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싱싱한 채소에, 덤으로 훈훈한 정까지 드려요!
시장은 늘 왁자지껄합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안부를 주고받는 소리, 심지어 뻥튀기 기계의 “뻥” 소리까지요. 냄새는 또 어떻고요. 고소한 참기름 냄새, 군침 도는 통닭 냄새, 향긋한 과일 냄새, 비릿한 생선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요. 사람과 물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마을 시장입니다. 요즈음은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곳이지요.
이 책은 마을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동이네 가족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시작해 동이네 엄마와 아빠로 이어지는 ‘순분 씨네 채소 가게’를 중심으로, 채소 장수의 하루 일과와 시장을 찾는 손님들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 냈습니다. 더불어 시장 상인들이 일하고 나누면서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발랄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펼쳐 보였습니다.
손님들한테 그날 가장 싸고 싱싱한 채소, 과일, 생선, 고기 들을 권하고, 무쳐 먹어야 좋은지, 데쳐 먹어야 좋은지 조잘조잘 알려 주는 마음 씀씀이까지 담았습니다. ‘사람들 입에 들어갈 거니까, 영양 많고 깨끗한 걸로 팔아야지.’ 하는 마음을요.
동이네 부모님은 할머니한테 배운 대로 깐깐하게 사서, 넉넉하게 파는 채소 장수입니다. 하루하루 번 돈을 날마다 꼬박꼬박 저금해서 자식 가르치고 먹이고 부모님 모시는 성실한 생활인입니다. 30년을 장사한 할머니는 장사는 아무래도 ‘사람을 남기는 일’인 것 같다고 합니다. 오래 보는 귀한 손님도 있고, 정을 나누는 상인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을 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앞에 진열된 물건이 가장 싸고 싱싱한 제철 채소라는 것, 첫손님으로 가서 물건을 착하게 사면 덤 하나를 더 얻을 수 있고, 믿고 찾아가는 단골가게가 있다면 요리법까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 아, 마트에 손님을 빼앗긴 마을 시장들이 손님도 불러 모으려고 벌이는 노래자랑도 꼭 구경하세요. 동이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진짜로 귀에 들릴지도 모릅니다.
당근과 피망을 싫어하는 어린이라도 당근과 피망이 먹고 싶어질 만큼, 예쁜 그림으로 펼쳐진 시장 구경을 하노라면 아마 소리도 들리고 냄새도 맡을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쓰고 그린 정지혜 작가는 부모님이 가락동 도매 시장에서 오랫동안 양파를 팔았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마을 시장을 따라다니던 기억도 재미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이 시장을 다니며 꼼꼼히 취재하여, 마을 시장을 통째로 옮겨 놓은 것처럼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맛깔 나는 소리들, 알록달록 빛깔들을 신나고 힘차게 전해 줍니다.
책 뒤 부록에서는 시장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 줍니다. 한 종류의 물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도매 시장도 살짝 구경할 수 있답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채소 사세요!
동이네 엄마 아빠는 새벽마다 도매 시장으로 가서, 싱싱하고 맛 좋은 채소를 골라 옵니다. 동이네 가게에서 팔 물건들입니다. 이른 아침, 햇빛 시장은 절거덕절거걱 셔터문 올리는 소리, 천막 올리고 가게 문 여는 소리로 시작합니다. 오늘 팔 물건들을 정리하고 내놓고 다듬고 옮기며 장사 준비를 하지요.
동이네 가게도 그곳에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순분 씨네 채소 가게’. 할머니 순분 씨는 그 자리에서 삼십 년 동안 채소를 팔았습니다. 요즘은 아들 내외가 장사를 맡아 하지요. 장사 준비가 끝나면, 동이네 아빠는 마을 식당으로 채소를 배달하러 갑니다. 골목골목에서 팔려고 채소를 넉넉히 싣고 갑니다.
동이네 가게 첫 손님은 귀여운 아기와 함께 온 새댁입니다. 상인들은 첫 손님이 어떤가로 하루 장사를 가늠한대요. 물건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가면 그날은 하루 종일 그런 손님만 온다나요. 새댁은 장사 잘되라고 시원스레 물건을 사고, 엄마는 그런 손님이 고마워 덤을 줍니다. 할머니와 동이는 미용실에 머리를 돌돌 말러 갔습니다. 오늘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네요.
