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수도원과 탄광, 회계사무실에서 탄생한 기계시대
대부분의 근대 역사가들에게 잊힌 기계시대 여명기, 즉 10세기부터 17세기까지, 800년에 걸쳐 산업혁명을 예비한 원기술 시기에 대한 멈퍼드의 통찰은 그의 독창적 시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근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기술혁신이 맹렬하게 일어났던 1780년대를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자신들의 시대를 흔히 ‘기계시대’라 불렀던 20세기 초의 학자들이 기계시대의 기원을 이 특정 시기에서 찾게 된 것은 토인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계문명은 18세기라는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적어도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근대적 기술의 여명기로부터 서로 상반되는 특징을 갖는 연속된 세 시기가 덧씌워지고 상호 침투하면서 지금의 기계문명을 이끌었다. 기계문명에 대한 이러한 구분은 부분적으로 스코틀랜드 사회학자 패트릭 게디스에게 빚지고 있으나 보다 폭넓은 역사적 범위 속에서 기술로 인한 세계상의 변화에 주목한 사람은 루이스 멈퍼드다. 그는 기계문명의 세 시기를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과 특징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따라 나누었는데 이 둘은 독특한 기술 복합체를 형성한다. 원기술 기시는 수력-나무 복합체, 구기술 시기는 석탄-철 복합체, 신기술 시기는 전기-합금 복합체로 정의된다.
전체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멈퍼드는 앞의 세 장을 원기술 시기 분석에 할애하고 있다. 근대 기술의 여명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비로소 인력을 대체하는 동력원(편자 도입으로 증가된 실마력과 수력과 풍력을 이용한 동력)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나무를 이용한 선박의 건조로 물길을 장악해 공간을 정복하고 상업 교류를 확대했다. 하지만 멈퍼드가 원기술 시기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계의 방대한 영향력을 지원하고 그 이용을 확대하는 복잡한 사회적·이념적 연결망들이 이 시기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엄격한 수도원의 일과를 관장할 목적으로 발명된 시계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사유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으며 규칙적이고 집단적인 인간 경영의 싹을 키웠다. 14세기 금융의 발달로 출현한 화폐 경제는 추상과 계산이라는 사유 습관을 인간 삶에 새기며 “장부에 쓰인 이윤과 손실이라는 계정 속으로”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빨아들였다. 광업은 산업에 필수적인 자본재 획득에 혈안이 된 15세기 상업 기업의 투기 대상이 되면서 자본주의적 착취 패턴을 확립했다. 또한 육체노동의 양과 생산물의 희귀성으로 경제적 가치를 매기는 광업의 특징은 근대 기계의 지배적 특징이 됐다. 이 밖에도 자연철학의 등장이나 사회 조직화에 군대가 미친 영향, 전쟁 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기술 발전 등에 대한 탁월한 분석은 멈퍼드의 저작들과 그가 발전시킨 ‘거대 기계’와 같은 개념들이 이후의 학자들에게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기계시대의 ‘재앙’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나
기계화와 사회의 조직화는 역사에서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기계적 효율과 진보라는 관념에 맹목적으로 매
달린 구기술 시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술 시기에 제기된 모든 이념적 전제를 수용하고 와트와 아크라이트가 제시한 기계 원리의 보편화와 실용에 힘입은 구기술 시기의 권력자들은 이윤 추구라는 목적 아래 기계의 배타적 발전을 독려함으로써 사회의 다양한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했다.
4장 구기술 시기에서는 구기술 시기 핵심 동력원인 석탄 채굴을 위한 탄광 개발이 야기한 개발의 열병과 문제점들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내내 세상은 골드 러시, 아이언 러시, 다이아몬드 러시 등으로 들썩거렸고 무모함, 한탕주의, 승자독식주의라는 광업의 습관은 사회 모든 곳으로 맹렬하게 퍼져나갔다. 무질서한 착취와 무분별한 낭비가 인류 문명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구기술 시기가 자랑하는 증기기관은 낮은 열효율로 대기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됐고 제철업의 혁신으로 주요 산업 물질이 된 철은 신기술 시기의 합금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산화와 열에 약한 점으로 인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됐다.
