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보고서 -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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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출판사항동녘, 발행일:2010/10/25
형태사항p.356p. 국판:22CM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297636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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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G20은 세계 경제를 대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달러, 위안, 엔, 유로 등이 벌이는 환율 전쟁 속에서 재물이 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G20에 참여하지 못한 수많은 지구촌 주민들의 번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TV에서 G20 손님맞이 예절교육을 하며 G20 정상회의를 마치 세계관광대회인 것처럼 공익광고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처참한’ 느낌마저 든다. 자신들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중차대한 위기들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제시해야 할
주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은 조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G20이라는 기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G20에서 다루고 결정하려고 하는 의제들 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것은 문제다. 그동안 막무가내로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정책들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민중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 이것에 대한 대안체제를 모색하고 현실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고통은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스티글리츠 보고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왜 G20이 아닌 유엔이 세계 경제를 대표해야 하는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위기만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고 대단한 파장을 일으킨 위기는 없었다. 신자유주의 체제 총지배인 역할을 맡았던 그린스펀마저도 이 사태를 “세기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가 터지자, 주요 국가 정부들은 전 세계적 차원의 국가 공조를 통해 이 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대응 주체를 G20으로 결정한다. 그렇지만 모두 알다시피 G20의 공조체제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더군다나 여기에는 이번 위기를 일으킨 주범(선진국)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려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G20은 세계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주체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경제 위기로 인해 약소국과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는 도덕적 책임 문제가 개입된다. 개도국들은 미국인들이 자국 경제를 잘못 운영해 발생시킨 결과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 선진국들의 도덕적 책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개도국에게 적절한 안정장치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자유화 정책을 강요했다. 이런 정책들이 결국 약소국과 개도국들을 엄청난 위험에 노출시켰다. 선진국들은 수천 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민들을 보호하지만, 약소국과 개도국들은 재원 부족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광범위한 국제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누가 앞장설 것인가? 미국은 그럴 수 없다. 미국은 잘못된 정책을 펼쳐왔고, 이번 세계적 혼란을 야기한 주범이기도 하다. IMF 또한 마찬가지다. IMF는 적절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이번 위기를 감지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IMF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G20은 어떨까? 그런데 전 세계에는 192개의 나라가 존재한다. 20개국의 모임은 결국 나머지 172개 나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말 것이다. G20이 세계 GDP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결코 이들이 대표성이나 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밖의 나라들이 왜 이 모임에 끼지 못했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기도 하다. 즉 약소국과 개도국이 완전히 외면당한 모임인 것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으면서 정당성을 갖춘 국제기구는 유엔밖에 없다. 유엔에서만큼은 가난한 나라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낼 수 있고, 형평성과 정의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 국가(G127)를 모두 대표하는 유엔이 세계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2008년 유엔총회 의장 미겔 데스코트 브로크만은 이번 위기를 타개할 대안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 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위원회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스무 명가량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으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는 1997~98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때 말레이시아가 IMF의 도움 없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공헌한 제티 아크타 아지즈 전 중앙은행총재와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성을 제시한 일본의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차관, 중남미에서 단기자본의 유출입 통제 시스템 도입을 주도한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위기가 미치는 여파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2009년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렇게 ‘스티글리츠 보고서’가 탄생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제도적 ?치의 개혁이 임의로 선출된 (그것이 G7, G8, G10, G20 등 무엇이든) 그룹에 의해 결정되면 절대로 안 된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공조를 통해 다함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전 지구적 대응은 국제 공동체 전체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위기의 대응 기구는 지구상의 192개국(G192) 모두의 대표를 아울러야 한다.”

