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이와 부모, 부모와 교사, 학부모와 학부모
일기장으로 마음을 터놓다
《엄마 아빠랑 함께 쓴 일기》는 강원도 원주 치악초등학교 주순영 선생님이 지난해 자신이 맡은 초등학교 2학년 한 반에서 함께한 ‘학부모 모둠일기’의 기록이다. 아이와 부모가 한 일기장에 나란히 일기를 쓰고 부모님 글마다 선생님이 정성 어린 댓글을 달았다. 이 일기장을 아이들 대여섯 명이 한 모둠이 되어 차례차례 돌려 쓴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써준 일기를 읽고 또 읽었고, 자랑스레 선생님께 보여주었다.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자신감을 찾은 아이들까지도 있었다. 부모님들은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사랑을 글 속에 절절히 담아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아이를 보듬어 안을 것을 새삼 다짐했다. 또한 아이 반 친구들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 부모님들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속 끓여야 했던 많은 고민들을 터놓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불안했던 마음들도,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갔다.
물론 이 부모님들은 고단한 삶에 치여 일기 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보통 부모들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일기 쓰기가 가능했을까? 이 책은 6월, 7월, 9월에 걸쳐서 이루어진 모둠일기 전문을 거의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사이사이 선생님 글과 맨 끝에 부모님들 소감을 덧붙여 모둠일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었는지, 모두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도 자세히 볼 수 있다.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님들과, 아이 가정환경과 학부모와의 소통까지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이해할 때, 아이가 행복해진다
요즘 부모들한테 교사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좋은 마음으로 무조건 믿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하고 들리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집에서는 하나하나 다 챙겨 줘야 하는 아이가 학교 가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생님 눈 밖에 나 있는 건 아닌지,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건 아닌지, 혼자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건 아닌지……. 아이한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한계가 있고, 떠도는 얘기를 다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맨날 학교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편 부모를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은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을 드러내거나 보통 때와 다른 이상 행동을 보일 때, 교사는 아이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그 부모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한 아이한테 직접 묻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옛날처럼 가정방문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와 부모에 대해 편견이 쌓여가기 십상이다.
《엄마 아빠랑 함께 쓴 일기》는 이러한 대한민국 보통 부모와 보통 교사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어줄 선물 같은 책이다. 날마다 아이 일기, 부모 일기, 선생님 댓글 차례로 이어지는 책을 죽 읽어가다 보면, 이들이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 진실한 소통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하고 돌아와 밤늦게 책상 앞에 앉은 부모님.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하루의 고단함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투박하게 써 내려간다. 다들 처한 형편은 달라도, 삶이 고되고 아이에게 더 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한결같이 묻어난다. 선생님은 그 글들을 읽고 날마다 댓글을 쓴다. 맨 먼저 부모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헤아리고, 부모의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성의껏 답한다.
책에서 한 어머니는 아이 허벅지에 매 맞아 멍든 자국이 있는 걸 보았다. 아이가 잘못을 크게 했겠거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꼭 때려야 했는지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일기장에 썼다. 선생님은 길고 솔직한 댓글을 달았다. 변명하지 않고 다만 그날의 상황과 심정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썼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장에 마음을 표현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아이를 둘러싼 마음들이 숨김없이 오고가는 가운데 오해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 문제없는 가정은 없고, 마찬가지로 문제없는 교사도 없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을 드러내어 서로 나누고 함께 고민할 때, 아이를 위한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따뜻하고도 치열한 과정 그대로를 보여준다.
‘남의 집 일’에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기
아이를 키우면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부모들은 ‘다른 집들은 어떨까?’ 묻고 싶을 것이다. 다른 집 애들도 이런 문제로 속을 썩이는지, 그럴 때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지, 우리 집 아이만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지, 이대로 키워도 괜찮은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아이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을 터놓고 나눌 곳은 마땅치 않다.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막상 실제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주순영 선생님 반 부모들은 모둠일기장에 크게 의지했다. 다른 부모들이 풀어 놓는 고민을 보면서 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었다.
