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늘어진 뱃살은 당신 책임이 아니다!
비만을 사회구조와 경제·환경의 관점에서 파헤친 문제작
‘인류 비만’에 대한 긴급 보고서
2012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중 14억 명이 과체중이고, 이 14억 명 중 총 5억 명 이상(남자 2억 명 이상, 여자 3억 명 이상)이 비만이다. 2010년에는 5세 이하 어린이 중 4천만 명이 과체중으로 보고되었다.
WHO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고 실제로 비만은 전염병을 제치고 가장 위험한 질병으로 대두되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체중미달인 성인보다 비만인 성인이 더 많아졌다.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 사망 위험요소 중 다섯 번째 주요 요인이다. 매년 성인 약 280만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사망한다. 또 당뇨병의 44%, 허혈성 심장질환의 23%, 특정암의 7~41%가 과체중과 비만 때문에 발생한다. 건강 악화, 정상 생활 불능, 경제능력 상실로 입게 될 잠재적 손실을 고려해서 비만은 이제 ‘공중보건의 위기’ ‘시한폭탄’ ‘쓰나미’로 묘사된다. 지금 세계는 뱃살의 역습에 조용히 정복되고 있다.
한편, 2000년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량은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데도 여전히 8억5,000만 명은 굶주리고 있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여전히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건영양학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인 저자들은 [강요된 비만]에서 식품영양학과 보건학은 물론 생물학, 의학,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비만의 위기를 전한다. 또한 먹을거리 생산의 역사에서 오늘날 식품산업의 유통과 광고 마케팅 방법까지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는지 다각도로 조명하고 비판한다. 더불어 정크푸드에 비만세 부과, 유해식품 광고 규제,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도시 재설계와 운동 장려, 슬로푸드 운동 확산 등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왜 가난한 사람이 더 뚱뚱해지는가
사람들은 흔히 경제력이 높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비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 인구가 선진국 비만 인구보다 훨씬 많다. 경제 성장이 일정한 수준을 지나면 가장 빈곤하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 왜 가난한 나라에서 비만율이 매우 높을까? 우선, 예전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제대로 먹는 것보다, 열량 높고 소금, 설탕이 많이 든 살이 찌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오늘날 다양한 식품으로 식단을 꾸미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과일이나 채소를 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설탕, 밀가루, 기름, 가공식품 등을 사들인다. 이런 값 싼 먹을거리는 열량은 높지만 그저 포만감을 줄 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접하는 이런 경우로는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싼 식품을 사게 되는 것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 농산물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설탕, 곡물, 기름, 동물성지방을 처분할 길이 없어졌다. 해답은 수출이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에 물밀 듯이 쏟아부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서양식 생활습관에 익숙한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꾼다. 왜냐하면 슈퍼마켓 선반에 진열된 가공식품을 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으로 과체중이 되고 비만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그 뒤를 따른다.
빈곤이 초래하는 비만의 역설
그러나 빈곤국가나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하층 계급은 영양이 형편없고 ‘텅 빈’ 열량만 제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크푸드나 싸구려 가공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벌이가 변변찮은 사람들은 갑자기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을 찾아내고 되도록 빨리 최대한 많이 먹는다. 불행히도 그들은 채소나 과일처럼 영양 많은 음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채소나 과일은 모두 비싸고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겨우 먹고 살 만큼 벌기 때문에 비교적 싼 음식을 사먹게 되고 결국 가장 뚱뚱해지고 만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난하다’는 규칙은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실이다. 비만은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빈곤이 불러오는 질병인 셈이다. 날씬함은 가난한 가정에서는 누리기 힘든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사회에서 비만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빨리 퍼진다. 그 뒤에는 명백히 사회경제적/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소비자는 그저 수없이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들이 뒤얽힌 엄청나게 긴 사슬의 마지막 고리일 뿐이다.
