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세기 최고의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아름다운 고별작
모리스 샌닥은 그림책 역사에서 현대 그림책의 시대를 연 작가이자, 가장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그림책은 세계 수십여 개 국에서 수천만 부 이상 발행되었으며, 대표작인 《깊은 밤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우리 나라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로부터도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 그림책 독자가 한마음으로 애도했다.
그리고 모리스 샌닥이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던 2013년 5월 《나의 형 이야기》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그림책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샌닥에 대한 그리움과 관심으로 들썩였다. 샌닥이 세상을 떠나기 나흘 전까지 병상에서 최종 원고를 검토했다고 알려진 유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높았다. 《나의 형 이야기》는 출간되자마자 수 주에 걸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와 평론가 들의 찬사를 받았다.
모리스 샌닥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알린 시공주니어를 통해 그 유작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모리스 샌닥의 많은 그림책들 가운데 최후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꼽힐 《나의 형 이야기》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비장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형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지은 이야기
으스스한 겨울밤, 눈부신 별이 지구와 부딪혀 단단한 지구를 두 동강 낸다. 그 바람에 형은 차가운 얼음 대륙에 갇혀 꽁꽁 얼어붙고, 동생은 보헤미아 땅에 떨어지게 된다. 동생은 형을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주인공 ‘가이’와 형 ‘잭’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은 마치 옛이야기처럼 친근하고, 신화처럼 신비롭다. 그런데 이 책의 도입부에는 한 가지 특별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모리스 샌닥은 어린 시절 병약하고 예민한 아이였다. 그런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된 인물은 바로 다섯 살 위인 형 잭 샌닥이었다. 1995년 잭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모리스 샌닥은 깊은 슬픔에 빠져 형을 기리는 시를 썼다. 5년 뒤 그 시를 바탕으로 쓴 그림책 원고가 이 책 《나의 형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가이’는 모리스 샌닥 자신을, ‘잭’은 형 잭 샌닥을 의미한다.
이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안타깝고 진실한 형제애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작품에 감동을 더한다. 모리스 샌닥에게 형을 잃은 슬픔은 ‘지구가 두 동강 나는’ 것과 같았으며, 그는 지하 세계로 찾아가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형을 그리워한 것이다. 거기에 모리스 샌닥은 《나의 형 이야기》 곳곳에 자신과 형의 이야기를 암시해 놓았다. 이를 테면 가이가 곰에게 낸 수수께끼에서 ‘2월에 오리라/ 내 눈 유령의 기일이’는 잭 샌닥이 세상을 떠난 때를 의미하고, 잭이 ‘차디찬 영원 속에서 5년을’ 보냈다는 구절은 모리스 샌닥이 처음 형을 위한 시를 쓰고 5년 뒤에 그림책으로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붙여졌다. 《나의 형 이야기》의 한국판에서는 독자들이 ‘가이’의 머나먼 여정에 숨겨진 의미를 곱씹을 수 있도록 번역가이자 그림책 평론가인 서남희 선생의 작품 해설을 덧붙였다.
거장의 마지막 인사에 담긴 인생의 진리
가이는 무시무시한 곰과 지혜를 겨뤄 이긴 뒤, 큰곰자리를 통과해 잭이 있는 지하 세계로 찾아간다. 가이가 도착하자, 지하 세계에 봄이 찾아온다. 꽁꽁 얼어붙었던 잭이 마침내 눈을 뜨고 형제는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이제 잭은 동생의 팔에 안겨/ 편안하게 잠들었어요./ 가이는 속삭였어요, “잘 자, 우린 꿈속에서 보게 될 거야.” _본문 중에서
이 마지막 구절이야말로 《나의 형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자, 이 책을 모리스 샌닥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만약 영웅적인 주인공의 모험담이었다면 가이는 지하 세계에 잠든 잭을 다시 데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세계로 가, ‘얼어붙은’ 형에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편안하게 잠재운다. 형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끝’이 아니라 먼저 떠난 형과의 ‘재회’이다.