아이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겪는 사소한 고민들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엄마들의 경우에는 친구와 수다 떨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갔다. 다이어트, 건망증, 혼자만의 시간, 장마, 마르지 않는 빨래, 두통, 감기, 가계부……. 일기장 속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 ‘술 한잔’ 하자는 약속이 오가기도 하고 실제로 두 집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어느 집이 아기를 갖자 너도나도 축하하고, 어느 집 아이가 아프면 다 같이 걱정하고 회복을 빌었다. 어느 집 아이가 다른 아이 때문에 상처를 받자, 잘못한 아이 부모가 나서서 따뜻한 사과를 건네는 일도 있었다. 믿기 어렵게도 이 모든 소통이 일기장 하나로 가능했다.
요즘 가정의 모습들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이 책에서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의 활발한 참여도 돋보인다. 엄마 이상으로 육아에 적극적이고 선생님과 다른 집들과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요즘 아빠들이다. 또한 부모뿐만 아니라 때때로 언니, 누나, 할머니, 이모 들까지 일기 쓰기에 참여했다. 다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풀어 놓기도 했다. 일기를 직접 쓰지는 않았어도 일기 속에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식구들까지 합치자면, 모둠일기가 품어 안은 사람들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 유례없는 ‘일기 소통’을 지켜보다보면 일종의 공동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웃기고도 눈물 나는 가족 시트콤을 보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난해에 쓴 일기답게 요즘 세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 반에 다문화가정이 평균 한둘씩 있고, 거의 대부분의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 엄마 아빠가 멀리 떨어져 살면서 주말에만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새벽에 일을 해서 아이 얼굴을 잘 보지 못하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벌써 학원을 줄줄이 다니고 시험에 집착하며 스스로 공부에 대한 부담을 갖기 시작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이 책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모둠일기를 쓰신 학부모님들의 이야기
“모둠일기를 쓰면서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었어요. 아이들 옆에서 지켜보며 적당히 끌어주는 것이 나만의 어려움이 아닌 걸 알았거든요. 좋은 제안이었어요. 다음에도 또 해보고 싶네요.” (근구 엄마)
“저희 딸에 대한 마음도 알고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사는 일상도 엿보고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게 싫을 정도예요.” (지현 엄마)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는 1년 동안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바쁘더라도 가끔 민정이와 일기도 쓰면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정 엄마)
“선생님 덕분에 최소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맘 편하게 일할 수 있었음을 아시는지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유민, 유빈 아빠)
▣ 작가 소개
엮은이 주순영
1967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삼척에서 학교를 다녔다.
1990년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없는 하장 갈전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1993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 들어가 훌륭한 선생님들께 글쓰기 교육 정신과 삶의 태도를 배웠다.
1995년부터는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해 나가면서 행복한 교실을 일구려고 노력해 왔다. 삼척과 원주를 오가며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는 원주 치악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에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와 상담으로 학교 밖 학부모들과도 만나고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우리 아빠가 일기 썼어요. 보실래요?"
십수 년 만에 일기를 쓴다 (6~7월 일기)
모둠일기를 시작하며
6월 20일(월) 처음 모둠일기를 쓴다
6월 21일(화) 화내지 않고 혼내지 않을게
6월 22일(수) 아무쪼록 예쁘게 읽어 주세요
6월 23일(목) 지현 어머니, 시원한 차 한잔해요
6월 24일(금) 달팽이를 키우고 싶다
6월 25일(토) 사랑한다, 내 동생!
6월 27일(월) 어른들이라고 다 옳겠니
선생님 일기 :: 모둠일기, 이렇게 시작됐어요
6월 28일(화) 오늘도 달해한테 화를 냈다
6월 29일(수) 지혜와 함께 빵을 만들어 보았다
6월 30일(목) 우리 아빠는 일기 쓰기 싫은가 봐
7월 1일(금) 언제쯤 ‘ㅎ’과 이별할 수 있을까요?
