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고대 인류 문명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서양사를 꿰뚫고 나폴레옹 시대까지, 그리고 1930년대의 인도, 중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1만 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역사책이다. 대부분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하는 서양의 보통의 역사책과 달리 먼저 인간이 어떤 단계를 밟아 야만성을 벗고 문명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탐색에서 출발해 문명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근동(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유대, 페르시아)을 천착하고, 바로 이어서 인도와 중국, 일본의 문명사를 서술함으로써 인간의 이른바 ‘문명’이라는 것이 서구만의 산물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이후 현대 서양 문명의 원형인 그리스 문명으로부터 나폴레옹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윌 듀런트는 철학을 했던 사람 특유의 사변과 통찰로 동서양을 통섭하면서, 역사의 단골 메뉴인 정치, 경제, 전쟁 등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풍경을 이루는 수많은 시인, 예술가, 사상가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 다채롭고 풍성한 저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가히 ‘18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역작’이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세계적인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가 들려주는 인류 문명의 정수
…… 이러한 의성어는 말이 안 통하는 비상 상황에서 지금도 궁여지책으로 통한다. 한번은 어떤 영국인이 중국에 가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는데 자기가 먹는 고기가 무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앵글로색슨족 특유의 품위와 과묵함을 잃지 않은 채 이렇게 물었다. “꽥꽥?” 그러자 이를 본 중국인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우렁차게 대꾸했다. “멍멍!” ―『동양 문명』 1-1권 5장「문명의 정신적 요소」 중에서
윌 듀런트는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가 가진 착각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선을 긋듯 역사를 나누어 서술하는 통상적인 방식은 인류 삶의 전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역사는 통시적인 동시에 공시적으로, 분석적인 동시에 종합적으로 서술되어야 마땅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지식 축적의 결과로 역사 역시 과학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별개 전문 분야로 나뉘었고, 몸 사리는 학자들은 물질적 우주에 대해서든, 우리 인간의 생생한 역사에 대해서든 더 이상 전체적 관점을 취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듀런트는 다소 ‘뻔뻔스럽더라도’ 인류 문명 전체를 재현해 내려는 자신의 시도에 빠져드는 조급한 영혼이 몇몇 있기를 기대해 본다며 서론을 마무리한다. 위에 소개된 에피소드도 필자가 계속 다듬어 온 역사관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 한다. “꽥꽥”과 “멍멍” 사이에는 다름[異]이 아니라 착각이 있는 것으로, 인류의 문명사는 어느 지역 일방이 아닌 전체적인 견지에서 씌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50년, 인류 문명사 탐구에 평생을 바친 사상가―윌 듀런트
윌 듀런트(1885~1981)는 1930~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름이다. 그는 이른바 데칸쇼 철학과 문사철(文·史·哲)을 외치던 세대에게는 지성의 세계로 안내해 준 중요한 스승들 중의 한 명이었다. 전 세계인을 철학의 길로 이끈 베스트셀러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가 출간된(1926년) 이후, 그는 약간의 평론을 제외하고 일체의 저술 활동을 중단한 채 50여 년에 걸쳐 인류의 문명사를 통찰한 열한 권의 대규모 저작을 쏟아 냈다. 이것이 바로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 시리즈다. 19세기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한 권 쓸 계획이었던 듀런트는 19세기 역사는 이전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의 모든 문명을 아우르는 역사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보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수차례의 유럽 방문, 이집트와 근동 지역, 인도, 중국, 일본,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등지를 탐방, 연구한(특히 극동 지역의 역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제1권 『동양 문명』을 1935년에 내놓은 이래 1975년 제11권 『나폴레옹의 시대』를 출간할 때까지 준비 기간 포함 모두 50여 년의 세월을 인류 문명사 탐구에 바쳤다. 제10권인 『루소와 혁명』은 1968년도에 퓰리처 상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에서는 “그는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라는 평을 싣기도 했다.