이 책은 분명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서 비롯되었고, 작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러나 모리스 샌닥이 그린 죽음은 상실과 아픔이 아니라,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그것을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낸 솜씨. 이 책은 평생 그림책만을 탐구해 온 거장만이 남길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고전과 신화를 망라한 깊이 있는 글과 환상적인 그림의 조화
모리스 샌닥은 무척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와 화풍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나의 형 이야기》에서는 샤갈이나 18세기 화가 블레이크 등을 연상시키는 강렬하지만 다채로운 색감으로 마치 고대 신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냈다. 조금은 낯설고 상징적인 그림이지만 독자들은 ‘용감하고 순수한 주인공의 모험’이라는 친숙한 줄거리에 금세 몰입하게 된다. 이제껏 모리스 샌닥의 주인공들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모험을 떠나, 시련을 극복한 뒤, 자기 세계로 돌아와 평화를 얻었다. 이런 고리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인생의 고난에 맞서야 하는 어른들을 위로한다. 샌닥은 이 책에서도 그 고리를 충실히 밟아 가며, 그동안 추구해 온 작품 세계를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이 이야기에는 셰익스피어 희곡 [겨울 이야기]의 대사, 에밀리 디킨슨의 시 구절, 자신이 그린 그림책까지 녹아들어 있다. 가이가 잭을 찾아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신화와 시, 희곡을 넘나드는 글과 신비로운 그림은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와,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스티븐 그린블래트의 서문과 퓰리처 상을 받은 극작가 토니 쿠쉬너의 서평, 한국의 그림책 평론가 서남희 선생의 작품 해설은 풍부한 상징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책을 독자들이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의 형 이야기》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며, 어린이와 어른 독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와 읽을 수록 깊이 있는 철학을 갖춘 뛰어난 작품이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모리스 샌닥
Maurice Sendak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책 저자로 명성을 떨치는 모리스 샌닥. 그는 1928년에 뉴욕시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 3세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화려한 맨해튼을 동경하며 성장했다. 병약한 탓에 창밖으로 친구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보거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종이에 뭔가를 끄적거리는 고독하고 섬세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 초라한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미키였다. 소년은 여섯 살 때에 미키를 정확히 모사하는 재능을 보였다. 그가 태어난 1928년 역시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창조한 해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수업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자유분방하고 온화한 미술 선생의 지도로 화가의 직감을 발휘하기 시작해 학교 신문에 학생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고, 졸업한 뒤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하며 밤에는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미키 모사를 좋아하던 소년 샌닥은 드디어 『깊은 밤 부엌에서』를 통해서 또 다른 미키를 창조해냈다.
『깊은 밤 부엌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저 너머에는』과 함께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한 샌닥의 대표적인 삼부작이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한밤중에 잠이 깬 꼬마가 그 소리를 따라 부엌까지 가 보았더니 요리사 모자를 쓴 뚱보 요리사들이 있어서 함께 노래하며 빵을 만들다가 다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든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1846~1885)은 건강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에 갔다가, 그 곳에서 사망하였는데, 1938년부터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칼데콧 상''을 제정하여, 그 전 해에 출판된 최고의 그림책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칼데콧 상''은 최우수작 한 편에게 주는 ''칼데콧 메달''과 우수상 여러 편에 주는 ''칼데콧 아너''로 나누어져 있다. 칼데곳 상은 매우 권위있는 그림책 상으로 유명하다.
샌닥은 어린이를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발견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꿰어 맞춘 어린이가 아니라 제 나이만큼의 생각과 고민을 가진 ''진짜 아이들''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그는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확한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칼데콧상 시상식에서 샌닥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는 1970년에 최고의 어린이 책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8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역 : 서남희
서강대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동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다. 미국 The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미국 미시간주에서 10년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 등의 활동을 했다. 개인 홈페이지 The Cozy Corner에서 영어 그림책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렸다. 어린이 영어 그림책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칼럼을 썼고, 지은 책으로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별을 헤아리며』, 『꿀벌나무』, 『항해의 역사를 바꿔놓은 해상시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립스틱 정글』, 『그림책의 모든 것』,『이사벨의 방』 등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아름다운 고별작
모리스 샌닥은 그림책 역사에서 현대 그림책의 시대를 연 작가이자, 가장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그림책은 세계 수십여 개 국에서 수천만 부 이상 발행되었으며, 대표작인 《깊은 밤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우리 나라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로부터도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 그림책 독자가 한마음으로 애도했다.
