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신문 서평
조선시대 궁중 요리사는 남자였다
민속학과 음식사를 전공한 저자(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 23폭의 그림을 통해 ‘조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에서 음식은 ‘숨은 그림찾기’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19세기 도화서 화원인 유숙의 ‘대쾌도(大快圖)’는 성 밖에서 펼쳐진 씨름과 태껸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중심 테마를 형성한다. 저자는 그림 속 한구석에서 좌판을 벌이고 술을 따르고 있는 사람, 음식을 담은 목판을 목에 걸고 다니는 젊은 장사꾼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술단지 입구가 넓은 것으로 보아 술은 아마도 막걸리일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는 휘발성이 강해 술단지 입구가 좁아야 하기 때문이다. 술잔 옆에는 사각형 함에 노란 색 음식이 담겼다. 이는 과자 아니면 떡일 것이지만, 막걸리와 어울리려면 떡일 가능성이 높다. 떡이라면 노란 색인 것으로 보아 인절미일 것이다.
조선 3대 풍속화가인 김득신의 그림 ‘강상회음(江上會飮)’은 먹는 행위 자체가 그림의 주제인 드문 경우다. 어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강가 버드나무 그늘에 배를 매어 두고 갓 잡아올린 듯한 생선을 먹고 있다. 생선의 종류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지만 저자는 생김새로 미루어 숭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생선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보아 구이 아니면 찜이다. 당시는 굽기보다 찌기가 일반적이었으므로 분명 ‘숭어찜’이다. 요즘은 갓 잡은 생선회를 최고로 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생선을 날로 먹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전통 음식이 수백년 혹은 수천년 내려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김치는 조선의 전통 음식일까? 역설적이게도 조선시대 그림 속에서 김치가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조선 후기까지 김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음식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에 김치가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저자는 김치가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라는 관념은 서양인의 시각을 내면화한 ‘내부 오리엔탈리즘’은 아닌지 자문한다.
상식을 무너뜨리는 음식 이야기는 신선하다. 인기 TV 드라마 ‘대장금’과는 달리 궁중 요리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든지, 내의원 의관들이 직접 소젖을 짰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하지만 음식 이야기 자체보다는 굿과 무당, 옹기의 번성, 김매기 풍습 등 풍속사로 자주 흐르는 것은 주제를 혼란시키는 듯하다. 그림 속에 나타난 음식이 대부분 소략한 까닭에 그림 속 풍속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득이했을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림 속의 음식’보다는 ‘그림 속의 역사’로 빠진 것 같아 못내 아쉽다.[2005.1.28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조선시대 궁중 요리사는 남자였다
민속학과 음식사를 전공한 저자(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 23폭의 그림을 통해 ‘조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에서 음식은 ‘숨은 그림찾기’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19세기 도화서 화원인 유숙의 ‘대쾌도(大快圖)’는 성 밖에서 펼쳐진 씨름과 태껸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중심 테마를 형성한다. 저자는 그림 속 한구석에서 좌판을 벌이고 술을 따르고 있는 사람, 음식을 담은 목판을 목에 걸고 다니는 젊은 장사꾼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술단지 입구가 넓은 것으로 보아 술은 아마도 막걸리일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는 휘발성이 강해 술단지 입구가 좁아야 하기 때문이다. 술잔 옆에는 사각형 함에 노란 색 음식이 담겼다. 이는 과자 아니면 떡일 것이지만, 막걸리와 어울리려면 떡일 가능성이 높다. 떡이라면 노란 색인 것으로 보아 인절미일 것이다.
조선 3대 풍속화가인 김득신의 그림 ‘강상회음(江上會飮)’은 먹는 행위 자체가 그림의 주제인 드문 경우다. 어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강가 버드나무 그늘에 배를 매어 두고 갓 잡아올린 듯한 생선을 먹고 있다. 생선의 종류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지만 저자는 생김새로 미루어 숭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생선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보아 구이 아니면 찜이다. 당시는 굽기보다 찌기가 일반적이었으므로 분명 ‘숭어찜’이다. 요즘은 갓 잡은 생선회를 최고로 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생선을 날로 먹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전통 음식이 수백년 혹은 수천년 내려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김치는 조선의 전통 음식일까? 역설적이게도 조선시대 그림 속에서 김치가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조선 후기까지 김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음식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에 김치가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저자는 김치가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라는 관념은 서양인의 시각을 내면화한 ‘내부 오리엔탈리즘’은 아닌지 자문한다.
상식을 무너뜨리는 음식 이야기는 신선하다. 인기 TV 드라마 ‘대장금’과는 달리 궁중 요리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든지, 내의원 의관들이 직접 소젖을 짰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하지만 음식 이야기 자체보다는 굿과 무당, 옹기의 번성, 김매기 풍습 등 풍속사로 자주 흐르는 것은 주제를 혼란시키는 듯하다. 그림 속에 나타난 음식이 대부분 소략한 까닭에 그림 속 풍속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득이했을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림 속의 음식’보다는 ‘그림 속의 역사’로 빠진 것 같아 못내 아쉽다.[2005.1.28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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