『문명 이야기』 시리즈는 원칙적으로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다. 하지만 제1권의 ‘동양이 곧 서양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동양의 유산’ 등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듀런트는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는 박학을 풀어놓으면서 균형 잡힌 역사 감각을 보여 준다. 다소 길지만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우리 서양의 이야기는 동양에서 시작된다. 단지 아시아가 가장 유서 깊은 문명의 장으로 유명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동양의 문명들이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배경과 토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헨리 메인 경(Sir Henry Maine)은 그리스와 로마에 현대 지성의 모든 원천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셈이다. 우리 서양 문명에 절대 없어선 안 될 발명품들, 즉 서양의 정치 기구 및 경제 기구, 과학과 문학, 철학과 종교의 뿌리가 상당 부분 이집트와 동양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는 유럽의 패권이 급격한 종말을 맞고 아시아가 부활의 삶을 누리고 있어, 동양과 서양 사이의 전반적 갈등이 20세기의 주요 테마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역사적 순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 그리스 이야기로 시작해 아시아는 한 줄로 요약해 버리고 마는 종래 역사의 지역주의는 단순한 학문적 오류가 아니라, 올바른 관점과 지성의 참담한 실패로 봐도 무방하리라. 지금 미래는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듀런트의 인류사에 대한 전망은 지금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유럽이 힘을 모으기 위해 유럽연합으로 뭉치고,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의 향방이 주목받으며, 종이 호랑이라고까지 불리던 중국의 급격한 성장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테마는 역시 어느 일방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이 뚜렷해진다. 특히 중국은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였던 세계 질서를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새판을 짜고 있는 중국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바로 5000년 저력의 탄탄한 ‘문명’이다. 우리는 중국이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창출해 나갈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제4권 『신앙의 시대』에서는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중세 시대에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나아가 당대의 삶과 문화가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조망한다. 여기에는 한 편의 극작품 같은 삶을 살았던 수많은 인물들(아우구스티누스, 히파티아, 유스티니아누스, 마호메트, 하룬 알 라시드, 샤를마뉴, 정복 왕 윌리엄, 아퀴텐의 엘레아노르, 사자심 왕 리처드, 살라딘, 마이모니데스, 성 프란체스코, 성 토마스 아퀴나스, 로저 베이컨)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랑 이야기도 다시 등장하는데,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이야기가 필자 특유의 기막힌 학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 책은 중세의 모습을 ‘총체적 방법론’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그림으로 제시해 주고 있으며, 거기 더해 중세 시대를 새롭고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까지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무척이나 풍성하고 또 정교했던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삼아 그리스도교 문명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철학이 이슬람 및 유대교의 철학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더불어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니, 그것은 발달한 문명이 야만적인 문화를 공격하고 들어간 것이기보다는 덜 자란 어린 문명이 훨씬 난숙하고 또 섬세한 문명을 접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기조를 중심으로 하여 이 책 『신앙의 시대』는 그리스도인, 이슬람인, 유대인들이 경제, 정치, 법률, 통치, 종교, 윤리 도덕, 예의범절, 교육, 문학, 과학, 철학, 예술에 남긴 족적을 두루두루 살피는 바, 이 중세는 세 개의 거대 종교는 물론 인생에 대한 종교적 및 세속적 관점 사이에서도 항상 필사적 힘겨루기가 이어진 주요 변혁기였다. 이 천년의 풍광 안에서 우리는 낭만, 궁핍, 웅대함, 신심과 부도덕, 봉건주의와 수도원 제도, 이단과 종교 재판, 대성당과 대학, 음유 시인과 서정 시인을 만나 볼 수 있으니, 듀런트는 이 모든 소재를 한데 모아 하나의 매력적인 서사 안에 갈무리해 내고 있다.
역사적 관찰과 철학적 사색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된 문학, 예술, 사상―문명사의 정점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자는 세상에서 가장 영악한 자다.”, “전쟁은 추하고 일리아드는 아름답다.”, “…… 이것은 서구인이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알고 보면 근대성도 길이 사라지지 않을 중세 시대의 문화 위에 모자를 하나 덧씌운 것일 뿐이다.”, “어떤 국가도 자신의 교과서에서는 패배하는 법이 없다.”, “깔개 한 장에서 수도승 열 명은 함께 잠잘 수 있어도, 드넓은 왕국에서 왕 두 명은 함께 살 수 없는 법이다.”