신종 전염병의 기원을 파헤치다
저자들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마침내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지 멀고도 긴 여행으로 안내한다. 기아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라는 기치 아래 전 세계가 매진했던 농업 경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농부들이 자급자족 체제에서 능숙한 농업생산자였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대 식품회사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암울한 과정을 비판한다. 선진국이 싼 가격으로 생산하는 식품의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거대 유통업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전 세계 식품체제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슈퍼마켓 등이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소비지향적인 가공식품의 유혹 앞에 구매력이 떨어지는 일반 소비자들은 맥없이 무너졌고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부와 소규모 상인은 대기업의 그늘에서 안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먹을거리가 무차별적으로 넘쳐난다. ‘먹어라, 싸게 많이 줄 테니 계속 먹어치워라’라는 소리 없는 명령에 저임금 노동자들, 어린이와 청소년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비만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만은 기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전 세계적인 질병이다. 비만은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구조적인 환경의 산물이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로 깨달아야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폭식과 게으름, 의지박약과 노력 부족에서만 찾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더 많이 먹되 운동은 덜 하라’라고 부추기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을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이러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전 세계에 퍼진 이 전염병을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공식자료를 보면 확산일로에 있는 비만의 어마어마한 통계 수치가 나열되어 있어 절망적인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다행히 마지막에는 이렇게 강조되어 있다. “Obesity is preventable(비만은 예방할 수 있다).”
언론사 추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 책. 학생과 교사, 부모, 의료계 종사자, 정치·경제·외교 지도자, 도시설계사, 마케팅 전문가 등이 모두 읽고 토론해야 할 책.
[Choice]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학제적으로 접근한 책.
[Health Matters]
비만의 위기, 원인, 파급 효과에 대한 유용한 개관.
[International Affairs]
▣ 작가 소개
저 : 프란시스 들프슈
Francis Delpeuch
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개발연구소(IRD)의 인류 영양을 위한 WHO 협력센터에서 보건영양학 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 : 베르나르 메르
Bernard Maire
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개발연구소(IRD)의 인류 영양을 위한 WHO 협력센터에서 보건영양학 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 : 엠마뉘엘 모니에
Emmanuel Monnier
과학 전문기자이다
저 : 미셸 홀스워스
Michelle Holdsworth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보건영양학과 부교수다.
역 : 부희령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공부했고, 2001년 단편소설「어떤 갠 날」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소설 쓰는 일과 외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 소설『고양이 소녀』『엄마의 행복한 실험실: 마리 퀴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새로운 엘리엇』『살아 있는 모든 것들』『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모래 폭풍이 지날 때』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_비만 쓰나미가 몰려온다
머리말_왜 현대인은 점점 뚱뚱해지는가
1. 전 세계로 퍼지는 공포의 유행병
충격적인 수치들: 선진국의 급속한 비만 증가율 / 개발도상국도 예외가 아니다 / ‘프랑스인은 예외’이던 시절은 끝났다 / 위기에 처한 어린이: 통제 불능의 어린이 비만 / 왜 가난할수록 더 뚱뚱해질까
2. 왜 풍족해질수록 먹을거리는 더 나빠지는가
광우병의 교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고 있는가 / 유전자변형작물: 새로운 공포의 초점 / 왜 채소가 점점 맛없어질까 / 지방, 설탕,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다 /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들: 당뇨병, 고혈압에서 각종 암까지 / 비만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상처받는 마음들 / 성인병과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 우리는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3. 뚱보를 낳는 오늘날의 식습관은 어떻게 생겨났나
패스트푸드, 세계를 점령하다 / 너무 바빠 요리를 해먹을 시간이 없다 / 우리의 식습관을 바꾼 두 번의 혁명 / 개발도상국에서 왜 비만 문제가 더 심각한가 / 뚱보들의 전성시대 / 굶주림과 비만이 공존하는 이상한 세상
4. 먹을거리는 어떻게 생산되는가-대량생산 시대의 농업
먹을거리 생산 역사의 4단계 / 더 많이 생산하라: 선진국의 식량 증산 프로젝트 / 농업보조금의 역기능: 남아도는 농산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 녹색혁명의 성공 /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 / 10억 중국인이 고기 맛을 알게 된다면 / 다가올 식량 위기: 음식 가격이 싸던 시대는 이제 끝났을까 / 아무도 환경비용은 계산하지 않는다
