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성 문화까지 바꾼 자동차,
그 자동차와 사랑에 빠진 미국인
포드가 마르크스를 쫓아낸 이유는 충분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자본주의 국가는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있을까? 이러한 미국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도적으로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외면하면서 ‘친미’냐 ‘반미’냐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미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프런티어는 미국인의 유전자인가?
프런티어는 미국 역사의 중심축이 서부의 역사이며, 서부개척의 가능성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가 형성되었다는 사관(史觀)이다. 프런티어가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서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프런티어 사관을 미국인의 문화적 기질과 연관시키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국제적으로 난폭하게 구는 카우보이 기질과 그 바탕이라 할 인종차별주의나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물질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삶, ‘노다지’를 잡으려는 한탕주의 속성은 확실히 미국적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전의 양면’ 원리처럼 그 이면의 특성이 미국의 활력이자 저력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 미국 부자들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가?
아메리칸 드림의 결과는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굳건하게 만들었고, 이는 미국 부자들의 행태에서도 드라마틱하게 표출된다. 카네기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부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개같이 돈을 벌어 정승같이 쓰는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인정욕구’에 있다. 점잖은 방법으론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없다. 때론 악랄하고 잔인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인정욕구를 충족시킨 뒤엔 그 돈을 남을 위해 정승같이 써서 또 한 번 인정욕구를 충족시킨다. 이게 바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수많은 결함이 있지만 유지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나?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가져다준 이동성은 전통적인 마을의 성역과 금기를 깨는 혁명을 몰고 왔다. 자동차는 19세기적 도덕의 강제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도덕적으로 켕기는 일도 자동차를 타고 다른 지역에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광고 슬로건으로 그 심리를 사로잡았다. ‘차가 아닙니다. 사랑의 묘약입니다.’ ‘매끄럽고 날렵한, 원피스 몸매의 조각선이 당신을 들어오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 갖춰진 풍요로움을 만끽해 보세요. 그리고 시동을 걸어 보시죠.’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인 동시에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운전대를 잡을 때에 비로소 만끽할 수 있는 ‘권력감정’ 하나만으로도 미국인은 자동차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포드가 마르크스를 쫓아낼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나?
P. T. 바넘과 에드워드 버네이스. 그리고 예수를 ‘현대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으로 규정한 브루스 바턴. 이들은 광고와 PR 전문가들로 선전술의 중요성을 전파시켰지만, ‘야바위’ 등의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중요한 건, 광고는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수사학’이라는 점이다. 설득의 문제가 지식의 문제를 압도하는 대중민주주의, 그 본질이 광고다. 그 어떤 숭고한 목표와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이론과 실천을 모두 구현해내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적 수사학이 요구된다. 오늘날 ‘계몽의 종언’이 외쳐지고 있는데, 이는 진실만은 아니다. 누구에게건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면 “감히 누굴 가르치냐”고 반발하지만, 교묘하게 이벤트나 엔터테인먼트의 형식을 취해 주입시키면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계몽의 포장술이다.
믿으면 정말 해낼 수 있는가?
데일 카네기의 ‘처세술 혁명’, 나폴레온 힐의 ‘성공 방정식’,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 로버트 슐러의 ‘긍정적 사고방식’. 이들의 저서와 철학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지만, 지식인들은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한국 사회를 강타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 기운이 살아 있는 힐링과 멘토 열풍도 마찬가지다. 비판자들은 힐링과 멘토링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이미 자신의 입지를 사회적으로 구축한 사람들이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개인에겐 일시적인 위로나마 소중한 것이다. 사회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는 거라면, 개인 차원에서 강자가 되려고 애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질문이야말로 처세술 연구의 핵심일 것이다.
왜 버락 오바는 혼혈인이 아닌 흑인인가?
