담』이 과거나 현재나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과 사회를 풍자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잊지 않는 방정환 특유의 글맛을 독자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불쌍하고 외롭고 무식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경성 만담』

『경성 만담』에는 불쌍한 사람, 외로운 사람, 따뜻한 사람, 무식한 사람, 엉뚱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는 항상 소파 방정환의 따뜻한 눈길과 유머가 흐르고 있다.
평생 동화를 즐겨 쓰고 남에게 얘기해 주기를 좋아했다는 소파 방정환의 평범한 듯하지만 맛깔진 이야기는 요즘 작가들이 쓰는 동화에 비교해 손색이 없다. 오히려 작품성이나 재미는 더욱 빼어나다.
이 책의 제일 첫 작품인 「여류 운동가 까마중 스타」는 시종일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인데 우선 주인공의 캐릭터부터 독특하고 재미있다. 학교에서 테니스를 하는 까마중은 이름만 여자이지 남자보다 더 우람하게 생긴 몸을 가진 여학생이다. 그녀가 무심코 휘두른 손놀림에 나자빠지는 사람들, 그러나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닌 만큼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다.
「천하명약 검은 고양이」에서 보여주는 반전도 예사롭지 않다. 마을에서 인심을 잃은 악명 높은 의원이 한낱 도적에게 보기 좋게 당한다는 내용이다.
「금발 낭자」는 마리아나 아씨가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치렁치렁한 머리를 자르게 되기까지의 사건을, 「우유배달부」에서는 소년의 꿋꿋한 인생살기가 펼쳐지며, 아버지의 영혼으로 착각했던 딱정벌레 덕분에 목숨을 살린 기관사와 기관차를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 영혼은 딱정벌레」 등 하나같이 기발한 착상과 재미, 거기에다 우리의 옛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와 비교할 수 없는 재미와 가치를 지닌 작품이 실려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호랑이똥과 콩나물」과 「은파리」

바로 「호랑이똥과 콩나물」과 「은파리」이다.
먼저 「호랑이똥과 콩나물」은 ''중학교 만화(漫話)''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유머 이야기라는 뜻일 것이다. 우스개 이야기라면 검열을 피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리 붙인 것 같다.
''호랑이똥''과 ''콩나물''이란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주인공이다.
''호랑이똥''이라면 무서운 호랑이 이미지에다 더러운 똥을 합성해서 만든 것으로 무서운 호랑이 선생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콩나물''이란 때리기 잘하는 체조선생에게 감히 붙인 별명이다. 콩나물 선생은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다. 행동한 후에도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무서운 사람이요, 교장에게는 골칫덩어리 선생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앞뒤를 재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큰코다치거나 크고 작은 화를 입는다.
삼월삼짇날이면 사람들이 악박골 물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주로 부인네들이 몇 천명인지 모르게 몰려 있는 그곳을 운동회 연습을 끝낸 3백여 명의 학생들과 콩나물 선생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콩나물 선생의 지휘 아래 전장의 군사를 방불케 하는 함성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그 외에도 콩나물 선생은 러시아 사람들과 눈싸움을 시작해 결국은 큰 싸움으로 번지게 만들고 학생들에게 나라가 이 지경인데 사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명목으로 비단옷을 전부 거두어들여 태워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콩나물 선생을 누구도 미워할 수는 없다. 학생들과 나라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마지막으로 「은파리」는 방정환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은파리」 시리즈는 ''목성(牧星)'' 혹은 ''북극성(北極星)''이라는 필명으로 오랫동안 《개벽》 《신여성》 《별건곤》 등 지면을 바꾸어가며 집필했다. 무려 7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발표된다.