“세계적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어 마련한 유일한 대안책”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여러 대안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신자유주의 체제, 즉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를 다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즉 지금까지 나온 대안들은 모두 ‘반대’를 위한 것이었다. 그만큼 대안은 단편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글리츠 보고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그것은 현 자본주의 내에서 시도할 수 있는 대안들이다. 또한 ‘세계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정신이며,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도 말한다. 보고서는 이런 ‘글로벌’한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더 민주적이며,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모색한다. 금융, 통화, 국제기구, 세계체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문제들 등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에너지, 식량 문제까지 세세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 공식적인 대안책인 셈이다. 그리고 인류 전체가 도모해야 할 대안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고서는 주장한다. 이런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민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세계적 공조를 통해 각종 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에게 밝은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스티글리츠는 전문가 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장점을 말한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 솔직할 수 있고, 책임의 소재를 놓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해결책에 관해서도, 전문가 위원회는 일부 나라들이 자국의 특권적 이익이 침해될까봐 꺼려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주저하지 않고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즉각적으로 정책으로 전환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의제를 설정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티글리츠가 G20을 유엔으로 흡수하자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위기를 독립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인류 전체가 직면한 여러 종류의 거대한 위기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빈곤과 기아문제 등 일련의 전 지구적 위기와의 연관 속에서 경제 위기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며, 유엔만이 이런 총체적 난제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체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대안 체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 경제는 왜 위기에 빠졌는가?”
스티글리츠는 이번 위기가 어쩔 수 없는 재해로 규정돼서는 안 되며, 분명 인재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이념, 이론적 전제, 그에 따른 정책적 실패, 제도적 장치의 결점, 규제 실패 등 한마디로 체제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실패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의 극복은 단순히 금융이나 경제지표의 호전이 아니라 체제 전체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우리가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위기에 대한 적절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정책과 경제이론 모두 이번 경제 위기 발생에 일조했는데, 문제투성이의 정책들은 위기를 생성시켰고, 위기가 발원지에서 세계 전체로 퍼지게끔 가속화하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오류들의 근저에는,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모두에서 지난 25년간 유행했던 (종종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근본주의라 불리는) 경제 철학이 놓여 있었다. 문제성이 다분한 이들 이론들은 사적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각종 의사결정들을 왜곡시켰으며,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많은 정책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시장이 자율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따라서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등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국가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 모두에서 여러 기관들과 제도적 장치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또한 위기의 주요 요소로 작동했다. 국제기구의 본성, 지배구조, 그리고 전제로 삼고 있는 경제 철학과 모델이 가지고 있는 여려 결점들은 위기가 터지는 것을 예방하지 못했고, 위기를 야기한 여러 문제점들을 미리 감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국제기구들은 조기 경보를 울리지도 못했고, 위기가 구체화된 이후에도 위기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이 밀어붙인 몇몇 정책들이 위기가 발발하고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25년여 동안 세계경제는 몇몇 주목할 만한 성과도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면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문맹률을 낮추었으며, 보건 상태를 개선하는 등 실로 많은 혜택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몇몇 국가들이 좋은 성과를 보인 반면, 다른 국가들은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러 나라에서 심화되는 불평등, 급속한 자원 고갈, 환경 훼손 등을 야기했다.