7월 4일(월) 내가 아무래도 천재를 낳았나 보다
7월 5일(화) 쌍둥이들 하늘 산책 시켜 줘야겠다
7월 6일(수) 웬수 같은 술은 먹어 치워야 한다
7월 7일(목) 왜 엄마를 자주 못 보는 걸까
7월 8일(금) 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야 하는지
7월 11일(월) 사랑합니다, 나의 순애 씨
선생님 일기 :: "이젠 그냥 한준이로 불러. 김한준!"
7월 12일(화) 아직은 연필을 썼으면 해
7월 13일(수) 할머니와 나는 쌩쌩 신나게 달렸다
7월 16일(토) 술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숙제
선생님 일기 :: 8월 27일 토요일, 교실 청소 하던 날
글과 함께 마음도 주고받았다 (9월 일기)
2학기 모둠일기를 다시 시작하며
9월 5일(월) 할 수 있을 만큼 효도할 거다
9월 6일(화) 교감 선생님께서 탁구를 알려 주셨다
9월 7일(수) 갑자기 친구들이 나를 멀리한다
9월 8일(목)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9월 9일(금) 약 먹이는 걸로 고생해 보질 않았다
9월 11일(일) 오늘은 행복한 날
9월 13일(화) 다음에 꼭 쓸게, 미안……
9월 14일(수) 엄마를 많이 보아서 좋은 날
9월 15일(목) 언제든 부르면 너한테 가지
9월 16일(금) 예전엔 참 잘 웃고 살았는데……
9월 19일(월) 웬일이니 귀신이니 장난이니?
선생님 일기 :: ''모둠회 일기''의 주인공, 선아 아버지
9월 20일(화) 엄마가 염색을 했다
9월 23일(금) 바람아, 가지 마라!
9월 25일(일)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9월 26일(월) 웬만해선 휴가를 쓸 수 없다
9월 27일(화) 넌 친절하고 멋진 아이란다
9월 28일(수) 사랑합니다, 선생님
9월 29일(목) 나뭇잎에 이슬이 있다
9월 30일(금) 글과 함께 마음도 주고받았다
모둠일기 문집을 받고 나서
맺음말 - 아이와 부모의 아픔이 만나는 길, ‘삶을 가꾸는 글쓰기’
아이와 부모, 부모와 교사, 학부모와 학부모
일기장으로 마음을 터놓다
《엄마 아빠랑 함께 쓴 일기》는 강원도 원주 치악초등학교 주순영 선생님이 지난해 자신이 맡은 초등학교 2학년 한 반에서 함께한 ‘학부모 모둠일기’의 기록이다. 아이와 부모가 한 일기장에 나란히 일기를 쓰고 부모님 글마다 선생님이 정성 어린 댓글을 달았다. 이 일기장을 아이들 대여섯 명이 한 모둠이 되어 차례차례 돌려 쓴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써준 일기를 읽고 또 읽었고, 자랑스레 선생님께 보여주었다.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자신감을 찾은 아이들까지도 있었다. 부모님들은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사랑을 글 속에 절절히 담아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아이를 보듬어 안을 것을 새삼 다짐했다. 또한 아이 반 친구들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 부모님들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속 끓여야 했던 많은 고민들을 터놓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불안했던 마음들도,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갔다.
물론 이 부모님들은 고단한 삶에 치여 일기 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보통 부모들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일기 쓰기가 가능했을까? 이 책은 6월, 7월, 9월에 걸쳐서 이루어진 모둠일기 전문을 거의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사이사이 선생님 글과 맨 끝에 부모님들 소감을 덧붙여 모둠일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었는지, 모두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도 자세히 볼 수 있다.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님들과, 아이 가정환경과 학부모와의 소통까지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이해할 때, 아이가 행복해진다
요즘 부모들한테 교사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좋은 마음으로 무조건 믿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하고 들리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집에서는 하나하나 다 챙겨 줘야 하는 아이가 학교 가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생님 눈 밖에 나 있는 건 아닌지,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건 아닌지, 혼자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건 아닌지……. 아이한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한계가 있고, 떠도는 얘기를 다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맨날 학교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편 부모를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은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을 드러내거나 보통 때와 다른 이상 행동을 보일 때, 교사는 아이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그 부모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한 아이한테 직접 묻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옛날처럼 가정방문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와 부모에 대해 편견이 쌓여가기 십상이다.
