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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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아힘 페터스
출판사항에코리브르, 발행일:2013/06/25
형태사항p.343 국판:22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263096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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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뇌가 우리 몸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뇌는 신경계를 통해 몸의 모든 부위와 통신하면서 다른 여러 가지 일과 더불어 뇌 자신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나는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이 거대한 정보 교환을 자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단지 그 일부만 자각할 수 있을 뿐이며, 의식 속에 들어온 메시지조차 해독하기 어렵다. 그 메시지란 다름 아닌 우리의 감정이다. 감정은 뇌가 우리를 향해 하는 말이다. …… 우리가 우리의 감정과 욕구에 다시금 도달하게 된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 항상성 범위를 벗어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은 자기의 감정이 하는 말을 해석하는 법을 다시금 배우는 것이다. 이 배움에 성공하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한층 수월해진다. 반대로 이 배움에 실패하면, 갈등은 가라앉더라도 수면 아래에 고스란히 머문다. 우리의 감정 항상성과 에너지 항상성에 도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짚신벌레의 바닷속 친척처럼 우리의 안락 범위 안에 머무를 수 있다. 어딘가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자신 안에 있는 우리의 안락 범위 안에 말이다.”(300∼301쪽)

1.이론의 탄생

사진을 통해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몸은 말랐지만 머리 크기는 그대로여서 상대적으로 머리가 더 커 보인다. 이처럼 병과 굶주림 때문에 쇠약해져 사망한 시신들로 연구한 결과(전문 용어는 ‘기아성 쇠약’), 쇠약한 시신의 모든 내부 장기는 정상적으로 영양을 섭취한 성인의 장기보다 최대 40%나 가벼웠지만 뇌는 예외였다고 한다. 뇌의 무게 감소는 단지 2%에 지나지 않았다(1921년 독일 예나 대학교의 병리학자 마리 크리거의 연구, 20∼23쪽) 이러한 결과는 오늘날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의 내부 장기 감소를 측정한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왜 그럴까? 왜 우리 몸속의 장기 중 하나는 절박한 기아 상황에서도 영양 부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뇌가 몸의 물질대사 위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뿐이다. 뇌는 우선 몸의 자기 자신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몸의 나머지 부분은 뇌에 공급하고 남은 영양으로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결핍 상황이 되면 다른 모든 장기는 가용한 에너지의 전량을 뇌한테 넘기고 굶주려야 한다. 이처럼 마리 크리거는 일찍이 우리의 물질대사가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그 위계에서 뇌가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뇌의 이기성”은 비상 상황에서 뇌가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가는 에너지 대부분을 차단하는 것으로까지 나타난다. 이런 특징적인 행동은 이 책의 바탕에 깔린 연구 방향에 “이기적인 뇌 이론(selfish brain theory)”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1장은 이 이론을 정립하는 데 필요한 긴 여정, 즉 연구의 역사를 전개하면서 “이기적인 뇌 이론”을 정립한다.
우선적으로 “과체중의 원인은 신체의 에너지 대사에 있다”고 주장하며 “포도당 항상성 이론(glucostatic theory: 인체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혈당의 균형이라는 설. 요컨대 영양 섭취를 통해 조절되는 혈당이 뇌를 포함한 모든 장기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양을 결정을 결정한다)”을 발표한 진 메이어와 진 메이어의 기본 발상을 변형해 채택한 “지방 항상성 이론(lipostatic: 역시 몸에서 나온 어떤 물질이 에너지 수급을 조절한다고 전재하면서 그 물질이 혈액에 있지 않고 지방 조직에 있다고 주장한다)”을 제기한 고든 케네디를 거쳐, 앞에서 제기한 마리 크리거의 연구에서 결정적으로 이론 정립의 계기를 맞는다. 크리거의 연구에서 이론 정립의 계기를 마련한 저자는 앞에서 말한 뇌의 이기성, 즉 비상 상황에서 뇌가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가는 에너지 대부분을 차단한다는 사실에서 “뇌를 이용하면 영양 과잉 상태에서 몸을 날씬하게 유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1987년), 그렇다면 “몸으로 가는 에너지를 뇌는 어떻게 공급하고 차단하는가”에 대해 착안한다. 여기에서 그의 신호등 아이디어 이론(인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가변적인 신호등에 빗댈 수 있을까 하는 이론을 말한다)이 태어난다. 즉 도로 A는 뇌로 통하고, 도로 B는 지방 및 근육 조직으로 통한다고 치자.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하면(포도당이 뇌에는 너무 적게, 저장 기관에는 너무 많이 도달하면) 췌장에 “인슐린 분비 억제!”라는 신호가 발령된다. 그러면 지방 조직과 근육 조직은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혈당 교통”은 거침없이 뇌로 흐른다. 그리고 뇌에서 용량 초과가 발생하면 “인슐린 분비!”라는 반대 명령이 내려진다. 그러면 근육 및 지방 조직에 있는 저장소가 열리고, 포도당 흐름이 그곳으로 유도된다.
그는 계속해서 12년이 흐른 1998년에 뤼베크 대학 의학부에서 재직하면서 “뇌가 체내 에너지 흐름을 제어하는가?” “제어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제어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신호등 이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 사이에 그의 이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즉 ‘뇌와 몸의 물질대사’와 관련된 중요한 기능 세 가지가 발견되었다. 뤽 펠르랭은 1994년 뇌 에너지 대사의 핵심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신경세포가 몸에게 에너지를 달라고 “주문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같은 해에 제프리 프리드먼은 렙틴(몸에서 분비되는 신호 물질로, 지방 및 근육 조직의 에너지 충만 수준을 뇌에 알려준다)을 발견했다. 3년 후에는 데이비드 스팬스윅이 복내측 시상하부(VMH)에서 렙틴을 발견했다. 복내측 시상하부는 뇌간 상부의 한 구역으로, 몸의 물질대사를 제어한다. 이 구역은 혈액 속 에너지의 흐름에 관한 정보가 모여드는 곳이며, 뇌의 에너지 충만 정도와 지방 및 근육 조직의 에너지 충만 정도를 점검하고 비교한다. 또한 포도당 흐름을 제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요컨대 스팬스윅은 뇌 속의 신호등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이 세 사람의 이론과 자신의 이론을 퍼즐처럼 맞춰 체계화하여 2004년에 발표한다.