점심은 가게에서 먹습니다. 팔기에 못생긴 채소가 오늘의 반찬입니다. 오늘 밥상이 마음에 안 든 동이가 입을 삐죽이고 있을 때, 신흥반점 아저씨가 짜장 양념을 가져다줍니다. 동이네 단골손님입니다. 덕분에 동이는 점심을 두 그릇이나 먹었겠지요. 동이는 신흥 반점이 장사가 잘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동이네 채소도 많이 팔아 주실 거고, 맛있는 짜장 양념도 계속 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 아, 드디어 방송이 나옵니다. 오늘의 중요한 일은 바로 햇빛 시장 노래자랑입니다. 할머니랑 동이는 한참 전부터 노래 준비를 해 왔습니다. 3등 상품인 자전거가 목표입니다. 어서 노래자랑이 열리는 광장으로 가야 합니다만, 가는 길에 동이랑 할머니는 시장 구경에 정신이 팔려 버립니다. 동글동글 둥글둥글 안경들, 공주님 머리띠, 알록달록 꽃신과 꽃무늬 바지, 봉지란 봉지는 다 파는 봉지 아저씨, 탁탁탁 여덟 번만 두드리면 무엇이든 자르는 신비한 칼, 이상하게 생긴 생선들. 구경 끝에 드디어 광장에 왔습니다. 참가 번호 12번 동이의 노랫소리와 할머니의 춤사위에 구경꾼들과 시장 상인들, 손님들 모두 어깨가 들썩들썩합니다. 과연 동이는 자전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사이 엄마는 손님들한테 마늘도 골라 주고, 호박죽 맛나게 끓이는 법도 알려 주고, 단골 손님하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장사를 합니다.
엄마들이 저녁밥을 할 시간이 가까워 오면 시장은 더 붐빕니다. 동이네 엄마가 실력을 발휘할 시간입니다. 엄마는 가락을 넣어 노래 부르듯 손님을 부릅니다. 그 소리에 손님들은 가던 길도 멈추고 돌아봅니다. 엄마는 손에 저울이 달린 것처럼 물건을 집었다 하면 한 근, 두 근이고요, 머릿속에 계산기가 든 것처럼 값도 척척 계산합니다. 아무리 손님이 많이 몰려들어도, 누가 먼저 왔는지, 무엇을 얼마치 달라 했는지 다 알지요. 그러면서도 단골손님이 다른 가게 가는 것까지 다 본대요.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이제 시장 사람들이 장을 볼 차례입니다. 남은 물건을 서로 바꾸거나 나눕니다. 그러고도 남은 채소는 신문지에 덮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둡니다. 오늘 하루도 동이네 식구는 고단한 몸으로 쿨쿨 단잠을 자겠지요. 한 가득 빨아 방바닥에 널어놓은 목장갑들도 잠을 자고요.
파릇파릇 채소와 채소보다 더 싱싱한 사람들!
햇빛 시장 순분 씨네 채소 가게에는 단골손님이 많습니다. 할머니 때부터 그 자리에서 채소를 팔았으니까요. 누구나 믿고 사는 채소 가게입니다. 시장 이웃들도 정답습니다. 정육점 쌍둥이 아저씨, 옆집 과일 가게 할아버지, 주단 가게 아주머니 들입니다.
이렇게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시장 풍경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채소 가게 채소들이 싱싱하게 살아 있고, 시장 골목은 흥청거립니다. 뻥튀기 튀기는 소리며, 갓 쪄 낸 만두에서 오르는 뿌연 김, 오징어와 병어의 매끄러운 질감까지 고스란히 살려 냈습니다. 햇빛 시장을 가득 메운 흥정 소리며, 노래자랑에서 울리는 노랫소리마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시장 상인의 딸로 자란 정지혜 작가가 여러 시장을 돌며 취재하고,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정성이 그림에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과, 시장 가득 넘치는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됩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꾸려 가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큰 시장의 골목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과 가지가지 물건들, 저마다 물건을 팔고 사려는 사람들을 이야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구도로 펼쳐 보입니다. 잔뜩 늘어놓기도 하고, 과감하게 강조하기도 하면서 그림책 보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뛰어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살아 있는 인물들로 표현되었습니다.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정지혜 작가가 표현한 인물들은 제 자리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사는 우리 이웃들입니다. 친근한 생김새와 생생한 표정,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전하는 시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그 사람들을 한번쯤 마주친 것도 같은 다정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 작가 소개
글, 그림 : 정지혜
인형 놀이를 무척 좋아하는 어린이였습니다. 종이 인형에 색연필로 옷도 그려 입히고, 가방과 신발, 목걸이도 만들어, 들리고 걸고 신겼습니다. 지금도 손으로 만들고 꾸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진 찍기도 좋아합니다. 요즘은 조카 골려 주기와 바느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대학에서 만화 예술을 공부하고,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림 그리는 게 아주 재미나서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는야, 늙은 5학년』 『부슬비 내리던 장날』에 그림을 그렸고, 『다 내 거야!』를 쓰고 그렸습니다.