듀런트는 책의 곳곳에서 작지 않은 쇼크를 준다. 경구를 지닌 힘차고 간결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사색적인 언어로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아낸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전개 과정을 재현해 내면서 짧지 않은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따라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으며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이 눈길은 인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절망을 넘어 담담한 관찰자의 냉정함을 보인다. 인류 문명사 탐구에 평생을 바친 한 사람의 사상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자신이 탐구한 역사의 울림과 지혜를 후세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윌 듀런트
Will Durant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철학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만 여겨졌던 철학을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며 역사와 철학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나, 1917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13년부터 이미 ''문화의 확산''을 생애를 통해 추구해야 할 평생의 가치로 정한 그는 1921년에는 성인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를 세워 철학, 역사, 문학을 가르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사상에 관한 그의 강의는 수많은 학생들을 철학의 길로 이끌었으고, 이후 《철학 이야기》라는 불후의 명저로 출간되며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철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 50년간 윌 듀런트는 인류의 문명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며 1935년 《동양의 유산》을 시작으로 1975년 발간한 《나폴레옹의 시대》까지 총 11권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역사 속의 영웅들》은 바로 이 《문명 이야기》 11권을, 인물 중심으로 압축하여 정수만 모은 책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경이로운 입문서"라는 평가와 함께 인류 문명의 역사를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엮었다는 점에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역 : 왕수민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문명이야기>(민음사), <인간욕구를 경영하라>(리더스북), <집중력의 탄생>(다산초당), <영웅들의 세계사>(웅진지식하우스), <마이크로트렌드>(공역, 해냄), <부의 제국>(공역, 황금가지) 등이 있다.
역 : 박혜원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한 오늘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지론을 신봉하며 『다이어트 심리학』은 지금까지 번역했던 책들 중에서도 바로 그러한 행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법을 소개한 ‘착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는 『본능의 경제학』,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스토리 이코노미』,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 『5분 심리게임』, 『여자들의 경제수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국』 『문명 이야기 4-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
비잔티움 제국의 전성시대 :325~565년
1장 배교자 율리아누스: 332-363
2장 야만족의 승리: 325-476
3장 그리스도교의 발전: 364-451
4장 유럽의 형성:325-529
5장 유스티니아누스: 527-565
6장 비잔티움 문명:326-565
7장 페르시아:
이슬람 문명: 569-1258년
8장 마호메트: 570-632
9장 코란
10장 이슬람의 검:632-1058
11장 이슬람 세계의 모습:628-1058
12장 동(東) 이슬람의 사상과 예술:632-1058
13장 서(西) 이슬람:641-1086
14장 이슬람의 웅대함과 쇠망:1058-1258
유대문명: 135-1300년
15장 탈무드
16장 중세의 유대인들:565-1300
17장 유대인의 지성과 감성:500-1300
암흑기: 566-1095년
18장 비잔티움 세계: 565-1095
19장 서방의 몰락: 566-1066
20장 북방의 부흥:566-1066
21장 그리스도교의 대립"529-1085
22장 봉건제도와 기사도
주
연대표
고대 인류 문명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서양사를 꿰뚫고 나폴레옹 시대까지, 그리고 1930년대의 인도, 중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1만 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역사책이다. 대부분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하는 서양의 보통의 역사책과 달리 먼저 인간이 어떤 단계를 밟아 야만성을 벗고 문명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탐색에서 출발해 문명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근동(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유대, 페르시아)을 천착하고, 바로 이어서 인도와 중국, 일본의 문명사를 서술함으로써 인간의 이른바 ‘문명’이라는 것이 서구만의 산물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이후 현대 서양 문명의 원형인 그리스 문명으로부터 나폴레옹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윌 듀런트는 철학을 했던 사람 특유의 사변과 통찰로 동서양을 통섭하면서, 역사의 단골 메뉴인 정치, 경제, 전쟁 등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풍경을 이루는 수많은 시인, 예술가, 사상가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 다채롭고 풍성한 저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가히 ‘18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역작’이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세계적인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가 들려주는 인류 문명의 정수
…… 이러한 의성어는 말이 안 통하는 비상 상황에서 지금도 궁여지책으로 통한다. 한번은 어떤 영국인이 중국에 가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는데 자기가 먹는 고기가 무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앵글로색슨족 특유의 품위와 과묵함을 잃지 않은 채 이렇게 물었다. “꽥꽥?” 그러자 이를 본 중국인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우렁차게 대꾸했다. “멍멍!” ―『동양 문명』 1-1권 5장「문명의 정신적 요소」 중에서