압수와 판매 금지 등 상처로 얼룩진 「은파리」

이처럼 여러 잡지를 전전하며 연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맨 처음 「은파리」를 실었던 《개벽》이 불온한 내용이라는 이유 때문에 압수와 판매 금지를 반복하다가 결국 폐간되는 바람에 개벽사가 발행한 여성잡지 《신여성》에, 그 다음에는 《별건곤》에 기고를 한 것이다. 이처럼 같은 제목으로, 같은 컨셉으로 글을 싣는다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그것은 「은파리」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이 글에 대한 방정환의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해 주기도 한다.
「은파리」를 읽다 보면 다음 몇 월 호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글을 끝내는데, 그 다음 달에 그 글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원고는 썼으나 삭제 당했거나 게재하지 못한 경우이다. 그럴 때마다 비난 전화나 항의 편지 등 독자들의 성화는 대단했다. 이처럼 풍자적이고 사회 비평적인 글은 일제 치하 어떤 작가, 어떤 언론인의 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제 경찰이 왜 소년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인 방정환을 끊임없이 미행하고 감시하고 투옥하고 구금했는지 이 작품을 보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은파리」는 방정환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주의자로서의 방정환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아직껏 공개되지 않고 묻혀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권세가나 위선자를 찾아 나서는 ''고운 은빛의 파리''

은파리는 매달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일, 또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독한 목소리로 까발리고 비판하고 풍자한다. 은파리는 ''눈은 샛별 같고 몸은 총알보다 빠르고 옷을 고운 은빛으로 생겼다. 이동이 자유롭고 들킬 염려가 없는 은파리는 권세가, 위선자들을 찾아 나선다.
「은파리」는 검열과 삭제, 압수 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총독부로부터 영구 게재 중지 처분을 받게 된다.
공개되지 않은 방정환의 작품 14편이 실린 이 책은 독자를 쏙 빠져들게 할 뿐 아니라 작품성과 그 가치를 높이 살 만하다.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이나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들보다 더 슬픈 사람, 더 불행한 이들이 이 책 안에 있으므로. 소파 방정환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따뜻한 웃음과 진한 정과 용기를 전해 준다.

소파 방정환에 대하여

방정환, 그는 단순한 아동문학가가 아니었다

방정환은 단순한 아동문학가가 아니라 뛰어난 편집자, 기발한 출판기획자, 예리한 시사평론가인 동시에 천재적인 문화운동가였다.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방정환은 《어린이》 《신여성》 《학생》 같은 잡지의 주필과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여러 잡지에 많은 글을 기고했다.
《어린이》 잡지는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해서 10만 부를 발행했는데 당시 서울 인구가 32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발행부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지는 소년운동을 들불처럼 불타오르게 했고 나라 잃은 사람들에게 나라의 정체성(正體性)을 가르쳐 주었다. 돈 없고 못 배워서 불우한 환경을 비관하며 절망에 울던 소년들에게 희망을 되찾도록 해주었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를 왜 존중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주옥같은 작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아동문학가를 길러냈다. 윤석중, 마해송, 이원수, 최순애, 윤극영, 박목월, 정순철, 서덕출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33년의 짧은 생애 동안 방정환이 해낸 일

방정환은 33년 짧은 생애 동안 자주 경찰에 연행된다. 맨 처음 일제 경찰에 체포당한 것은 스물한 살 때였다. 3.1 독립운동 당시, 독립운동 활동을 알리는 지하 신문 《독립신문》을 직접 제작해서 이를 몰래 배포하다가 체포당한 것이다. 두 번째는 동경유학 시절, 친일파 실업인 민원식을 살해한 양근환 의사 사건 관련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구속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방정환에게는 이른바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 강연회마다 ''아동문제''를 강연하고 다니고 동화구연을 한답시고 독립사상을 부추기거나 손대는 잡지마다 심상치 않은 글을 싣다 보니 일본 경찰의 눈이 그를 따라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방정환이 창간을 주도한 《신청년》은 한국 최초의 문예동인지로 알려진 《창조》보다도 열흘 앞선 1919년 1월 20일에 첫 호를 냈다. 《신청년》은 방정환이 잡지 저널리스트로서 빼어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한 출판문화운동의 시작이었으며 《신여성》은 최초의 여성잡지이다. 그리고 《녹성》이라는 최초의 영화잡지도 창간하였다.