《엄마 아빠랑 함께 쓴 일기》는 이러한 대한민국 보통 부모와 보통 교사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어줄 선물 같은 책이다. 날마다 아이 일기, 부모 일기, 선생님 댓글 차례로 이어지는 책을 죽 읽어가다 보면, 이들이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 진실한 소통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하고 돌아와 밤늦게 책상 앞에 앉은 부모님.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하루의 고단함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투박하게 써 내려간다. 다들 처한 형편은 달라도, 삶이 고되고 아이에게 더 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한결같이 묻어난다. 선생님은 그 글들을 읽고 날마다 댓글을 쓴다. 맨 먼저 부모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헤아리고, 부모의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성의껏 답한다.
책에서 한 어머니는 아이 허벅지에 매 맞아 멍든 자국이 있는 걸 보았다. 아이가 잘못을 크게 했겠거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꼭 때려야 했는지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일기장에 썼다. 선생님은 길고 솔직한 댓글을 달았다. 변명하지 않고 다만 그날의 상황과 심정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썼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장에 마음을 표현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아이를 둘러싼 마음들이 숨김없이 오고가는 가운데 오해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 문제없는 가정은 없고, 마찬가지로 문제없는 교사도 없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을 드러내어 서로 나누고 함께 고민할 때, 아이를 위한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따뜻하고도 치열한 과정 그대로를 보여준다.
‘남의 집 일’에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기
아이를 키우면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부모들은 ‘다른 집들은 어떨까?’ 묻고 싶을 것이다. 다른 집 애들도 이런 문제로 속을 썩이는지, 그럴 때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지, 우리 집 아이만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지, 이대로 키워도 괜찮은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아이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을 터놓고 나눌 곳은 마땅치 않다.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막상 실제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주순영 선생님 반 부모들은 모둠일기장에 크게 의지했다. 다른 부모들이 풀어 놓는 고민을 보면서 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었다.
아이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겪는 사소한 고민들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엄마들의 경우에는 친구와 수다 떨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갔다. 다이어트, 건망증, 혼자만의 시간, 장마, 마르지 않는 빨래, 두통, 감기, 가계부……. 일기장 속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 ‘술 한잔’ 하자는 약속이 오가기도 하고 실제로 두 집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어느 집이 아기를 갖자 너도나도 축하하고, 어느 집 아이가 아프면 다 같이 걱정하고 회복을 빌었다. 어느 집 아이가 다른 아이 때문에 상처를 받자, 잘못한 아이 부모가 나서서 따뜻한 사과를 건네는 일도 있었다. 믿기 어렵게도 이 모든 소통이 일기장 하나로 가능했다.
요즘 가정의 모습들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이 책에서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의 활발한 참여도 돋보인다. 엄마 이상으로 육아에 적극적이고 선생님과 다른 집들과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요즘 아빠들이다. 또한 부모뿐만 아니라 때때로 언니, 누나, 할머니, 이모 들까지 일기 쓰기에 참여했다. 다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풀어 놓기도 했다. 일기를 직접 쓰지는 않았어도 일기 속에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식구들까지 합치자면, 모둠일기가 품어 안은 사람들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 유례없는 ‘일기 소통’을 지켜보다보면 일종의 공동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웃기고도 눈물 나는 가족 시트콤을 보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난해에 쓴 일기답게 요즘 세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 반에 다문화가정이 평균 한둘씩 있고, 거의 대부분의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 엄마 아빠가 멀리 떨어져 살면서 주말에만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새벽에 일을 해서 아이 얼굴을 잘 보지 못하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벌써 학원을 줄줄이 다니고 시험에 집착하며 스스로 공부에 대한 부담을 갖기 시작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이 책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모둠일기를 쓰신 학부모님들의 이야기
“모둠일기를 쓰면서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었어요. 아이들 옆에서 지켜보며 적당히 끌어주는 것이 나만의 어려움이 아닌 걸 알았거든요. 좋은 제안이었어요. 다음에도 또 해보고 싶네요.” (근구 엄마)
“저희 딸에 대한 마음도 알고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사는 일상도 엿보고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게 싫을 정도예요.” (지현 엄마)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는 1년 동안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바쁘더라도 가끔 민정이와 일기도 쓰면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정 엄마)
“선생님 덕분에 최소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맘 편하게 일할 수 있었음을 아시는지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유민, 유빈 아빠)
▣ 작가 소개
엮은이 주순영
1967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삼척에서 학교를 다녔다.