윌 듀런트는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가 가진 착각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선을 긋듯 역사를 나누어 서술하는 통상적인 방식은 인류 삶의 전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역사는 통시적인 동시에 공시적으로, 분석적인 동시에 종합적으로 서술되어야 마땅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지식 축적의 결과로 역사 역시 과학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별개 전문 분야로 나뉘었고, 몸 사리는 학자들은 물질적 우주에 대해서든, 우리 인간의 생생한 역사에 대해서든 더 이상 전체적 관점을 취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듀런트는 다소 ‘뻔뻔스럽더라도’ 인류 문명 전체를 재현해 내려는 자신의 시도에 빠져드는 조급한 영혼이 몇몇 있기를 기대해 본다며 서론을 마무리한다. 위에 소개된 에피소드도 필자가 계속 다듬어 온 역사관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 한다. “꽥꽥”과 “멍멍” 사이에는 다름[異]이 아니라 착각이 있는 것으로, 인류의 문명사는 어느 지역 일방이 아닌 전체적인 견지에서 씌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50년, 인류 문명사 탐구에 평생을 바친 사상가―윌 듀런트
윌 듀런트(1885~1981)는 1930~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름이다. 그는 이른바 데칸쇼 철학과 문사철(文·史·哲)을 외치던 세대에게는 지성의 세계로 안내해 준 중요한 스승들 중의 한 명이었다. 전 세계인을 철학의 길로 이끈 베스트셀러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가 출간된(1926년) 이후, 그는 약간의 평론을 제외하고 일체의 저술 활동을 중단한 채 50여 년에 걸쳐 인류의 문명사를 통찰한 열한 권의 대규모 저작을 쏟아 냈다. 이것이 바로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 시리즈다. 19세기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한 권 쓸 계획이었던 듀런트는 19세기 역사는 이전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의 모든 문명을 아우르는 역사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보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수차례의 유럽 방문, 이집트와 근동 지역, 인도, 중국, 일본,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등지를 탐방, 연구한(특히 극동 지역의 역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제1권 『동양 문명』을 1935년에 내놓은 이래 1975년 제11권 『나폴레옹의 시대』를 출간할 때까지 준비 기간 포함 모두 50여 년의 세월을 인류 문명사 탐구에 바쳤다. 제10권인 『루소와 혁명』은 1968년도에 퓰리처 상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에서는 “그는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라는 평을 싣기도 했다.
『문명 이야기』 시리즈는 원칙적으로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다. 하지만 제1권의 ‘동양이 곧 서양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동양의 유산’ 등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듀런트는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는 박학을 풀어놓으면서 균형 잡힌 역사 감각을 보여 준다. 다소 길지만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우리 서양의 이야기는 동양에서 시작된다. 단지 아시아가 가장 유서 깊은 문명의 장으로 유명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동양의 문명들이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배경과 토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헨리 메인 경(Sir Henry Maine)은 그리스와 로마에 현대 지성의 모든 원천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셈이다. 우리 서양 문명에 절대 없어선 안 될 발명품들, 즉 서양의 정치 기구 및 경제 기구, 과학과 문학, 철학과 종교의 뿌리가 상당 부분 이집트와 동양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는 유럽의 패권이 급격한 종말을 맞고 아시아가 부활의 삶을 누리고 있어, 동양과 서양 사이의 전반적 갈등이 20세기의 주요 테마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역사적 순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 그리스 이야기로 시작해 아시아는 한 줄로 요약해 버리고 마는 종래 역사의 지역주의는 단순한 학문적 오류가 아니라, 올바른 관점과 지성의 참담한 실패로 봐도 무방하리라. 지금 미래는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듀런트의 인류사에 대한 전망은 지금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유럽이 힘을 모으기 위해 유럽연합으로 뭉치고,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의 향방이 주목받으며, 종이 호랑이라고까지 불리던 중국의 급격한 성장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테마는 역시 어느 일방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이 뚜렷해진다. 특히 중국은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였던 세계 질서를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새판을 짜고 있는 중국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바로 5000년 저력의 탄탄한 ‘문명’이다. 우리는 중국이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창출해 나갈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제4권 『신앙의 시대』에서는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중세 시대에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나아가 당대의 삶과 문화가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조망한다. 여기에는 한 편의 극작품 같은 삶을 살았던 수많은 인물들(아우구스티누스, 히파티아, 유스티니아누스, 마호메트, 하룬 알 라시드, 샤를마뉴, 정복 왕 윌리엄, 아퀴텐의 엘레아노르, 사자심 왕 리처드, 살라딘, 마이모니데스, 성 프란체스코, 성 토마스 아퀴나스, 로저 베이컨)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랑 이야기도 다시 등장하는데,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이야기가 필자 특유의 기막힌 학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 책은 중세의 모습을 ‘총체적 방법론’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그림으로 제시해 주고 있으며, 거기 더해 중세 시대를 새롭고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까지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무척이나 풍성하고 또 정교했던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삼아 그리스도교 문명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철학이 이슬람 및 유대교의 철학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더불어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니, 그것은 발달한 문명이 야만적인 문화를 공격하고 들어간 것이기보다는 덜 자란 어린 문명이 훨씬 난숙하고 또 섬세한 문명을 접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기조를 중심으로 하여 이 책 『신앙의 시대』는 그리스도인, 이슬람인, 유대인들이 경제, 정치, 법률, 통치, 종교, 윤리 도덕, 예의범절, 교육, 문학, 과학, 철학, 예술에 남긴 족적을 두루두루 살피는 바, 이 중세는 세 개의 거대 종교는 물론 인생에 대한 종교적 및 세속적 관점 사이에서도 항상 필사적 힘겨루기가 이어진 주요 변혁기였다. 이 천년의 풍광 안에서 우리는 낭만, 궁핍, 웅대함, 신심과 부도덕, 봉건주의와 수도원 제도, 이단과 종교 재판, 대성당과 대학, 음유 시인과 서정 시인을 만나 볼 수 있으니, 듀런트는 이 모든 소재를 한데 모아 하나의 매력적인 서사 안에 갈무리해 내고 있다.