?뇌는 우선 자신의 에너지 충만 상태를 조절한다. 이를 위해 뇌는 스트레스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시스템은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뇌로 끌어들인다. (뇌로 통하는 도로에 녹색등이 켜진다.)
?곧이어 스트레스 시스템은 다시 휴지 상태로 복귀한다. 이제 몸의 에너지 저장소를 다시 채우기 위한 영양 섭취가 이루어진다. (몸으로 통하는 도로에 녹색등이 켜진다.)

이기적인 뇌 이론은 지금까지 아주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나온 1만 건 이상의 논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수많은 개인적 대화와 신경에너지학, 스트레스의학, 비만증, 당뇨병, 수면 및 기억 분야에서 엄선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두 번의 국제학회에서 “개연성” 검증을 거쳤다. 2004년 독일연구재단은 뤼베크 대학에 “이기적인 뇌: 뇌 포도당과 물질대사 증후군”이라는 이름의 임상 연구팀을 조직했다. 이후 내가 지휘하는 이 팀에서는 뇌과학, 내과의학, 당뇨병학, 정신의학, 심리학, 신경내분비학, 약리학, 식품가정경제학, 생화학, 화학, 수학 분야의 과학자 36명과 박사 과정 50명이 뇌의 이기성을 공동 주제로 삼아 연구하고 있다.
뇌의 이기성은 진화적인 장점이다. 뇌의 신호등이 제대로 기능하면, 뇌의 이기성은 우리에게 이롭다. 왜냐하면 뇌의 이기성이 궁핍한 시기엔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주고, 풍요의 시기엔 우리의 몸매를 날씬하게 유지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신호등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다. 비만, 제2형 당뇨병, 거식증과 폭식증 등 이른바 우리 시대의 문명병은 “무절제”나 의식적인 “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신호등 시스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에너지 대사에서 뇌가 최고 소비자 겸 통제자로서 하는 역할을 이해해야만 증상 치료에 머물지 않고 마침내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매우 엄격하게 다이어트를 하기만 하면 오랫동안 감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과도 결별할 수 있다. 이 주제는 우리의 감정생활과 스트레스 관리가 뇌 및 몸의 물질대사와 얼마나 연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2. 이기적 뇌의 작동 원리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포도당 200그램 가운데 무려 130그램을 뇌 혼자서 소비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고에너지인 포도당을 뇌가 독차지하는 이유와 왜 이러한 불균형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우선 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에서 에너지 조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모든 개별 신경세포는 자신을 위한 에너지 물류를 스스로 관리한다. 뉴런은 이른바 성상교세포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는데, 성상교세포는 여러 개의 돌기가 있어 한쪽 돌기들은 신경세포에 닿아 있고 반대쪽 돌기들은 모세혈관에 닿아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가느다란 혈관인 모세혈관은 연료와도 같은 혈액을 세포까지 운반해준다.
성상교세포 막의 포도당 수송체는 관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 관은 열리고 닫히는 유연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세포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열리고 에너지 수요가 채워지면 다시 닫힌다. 요컨대 성상교세포는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열린 관을 통해 성상교세포에 도달한 포도당은 곧바로 화학작용을 거쳐 젖산으로 바뀐다. 이로써 포도당을 신경세포에서 소비할 준비를 갖추는 과정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기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문은 성상교세포는 자신과 연결된 뉴런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와 뉴런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을 어떻게 알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뤽 펠르렝이 발견한 신경세포 간 신호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이다. 