100년간 IQ 논쟁을 벌일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미국. 혼혈인인 버락 오바마를 ‘한 방울 원칙’에 의해 흑인으로 규정하는 미국. 백인 우월주의와 한 방울 원칙은 사라지는 게 옳겠지만, 그 해법은 만만치 않다. 결국 경제적 권력의 집중을 막고 빈부 양극화를 개선하는 게 인종문제 해결의 현실적 해법일 수 있다.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어느 나라에서건 성공한 유색인의 다수가 인종차별에 대해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아내는 백인을 취하는 걸 ‘위선’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그 숨은 뜻을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서 교도소 수감자 중 백인은 백인 인구 106명 당 한 명 꼴인 반면 흑인은 흑인 인구 14명 당 1명 꼴인 이유의 대부분도 ‘경제’에서 찾는 게 옳을 것이다.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미국의 국가 발달사는 시민의 무기 소지가 필요할 정도를 넘어서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특히 서부개척 시절 프런티어 생활에서 총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보루였다. 미국에서 총기 문제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자유로운 총기 소유는 어떤 사람들에겐 악마의 얼굴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천사의 얼굴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악마의 얼굴이요, 과거를 생각하면 천사의 얼굴이다. 총기 규제를 둘러싼 ‘세기의 싸움’은 미래와 과거의 충돌이기도 하다. 미국적 가치라고 하는 좋은 경험과 기억이 다수 미국인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총기 소지를 공포와 탐욕의 산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의 확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의 선의를 인정하는 선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게 미국의 ‘국가적 폭력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강준만
康俊晩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는 얼마 안되는 지식인 중의 한명.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에게 ''유별나다''는 평가는 흠이 되지는 않을 지는 몰라도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젊어서는 관직에 나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서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선비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강준만은 ''유별난''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강준만은 그런 소리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입바른 소리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세력에게나 퍼부어대며 책을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별나다''는 사람은 강준만의 입바른 소리가 성가신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겸손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식인 상에서 강준만은 완전히 반대쪽 극에 서있다. 강준만의 문체는 매우 직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강준만에 제기하는 문제 또한 그의 문체를 닮아 있다. 왜냐하면 강준만이 문제삼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의 비판은 더욱 전투적이고 신랄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학벌 중심 주의, 비합리주의 등의 요소는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행동 규칙으로 정착된 면이 있다. ''좋은 것이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강준만의 비판은 바로 그러한 ''은밀한 합의''를 불편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문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강준만의 비판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너무나 직선적인 문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공격적이 방식은 논리와 합리성에서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한다. 그래서 문장과 논리가 거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단점이자 한계다. 그러나 내 글쓰기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지식인의 역할로 규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은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한 사회과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인의 사명이 바로 지식의 대중화에 있다고 여긴다. 굳이 대중이 지식을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지식을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그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 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벽두엔 ‘증오 상업주의’를 화두로 던지며 2012년 대통령 선거와 한국 정치를 분석했다. 2012년에는 ‘멘토 열풍’에 주목했다. 이어 2012년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선언하며, 증오의 정치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를 끝낼 적임자로 안철수를 꼽았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은 결국 ‘증오의 굿판’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절반을 절망시키는 정치 현실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강준만은 모든 비극은 ‘증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절망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생활문화 사전』,『나의 정치학 사전』,『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세계문화 사전』,『선샤인 논술사전』,『대중문화의 겉과 속』(전3권),『한국인 코드』,『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글쓰기의 즐거움』,『대학생 글쓰기 특강』,『인간사색』,『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 근대사 산책』『지방은 식민지다』, 『고종스타벅스에 가다』, 『입시전쟁 잔혹사』『대한민국 소통법』,『행복코드』『미국사 산책』,『세계문화전쟁』,『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강남 좌파』,『교양 영어 사전』, 『세계 문화의 겉과 속』『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미국을 ‘쿨’하게 볼 수는 없는가