싱싱한 채소에, 덤으로 훈훈한 정까지 드려요!
시장은 늘 왁자지껄합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안부를 주고받는 소리, 심지어 뻥튀기 기계의 “뻥” 소리까지요. 냄새는 또 어떻고요. 고소한 참기름 냄새, 군침 도는 통닭 냄새, 향긋한 과일 냄새, 비릿한 생선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요. 사람과 물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마을 시장입니다. 요즈음은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곳이지요.
이 책은 마을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동이네 가족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시작해 동이네 엄마와 아빠로 이어지는 ‘순분 씨네 채소 가게’를 중심으로, 채소 장수의 하루 일과와 시장을 찾는 손님들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 냈습니다. 더불어 시장 상인들이 일하고 나누면서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발랄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펼쳐 보였습니다.
손님들한테 그날 가장 싸고 싱싱한 채소, 과일, 생선, 고기 들을 권하고, 무쳐 먹어야 좋은지, 데쳐 먹어야 좋은지 조잘조잘 알려 주는 마음 씀씀이까지 담았습니다. ‘사람들 입에 들어갈 거니까, 영양 많고 깨끗한 걸로 팔아야지.’ 하는 마음을요.
동이네 부모님은 할머니한테 배운 대로 깐깐하게 사서, 넉넉하게 파는 채소 장수입니다. 하루하루 번 돈을 날마다 꼬박꼬박 저금해서 자식 가르치고 먹이고 부모님 모시는 성실한 생활인입니다. 30년을 장사한 할머니는 장사는 아무래도 ‘사람을 남기는 일’인 것 같다고 합니다. 오래 보는 귀한 손님도 있고, 정을 나누는 상인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을 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앞에 진열된 물건이 가장 싸고 싱싱한 제철 채소라는 것, 첫손님으로 가서 물건을 착하게 사면 덤 하나를 더 얻을 수 있고, 믿고 찾아가는 단골가게가 있다면 요리법까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 아, 마트에 손님을 빼앗긴 마을 시장들이 손님도 불러 모으려고 벌이는 노래자랑도 꼭 구경하세요. 동이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진짜로 귀에 들릴지도 모릅니다.
당근과 피망을 싫어하는 어린이라도 당근과 피망이 먹고 싶어질 만큼, 예쁜 그림으로 펼쳐진 시장 구경을 하노라면 아마 소리도 들리고 냄새도 맡을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쓰고 그린 정지혜 작가는 부모님이 가락동 도매 시장에서 오랫동안 양파를 팔았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마을 시장을 따라다니던 기억도 재미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이 시장을 다니며 꼼꼼히 취재하여, 마을 시장을 통째로 옮겨 놓은 것처럼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맛깔 나는 소리들, 알록달록 빛깔들을 신나고 힘차게 전해 줍니다.
책 뒤 부록에서는 시장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 줍니다. 한 종류의 물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도매 시장도 살짝 구경할 수 있답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채소 사세요!
동이네 엄마 아빠는 새벽마다 도매 시장으로 가서, 싱싱하고 맛 좋은 채소를 골라 옵니다. 동이네 가게에서 팔 물건들입니다. 이른 아침, 햇빛 시장은 절거덕절거걱 셔터문 올리는 소리, 천막 올리고 가게 문 여는 소리로 시작합니다. 오늘 팔 물건들을 정리하고 내놓고 다듬고 옮기며 장사 준비를 하지요.
동이네 가게도 그곳에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순분 씨네 채소 가게’. 할머니 순분 씨는 그 자리에서 삼십 년 동안 채소를 팔았습니다. 요즘은 아들 내외가 장사를 맡아 하지요. 장사 준비가 끝나면, 동이네 아빠는 마을 식당으로 채소를 배달하러 갑니다. 골목골목에서 팔려고 채소를 넉넉히 싣고 갑니다.
동이네 가게 첫 손님은 귀여운 아기와 함께 온 새댁입니다. 상인들은 첫 손님이 어떤가로 하루 장사를 가늠한대요. 물건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가면 그날은 하루 종일 그런 손님만 온다나요. 새댁은 장사 잘되라고 시원스레 물건을 사고, 엄마는 그런 손님이 고마워 덤을 줍니다. 할머니와 동이는 미용실에 머리를 돌돌 말러 갔습니다. 오늘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네요.