구기술 시기의 끊임없는 권력 이데올로기와 갈등은 1차대전으로 귀결됐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삶의 균형과 풍요로움을 지향하던 기계가 인간을 착취하는 거대 기계로 변모함으로써 전쟁이라는 공멸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막간의 재앙”이라고 구기술 시기를 일갈하는 멈퍼드는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과 유기적 삶에 대해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한다. 5장에서 그는 그의 시대에 맹아를 보이고 있던 신기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이야기한다. 멈퍼드는 유기적인 것을 기계적인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유기적인 것을 단순화하는 것이 원기술 시기와 구기술 시기 발명의 필수적 목표였다면 신기술 시기는 기계를 더 유기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로써 기계의 실제적 목표인 효율적 생산, 균형 있는 소비, 사회화된 창조를 통한 에너지의 사회적 이득 증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가능성에 주목한 멈퍼드의 사유는 여전히 기계문명의 자장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획득의 경제에서 필요의 경제로, 기계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쓰다
멈퍼드는 세 단계에 걸친 기계문명에 대한 긴 분석 후 이윤 추구에 집중한 획득의 경제가 필요의 경제를 대체했던 기계시대를 진단하고 기계시대가 사회에 남긴 흔적과 사회적 반응,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들을 6장 ‘보상과 회귀’를 통해 살펴본다. 그는 기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나 낭만주의 운동에 대해 인간 삶의 본질적 활동성을 회복시키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학과 기술 그리고 새로운 기계 노동자들이 뿜어내는 힘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에서 퇴보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기계의 긍정적 가능성과 새로운 기계 미학에 대한 멈퍼드의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계의 문화적 가능성을 다루는 7장 ‘기계에 대한 인간의 동화’에서 멈퍼드는 기계시대가 이전의 기술 체계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상상과 도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그는 기계 형식의 미적 탁월함, 물질과 힘의 정교한 논리의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한 기계와의 상호 작용이 인간의 예민한 감각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개성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기계들이 인간 신체 기관의 힘과 범위를 확장하고 신선한 미적 볼거리와 새로운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이며 인간 정신에 특별한 만족감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입체파 미술가들의 작품과 뒤샹의 레디메이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사진, 영화와 같은 새로운 기계 미학들이 멈퍼드가 꼽는 성과들이다. 객관성, 비인격성, 중립성이라는 기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계의 오용에서 비롯된 지난 세기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더 풍부하고 유기적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인격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 멈퍼드의 희망적 판단이다.
8장 ‘지향’은 기술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문화적, 지역적,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변화에 필요한 모든 영역들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멈퍼드는 19세기 내내 억눌리고 침묵을 강요당했던 인간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불가능한가?” 근대 과학과 기술에 내재하는 가능성을 믿는 멈퍼드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불가능이란 없다!”
▣ 작가 소개
저 : 루이스 멈퍼드
루이스 멈퍼드(1895~1990). 1895년 뉴욕 퀸즈의 빈민가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2년 스토이베산트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시립 대학 야간학부에 진학했지만 폐결핵으로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라디오 전기공으로 일했다. 미국 건축과 도시문화 연구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은《갈색 시대》의 출간 후《뉴요커》에 건축 및 도시 문제와 관련한 비평문을 기고하기 시작했으며 스탠퍼드와 MIT에서 등에서 강의했다.《역사 속의 도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대영제국 훈장, 미국 예술 훈장 등을 수훈했다.
루이스 멈퍼드는 특정 학문에 안주하기보다 철학, 역사, 도시계획,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건축, 문예 비평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을 거침없이 펼쳐냈다. 1922년 처녀작《유토피아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술, 기계, 도시,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총 28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에서도 기술과 도시에 관한 연구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1934년에 출간한《기술과 문명》은 문명의 관점에서 기술의 역사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한 책으로 멈퍼드는 이 책을 통해 거대 기술, 거대 도시를 비판하며 기술과 도시를 인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6년 뉴욕 근교의 시골 마을 어메니아로 들어간 멈퍼드는 1990년 눈감을 때까지 이곳의 농가에서 연구와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가장 비인간적인 20세기에 더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새로운 시대를 예비한 그는 ‘마지막 위대한 휴머니스트’라고 불렸으며, 그의 삶은 ‘앎과 삶이 완전히 일치하는 삶’이었다.