역사적 관찰과 철학적 사색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된 문학, 예술, 사상―문명사의 정점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자는 세상에서 가장 영악한 자다.”, “전쟁은 추하고 일리아드는 아름답다.”, “…… 이것은 서구인이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알고 보면 근대성도 길이 사라지지 않을 중세 시대의 문화 위에 모자를 하나 덧씌운 것일 뿐이다.”, “어떤 국가도 자신의 교과서에서는 패배하는 법이 없다.”, “깔개 한 장에서 수도승 열 명은 함께 잠잘 수 있어도, 드넓은 왕국에서 왕 두 명은 함께 살 수 없는 법이다.”
듀런트는 책의 곳곳에서 작지 않은 쇼크를 준다. 경구를 지닌 힘차고 간결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사색적인 언어로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아낸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전개 과정을 재현해 내면서 짧지 않은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따라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으며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이 눈길은 인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절망을 넘어 담담한 관찰자의 냉정함을 보인다. 인류 문명사 탐구에 평생을 바친 한 사람의 사상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자신이 탐구한 역사의 울림과 지혜를 후세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윌 듀런트
Will Durant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철학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만 여겨졌던 철학을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며 역사와 철학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나, 1917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13년부터 이미 ''문화의 확산''을 생애를 통해 추구해야 할 평생의 가치로 정한 그는 1921년에는 성인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를 세워 철학, 역사, 문학을 가르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사상에 관한 그의 강의는 수많은 학생들을 철학의 길로 이끌었으고, 이후 《철학 이야기》라는 불후의 명저로 출간되며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철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 50년간 윌 듀런트는 인류의 문명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며 1935년 《동양의 유산》을 시작으로 1975년 발간한 《나폴레옹의 시대》까지 총 11권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역사 속의 영웅들》은 바로 이 《문명 이야기》 11권을, 인물 중심으로 압축하여 정수만 모은 책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경이로운 입문서"라는 평가와 함께 인류 문명의 역사를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엮었다는 점에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역 : 왕수민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문명이야기>(민음사), <인간욕구를 경영하라>(리더스북), <집중력의 탄생>(다산초당), <영웅들의 세계사>(웅진지식하우스), <마이크로트렌드>(공역, 해냄), <부의 제국>(공역, 황금가지) 등이 있다.
역 : 박혜원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한 오늘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지론을 신봉하며 『다이어트 심리학』은 지금까지 번역했던 책들 중에서도 바로 그러한 행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법을 소개한 ‘착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는 『본능의 경제학』,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스토리 이코노미』,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 『5분 심리게임』, 『여자들의 경제수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국』 『문명 이야기 4-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
비잔티움 제국의 전성시대 :325~565년
1장 배교자 율리아누스: 332-363
2장 야만족의 승리: 325-476
3장 그리스도교의 발전: 364-451
4장 유럽의 형성:325-529
5장 유스티니아누스: 527-565
6장 비잔티움 문명:326-565
7장 페르시아:
이슬람 문명: 569-1258년
8장 마호메트: 570-632
9장 코란
10장 이슬람의 검:632-1058
11장 이슬람 세계의 모습:628-1058
12장 동(東) 이슬람의 사상과 예술:632-1058
13장 서(西) 이슬람:641-1086
14장 이슬람의 웅대함과 쇠망:1058-1258
유대문명: 135-1300년
15장 탈무드
16장 중세의 유대인들:565-1300
17장 유대인의 지성과 감성:500-1300
암흑기: 566-1095년
18장 비잔티움 세계: 565-1095
19장 서방의 몰락: 566-1066
20장 북방의 부흥:566-1066
21장 그리스도교의 대립"529-1085
22장 봉건제도와 기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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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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