5. 먹을거리는 어떻게 가공·유통되는가-식품회사와 슈퍼마켓
거대 식품회사의 부속품이 된 농부들 / 개발도상국 농부들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 거대 유통업체들이 지배하는 세계 / 슈퍼마켓은 지금 개발도상국으로 무한확장 중 / 마트에 진열된 불량식품 / 획일화되는 조리문화: 사라지는 전통 조리법
6. 비만을 초래한 범인은 식품산업인가
그들은 이윤을 추구할 뿐이다 / 맥도날드의 유레카: 많이 주면 많이 먹는다 / 광고의 힘: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란 망상이다 / 광고계의 빅 5: 패스트푸드, 시리얼, 청량음료, 과자, 스낵 / 재미있는 광고가 전하는 그릇된 메시지 /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광고의 악영향 / 공권력의 반격: 어린이 대상 식품광고를 규제하라! / 식품업계의 강력한 로비 / 금융사와 보험사, 식품회사를 압박하다 / 비만의 원인은 유전자인가
7. 비만은 단지 운동 부족 탓인가
비만의 기본 해결책: 몸을 움직여 지방을 태워 없애자! / 운동의 일석이조 효과: 날씬한 몸매에다 건강까지 / 당신의 신체활동수준은 얼마인가 / 안락의자 권하는 사회 / 신체활동은 문화의 문제인가
8. 약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개발 중인 비만 퇴치 백신들 / 의사들은 비만이라는 질병에 무지하다 /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왜 모두 살빼는 약을 찾는가 / 무리한 체중 감량은 왜 역효과를 낳는가 /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 / 의심스러운 건강기능식품들 / 웰빙식품으로의 바람직한 변화
9.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다
비만의 예방은 불가능한가 /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여라 /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을 뜯어고치자 /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폭넓게 동원하라 / 어린이 비만 예방을 최우선으로 / 각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라
10. 비만 문제의 해결책들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 / 정크푸드에 세금 부과하기
늘어진 뱃살은 당신 책임이 아니다!
비만을 사회구조와 경제·환경의 관점에서 파헤친 문제작
‘인류 비만’에 대한 긴급 보고서
2012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중 14억 명이 과체중이고, 이 14억 명 중 총 5억 명 이상(남자 2억 명 이상, 여자 3억 명 이상)이 비만이다. 2010년에는 5세 이하 어린이 중 4천만 명이 과체중으로 보고되었다.
WHO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고 실제로 비만은 전염병을 제치고 가장 위험한 질병으로 대두되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체중미달인 성인보다 비만인 성인이 더 많아졌다.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 사망 위험요소 중 다섯 번째 주요 요인이다. 매년 성인 약 280만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사망한다. 또 당뇨병의 44%, 허혈성 심장질환의 23%, 특정암의 7~41%가 과체중과 비만 때문에 발생한다. 건강 악화, 정상 생활 불능, 경제능력 상실로 입게 될 잠재적 손실을 고려해서 비만은 이제 ‘공중보건의 위기’ ‘시한폭탄’ ‘쓰나미’로 묘사된다. 지금 세계는 뱃살의 역습에 조용히 정복되고 있다.
한편, 2000년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량은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데도 여전히 8억5,000만 명은 굶주리고 있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여전히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건영양학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인 저자들은 [강요된 비만]에서 식품영양학과 보건학은 물론 생물학, 의학,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비만의 위기를 전한다. 또한 먹을거리 생산의 역사에서 오늘날 식품산업의 유통과 광고 마케팅 방법까지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는지 다각도로 조명하고 비판한다. 더불어 정크푸드에 비만세 부과, 유해식품 광고 규제,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도시 재설계와 운동 장려, 슬로푸드 운동 확산 등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왜 가난한 사람이 더 뚱뚱해지는가
사람들은 흔히 경제력이 높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비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 인구가 선진국 비만 인구보다 훨씬 많다. 경제 성장이 일정한 수준을 지나면 가장 빈곤하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 왜 가난한 나라에서 비만율이 매우 높을까? 우선, 예전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제대로 먹는 것보다, 열량 높고 소금, 설탕이 많이 든 살이 찌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오늘날 다양한 식품으로 식단을 꾸미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과일이나 채소를 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설탕, 밀가루, 기름, 가공식품 등을 사들인다. 이런 값 싼 먹을거리는 열량은 높지만 그저 포만감을 줄 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접하는 이런 경우로는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싼 식품을 사게 되는 것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 농산물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설탕, 곡물, 기름, 동물성지방을 처분할 길이 없어졌다. 해답은 수출이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에 물밀 듯이 쏟아부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서양식 생활습관에 익숙한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꾼다. 왜냐하면 슈퍼마켓 선반에 진열된 가공식품을 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으로 과체중이 되고 비만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그 뒤를 따른다.