성상교세포의 돌기들이 정보 발송 신경세포와 정보 수용 신경세포 사이의 틈에 닿아 있으면, 성상교세포도 글루타메이트와 접촉한다. 이런 연결 상태에서는 뉴런과 성상교세포 사이에 일종의 틈이 형성되고, 그 틈은 정보 수용에 적합하다. 펠르렝은 성상교세포가 글루타메이트를 받아들이고 그 신호 물질의 명령에 반응한다는 것을 실험실 조건에서 입증했다. 즉 뇌세포는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주문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뇌의 신경세포는 에너지를 주문하며, 그 세포들이 챙기는 에너지의 양은 공급량과 수요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문제는 에너지가 신경세포로, 또는 장기와 뇌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펠르렝은 자기 분야에서 실험실 실험을 통해 이 질문에 성공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기적인 뇌에 대한 연구는 장기 수준에서 이루어지므로 그와 같은 성과를 간단히 거둘 수는 없었다. 여기에서 자기 닮음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우리가 살아 있는 자연과 그렇지 않은 자연에서 자주 발견하는 한 시스템의 거시 구조와 미시 구조가 두드러지게 유사한 경우 같은 것 말이다(특히 해안선). 그 원리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면, 미시 규모의 개별 신경세포뿐 아니라 거시 규모의 뇌도 매순간 필요한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다. 평생 동안, 우리가 잠들었을 때에도 쉬지 않고 말이다.
몸을 이런 요구에 강제로 맞출 만큼 강한 힘으로 뇌가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스트레스 시스템뿐이다. 척추동물의 진화에서 스트레스 시스템은 위험 상황을 더욱 잘 극복하고 스트레스 요인(위협적인 외부 자극)에 곧바로 싸움 또는 도피 반응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위험이 닥치면 반응 능력이 향상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 박동이 격해지고, 몸이 최대 출력으로 작동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제 뇌의 에너지 조달 과정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공급 사슬에서 포도당은 주로 뇌로 운반되지만 일부는 저장 조직(근육 및 지방 조직)으로 운반된다. 따라서 포도당은 항상 두 방향 중 하나로, 즉 뇌 방향이나 저장소로 흐른다. 여기에서 뇌가 가용한 에너지(포도당)를 몸으로부터 끌어당기는 힘을 “뇌-당김"이라고 한다. 뇌는 에너지 흐름을 결정짓는 아데노신3인산, 즉 에너지 공급을 통제하는 복내측 시상하부(VMH) 속에 있는 ATP 센서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수요를 파악한다. 신경세포의 ATP 센서가 뇌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포착하면 뇌는 스트레스 시스템을 사용하여 췌장에 인슐린 분비를 억제시키고 근육과 지방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렇게 뇌는 인슐린 억제 명령을 내림으로써 저장 기관으로 가는 에너지 흐름을 일시적으로 끊고 가용한 포도당의 대부분을 독차지한다. 그러면 근육?지방?간 등의 저장소가 비게 되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때 외측 시상하부(LH)에서 당김 신호를 발령하는데 이를 “몸-당김”이라고 한다. 몸은 자신의 에너지 충만 상태에 맞게 에너지를 끌어당기는데, 그것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이다. 그런데 만약에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음식 마련을 위한 “탐색-당김”이 작용한다. 탐색-담김은 막강한 힘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힘이 자연의 힘만큼이나 강해서 사람을 도둑이나 거지로 만들고, 평화를 위협하고,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가운데 으뜸은 뇌-당김이며 이들의 작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양쪽 뇌 반구에 저장된 정보이다. 그 정보를 “기억”이라고 하며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 뇌에 있는 당김의 작용 방식을 활성화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기적인 뇌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작용한다.