주요 저서로 오늘날 고전이 된 ≪유토피아 이야기≫, ≪역사 속의 도시≫, ≪기계의 신화≫, ≪예술과 기술≫ ,《기술과 문명》등이 있다.
역자 : 문종만
1971년 서울 출생. 석사 논문〈루이스 멈퍼드의 거대기계에 대한 연구〉(성균관 대학교, 2009)로 멈퍼드와 인연을 맺어 이 책《기술과 문명》을 번역하게 되었다. 다년간 기술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고, 현재는 지구적 변동의 의미와 대안적 방향이 무엇인지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 랭던 위너
1963년 판 저자 서문
목표
제1장 문화적 사전 준비
기계, 공동 시설, ‘거대 기계’ | 수도원과 시계 | 공간, 거리, 운동 | 자본주의의 영향 | 우화에서 사실로 | 애니미즘이라는 장애물 | 마술을 통한 길 | 사회의 조직화 | 기계적 우주 | 발명의 의무 | 실용적 기대
제2장 기계화의 동인
기술의 윤곽 | 광물에 관하여 | 광업과 근대 자본주의 | 원시 엔지니어들 | 동물 사냥에서 인간 사냥으로 | 전쟁과 발명 | 군사적 대량생산 | 군사훈련과 삶의 퇴보 | 마르스와 비너스 | 소비의 견인과 생산의 추동
제3장 원기술 시기
기술 혼합주의 | 기술 복합체 | 동력의 새로운 원천 | 나무 몸통, 나무판자, 목재 | 유리와 세계 | 유리와 자아 | 주요 발명들 | 약점과 강점
제4장 구기술 시기
영국의 뒤늦은 리더십 | 새로운 야만주의 | 석탄 중심의 자본주의 | 증기기관 | 피와 철 | 환경 파괴 | 노동자의 지위 하락 | 삶의 고갈 | 진보라는 교조 | 생존 투쟁 | 계급과 국가 | 혼돈의 제국 | 권력과 시간 | 미적 보상 | 기계적 승리 | 구기술 시기의 경과
제5장 신기술 시기
신기술 시기의 시작 | 과학의 중요 | 에너지의 새로운 원천 | 프롤레타리아의 전치 | 신기술 단계의 물질들 | 동력과 이동성 | 의사소통의 역설 | 새로운 영구 기록 | 빛과 삶 | 생물학의 영향 | 파괴에서 보호로 | 인구 계획 | 현재의 모조동형성
제6장 보상과 회귀
사회적 반응의 요약 | 기계적 일상 | 목적 없는 물질주의-불필요한 동력 | 협력 대 노예제도 | 기계에 대한 직접 공격 | 낭만주의와 공리주의 | 과거 숭배 | 자연숭배 | 유기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양극화 | 스포츠와 ‘세속적 성공’ | 죽음의 숭배 | 사소한 충격 흡수 장치들 | 저항과 조정
제7장 기계에 대한 인간의 동화
새로운 문화적 가치들 | 질서의 중립성 | 기계의 미적 경험 | 수단과 상징으로서의 사진 | 기능주의의 성장 | 환경의 단순화 | 객관적 개성
제8장 지향
‘거대 기계’의 해체 | 유기적 이데올로기를 향하여 | 사회적 에너지론의 요소들 | 전환을 증가시켜라! | 생산을 절약하라! | 소비를 정규화하라! | 기초 공산주의 | 창조를 사회화하라! | 자동기계와 아마추어를 위한 노동 | 정치적 통제 | 기계의 축소 | 역동적 균형을 향하여 | 요약과 전망
해제 | 문종만
거대 기계, 거대 도시의 신화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향하여
발명 목록
참고문헌
멈퍼드 연보
멈퍼드 저서 목록
찾아보기
수도원과 탄광, 회계사무실에서 탄생한 기계시대
대부분의 근대 역사가들에게 잊힌 기계시대 여명기, 즉 10세기부터 17세기까지, 800년에 걸쳐 산업혁명을 예비한 원기술 시기에 대한 멈퍼드의 통찰은 그의 독창적 시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근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기술혁신이 맹렬하게 일어났던 1780년대를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자신들의 시대를 흔히 ‘기계시대’라 불렀던 20세기 초의 학자들이 기계시대의 기원을 이 특정 시기에서 찾게 된 것은 토인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계문명은 18세기라는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적어도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근대적 기술의 여명기로부터 서로 상반되는 특징을 갖는 연속된 세 시기가 덧씌워지고 상호 침투하면서 지금의 기계문명을 이끌었다. 기계문명에 대한 이러한 구분은 부분적으로 스코틀랜드 사회학자 패트릭 게디스에게 빚지고 있으나 보다 폭넓은 역사적 범위 속에서 기술로 인한 세계상의 변화에 주목한 사람은 루이스 멈퍼드다. 그는 기계문명의 세 시기를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과 특징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따라 나누었는데 이 둘은 독특한 기술 복합체를 형성한다. 원기술 기시는 수력-나무 복합체, 구기술 시기는 석탄-철 복합체, 신기술 시기는 전기-합금 복합체로 정의된다.