“세계 경제가 해결해야 할 8가지 주제들”
이 보고서는 8가지 주제를 관통하며 진행된다.
첫 번째,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가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허약한 유효수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 이번 위기를 ‘글로벌’ 위기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 역시 전 세계적 관점에서 행해져야 한다. 위기 이전의 기간 동안 세계 경제의 주요 특징이었던 불균형 문제가 그렇게까지 계속 지속될 필연성은 없었다. 하지만 엉성하게 설계된 대응방식으로 인해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말았다. 높은 세계적 변동성과 더불어 개도국들이 이로 인한 위험성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있게 보조하는 국제적인 장치들이 부재했기 때문에, 수출 주도형 전략을 펼쳐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던 개도국 대부분이 스스로 자가 보험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높은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쌓도록 만든 여러 동기 중 하나이며, 이 또한 글로벌 수요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세 번째, 세계적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위기(1990년대) 기간 동안 취한 대응 방식과 선진국이 현재 위기에 취한 정책의 차이에서 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 차이는 결과적으로 개도국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비대칭적 대응은 개도국이 더 큰 변동성을 겪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로 인해 개도국들은 성장과 빈곤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더 높은 자본비용을 치러야 했다. 더욱이 빈곤 국가들은 게임의 룰을 설계하는 데 거의 발언권이 없다는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더 심각해졌다.
네 번째, 금융 분야가 낮은 거래비용으로 자본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체계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들은 시장근본주의에 미혹되어, 경제이론과 역사적 경험이 주는 교훈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교훈은 다름 아니라, 만약 금융 분야가 금융 본연의 핵심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다섯 번째, 경제적 세계화가 그것을 잘 관리하기 위한 정치제도의 발전보다 훨씬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경제 통합은 경제적인 상호의존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잘 예증해주고 있듯이, 세계적인 공동 행동의 필요성도 그만큼 더 높아진다. 이번 위기가 글로벌 위기임에 반해, 정책적 대응은 국가적 수준에서 설계되었다. 파산문제부터 경쟁 정책, 금융시장 규제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가 주관하여 지금까지 다루어왔던 모든 영역이 이젠 세계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제도적 장치들은 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여섯 번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외부효과의 만연인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이 바로 왜 시장 그 자체가 반드시 안정적거나 효율적일 수 없는지를 설명해주는 시장 실패의 하나이다. 이들 외부효과는 국가 내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도 만연해 있다. 금융기관 하나가 실패하면 다른 기관들도 덩달아 취약해진다. 금융 시스템이 핵심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 엄청난 비용이 초래된다. 즉, 경제 자체는 물론, 납세자들, 주택보유자들, 노동자들, 은퇴자 등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그리고 세계 전체가 앞으로 수년 동안 금융기관들의 실수로 초래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의 실수는 다른 국가들에도 많은 비용을 초래했다. 이번 경우에는, 몇몇 선진국들의 실수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부과했다. 제대로 된 세계화였다면 개도국들을 이런 문제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도록 기능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금융시장이었다면 이러한 리스크를 약자에게서 강자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일곱 번째, 혁신에 대한 것이다. 금융 시장은 스스로의 혁신성에 대해서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더 높은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혁신을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이 직면한 리스크를 더 잘 관리하게끔 해주며, 리스크가 약자로부터 강자로 효율적으로 이전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사실, 혁신이라 불리는 것 일부는 문제를 오히려 더욱 심화시켰다.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더 확대했고,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리스크의 평가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 또한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여덟 번째, 우리가 현재의 긴급성에 급박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기저에 깔린 문제들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위기의 순간은 종종 좀처럼 오지 않는 근본적인 개혁의 기회를 제공하곤 했다. 물론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현재의 권력 구조는 위기상황에 대해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위기 이전보다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권력의 집중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은 과거에도 일어났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마불사의 논리를 가진 은행들이 자신들의 몫을 전보다 더 증가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를 개혁하기 위한 기본 원칙들”

시장과 정부 사이의 균형 회복
이번 위기는 부분적으로 금융시장의 과도한 규제완화의 결과였다. 세계 경제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려면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복원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세계 경제 위기와 세계 기후 위기가 결합되어 복합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외부성에 대해서도 국가적 차원과 세계적 차원에서 집단적 대응을 도모할 수 있다.

더 명확해져야 할 투명성과 책임성
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전보다 더 확연한 투명성이 요구된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의사결정 과정에 광범위한 참여보장 등 민주적 원칙들이 존중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위기에 대처하면서, 많은 정부들이 불투명한 행동을 취하고, 중앙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민주주의적 책임성을 별로 보이지 못했다. 제한된 범위의 민주적 책임성만을 가진 일부 중앙은행들은 의회의 승인도 없이, 납세자들을 엄청난 위험에 빠트린 금융기관을 납세자들이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장기적 전망에 조응하는 단기 행동들
정책적 대응을 취할 때, 다른 나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으로 현재의 위기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거나, 미래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서도 안 된다.