3. 뇌와 몸의 안락한 상태

여기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한 가지는 우리 몸이 작동할 때 항상 가장 안락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당김이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끊임없이 균형 상태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뇌에서는 신경세포에 공급되는 에너지 운반체 ATP의 양을 칼륨 통로가 측정하는데 거기엔 민감한 센서 1과 둔감한 센서2가 있다. 센서 1이 센서 2보다 ATP와 더 잘 결합하는 상황에서는 이 불균형 때문에 “에너지 부족” 신호를 발령한다. 그러면 포도당을 주문한다. 반면 둔감한 센서 2도 ATP와 결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센서 2의 신호가 센서 1의 신호보다 강해진다. 그러면 이번에도 불균형 때문에 “에너지 과잉”을 보고하고, 포도당 공급을 중단한다. 그런데 센서 1은 글루타메이트(신경세포가 포도당을 주문할 때 활용하는 물질) 뉴런에, 센서 2는 GABA(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억제 신호 물질) 뉴런에 있다. 즉 뇌에서 일어나는 이 두 신호 물질의 상호 작용은 신경세포에서 에너지 균형을 목표로 한다.
인체 내에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하면 우선 뇌-당김이 가동된다. 이후에 몸-당김과 탐색-당김이 가동된다. 따라서 우리는 배고픔을 느끼고, 예민해지고, 전체적으로 출력을 높여 먹을거리를 탐색한다. 이때에는 에너지 균형이 위태로울 때이고 다시금 휴지 상태로 복귀하려고 애쓰는 스트레스 시스템이 발동된다. 다시 말해 뇌가 애써 에너지를 요구할 때, 스트레스 시스템은 우리에게 불쾌감을 준다. 그럴 때 사람은 기분이 언짢아지고 조급해지고 긴장하고 사나워진다. 이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장 합당하고 자명한 전략은 당연히 음식 섭취다. 이 전략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인 안락해지고자 하는 욕구에 순응한다. 여기에서 감정적인 기억과 관련이 있는 것이 편도체로 이곳에는 코르티솔이 있다. 코르티솔 수용체는 두 가지 코르티솔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MR은 민감한 수용체(장기 증강 촉발), GR은 둔감한 수용체(장기 저하 촉발)인데 전자는 스트레스 시스템의 출력을 높이고 후자는 시스템이 휴지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 그 출력을 낮춘다. 즉 “항상성의 원리”가 스트레스 시스템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4. 뇌-당김의 부실과 과체중, 그리고 제2형 당뇨병과 그 치료법의 위기