그리고 모리스 샌닥이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던 2013년 5월 《나의 형 이야기》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그림책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샌닥에 대한 그리움과 관심으로 들썩였다. 샌닥이 세상을 떠나기 나흘 전까지 병상에서 최종 원고를 검토했다고 알려진 유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높았다. 《나의 형 이야기》는 출간되자마자 수 주에 걸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와 평론가 들의 찬사를 받았다.
모리스 샌닥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알린 시공주니어를 통해 그 유작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모리스 샌닥의 많은 그림책들 가운데 최후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꼽힐 《나의 형 이야기》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비장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형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지은 이야기
으스스한 겨울밤, 눈부신 별이 지구와 부딪혀 단단한 지구를 두 동강 낸다. 그 바람에 형은 차가운 얼음 대륙에 갇혀 꽁꽁 얼어붙고, 동생은 보헤미아 땅에 떨어지게 된다. 동생은 형을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주인공 ‘가이’와 형 ‘잭’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은 마치 옛이야기처럼 친근하고, 신화처럼 신비롭다. 그런데 이 책의 도입부에는 한 가지 특별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모리스 샌닥은 어린 시절 병약하고 예민한 아이였다. 그런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된 인물은 바로 다섯 살 위인 형 잭 샌닥이었다. 1995년 잭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모리스 샌닥은 깊은 슬픔에 빠져 형을 기리는 시를 썼다. 5년 뒤 그 시를 바탕으로 쓴 그림책 원고가 이 책 《나의 형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가이’는 모리스 샌닥 자신을, ‘잭’은 형 잭 샌닥을 의미한다.
이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안타깝고 진실한 형제애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작품에 감동을 더한다. 모리스 샌닥에게 형을 잃은 슬픔은 ‘지구가 두 동강 나는’ 것과 같았으며, 그는 지하 세계로 찾아가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형을 그리워한 것이다. 거기에 모리스 샌닥은 《나의 형 이야기》 곳곳에 자신과 형의 이야기를 암시해 놓았다. 이를 테면 가이가 곰에게 낸 수수께끼에서 ‘2월에 오리라/ 내 눈 유령의 기일이’는 잭 샌닥이 세상을 떠난 때를 의미하고, 잭이 ‘차디찬 영원 속에서 5년을’ 보냈다는 구절은 모리스 샌닥이 처음 형을 위한 시를 쓰고 5년 뒤에 그림책으로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붙여졌다. 《나의 형 이야기》의 한국판에서는 독자들이 ‘가이’의 머나먼 여정에 숨겨진 의미를 곱씹을 수 있도록 번역가이자 그림책 평론가인 서남희 선생의 작품 해설을 덧붙였다.
거장의 마지막 인사에 담긴 인생의 진리
가이는 무시무시한 곰과 지혜를 겨뤄 이긴 뒤, 큰곰자리를 통과해 잭이 있는 지하 세계로 찾아간다. 가이가 도착하자, 지하 세계에 봄이 찾아온다. 꽁꽁 얼어붙었던 잭이 마침내 눈을 뜨고 형제는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이제 잭은 동생의 팔에 안겨/ 편안하게 잠들었어요./ 가이는 속삭였어요, “잘 자, 우린 꿈속에서 보게 될 거야.” _본문 중에서
이 마지막 구절이야말로 《나의 형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자, 이 책을 모리스 샌닥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만약 영웅적인 주인공의 모험담이었다면 가이는 지하 세계에 잠든 잭을 다시 데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세계로 가, ‘얼어붙은’ 형에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편안하게 잠재운다. 형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끝’이 아니라 먼저 떠난 형과의 ‘재회’이다.