조선의 문화사업을 열정으로 이끌었던 청년 방정환

그는 동요, 동화극, 동화, 번안동화, 논문, 탐사기, 수필 등 800편에 이르는 글을 신문 잡지에 쓰며 일제 당국이 내용을 문제 삼아 일체의 강연 활동을 금지시킬 때까지, 해마다 70여 회 이상, 통산 1,000번 이상의 동화 구연과 순회강연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를 움직여 ‘비행사 안창남 귀국 비행 쇼'' 같은, 온 민족이 열광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전 세계 20개국이 참가한 ''세계아동예술전람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틈틈이 전문학교에 나가 학생들에게 아동유희도 가르치는 한편 색동회를 결성하고 전국의 소년운동 단체를 규합해서 조선소년운동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기도 한다. 10년 남짓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그는 그가 가진 아동문학가요 잡지 저널리스트로서 뿐만이 아니라 열정적인 문화사업가로서도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내용

이 책에는 「여류 운동가 까마중 스타」, 「낙화? 유수?」, 「천하명약 검은 고양이」, 「금발낭자」, 「아버지 영혼은 딱정벌레」, 「우유배달부」, 「돈벼락」, 「셈 치르기」, 「호랑이똥과 콩나물」, 「은파리」 이렇게 14편이 실려 있다.
소파 방정환이라는 작가의 유머와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대목, 그리고 재미가 뛰어나거나 세상과 인간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날카로운 눈이 드러나는 대목들을 소개해 보겠다.

「여류 운동가 까마중 스타」를 보면 거구의 몸집으로 테니스를 하는 여학생 까마중의 캐릭터를 잘 살려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오게 묘사를 했으며 큰일을 내고야 마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우스운 것은 Y선생이지요. 테니스란 어떻게 치는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늙은 신세에 요즈음은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테니스라면 좋아서 날뜁니다. 오늘도 속도 모르면서 심판원으로 모셔 앉혀진 것만 좋아서 무르팍같이 반들반들 하는 머리를 뜨거운 줄도 모르고 햇볕에 쪼이고 서서 계속 소리를 치면서 어린애같이 뛰면서 좋아합니다. … 그러자 저편에서 넘어온 공이 Y선생 머리 옆으로 지나 떨어지려는 것을 1등 선수 까마중 색시 눈을 부릅뜨고 번갯불같이 달려들면서 공을 후려쳐 넘긴다는 것이 어떻게 공교롭게 되어서
"으앗!"
하는 소리를 지르며 기운껏 후려갈기는 공채가 공은 때리지 않고 손뼉을 치면서 겅중겅중 뛰고 있는 Y선생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탁!! 쪼개져라고 들이 때렸습니다.

「호랑이똥과 콩나물」에서는 정교원도 아니고 부교원에 불과한 콩나물 선생의 웃지 못할 행각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다.

하는 수 없이 3백 명 학생은 시뻘건 물속으로 그냥 주춤주춤 행진해 나아갔다.
학생은 학생들대로 이미 물속으로 행진해 들어갔거니와 뒤에 멀거니 떨어져오던 학감 각하와 다른 선생님들은 물가까지 와보고 기절했다. 물이 이렇게 끼었으면 의논할 여부도 없이 도로 회군해 갈 것이다. 그런데 귀염둥이 콩나물 선생이 벌써 학생들을 끌고 물속으로 멀리 행진을 해놓았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하며 앙천대곡(仰天大哭)을 한 꼴이었다.
"저런 미친 사람 미친 사람. 그 사람이 미쳤어, 미쳤어. 미쳤길래 그렇지."

콩나물 선생의 진면목은 계속 이어진다.

