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왼손이 없는 게 아니야,
조금 특별한 오른손이 있을 뿐
‘봄나무 문학선’ 시리즈의 새 책 《한 손의 투수》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불의의 사고를 겪어 한 손을 잃었지만 좌절과 상실감을 극복하며 일어서는 주인공 ‘노먼’의 모습을 통해 참된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화가도 되고 싶고 야구 선수도 되고 싶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꿈 많은 소년 노먼은 한 손으로 야구하는 법을 터득하며 활약하고 성장한다. 외로움과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하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이 책의 작가, M. J. 아크는 야구와 장애라는 두 소재를 세밀하게 엮어 내,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스포츠 세계에서 한 손을 잃은 소년이 겪어야 하는 실망과 좌절, 그러나 그 시련을 딛고 일어섰기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 성취의 기쁨과 뿌듯함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야구와 장애라는 특별한 소재로 쓰였지만, 누가 읽어도 만족할 만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한 손의 투수 노먼이 던지는 희망의 스트라이크!
한 손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이 물음이 열한 살 노먼에게는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1946년, 노먼은 독립 기념일을 맞아 친구 리언과 함께 불꽃놀이를 계획한다. 어른들은 그러다가 잘못하면 손을 잃을 거라고 걱정하지만,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정말 멋질 것 같다. 하지만 그날 노먼을 기다리고 있던 건 신 나는 불꽃놀이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고, 노먼은 왼손을 잃고 만다. 한 손뿐인 노먼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화가가 되겠다던 꿈은 어떻게 될까?
그날의 사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이 굳는 아빠, 해병대 조교처럼 엄하게 변한 엄마, 야구를 포기하고 한 손으로 가능한 운동만 하라고 타이르는 친구 리언, 그리고 장애를 놀려 대는 반 아이 고디 사이에서 노먼은 예전과 같은 건 단 하나도 없다고 느낀다. 전에는 익숙하게 해 오던 작은 일조차 이제는 복잡한 퍼즐처럼 다가온다. 단추를 잠그는 것, 신발 끈을 묶는 것, 고기를 써는 것, 그리고 공을 던지고 잡는 것……. 하지만 노먼은 누구도 예상 못 한 방법으로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며 꿈을 향해 씩씩하게 다가선다. 이 책은 장애를 둘러싼 숱한 편견에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먼이 우리에게 던지는,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스트라이크이다.
“다르게 던지면 돼, 그렇다고 틀린 건 아니니까.”
이 책 《한 손의 투수》는 주인공의 왼손을 앗아가는 비극적이고 강렬한 사고로 첫 장을 열며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후 전개에서는, 독자가 장애아동의 이야기에 으레 기대하는 슬픔 대신, 작은 도전을 하나씩 성공하며 느끼는 일상의 기쁨이 주된 정서로 흐른다. 작가 M. J. 아크는 특유의 유머와 낙천적인 시선으로 감정의 과잉 없이 매끄럽고 잔잔하게 노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노먼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꺽꺽 울고, 사고 난 팔을 보이고 싶지 않아 친구들을 피해 다니고, 아이들에게 ‘병신’ ‘삐꾸’ ‘외팔이’라는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팔을 되찾을 수 없는 노먼에게 장애가 언제까지 버겁고 어두운 비밀일 수는 없다. 노먼은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특히 한 손이 없는 걸 내세우며 학교 숙제를 면제받거나 가게 손님에게 팁을 받으려고 궁리하는 장면 등은 노먼이 장애를 받아들이는 와중에 드러나는 소소한 일화로, 독자를 웃게도 하고 짠하게도 한다.
장애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체육 시간과 야구 경기, 관악대 합주 연습, 보이스카우트 야영 대회 등 노먼의 학교생활을 차분히 좇으며 유년기의 소중한 경험들을 함께한다. 그리고 그런 노먼의 뒤에는 노먼을 유별나게 대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다.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들은 노먼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특혜를 주는 법이 결코 없다. 배려와 공평함 사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보이는 주변 사람들에 힘입어 노먼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 법을 배운다. 작가는 장애를 이상하고 유별나게 만드는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비장애인의 시선과 태도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는 듯하다.