전체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멈퍼드는 앞의 세 장을 원기술 시기 분석에 할애하고 있다. 근대 기술의 여명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비로소 인력을 대체하는 동력원(편자 도입으로 증가된 실마력과 수력과 풍력을 이용한 동력)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나무를 이용한 선박의 건조로 물길을 장악해 공간을 정복하고 상업 교류를 확대했다. 하지만 멈퍼드가 원기술 시기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계의 방대한 영향력을 지원하고 그 이용을 확대하는 복잡한 사회적·이념적 연결망들이 이 시기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엄격한 수도원의 일과를 관장할 목적으로 발명된 시계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사유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으며 규칙적이고 집단적인 인간 경영의 싹을 키웠다. 14세기 금융의 발달로 출현한 화폐 경제는 추상과 계산이라는 사유 습관을 인간 삶에 새기며 “장부에 쓰인 이윤과 손실이라는 계정 속으로”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빨아들였다. 광업은 산업에 필수적인 자본재 획득에 혈안이 된 15세기 상업 기업의 투기 대상이 되면서 자본주의적 착취 패턴을 확립했다. 또한 육체노동의 양과 생산물의 희귀성으로 경제적 가치를 매기는 광업의 특징은 근대 기계의 지배적 특징이 됐다. 이 밖에도 자연철학의 등장이나 사회 조직화에 군대가 미친 영향, 전쟁 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기술 발전 등에 대한 탁월한 분석은 멈퍼드의 저작들과 그가 발전시킨 ‘거대 기계’와 같은 개념들이 이후의 학자들에게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기계시대의 ‘재앙’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나
기계화와 사회의 조직화는 역사에서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기계적 효율과 진보라는 관념에 맹목적으로 매
달린 구기술 시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술 시기에 제기된 모든 이념적 전제를 수용하고 와트와 아크라이트가 제시한 기계 원리의 보편화와 실용에 힘입은 구기술 시기의 권력자들은 이윤 추구라는 목적 아래 기계의 배타적 발전을 독려함으로써 사회의 다양한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했다.
4장 구기술 시기에서는 구기술 시기 핵심 동력원인 석탄 채굴을 위한 탄광 개발이 야기한 개발의 열병과 문제점들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내내 세상은 골드 러시, 아이언 러시, 다이아몬드 러시 등으로 들썩거렸고 무모함, 한탕주의, 승자독식주의라는 광업의 습관은 사회 모든 곳으로 맹렬하게 퍼져나갔다. 무질서한 착취와 무분별한 낭비가 인류 문명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구기술 시기가 자랑하는 증기기관은 낮은 열효율로 대기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됐고 제철업의 혁신으로 주요 산업 물질이 된 철은 신기술 시기의 합금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산화와 열에 약한 점으로 인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됐다.
