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개념과 사유 체계의 지속과 대립으로 본 18,19세기 한국의 사상-

고객평점
저자이경구
출판사항푸른역사, 발행일:2013/05/31
형태사항p.283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07993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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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왜 조선 사상사의 미래인가?
이 책의 제목인 18, 19세기 조선 사상사의 ‘미래’라는 표현은 다양한 뜻을 품고 있다. 조선 사람들이 고민한 미래로도 ,지금여기에서 진행 중인 학문인 ‘조선 사상사’의 미래로도, 조선의 사상을 통해 지금의 우리 미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 세 가지 의미를 모두 담는다. 우선 글과 사건 속에 은폐되어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포착하려 했다. 그때는 인물과 저작에 대한 분석을 넘어 시간, 공간 등의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기존의 사상사적 방법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분석 대상인 사상가 본인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언어와 사유 구조의 변화를 감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때로는 통계를, 때로는 어휘 분석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 분석이 기존의 사상사 서술과는 많이 다르다. 사상사 서술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미래를 더 추가했다. 미래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통해, 지금의 우리의 태도를 추찰推察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의 분석 대상인 18, 19세기와 지금은 물론 너무나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기와 타자를 대하는 인식과 그 인식을 통한 가치 판단은 동일한 측면이 많다. 이 책은 변화를 희구했던 과거의 인식과 태도를 통해 지금 미래를 사유하는 밑거름을 얻고자 했다.

왜 전근대인 조선의 개념사인가?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개념사 연구, 한국은 물론 유럽의 개념사에 대해서 다소간 비판적이다. 그 까닭은 이 책의 저자가 근대사 전공자가 아닌 전근대 사상사 전공자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단 이 책에서 주로 다룬 개념 자체가 다르다. 기존 연구가 주로 번역된 신조어나 근대 이후 새로 의미를 부여받은 개념인데 비해,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실학·이용후생·시체時體·유속流俗 등 전근대에 활발히 기능했거나 근대에 들어 심각한 변화를 겪은 개념들이다. 시체, 유속 등은 지금여기에서 보면 퍽 낯설기조차 하다. 그 개념들은 18세기까지의 변화, 기대를 반영하는 것들이었다. 그럼 당시 조선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7세기는 사회 재건을 위한 규범 혹은 이데올로기의 시대였다. 이 규범은 18세기 중후반에 흔들린다. 가장 저변에 도시화와 같은 사회·경제·정치 방면에서의 변화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그 변화는 다양한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반영하는 용어나 개념들의 부상을 초래했고 개념들은 다시 변화를 촉발했다. 그 상호 작용이 당대 질서와 사유 체계의 해체를 조장하거나, 변화에 따른 가치·규범의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질서나 체계를 벗어나 어디로 나아갈지는, 서학 수용과 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개념을 담는 그릇인 언어가 여전히 유교적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 개념과 함께, 개념 저변에 깔려 있는 사유 체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근대를 대할 때는 더 그래야 한다. 개별 개념들은 교敎-학學 전반을 관통하는 견결한 사유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학, 그 중에서도 이념화된 성리학이다. 성리학적 사유 체계는 내부에서는 사회 변화, 외부에서는 중국과 서학의 충격 속에서 자기와 타자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며 변신하고 있었다.
그 점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하면 17~18세기에 조선은 ‘정통성 있는 중심’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청淸의 등장으로 인해 전례 없는 고민과 논쟁을 벌였다. 17세기에는 청에 대해 불편을 감수하며 귀속할 것인가, 독자적 유교 문명으로 탈주할 것인가를 두고 사상적 갈등을 겪었다. 18세기에는 기대했던 미래상[청의 멸망]과 실상[청의 안정과 조선의 낙후] 사이에서 또다른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였다. 17세기 이래 조선은 중심과 주변의 관계, 주체의 자율적 문명권 설정에 대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였던 것이다.
안정성과 불안정성이 상존했던 조선의 고민은, 19세기와 20세기에 조선의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경로를 설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일정 정도 반복의 패턴을 보인다. 유교적 보편 문명을 수립하고자 했던 17~18세기의 의식을, 근대 초기 기독교적 서양 문명을 수립하고자 했던 의식과 비교해 볼 때, 양자의 차별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여 자기와 동일시했던 공통된 문화·심리 구조’인 것이다. 그 패턴은 중심을 지향하는 ‘아亞 중심’으로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설정하는 것이다.

개념화 이전의 변화를 담지한 ‘미래’
개념과 사유 체계의 변화, 지속 등을 훑으며 이 책은 18세기까지의 역사 경험과 근대의 변화를 묶는 패러다임을 구상한다. 아직은 선언적인 감이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18세기의 개념의 변화, 17~18세기 그리고 19세기 중반 이후에 벌어지는 ‘아 중심’화 경향의 반복을 분석하며, 여러 차례 ‘(서양식) 개념화 이전의 변화 또는 의미 형성’을 주목한다. 이는 18세기 이래 부분적으로 서양 근대와 유사한 사회의 변화,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언어의 변화, 중심을 의식하는 사유 구조의 반복을 통해, 동아시아 전근대에 서양 근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던 개념과 사유의 변화를 근대라는 개념에 진지하게 포섭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동아시아식 장기 근대’라는 대안적 패러다임을 구상하자고 제안한다. 그 패러다임에서 본다면 19세기 중반 이후 격렬했던 서양의 근대 개념·문물의 유입은, 매우 중요하지만 부분적인 국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의 개별적인 논의를 아우르는 핵심은, 전근대의 개념과 사유 구조의 변화와 지속에서 근대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것을 통해 장기 근대라는 패러다임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이경구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은 17~18세기 안동 김문의 성장에 대한 연구였다. 서울대학교 한림과학원에 재직하면서 이후 호락논쟁, 영조의 정치사상, 18세기 서울의 성장, 조선 후기의 시와 속에 대한 인식 등을 연구했다. 현재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의 HK교수로 있다.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 소통 연구''의 일환으로 전근대 담론의 성격, 동아시아 근대 문화의 정체성과 소통 가능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서장 : 한국의 개념사 연구와 근대 패러다임

제1부 변화의 조짐
1장. 유교 질서를 꿈꾸고 보완하다: ‘주자주의’의 구축과 균열
2장. 시간과 공간 인식의 변화: ‘시時’와 ‘속俗’ 관련 용어들의 부상
3장.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 연행燕行이 불러온 나와 세계에 대한 인식
4장. 가치의 조정, 신념의 변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부상과 서학의 파장

제2장 개념의 지속과 대립
5장. 중화와 문명을 선취하라: 중화 문명의 접점과 비판
6장. 근대에 재발견된 전통: 실학實學과 내재적 발전
7장. 가치의 내면화와 동일시: 중화와 기독교 문명의 경험

결론: 소회와 전망
부록
주석
찾아보기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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