분배적 여파에 대한 평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포함해 모든 경제정책은 한 국가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분배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90년대 후반의 금융·경제 위기는 빈곤문제에 대해 악영향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채택된 전략은 종종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지금까지 시행되었던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과 구조 조정은 모두 소득과 부의 재분배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위기에 대한 올바른 거시경제적 대처방안은 이자율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일 텐데, 이 경우에 위험한 증권에 투자하지 않고, 단·중기 국가채권에 신중하게 투자했던 은퇴자들의 소득이 급감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동아시아 위기에서는 반대로 높은 이자율이 국제적 지원의 선제조건으로 강제되었다. 부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많은 소기업들은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세계 불균형과 비대칭성이 심화되는 것을 피하라!
세계 경제에 커다란 불평등이 존재하고, 세계 경제의 기본 틀에는 거대한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도입하려는 조치들이 가져야 할 목적은 이러한 불평등과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지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위기 때면, 선진국에서는 경기 역행적 정책들이 추구되는 반면, 개도국에서는 경기 순응적 정책들이 추진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이유는 개도국의 경우 경기 역행적 정책을 취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근본주의를 경계하라!
지난 4반세기 동안 세계화에 대한 지지와 그에 따른 경제정책의 변화는 (예를 들어, 탈규제는) 특정 이해세력에 의해 추동되었다. 이들이 추진한 변화는 특정한 경제 신조를 전제하고 있었는데, 그 이론적 기초와 경험적 기반에 문제가 많았다. 근대 경제 이론은 시장근본주의에 깔려 있는 기본 이념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다. 시장이 규제받지 않으면 효율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과 시장이 자율 조정 기능이 있고 안정적이라는 생각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경제 위기 역시 이러한 경제 신조와 관련해 여러 심도 깊은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대안적 이론과 이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앞으로의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말로 건실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제 신조에 의존하여 결론이 도출되고, 정책 처방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계 경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 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
스티글리츠는 이번 글로벌 위기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신조의 문제점, 경제적 세계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정치적 세계화 (즉, 규제체제와 위기관리체제의 부재), 국내외의 불평등도 증가와 그로 인한 총수요의 위축 (더불어 사회보호 체계의 약화), 친자본적 조세정책으로 인한 재정정책 위축, 글로벌 불균형 문제, (특히 개도국에서의) 자동안정화 체계 약화로 인한 체제적 불안정성 심화 등을 꼽고 있다. 스티글리츠의 대안체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글로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정치경제 체제이다. 그는 세계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지만, 이에 걸맞은 민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작금의 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으로 보고, 유엔 산하에 세계경제협력위원회를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세계적 정책 공조를 펼쳐, 지속 가능한 성장, 개도국들과 사회적 취약 계층들이 형평성과 공정함을 느낄 수 있는 세계 공동체를 이루자고 주장한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대안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금융규제 개혁
금융시장은 유별나게 외부효과가 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경우 개인적인 유인과 사회적인 편익 사이에 괴리가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체계를 통해 사회적 이익과 사적 이익이 보다 더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거시경제 안정성 및 성장의 증진, 희소한 자본의 효율적 배분, 형평성의 증진, 규제 실패의 영향을 완충해주는 공공금융의 보호를 이루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 금융의 안정성을 굳건히 함으로써 경제적인 안정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스티글리츠가 금융개혁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규제기구의 개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감독기구를 만들 때면, 규제대상이 되는 집단의 이해와 관점에 감독기구가 포획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중소기업, 연금생활자, 소비자, 여타의 사회적 이해당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규제체제가 구조적으로 거품을 지속시킴으로써 이득을 얻는 자들의 목소리만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금융 감독기구의 설립을 통해, 규제자들의 포획 문제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스티글리츠는 거시 경제적 사안에 집중하는 새로운 중앙은행(New Central Bank, NCB)과 미시적 사안에 초점을 두고 움직이는 금융감독위원회(Financial Regulatory Authority, FRA)로 재편할 것을 제안한다.

국제기구 개혁
스티글리츠는 잘못된 경제신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융·경제 정책을 전 세계적으로 유포시킨 IMF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존 기구들의 개혁은 물론 그를 대체하거나 총괄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기구의 설립을 주장한다. 그는 그 모델로서 국제전문가자문단의 도움을 받는 세계경제협력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기구는 지금까지 무시되어왔던 경제의 외부성에 기인한 여러 문제들(금융 불안정성, 환경문제, 글로벌 불평등·빈곤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글로벌 공공재의 확립을 위한 필수 기구로 제안한다.

세계통화체제의 혁신
미국 달러 중심 세계통화체제 역시 이번 글로벌 위기의 근원적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일국의 국가통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함으로써 소위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달러가 기축통화로 쓰이려면, 달러가 해외로 지속적으로 유출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줘야 한다. 이는 글로벌 불균형을 구조화시킬 수 있고, 달러의 신뢰성을 침식할 수도 있어, 잠재적인 글로벌 불안정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국제적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스티글리츠는 현 체제는 개도국이 외환보유고를 쌓아 국제적인 금융의 변동성에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불균형의 균형이라는 아슬아슬한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위기의 재발을 막고 건실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통화체제의 개혁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 작가 소개