제1장 프런티어 문화
내 사랑 클레멘타인은 어디로 갔나? ‘골드러시’가 바꾼 미국의 풍경
철도는 어떻게 공간을 살해했는가? 대륙횡단철도의 건설
왜 4천만 버펄로는 멸종되었나? 백인들의 인디언 소탕 작전
프런티어는 미국인의 유전자인가? 프레더릭 잭슨 터너의 프런티어 사관
제2장 아메리칸 드림
왜 미국 부자들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두 얼굴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속물근성에 찌든 ‘광란의 20년대’에 대한 저항
갑과 을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가능한가?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제국’
왜 아이비리그 경쟁률이 치솟는가? 아이비리그는 ‘제국 인력의 양성소’
제3장 자동차 공화국
포드는 어떻게 마르크스를 쫓아냈는가? 헨리 포드의 ‘자동차 혁명’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나? 자동차와 성 혁명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인가? 앨프리드 슬론의 ‘GM 제국’
왜 미국은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잃었는가? ‘고의적 진부화’ 전략의 부메랑
제4장 민주주의의 수사학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나? P. T. 바넘의 ‘엔터테인먼트 민주주의’
예수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 일즈맨’인가? 브루스 바턴의 ‘복음 상업주의’
PR은 ‘대중의 마음에 해악을 끼치는 독’인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이벤트 혁명’
왜 미국은 매일 선거를 치르나? 조지 갤럽의 ‘여론조사 혁명’
제5장 처세술과 성공학
어떻게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일 것인가? 데일 카네기의 ‘처세술 혁명’
믿으면 정말 해낼 수 있는가? 나폴레온 힐의 ‘성공 방정식’
긍정?낙관?확신하면 꿈꾼 대로 이루어지는가?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
꿈꾸면 정말 못할 일이 없는가? 로버트 슐러의 ‘긍정적 사고방식’
제6장 인종의 문화정치학
에이브러햄 링컨은 마키아벨리스트인가? 미국의 ‘남북전쟁 논쟁’
누가 빌리홀리데이의 ‘이상한열매’를 만들었나? 백인 남성들의 ‘성기 콤플렉스’가 빚은 비극
왜 IQ는 ‘이념?인종 논쟁’이 되었는가? 미국의 ‘IQ 논쟁’ 100년사
왜 버락 오바마는 혼혈인이 아닌 흑인인가? ‘한 방울 원칙’의 문화정치학
제7장 폭력과 범죄
금주법은 ‘종교 전쟁’이었나? 부정부패와 조직범죄를 키운 금주법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개인 총기 소유’를 둘러싼 체제 이념 투쟁
왜 교도소는 성장 산업이 되었나? 미국의 ‘범산복합체’
전쟁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조건인가? 군산복합체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
주
성 문화까지 바꾼 자동차,
그 자동차와 사랑에 빠진 미국인
포드가 마르크스를 쫓아낸 이유는 충분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자본주의 국가는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있을까? 이러한 미국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도적으로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외면하면서 ‘친미’냐 ‘반미’냐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미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프런티어는 미국인의 유전자인가?
프런티어는 미국 역사의 중심축이 서부의 역사이며, 서부개척의 가능성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가 형성되었다는 사관(史觀)이다. 프런티어가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서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프런티어 사관을 미국인의 문화적 기질과 연관시키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국제적으로 난폭하게 구는 카우보이 기질과 그 바탕이라 할 인종차별주의나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물질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삶, ‘노다지’를 잡으려는 한탕주의 속성은 확실히 미국적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전의 양면’ 원리처럼 그 이면의 특성이 미국의 활력이자 저력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 미국 부자들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가?
아메리칸 드림의 결과는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굳건하게 만들었고, 이는 미국 부자들의 행태에서도 드라마틱하게 표출된다. 카네기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부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개같이 돈을 벌어 정승같이 쓰는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인정욕구’에 있다. 점잖은 방법으론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없다. 때론 악랄하고 잔인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인정욕구를 충족시킨 뒤엔 그 돈을 남을 위해 정승같이 써서 또 한 번 인정욕구를 충족시킨다. 이게 바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수많은 결함이 있지만 유지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나?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가져다준 이동성은 전통적인 마을의 성역과 금기를 깨는 혁명을 몰고 왔다. 자동차는 19세기적 도덕의 강제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도덕적으로 켕기는 일도 자동차를 타고 다른 지역에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광고 슬로건으로 그 심리를 사로잡았다. ‘차가 아닙니다. 사랑의 묘약입니다.’ ‘매끄럽고 날렵한, 원피스 몸매의 조각선이 당신을 들어오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 갖춰진 풍요로움을 만끽해 보세요. 그리고 시동을 걸어 보시죠.’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인 동시에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운전대를 잡을 때에 비로소 만끽할 수 있는 ‘권력감정’ 하나만으로도 미국인은 자동차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포드가 마르크스를 쫓아낼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나?