점심은 가게에서 먹습니다. 팔기에 못생긴 채소가 오늘의 반찬입니다. 오늘 밥상이 마음에 안 든 동이가 입을 삐죽이고 있을 때, 신흥반점 아저씨가 짜장 양념을 가져다줍니다. 동이네 단골손님입니다. 덕분에 동이는 점심을 두 그릇이나 먹었겠지요. 동이는 신흥 반점이 장사가 잘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동이네 채소도 많이 팔아 주실 거고, 맛있는 짜장 양념도 계속 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 아, 드디어 방송이 나옵니다. 오늘의 중요한 일은 바로 햇빛 시장 노래자랑입니다. 할머니랑 동이는 한참 전부터 노래 준비를 해 왔습니다. 3등 상품인 자전거가 목표입니다. 어서 노래자랑이 열리는 광장으로 가야 합니다만, 가는 길에 동이랑 할머니는 시장 구경에 정신이 팔려 버립니다. 동글동글 둥글둥글 안경들, 공주님 머리띠, 알록달록 꽃신과 꽃무늬 바지, 봉지란 봉지는 다 파는 봉지 아저씨, 탁탁탁 여덟 번만 두드리면 무엇이든 자르는 신비한 칼, 이상하게 생긴 생선들. 구경 끝에 드디어 광장에 왔습니다. 참가 번호 12번 동이의 노랫소리와 할머니의 춤사위에 구경꾼들과 시장 상인들, 손님들 모두 어깨가 들썩들썩합니다. 과연 동이는 자전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사이 엄마는 손님들한테 마늘도 골라 주고, 호박죽 맛나게 끓이는 법도 알려 주고, 단골 손님하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장사를 합니다.
엄마들이 저녁밥을 할 시간이 가까워 오면 시장은 더 붐빕니다. 동이네 엄마가 실력을 발휘할 시간입니다. 엄마는 가락을 넣어 노래 부르듯 손님을 부릅니다. 그 소리에 손님들은 가던 길도 멈추고 돌아봅니다. 엄마는 손에 저울이 달린 것처럼 물건을 집었다 하면 한 근, 두 근이고요, 머릿속에 계산기가 든 것처럼 값도 척척 계산합니다. 아무리 손님이 많이 몰려들어도, 누가 먼저 왔는지, 무엇을 얼마치 달라 했는지 다 알지요. 그러면서도 단골손님이 다른 가게 가는 것까지 다 본대요.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이제 시장 사람들이 장을 볼 차례입니다. 남은 물건을 서로 바꾸거나 나눕니다. 그러고도 남은 채소는 신문지에 덮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둡니다. 오늘 하루도 동이네 식구는 고단한 몸으로 쿨쿨 단잠을 자겠지요. 한 가득 빨아 방바닥에 널어놓은 목장갑들도 잠을 자고요.
파릇파릇 채소와 채소보다 더 싱싱한 사람들!
햇빛 시장 순분 씨네 채소 가게에는 단골손님이 많습니다. 할머니 때부터 그 자리에서 채소를 팔았으니까요. 누구나 믿고 사는 채소 가게입니다. 시장 이웃들도 정답습니다. 정육점 쌍둥이 아저씨, 옆집 과일 가게 할아버지, 주단 가게 아주머니 들입니다.
이렇게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시장 풍경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채소 가게 채소들이 싱싱하게 살아 있고, 시장 골목은 흥청거립니다. 뻥튀기 튀기는 소리며, 갓 쪄 낸 만두에서 오르는 뿌연 김, 오징어와 병어의 매끄러운 질감까지 고스란히 살려 냈습니다. 햇빛 시장을 가득 메운 흥정 소리며, 노래자랑에서 울리는 노랫소리마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시장 상인의 딸로 자란 정지혜 작가가 여러 시장을 돌며 취재하고,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정성이 그림에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과, 시장 가득 넘치는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됩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꾸려 가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큰 시장의 골목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과 가지가지 물건들, 저마다 물건을 팔고 사려는 사람들을 이야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구도로 펼쳐 보입니다. 잔뜩 늘어놓기도 하고, 과감하게 강조하기도 하면서 그림책 보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뛰어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살아 있는 인물들로 표현되었습니다.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정지혜 작가가 표현한 인물들은 제 자리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사는 우리 이웃들입니다. 친근한 생김새와 생생한 표정,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전하는 시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그 사람들을 한번쯤 마주친 것도 같은 다정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 작가 소개
글, 그림 : 정지혜
인형 놀이를 무척 좋아하는 어린이였습니다. 종이 인형에 색연필로 옷도 그려 입히고, 가방과 신발, 목걸이도 만들어, 들리고 걸고 신겼습니다. 지금도 손으로 만들고 꾸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진 찍기도 좋아합니다. 요즘은 조카 골려 주기와 바느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대학에서 만화 예술을 공부하고,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림 그리는 게 아주 재미나서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는야, 늙은 5학년』 『부슬비 내리던 장날』에 그림을 그렸고, 『다 내 거야!』를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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