빈곤이 초래하는 비만의 역설
그러나 빈곤국가나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하층 계급은 영양이 형편없고 ‘텅 빈’ 열량만 제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크푸드나 싸구려 가공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벌이가 변변찮은 사람들은 갑자기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을 찾아내고 되도록 빨리 최대한 많이 먹는다. 불행히도 그들은 채소나 과일처럼 영양 많은 음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채소나 과일은 모두 비싸고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겨우 먹고 살 만큼 벌기 때문에 비교적 싼 음식을 사먹게 되고 결국 가장 뚱뚱해지고 만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난하다’는 규칙은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실이다. 비만은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빈곤이 불러오는 질병인 셈이다. 날씬함은 가난한 가정에서는 누리기 힘든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사회에서 비만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빨리 퍼진다. 그 뒤에는 명백히 사회경제적/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소비자는 그저 수없이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들이 뒤얽힌 엄청나게 긴 사슬의 마지막 고리일 뿐이다.
신종 전염병의 기원을 파헤치다
저자들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마침내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지 멀고도 긴 여행으로 안내한다. 기아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라는 기치 아래 전 세계가 매진했던 농업 경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농부들이 자급자족 체제에서 능숙한 농업생산자였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대 식품회사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암울한 과정을 비판한다. 선진국이 싼 가격으로 생산하는 식품의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거대 유통업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전 세계 식품체제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슈퍼마켓 등이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소비지향적인 가공식품의 유혹 앞에 구매력이 떨어지는 일반 소비자들은 맥없이 무너졌고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부와 소규모 상인은 대기업의 그늘에서 안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먹을거리가 무차별적으로 넘쳐난다. ‘먹어라, 싸게 많이 줄 테니 계속 먹어치워라’라는 소리 없는 명령에 저임금 노동자들, 어린이와 청소년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비만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만은 기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전 세계적인 질병이다. 비만은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구조적인 환경의 산물이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로 깨달아야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폭식과 게으름, 의지박약과 노력 부족에서만 찾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더 많이 먹되 운동은 덜 하라’라고 부추기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을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이러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전 세계에 퍼진 이 전염병을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공식자료를 보면 확산일로에 있는 비만의 어마어마한 통계 수치가 나열되어 있어 절망적인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다행히 마지막에는 이렇게 강조되어 있다. “Obesity is preventable(비만은 예방할 수 있다).”
언론사 추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 책. 학생과 교사, 부모, 의료계 종사자, 정치·경제·외교 지도자, 도시설계사, 마케팅 전문가 등이 모두 읽고 토론해야 할 책.
[Choice]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학제적으로 접근한 책.
[Health Matters]
비만의 위기, 원인, 파급 효과에 대한 유용한 개관.
[International Affairs]
▣ 작가 소개
저 : 프란시스 들프슈
Francis Delpeuch
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개발연구소(IRD)의 인류 영양을 위한 WHO 협력센터에서 보건영양학 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 : 베르나르 메르
Bernard Maire
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개발연구소(IRD)의 인류 영양을 위한 WHO 협력센터에서 보건영양학 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 : 엠마뉘엘 모니에
Emmanuel Monnier
과학 전문기자이다
저 : 미셸 홀스워스
Michelle Holdsworth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보건영양학과 부교수다.