P. T. 바넘과 에드워드 버네이스. 그리고 예수를 ‘현대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으로 규정한 브루스 바턴. 이들은 광고와 PR 전문가들로 선전술의 중요성을 전파시켰지만, ‘야바위’ 등의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중요한 건, 광고는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수사학’이라는 점이다. 설득의 문제가 지식의 문제를 압도하는 대중민주주의, 그 본질이 광고다. 그 어떤 숭고한 목표와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이론과 실천을 모두 구현해내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적 수사학이 요구된다. 오늘날 ‘계몽의 종언’이 외쳐지고 있는데, 이는 진실만은 아니다. 누구에게건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면 “감히 누굴 가르치냐”고 반발하지만, 교묘하게 이벤트나 엔터테인먼트의 형식을 취해 주입시키면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계몽의 포장술이다.
믿으면 정말 해낼 수 있는가?
데일 카네기의 ‘처세술 혁명’, 나폴레온 힐의 ‘성공 방정식’,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 로버트 슐러의 ‘긍정적 사고방식’. 이들의 저서와 철학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지만, 지식인들은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한국 사회를 강타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 기운이 살아 있는 힐링과 멘토 열풍도 마찬가지다. 비판자들은 힐링과 멘토링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이미 자신의 입지를 사회적으로 구축한 사람들이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개인에겐 일시적인 위로나마 소중한 것이다. 사회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는 거라면, 개인 차원에서 강자가 되려고 애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질문이야말로 처세술 연구의 핵심일 것이다.
왜 버락 오바는 혼혈인이 아닌 흑인인가?
100년간 IQ 논쟁을 벌일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미국. 혼혈인인 버락 오바마를 ‘한 방울 원칙’에 의해 흑인으로 규정하는 미국. 백인 우월주의와 한 방울 원칙은 사라지는 게 옳겠지만, 그 해법은 만만치 않다. 결국 경제적 권력의 집중을 막고 빈부 양극화를 개선하는 게 인종문제 해결의 현실적 해법일 수 있다.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어느 나라에서건 성공한 유색인의 다수가 인종차별에 대해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아내는 백인을 취하는 걸 ‘위선’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그 숨은 뜻을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서 교도소 수감자 중 백인은 백인 인구 106명 당 한 명 꼴인 반면 흑인은 흑인 인구 14명 당 1명 꼴인 이유의 대부분도 ‘경제’에서 찾는 게 옳을 것이다.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미국의 국가 발달사는 시민의 무기 소지가 필요할 정도를 넘어서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특히 서부개척 시절 프런티어 생활에서 총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보루였다. 미국에서 총기 문제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자유로운 총기 소유는 어떤 사람들에겐 악마의 얼굴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천사의 얼굴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악마의 얼굴이요, 과거를 생각하면 천사의 얼굴이다. 총기 규제를 둘러싼 ‘세기의 싸움’은 미래와 과거의 충돌이기도 하다. 미국적 가치라고 하는 좋은 경험과 기억이 다수 미국인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총기 소지를 공포와 탐욕의 산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의 확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의 선의를 인정하는 선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게 미국의 ‘국가적 폭력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강준만
康俊晩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는 얼마 안되는 지식인 중의 한명.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에게 ''유별나다''는 평가는 흠이 되지는 않을 지는 몰라도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젊어서는 관직에 나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서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선비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강준만은 ''유별난''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강준만은 그런 소리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입바른 소리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세력에게나 퍼부어대며 책을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별나다''는 사람은 강준만의 입바른 소리가 성가신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겸손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식인 상에서 강준만은 완전히 반대쪽 극에 서있다. 강준만의 문체는 매우 직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강준만에 제기하는 문제 또한 그의 문체를 닮아 있다. 