여기에서는 뇌-당김에 미치는 여러 개입 혹은 교란이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뇌는 그런 뇌-당김 교란을 어떻게 우회하는지, 어떤 비상 해법을 준비해놓고 있는지, 그것들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의학이 다루는 가장 심한 에너지 위기 중 하나는 당뇨병 환자에게 찾아온다. 제1형 당뇨병의 진행은 흔히 뇌-당김이 쇠퇴하는 과정인데 이런 약화의 주범은 코르티솔 과잉이다. 점점 뇌-당김이 완고해지고 결국 뇌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뇌 자신에게 공급할 에너지를 잃게 된다. 또한 몸의 저장소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데 필요한 교감신경계의 조절 메커니즘을 추가로 잃게 된다. 그래서 혼수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되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경고 신호를 올바로 감지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연습을 통해 배워야 한다(111쪽).
그다음엔 과체중의 문제인데 과체중자들도 뇌-당김의 부실을 키워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뇌는 몸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는 능력이 약해졌고 더 약해지는 과정 중에 있다. 즉 뇌-당김의 과부하가 가져오는 나쁜 결과이다. 뇌-당김에 장애가 생기면, 곧바로 뇌로 공급되는 포도당의 흐름이 정체된다. 정체의 원인은 바로 뇌에 존재한다. 몸속의 에너지 공급 장애에서 마모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 자주 반복되는 스트레스 체험(가정이나 연인 사이 혹은 직장에서)과 그에 따른 코르티솔 급증이 뇌-당김 조절에 악영향을 끼친다.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마다 뇌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그 결과 뉴런에 변화가 일어나 뇌-당김을 정기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면 뇌는 무력해지고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몸에 밀리는 것이다. 그래서 포도당이 뇌에 공급되는 대신에 곧장 근육 및 지방 조직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몸이 과체중으로 변화한다. 다시 말해 뇌-당김이 강하고 스트레스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해야 뇌로의 에너지 공급이 최적화하고 지방 저장소가 가득 차지 않는다. 그래야만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여기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학에 의문이 든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으면 많은 에너지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에 저장되고, 결국 이 세포들에서 에너지가 넘쳐난다. 그러면 잉여 포도당이 혈액에 유입되고 신장을 거쳐 배출된다. 즉 말 그대로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이다. 뇌-당김의 경쟁력 부족이 바로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지식은 여전히 새로우며 의학계에 보편적으로 알려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뇌-당김이 장애 없이 작동하기만 하면 몸과 뇌로의 에너지 공급은 최적화한다.
다시 말해 체중 증가와 고혈당을 오로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병의 증상으로 보지 말고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처 전략으로 보면 뇌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뇌는 그런 전략을 통해 자신의 생리학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과거의 균형, 즉 혈당 항상성은 영향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인체는 에너지 흐름을 안정시키기 위해 새로운 균형을 추구한다.
결론적으로 뇌-당김 장애가 제2형 당뇨병 발병 과정의 시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적어도 예방 차원에서 전혀 새로운 대처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장애에 처한 뇌-당김은 적절한 행동의학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강화할 수 있다.