역 : 부희령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공부했고, 2001년 단편소설「어떤 갠 날」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소설 쓰는 일과 외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 소설『고양이 소녀』『엄마의 행복한 실험실: 마리 퀴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새로운 엘리엇』『살아 있는 모든 것들』『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모래 폭풍이 지날 때』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_비만 쓰나미가 몰려온다
머리말_왜 현대인은 점점 뚱뚱해지는가
1. 전 세계로 퍼지는 공포의 유행병
충격적인 수치들: 선진국의 급속한 비만 증가율 / 개발도상국도 예외가 아니다 / ‘프랑스인은 예외’이던 시절은 끝났다 / 위기에 처한 어린이: 통제 불능의 어린이 비만 / 왜 가난할수록 더 뚱뚱해질까
2. 왜 풍족해질수록 먹을거리는 더 나빠지는가
광우병의 교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고 있는가 / 유전자변형작물: 새로운 공포의 초점 / 왜 채소가 점점 맛없어질까 / 지방, 설탕,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다 /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들: 당뇨병, 고혈압에서 각종 암까지 / 비만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상처받는 마음들 / 성인병과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 우리는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3. 뚱보를 낳는 오늘날의 식습관은 어떻게 생겨났나
패스트푸드, 세계를 점령하다 / 너무 바빠 요리를 해먹을 시간이 없다 / 우리의 식습관을 바꾼 두 번의 혁명 / 개발도상국에서 왜 비만 문제가 더 심각한가 / 뚱보들의 전성시대 / 굶주림과 비만이 공존하는 이상한 세상
4. 먹을거리는 어떻게 생산되는가-대량생산 시대의 농업
먹을거리 생산 역사의 4단계 / 더 많이 생산하라: 선진국의 식량 증산 프로젝트 / 농업보조금의 역기능: 남아도는 농산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 녹색혁명의 성공 /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 / 10억 중국인이 고기 맛을 알게 된다면 / 다가올 식량 위기: 음식 가격이 싸던 시대는 이제 끝났을까 / 아무도 환경비용은 계산하지 않는다
5. 먹을거리는 어떻게 가공·유통되는가-식품회사와 슈퍼마켓
거대 식품회사의 부속품이 된 농부들 / 개발도상국 농부들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 거대 유통업체들이 지배하는 세계 / 슈퍼마켓은 지금 개발도상국으로 무한확장 중 / 마트에 진열된 불량식품 / 획일화되는 조리문화: 사라지는 전통 조리법
6. 비만을 초래한 범인은 식품산업인가
그들은 이윤을 추구할 뿐이다 / 맥도날드의 유레카: 많이 주면 많이 먹는다 / 광고의 힘: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란 망상이다 / 광고계의 빅 5: 패스트푸드, 시리얼, 청량음료, 과자, 스낵 / 재미있는 광고가 전하는 그릇된 메시지 /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광고의 악영향 / 공권력의 반격: 어린이 대상 식품광고를 규제하라! / 식품업계의 강력한 로비 / 금융사와 보험사, 식품회사를 압박하다 / 비만의 원인은 유전자인가
7. 비만은 단지 운동 부족 탓인가
비만의 기본 해결책: 몸을 움직여 지방을 태워 없애자! / 운동의 일석이조 효과: 날씬한 몸매에다 건강까지 / 당신의 신체활동수준은 얼마인가 / 안락의자 권하는 사회 / 신체활동은 문화의 문제인가
8. 약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개발 중인 비만 퇴치 백신들 / 의사들은 비만이라는 질병에 무지하다 /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왜 모두 살빼는 약을 찾는가 / 무리한 체중 감량은 왜 역효과를 낳는가 /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 / 의심스러운 건강기능식품들 / 웰빙식품으로의 바람직한 변화
9.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다
비만의 예방은 불가능한가 /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여라 /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을 뜯어고치자 /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폭넓게 동원하라 / 어린이 비만 예방을 최우선으로 / 각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라
10. 비만 문제의 해결책들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 / 정크푸드에 세금 부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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