왜냐하면 강준만이 문제삼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의 비판은 더욱 전투적이고 신랄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학벌 중심 주의, 비합리주의 등의 요소는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행동 규칙으로 정착된 면이 있다. ''좋은 것이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강준만의 비판은 바로 그러한 ''은밀한 합의''를 불편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문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강준만의 비판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너무나 직선적인 문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공격적이 방식은 논리와 합리성에서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한다. 그래서 문장과 논리가 거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단점이자 한계다. 그러나 내 글쓰기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지식인의 역할로 규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은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한 사회과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인의 사명이 바로 지식의 대중화에 있다고 여긴다. 굳이 대중이 지식을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지식을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그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 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벽두엔 ‘증오 상업주의’를 화두로 던지며 2012년 대통령 선거와 한국 정치를 분석했다. 2012년에는 ‘멘토 열풍’에 주목했다. 이어 2012년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선언하며, 증오의 정치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를 끝낼 적임자로 안철수를 꼽았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은 결국 ‘증오의 굿판’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절반을 절망시키는 정치 현실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강준만은 모든 비극은 ‘증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절망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생활문화 사전』,『나의 정치학 사전』,『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세계문화 사전』,『선샤인 논술사전』,『대중문화의 겉과 속』(전3권),『한국인 코드』,『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글쓰기의 즐거움』,『대학생 글쓰기 특강』,『인간사색』,『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 근대사 산책』『지방은 식민지다』, 『고종스타벅스에 가다』, 『입시전쟁 잔혹사』『대한민국 소통법』,『행복코드』『미국사 산책』,『세계문화전쟁』,『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강남 좌파』,『교양 영어 사전』, 『세계 문화의 겉과 속』『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미국을 ‘쿨’하게 볼 수는 없는가
제1장 프런티어 문화
내 사랑 클레멘타인은 어디로 갔나? ‘골드러시’가 바꾼 미국의 풍경
철도는 어떻게 공간을 살해했는가? 대륙횡단철도의 건설
왜 4천만 버펄로는 멸종되었나? 백인들의 인디언 소탕 작전
프런티어는 미국인의 유전자인가? 프레더릭 잭슨 터너의 프런티어 사관
제2장 아메리칸 드림
왜 미국 부자들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두 얼굴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속물근성에 찌든 ‘광란의 20년대’에 대한 저항
갑과 을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가능한가?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제국’
왜 아이비리그 경쟁률이 치솟는가? 아이비리그는 ‘제국 인력의 양성소’
제3장 자동차 공화국
포드는 어떻게 마르크스를 쫓아냈는가? 헨리 포드의 ‘자동차 혁명’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나? 자동차와 성 혁명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인가? 앨프리드 슬론의 ‘GM 제국’
왜 미국은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잃었는가? ‘고의적 진부화’ 전략의 부메랑
제4장 민주주의의 수사학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나? P. T. 바넘의 ‘엔터테인먼트 민주주의’
예수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 일즈맨’인가? 브루스 바턴의 ‘복음 상업주의’
PR은 ‘대중의 마음에 해악을 끼치는 독’인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이벤트 혁명’
왜 미국은 매일 선거를 치르나? 조지 갤럽의 ‘여론조사 혁명’
제5장 처세술과 성공학
어떻게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일 것인가? 데일 카네기의 ‘처세술 혁명’
믿으면 정말 해낼 수 있는가? 나폴레온 힐의 ‘성공 방정식’
긍정?낙관?확신하면 꿈꾼 대로 이루어지는가?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
꿈꾸면 정말 못할 일이 없는가? 로버트 슐러의 ‘긍정적 사고방식’
제6장 인종의 문화정치학
에이브러햄 링컨은 마키아벨리스트인가? 미국의 ‘남북전쟁 논쟁’
누가 빌리홀리데이의 ‘이상한열매’를 만들었나? 백인 남성들의 ‘성기 콤플렉스’가 빚은 비극
왜 IQ는 ‘이념?인종 논쟁’이 되었는가? 미국의 ‘IQ 논쟁’ 100년사
왜 버락 오바마는 혼혈인이 아닌 흑인인가? ‘한 방울 원칙’의 문화정치학
제7장 폭력과 범죄
금주법은 ‘종교 전쟁’이었나? 부정부패와 조직범죄를 키운 금주법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개인 총기 소유’를 둘러싼 체제 이념 투쟁
왜 교도소는 성장 산업이 되었나? 미국의 ‘범산복합체’
전쟁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조건인가? 군산복합체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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