5. 다이어트가 부질없는 이유

우린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매체에는 다이어트 방법이 넘쳐난다. 그것은 모든 다이어트 방법이 실패했다는 의미이고 다이어트가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서도 다이어트가 부질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칼로리를 줄이겠다는 의지의 작용이 지금까지 표현된 다이어트의 방법인데 그에 걸맞은 명령이 앞이마 엽 피질과 편도체에서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이 명령은 시상하부에서 뇌-당김을 북돋우고 몸-당김을 억누른다. 그러나 스트레스 시스템은 항상 휴지 상태로 복귀하고자 하므로 대뇌가 내린 결심의 귀결에 반발한다. 그리하여 뇌는 들끓는 갈등의 장이 된다. 즉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뇌 구역들 입장에서 보면 다이어트는 의심할 바 없이 위기다. 우선 시급하게 뇌-당김을 가동하고 결국에는 부하를 받게 된다. 마침내 체내에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 체내 물질대사의 균형을 상당한 규모로 깨뜨리기 때문이다. 즉 중립체중을 깨뜨리면 뇌 물질대사가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인체는 지속적으로 코르티솔의 영향을 받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즉 브루스 메큐언의 표현에 따르면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의미하는 “역동 항상성 부하”를 받는다. 코르티솔 수치의 지속적인 상승은 여러 심각한 해악을 가져오는데 그중 하나가 골격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골격의 조직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그 해악은 더 광범위하다. 근육도 줄어들고 피하지방이 이동해 복부지방으로 변환된다. 물론 저칼로리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항상 체중과 싸우는 사람에게서 장기적인 역동 항상성 부하는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을 유발하고 다이어트는 포기와 규율을 강요함으로써 우리의 기분과 자신감을 망쳐놓는다(우울증과 기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154?166쪽 참조). 뇌-당김 강화는 몸이 더 가벼운 새 중립체중을 발견하는 것이며 우리의 기분을 새롭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과체중과 당뇨병의 진짜 원인을 찾아 그 예방과 출구를 모색한다. 그것은 신체적인 것도 있고, 사회 환경적인 요소들도 많다. 내적인 것으로는 뇌혈류 장애, 만성 스트레스, 프로그래밍된 식욕, 인공 감미료 등과 마약, 잘못된 약물(항우울제), 아편 유사제, 대마초, 술 등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안정과 뇌-당김의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모든 상식이 깨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아힘 페터스
Achim Peters
1957년 도르트문트에서 태어났다. 독일 비만 전문가인 페터스 교수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 내과의학자, 당뇨병학자이다. 1986~1989년 캐나다 토론토의 아동병원에서 당뇨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이기적인 뇌 이론’의 기본 개념을 구상했으며, 1998년 뤼베크에서 이를 체계화해 2004년에 발표했다. 뤼베크 대학교 임상 연구팀 ‘이기적인 뇌’를 이끌고 있다.

역 : 전대호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현재는 과학 및 철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가끔 중세를 꿈꾼다』『성찰』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로지코믹스』『위대한 설계』『스티븐 호킹의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기억을 찾아서』『생명이란 무엇인가』『수학의 언어』『산을 오른 조개껍질』『아인슈타인의 베일』『푸앵카레의 추측』『초월적 관념론 체계』『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우주는 수학이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숫자의 문화사』『데미안』『물리학 시트콤』『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질문?!』 『물리와 세상』등이 있다.

저자 : 아힘 페터스
1957년 도르트문트에서 태어났다. 독일 비만 전문가인 페터스 교수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 내과의학자, 당뇨병학자이다. 1986~1989년 캐나다 토론토의 아동병원에서 당뇨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이기적인 뇌 이론’의 기본 개념을 구상했으며, 1998년 뤼베크에서 이를 체계화해 2004년에 발표했다. 뤼베크 대학교 임상 연구팀 ‘이기적인 뇌’를 이끌고 있다.

역자 : 전대호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과 독일 쾰른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한 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과학과 철학 분야 책을 옮기며, 때때로 문학책에도 손을 댄다.

지은 책으로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 《우주는 수학이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 《숫자의 문화사》 《데미안》 《물리학 시트콤》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질문?!》 《물리와 세상》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지키니엔 문제

1부 뇌는 어떻게 물질대사를 조절하는가
과체중: 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
뇌가 주문하는 에너지: 하루에 설탕 한 잔
진화와 이기적인 뇌
뇌의 에너지 관리
이기적인 뇌의 탄생
운동선수의 성공이 머리에서 비롯되는 이유
한밤의 발작적 배고픔
우리 안의 짚신벌레

2부 뇌는 어떻게 몸을 희생해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가
전반적 침묵: 뇌 속의 고요
뇌-당김의 경쟁력 부족: 비상 대책으로서 음식 섭취
시험대에 오른 당뇨병의학
다이어트가 부질없는 이유
살빼기를 하면 우울증이 생길까

3부 과체중과 당뇨병의 진짜 원인: 예방과 출구
손상된 기억 유전자
만성 스트레스는 우리의 뇌를 어떻게 프로그래밍할까
프로그래밍된 식욕
스트레스가 정신적 외상으로 발전할 때
게임 조종기와 뇌 물질대사의 재프로그래밍
거짓 신호
과체중의 참된 원인을 알아내고 제거하기
감정은 우리의 길잡이
물질대사 교육: 우리 아이들을 날씬하게 키우는 법

맺음말
용어 설명
참고문헌
감사의 글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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