"돌겨역!!"
하고 소리를 쳤다. 자기도 어찌나 신이 났던지 바로 마상(馬上)에 높이 앉아 장검을 빼는 듯한 맵시로 한 팔을 높이 들어 악박골 안쪽을 가리키면서 벽력보다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우아악!!!
소리를 3백여 명이 일시에 지르면서 전진해 들어가니 참말 굉장히 큰 소리라 그 안에 있던 수많은 부인네들은 난리가 나는 줄 알고 그만 혼비백산하여 에구머니 소리를 지르면서 곡성이 진동하면서 저마다 물바가지며 점심그릇, 돗자리를 그냥 던지고 산꼭대기로 거미 떼같이 흩어져 기어올라갔다. … 이튿날은 서울 장안에 소문이 쫙 퍼지되 애 떨어진 부인이 많았다고까지 돌았다. 그 덕택에 우리 콩나물 선생은 가엾게도 학감 영감의 초대를 또 받았다.
그러나 가끔 이런 재미가 있어서 콩나물 선생은 미움을 받으면서 때때로 학생들과 구수해지는 것이었다.

다음은 「은파리」의 내용이다.
「은파리」가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계층은 ''가진 자''와 ''배운 자''이다. 돈많은 자본가들과 허위의 가면을 쓴 지식인들이다. 그리고 인간 군상을 풍자하고 꼬집는다.

놈들은 자칭 만물 중에서 최영(最靈)하다고 배를 퉁긴다. 그렇지만 그 말을 믿다가는 낭패를 본다. 만물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동물은 그놈들이다. 놈들은 가장 영리한 체하고 다같이 잘살기 위해서 사회라는 것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손수 만들어 놓은 그 사회란 것이 어떻게 잘못 만들어져서 자기네의 생명을 박해하건만 놈들은 그것을 한 번 더 고쳐 만들 줄을 모른다.

속이기 잘해야 잘 살고 거짓말을 잘해야 출세를 하는 놈들의 세상에서 어디서 얼마나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잘 발라 마쳤던지, 돈푼깨나 감추어둔 덕택에 저녁밥 한 그릇 일찍이 먹고 나선 놈들은 ''내가 거짓말 선수다''하고 점잔을 뽐내면서 걸어가는 곳이 있다. 물어볼 것도 없이 감추어둔 계집의 집 아니면 술집일 것이요, 허술한 허리를 부지런히 구부리고 북촌(北村)으로, 북촌으로 곱이 끼어 올라가는 놈들은 어쩌다가 거짓말 솜씨를 남만큼 못 배워서 착하게 낳아놓은 부모만 원망하면서 도시락 끼고 밥 얻으러 다니는 패들이니 묻지 않아도 저녁밥 먹으려고 집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 작가 소개

편자 : 민윤식
소파 연구가. 출판기획자.
중학 시절, 리더스다이제스트 발행인의 수기를 읽고 잡지 발행인이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세웠다. 환일고와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20년 동안 동서문화사, 주부생활사, 두산그룹 홍보실, 경향신문사, 서울문화사 등에서 잡지 창간 편집장으로 일했고, 틈틈이 출판기획도 병행하였다. 1988년 독립해서 《마리안느》, 《잼잼》, 《루키》, 《행복》 등 잡지를 연달아 창간하기도 했다. 언론기금을 받고 글을 쓰기 위해 일제시대 잡지들을 수집하다 개벽사와 방정환 선생을 조우하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소파 연구가를 자임하며 방정환 평전과 작품 발굴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은 책으로 『일본이 앞에서 뛰고 있다』『일본에는 여자가 없다』『청빈사상-거지정승』『그래도 20세기는 좋았다』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이 책을 읽는 이를 위하여

호랑이똥과 콩나물
호랑이똥과 콩나물 1 별명은 영원하다
호랑이똥과 콩나물 2 콩나물 선생
호랑이똥과 콩나물 3 수중 강행군
호랑이똥과 콩나물 4 악박골 습격
호랑이똥과 콩나물 5 대설전!
호랑이똥과 콩나물 6 비단옷을 태우다
호랑이똥과 콩나물 7 강제 단발

늦둥이 도둑
여류 운동가 까마중 스타
낙화? 유수?
천하 명약 검은 고양이
금발낭자
돈벼락
아버지 영혼은 딱정벌레
우유배달부
셈치르기

은파리
은파리 1 거짓말쟁이 인간들
은파리 2 눈물도 가짜
은파리 3 웃기는 훼당 대감
은파리 4 노처녀 선생님의 고민
은파리 5 여학생이 바람나면

작품이 실린 곳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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