구기술 시기의 끊임없는 권력 이데올로기와 갈등은 1차대전으로 귀결됐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삶의 균형과 풍요로움을 지향하던 기계가 인간을 착취하는 거대 기계로 변모함으로써 전쟁이라는 공멸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막간의 재앙”이라고 구기술 시기를 일갈하는 멈퍼드는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과 유기적 삶에 대해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한다. 5장에서 그는 그의 시대에 맹아를 보이고 있던 신기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이야기한다. 멈퍼드는 유기적인 것을 기계적인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유기적인 것을 단순화하는 것이 원기술 시기와 구기술 시기 발명의 필수적 목표였다면 신기술 시기는 기계를 더 유기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로써 기계의 실제적 목표인 효율적 생산, 균형 있는 소비, 사회화된 창조를 통한 에너지의 사회적 이득 증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가능성에 주목한 멈퍼드의 사유는 여전히 기계문명의 자장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획득의 경제에서 필요의 경제로, 기계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쓰다
멈퍼드는 세 단계에 걸친 기계문명에 대한 긴 분석 후 이윤 추구에 집중한 획득의 경제가 필요의 경제를 대체했던 기계시대를 진단하고 기계시대가 사회에 남긴 흔적과 사회적 반응,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들을 6장 ‘보상과 회귀’를 통해 살펴본다. 그는 기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나 낭만주의 운동에 대해 인간 삶의 본질적 활동성을 회복시키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학과 기술 그리고 새로운 기계 노동자들이 뿜어내는 힘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에서 퇴보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기계의 긍정적 가능성과 새로운 기계 미학에 대한 멈퍼드의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계의 문화적 가능성을 다루는 7장 ‘기계에 대한 인간의 동화’에서 멈퍼드는 기계시대가 이전의 기술 체계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상상과 도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그는 기계 형식의 미적 탁월함, 물질과 힘의 정교한 논리의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한 기계와의 상호 작용이 인간의 예민한 감각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개성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기계들이 인간 신체 기관의 힘과 범위를 확장하고 신선한 미적 볼거리와 새로운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이며 인간 정신에 특별한 만족감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입체파 미술가들의 작품과 뒤샹의 레디메이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사진, 영화와 같은 새로운 기계 미학들이 멈퍼드가 꼽는 성과들이다. 객관성, 비인격성, 중립성이라는 기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계의 오용에서 비롯된 지난 세기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더 풍부하고 유기적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인격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 멈퍼드의 희망적 판단이다.
8장 ‘지향’은 기술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문화적, 지역적,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변화에 필요한 모든 영역들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멈퍼드는 19세기 내내 억눌리고 침묵을 강요당했던 인간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불가능한가?” 근대 과학과 기술에 내재하는 가능성을 믿는 멈퍼드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불가능이란 없다!”
▣ 작가 소개
저 : 루이스 멈퍼드
루이스 멈퍼드(1895~1990). 1895년 뉴욕 퀸즈의 빈민가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2년 스토이베산트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시립 대학 야간학부에 진학했지만 폐결핵으로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라디오 전기공으로 일했다. 미국 건축과 도시문화 연구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은《갈색 시대》의 출간 후《뉴요커》에 건축 및 도시 문제와 관련한 비평문을 기고하기 시작했으며 스탠퍼드와 MIT에서 등에서 강의했다.《역사 속의 도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대영제국 훈장, 미국 예술 훈장 등을 수훈했다.
루이스 멈퍼드는 특정 학문에 안주하기보다 철학, 역사, 도시계획,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건축, 문예 비평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을 거침없이 펼쳐냈다. 1922년 처녀작《유토피아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술, 기계, 도시,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총 28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에서도 기술과 도시에 관한 연구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1934년에 출간한《기술과 문명》은 문명의 관점에서 기술의 역사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한 책으로 멈퍼드는 이 책을 통해 거대 기술, 거대 도시를 비판하며 기술과 도시를 인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6년 뉴욕 근교의 시골 마을 어메니아로 들어간 멈퍼드는 1990년 눈감을 때까지 이곳의 농가에서 연구와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가장 비인간적인 20세기에 더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새로운 시대를 예비한 그는 ‘마지막 위대한 휴머니스트’라고 불렸으며, 그의 삶은 ‘앎과 삶이 완전히 일치하는 삶’이었다.