저 : 조지프 스티글리츠
Joseph E. Stiglitz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MIT에서 폴 새뮤얼슨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조교수가 되었고, 불과 27세에 예일대학교 정교수가 되었다. 듀크대학교, 스탠포드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36세에는 일명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뛰어난 연구업적을 쌓은 소장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1995~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역임했고, 1997~2000년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2001년, 정보 비대칭성 시장에 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보경제학이란 새 분야를 개척한 이론가이자 백악관과 세계은행 등에서의 행정경험을 지닌 거물 실무가인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엘리트코스를 거치고 세계 경제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주류 경제권력의 잘못된 행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학자적 명성만큼이나 반골적 성향으로 유명한 그는 미국 행정부와 국제경제기구가 주도하는 지금까지의 세계화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개발도상국과 빈곤국가들을 옹호해온 대표적인 인사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 나라에 자본개방, 고금리, 긴축재정 등을 처방한 IMF과 미국 재무부의 조치를 통렬히 비판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바 있다. 저서로는 『세계화와 그 불만』을 비롯해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시장으로 가는 길』 『스티글리츠의 경제학』 『스티글리츠의 거시경제학』 『스티글리츠의 미시경제학』,『경제학자들의 목소리』 등이 있다.

저자 : 세계 통화와 금융 체제의 개혁을 위한 유엔총회 전문가 위원회
제63차(2008.09~2009.09) 유엔총회 의장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이 자신의 수석 자문 위원이던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협의해 글로벌 위기에 대한 대응방안과 대안적 세계 금융 경제 체제를 모색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기구다. 2008년 10월에 유엔총회 의장의 한시적 직속 기구로 설립된 이 기구는 21명의 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2009년 6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역자 : 박형준
서울대학교 토목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사회정치사상 석사학위를 받았고, 캐나다 요크대학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상임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진보금융네트워크 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불경한 삼위일체: IMF, 세계은행, 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가 있다.

▣ 주요 목차

발간에 부쳐
세계 경제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

머리말
‘스티글리츠 보고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갈 길 - 조지프 스티글리츠

1장 들어가며 ? 다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위기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전 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G7, G20 등 소수 그룹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부적절한 정책들이 추진된 이유를 추적해야 한다
개도국들에게 보상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위기 대응을 위한 몇 가지 기본 원칙들
개도국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

2장 거시경제의 이슈들
위기의 요인들
세계적 차원의 위기는 세계적 차원의 부양을 요구한다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의 구조 조정
구제 금융을 할 때 고래해야 할 것
중앙은행의 역할
위험성과 정책 효과의 균형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기본 문제들
개도국에 미치는 영향들
개도국들과 자금 지원
결론을 대신해

3장 세계 경제를 위한 규제 개혁
경제 위기와 금융시장 규제의 실패
금융 규제의 목적과 일반 원칙들
외부성과 규제
투명성과 인센티브
규제와 혁신
금융 규제의 경계
미시 건전성 규제 대 거시 건전성 규제
거시 건전성 규제
경기 역행적 규제 장치
미시 건전성 규제에 관하여 ? 과도하게 위험한 기법들에 대한 제한
증권시장 규제
신용 파생상품과 스왑의 규제
투자자 보호와 접근성
규제 경쟁
여타 주체들 규제하기
금융 구조 조정
규제기관들
글로벌 규제와 초국적 금융과 자본의 통제
금융시장 자유화
금융정책

4장 국제 기구와 글로벌 규제에 맞는 경제 철학
새로운 세계 경제 지배 구조의 필요성
현행 체제
세계경제협력이사회
브레튼우즈 기구들과 지역개발은행
지배 구조
그 밖의 국제 금융기구
국제 차관과 공적 개발 원조
무역과 투자
협력, 글로벌 규제에 맞는 경제 철학의 개혁
부록 ? 도하라운드와 개발

5장 국제 금융 혁신
세계 통화 체제
국가 부채 파산과 재건
국제 채무 조정 법원
혁신적 리스크 관리 구조
혁신적 자금 조달의 재원

6장 나오며 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
실패한 정책, 철학을 다시 생각하다
국제사회의 대응책은 성공적이었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보고서에 담긴 8가지 주제
세계 경제를 위한 다양한 제안

옮긴이의 말
G192, 세계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민주적 글로벌 거버넌스를 꿈꾸며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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