이 책은 분명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서 비롯되었고, 작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러나 모리스 샌닥이 그린 죽음은 상실과 아픔이 아니라,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그것을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낸 솜씨. 이 책은 평생 그림책만을 탐구해 온 거장만이 남길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고전과 신화를 망라한 깊이 있는 글과 환상적인 그림의 조화
모리스 샌닥은 무척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와 화풍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나의 형 이야기》에서는 샤갈이나 18세기 화가 블레이크 등을 연상시키는 강렬하지만 다채로운 색감으로 마치 고대 신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냈다. 조금은 낯설고 상징적인 그림이지만 독자들은 ‘용감하고 순수한 주인공의 모험’이라는 친숙한 줄거리에 금세 몰입하게 된다. 이제껏 모리스 샌닥의 주인공들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모험을 떠나, 시련을 극복한 뒤, 자기 세계로 돌아와 평화를 얻었다. 이런 고리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인생의 고난에 맞서야 하는 어른들을 위로한다. 샌닥은 이 책에서도 그 고리를 충실히 밟아 가며, 그동안 추구해 온 작품 세계를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이 이야기에는 셰익스피어 희곡 [겨울 이야기]의 대사, 에밀리 디킨슨의 시 구절, 자신이 그린 그림책까지 녹아들어 있다. 가이가 잭을 찾아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신화와 시, 희곡을 넘나드는 글과 신비로운 그림은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와,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스티븐 그린블래트의 서문과 퓰리처 상을 받은 극작가 토니 쿠쉬너의 서평, 한국의 그림책 평론가 서남희 선생의 작품 해설은 풍부한 상징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책을 독자들이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의 형 이야기》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며, 어린이와 어른 독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와 읽을 수록 깊이 있는 철학을 갖춘 뛰어난 작품이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모리스 샌닥
Maurice Sendak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책 저자로 명성을 떨치는 모리스 샌닥. 그는 1928년에 뉴욕시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 3세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화려한 맨해튼을 동경하며 성장했다. 병약한 탓에 창밖으로 친구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보거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종이에 뭔가를 끄적거리는 고독하고 섬세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 초라한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미키였다. 소년은 여섯 살 때에 미키를 정확히 모사하는 재능을 보였다. 그가 태어난 1928년 역시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창조한 해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수업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자유분방하고 온화한 미술 선생의 지도로 화가의 직감을 발휘하기 시작해 학교 신문에 학생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고, 졸업한 뒤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하며 밤에는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미키 모사를 좋아하던 소년 샌닥은 드디어 『깊은 밤 부엌에서』를 통해서 또 다른 미키를 창조해냈다.
『깊은 밤 부엌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저 너머에는』과 함께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한 샌닥의 대표적인 삼부작이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한밤중에 잠이 깬 꼬마가 그 소리를 따라 부엌까지 가 보았더니 요리사 모자를 쓴 뚱보 요리사들이 있어서 함께 노래하며 빵을 만들다가 다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든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1846~1885)은 건강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에 갔다가, 그 곳에서 사망하였는데, 1938년부터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칼데콧 상''을 제정하여, 그 전 해에 출판된 최고의 그림책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칼데콧 상''은 최우수작 한 편에게 주는 ''칼데콧 메달''과 우수상 여러 편에 주는 ''칼데콧 아너''로 나누어져 있다. 칼데곳 상은 매우 권위있는 그림책 상으로 유명하다.
샌닥은 어린이를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발견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꿰어 맞춘 어린이가 아니라 제 나이만큼의 생각과 고민을 가진 ''진짜 아이들''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그는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확한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칼데콧상 시상식에서 샌닥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는 1970년에 최고의 어린이 책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8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역 : 서남희
서강대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동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다. 미국 The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미국 미시간주에서 10년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 등의 활동을 했다. 개인 홈페이지 The Cozy Corner에서 영어 그림책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렸다. 어린이 영어 그림책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칼럼을 썼고, 지은 책으로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별을 헤아리며』, 『꿀벌나무』, 『항해의 역사를 바꿔놓은 해상시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립스틱 정글』, 『그림책의 모든 것』,『이사벨의 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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