주요 저서로 오늘날 고전이 된 ≪유토피아 이야기≫, ≪역사 속의 도시≫, ≪기계의 신화≫, ≪예술과 기술≫ ,《기술과 문명》등이 있다.
역자 : 문종만
1971년 서울 출생. 석사 논문〈루이스 멈퍼드의 거대기계에 대한 연구〉(성균관 대학교, 2009)로 멈퍼드와 인연을 맺어 이 책《기술과 문명》을 번역하게 되었다. 다년간 기술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고, 현재는 지구적 변동의 의미와 대안적 방향이 무엇인지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 랭던 위너
1963년 판 저자 서문
목표
제1장 문화적 사전 준비
기계, 공동 시설, ‘거대 기계’ | 수도원과 시계 | 공간, 거리, 운동 | 자본주의의 영향 | 우화에서 사실로 | 애니미즘이라는 장애물 | 마술을 통한 길 | 사회의 조직화 | 기계적 우주 | 발명의 의무 | 실용적 기대
제2장 기계화의 동인
기술의 윤곽 | 광물에 관하여 | 광업과 근대 자본주의 | 원시 엔지니어들 | 동물 사냥에서 인간 사냥으로 | 전쟁과 발명 | 군사적 대량생산 | 군사훈련과 삶의 퇴보 | 마르스와 비너스 | 소비의 견인과 생산의 추동
제3장 원기술 시기
기술 혼합주의 | 기술 복합체 | 동력의 새로운 원천 | 나무 몸통, 나무판자, 목재 | 유리와 세계 | 유리와 자아 | 주요 발명들 | 약점과 강점
제4장 구기술 시기
영국의 뒤늦은 리더십 | 새로운 야만주의 | 석탄 중심의 자본주의 | 증기기관 | 피와 철 | 환경 파괴 | 노동자의 지위 하락 | 삶의 고갈 | 진보라는 교조 | 생존 투쟁 | 계급과 국가 | 혼돈의 제국 | 권력과 시간 | 미적 보상 | 기계적 승리 | 구기술 시기의 경과
제5장 신기술 시기
신기술 시기의 시작 | 과학의 중요 | 에너지의 새로운 원천 | 프롤레타리아의 전치 | 신기술 단계의 물질들 | 동력과 이동성 | 의사소통의 역설 | 새로운 영구 기록 | 빛과 삶 | 생물학의 영향 | 파괴에서 보호로 | 인구 계획 | 현재의 모조동형성
제6장 보상과 회귀
사회적 반응의 요약 | 기계적 일상 | 목적 없는 물질주의-불필요한 동력 | 협력 대 노예제도 | 기계에 대한 직접 공격 | 낭만주의와 공리주의 | 과거 숭배 | 자연숭배 | 유기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양극화 | 스포츠와 ‘세속적 성공’ | 죽음의 숭배 | 사소한 충격 흡수 장치들 | 저항과 조정
제7장 기계에 대한 인간의 동화
새로운 문화적 가치들 | 질서의 중립성 | 기계의 미적 경험 | 수단과 상징으로서의 사진 | 기능주의의 성장 | 환경의 단순화 | 객관적 개성
제8장 지향
‘거대 기계’의 해체 | 유기적 이데올로기를 향하여 | 사회적 에너지론의 요소들 | 전환을 증가시켜라! | 생산을 절약하라! | 소비를 정규화하라! | 기초 공산주의 | 창조를 사회화하라! | 자동기계와 아마추어를 위한 노동 | 정치적 통제 | 기계의 축소 | 역동적 균형을 향하여 | 요약과 전망
해제 | 문종만
거대 기계, 거대 도시의 신화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향하여
발명 목록
참고문헌
멈퍼드 연보
멈퍼드 저서 목록
찾아보기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