1990년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없는 하장 갈전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1993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 들어가 훌륭한 선생님들께 글쓰기 교육 정신과 삶의 태도를 배웠다.
1995년부터는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해 나가면서 행복한 교실을 일구려고 노력해 왔다. 삼척과 원주를 오가며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는 원주 치악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에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와 상담으로 학교 밖 학부모들과도 만나고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우리 아빠가 일기 썼어요. 보실래요?"
십수 년 만에 일기를 쓴다 (6~7월 일기)
모둠일기를 시작하며
6월 20일(월) 처음 모둠일기를 쓴다
6월 21일(화) 화내지 않고 혼내지 않을게
6월 22일(수) 아무쪼록 예쁘게 읽어 주세요
6월 23일(목) 지현 어머니, 시원한 차 한잔해요
6월 24일(금) 달팽이를 키우고 싶다
6월 25일(토) 사랑한다, 내 동생!
6월 27일(월) 어른들이라고 다 옳겠니
선생님 일기 :: 모둠일기, 이렇게 시작됐어요
6월 28일(화) 오늘도 달해한테 화를 냈다
6월 29일(수) 지혜와 함께 빵을 만들어 보았다
6월 30일(목) 우리 아빠는 일기 쓰기 싫은가 봐
7월 1일(금) 언제쯤 ‘ㅎ’과 이별할 수 있을까요?
7월 4일(월) 내가 아무래도 천재를 낳았나 보다
7월 5일(화) 쌍둥이들 하늘 산책 시켜 줘야겠다
7월 6일(수) 웬수 같은 술은 먹어 치워야 한다
7월 7일(목) 왜 엄마를 자주 못 보는 걸까
7월 8일(금) 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야 하는지
7월 11일(월) 사랑합니다, 나의 순애 씨
선생님 일기 :: "이젠 그냥 한준이로 불러. 김한준!"
7월 12일(화) 아직은 연필을 썼으면 해
7월 13일(수) 할머니와 나는 쌩쌩 신나게 달렸다
7월 16일(토) 술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숙제
선생님 일기 :: 8월 27일 토요일, 교실 청소 하던 날
글과 함께 마음도 주고받았다 (9월 일기)
2학기 모둠일기를 다시 시작하며
9월 5일(월) 할 수 있을 만큼 효도할 거다
9월 6일(화) 교감 선생님께서 탁구를 알려 주셨다
9월 7일(수) 갑자기 친구들이 나를 멀리한다
9월 8일(목)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9월 9일(금) 약 먹이는 걸로 고생해 보질 않았다
9월 11일(일) 오늘은 행복한 날
9월 13일(화) 다음에 꼭 쓸게, 미안……
9월 14일(수) 엄마를 많이 보아서 좋은 날
9월 15일(목) 언제든 부르면 너한테 가지
9월 16일(금) 예전엔 참 잘 웃고 살았는데……
9월 19일(월) 웬일이니 귀신이니 장난이니?
선생님 일기 :: ''모둠회 일기''의 주인공, 선아 아버지
9월 20일(화) 엄마가 염색을 했다
9월 23일(금) 바람아, 가지 마라!
9월 25일(일)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9월 26일(월) 웬만해선 휴가를 쓸 수 없다
9월 27일(화) 넌 친절하고 멋진 아이란다
9월 28일(수) 사랑합니다, 선생님
9월 29일(목) 나뭇잎에 이슬이 있다
9월 30일(금) 글과 함께 마음도 주고받았다
모둠일기 문집을 받고 나서
맺음말 - 아이와 부모의 아픔이 만나는 길, ‘삶을 가꾸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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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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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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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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