비극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와 남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그 덕분에 노먼의 학교생활과 야구에 몰두하는 모습, 작은 가게에서 벌어지는 사건 등이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소도시 레이크 카멜의 주민들은 저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서로 위로하고 돕는다.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가 작품 전체를 감고 흘러,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노먼과 함께 우정을 쌓는 리언과 칼의 모습은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어머니가 없는 리언, 친구가 없는 칼. 서로 다른 상처와 약점을 가진 이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누구도 똑같지 않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그렇기에 ‘남과 다른 나’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노먼은 모든 걸 혼자 힘으로 척척 해내는 영웅 같은 주인공이 아니라, 열한두 살 무렵의 평범하고 재기 넘치는 소년으로 그려져 현실감을 얻는다. 이 책은 흔히 ‘장애 극복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장애인도 혼자 힘으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고 어느 분야에서는 더 특별한 능력을 갖췄을 거라는 환상을 부추기지 않는다. 노먼은 단지 열심히 노력하는 법을 배워 가는 아이이다. 가령 신발 끈을 묶는 건 성공하지만 부싯돌로 불꽃을 만드는 건 도무지 해낼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감 있는 묘사야말로 노먼의 도전을 지켜보면서 독자들도 함께 가슴 졸이고 진심을 담아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노먼과 리언과 칼이 서로 다투고 화해하면서 자신을 존중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 법을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편 노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다른 방식을 드러낸다. 어머니는 노먼이 다친 이후에도 전과 다름없는 기준으로 노먼을 대하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미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반면 아버지는 노먼을 좀 더 봐주고 너그러이 대하려 하지만, 사고 이야기가 나올 때면 말없이 표정이 굳어 버린다. 작가는 비극적인 사고가 가져온 가족 사이의 틈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그 틈새를 메우는 것 또한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라는 걸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이처럼 M. J. 아크는 야구와 장애라는 특수한 소재 속에 가족 간의 사랑이나 친구 사이의 우정 같은 보편성을 길어 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만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극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용기를 얻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한 손 투수 짐 애보트는 “희망이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장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소설 속 노먼에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장애와 이를 둘러싼 편견은 더 큰 내가 되어 가는 과정에 맞닥뜨린 하나의 숙제였는지도 모른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과도기에 있는 열한두 살 무렵의 아이들은 이 책의 노먼처럼 크고 작은 상처와 좌절을 맞닥뜨린다. 모든 것의 속도가 빨라진 우리 사회는 이제 이 아이들이 알차고 단단하게 여무는 시간조차 제대로 인내하며 기다려 주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 M. J. 아크는 아이들이 저마다 겪어 내야 할 성장의 과정을 담담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 책에 용기와 희망 그리고 자신을 향한 믿음이라는 빛나는 가치를 심어 두었다. 야구팬이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며, 어려움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꿈과 희망을 선물할 책이다.
▣ 작가 소개
글 : M. J. 아크 M. J. Auch
미국 뉴욕 주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치료사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코네티컷 주의 병원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재활을 도왔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작은 농장을 하며 지냈고, 뒤늦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작품 중에는 이 책 《한 손의 투수》와 《기타 보이 Guitar Boy》 《윙 넛 Wing Nut》 《케빈 납치 사건 Kidnapping Kevin Kowalski》처럼 불의의 사고가 벌어진 뒤 좌절과 상실감을 이겨 내며 성장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작업치료사로 일했던 경험에서 깊이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 《한 손의 투수》는 남편인 험 아크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쓰여 장애를 가진 소년의 마음속 갈등과 성장의 통증이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주인공 ‘노먼’의 담임선생님 이름으로 자신의 어릴 적 선생님 이름을 등장시키고,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 시민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뒤로한 채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는 등 자전적인 요소도 많이 담겼다. 한 손을 잃었지만 여전히 재기 넘치는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 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많은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이다. M. J. 아크는 현재 남편과 함께 작은 농장을 꾸리면서 어린이 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림 : 문신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아이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이다. 서울과 제주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가졌고, 삼성 디지털 파인 아트 금상, 독일 ‘아트 인터뷰’ 매거진의 국제 미술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직접 쓰고 그리고 사진 찍은 여행 에세이인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와 《제주오름 걷기여행》을 펴냈다.
역자 : 고정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영어로 된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그림책 《주머니 밖으로 폴짝!》 《안아 주세요》와 동화책 《작은 요새의 아이들》 《공포의 학교》, 어린이 지식 책인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과 어른을 위한 《천국의 작은 새》 《오만과 편견》 등이 있다.
왼손이 없는 게 아니야,
조금 특별한 오른손이 있을 뿐
‘봄나무 문학선’ 시리즈의 새 책 《한 손의 투수》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불의의 사고를 겪어 한 손을 잃었지만 좌절과 상실감을 극복하며 일어서는 주인공 ‘노먼’의 모습을 통해 참된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화가도 되고 싶고 야구 선수도 되고 싶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꿈 많은 소년 노먼은 한 손으로 야구하는 법을 터득하며 활약하고 성장한다. 외로움과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하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이 책의 작가, M. J. 아크는 야구와 장애라는 두 소재를 세밀하게 엮어 내,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스포츠 세계에서 한 손을 잃은 소년이 겪어야 하는 실망과 좌절, 그러나 그 시련을 딛고 일어섰기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 성취의 기쁨과 뿌듯함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야구와 장애라는 특별한 소재로 쓰였지만, 누가 읽어도 만족할 만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한 손의 투수 노먼이 던지는 희망의 스트라이크!
한 손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이 물음이 열한 살 노먼에게는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1946년, 노먼은 독립 기념일을 맞아 친구 리언과 함께 불꽃놀이를 계획한다. 어른들은 그러다가 잘못하면 손을 잃을 거라고 걱정하지만,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정말 멋질 것 같다. 하지만 그날 노먼을 기다리고 있던 건 신 나는 불꽃놀이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고, 노먼은 왼손을 잃고 만다. 한 손뿐인 노먼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화가가 되겠다던 꿈은 어떻게 될까?
그날의 사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이 굳는 아빠, 해병대 조교처럼 엄하게 변한 엄마, 야구를 포기하고 한 손으로 가능한 운동만 하라고 타이르는 친구 리언, 그리고 장애를 놀려 대는 반 아이 고디 사이에서 노먼은 예전과 같은 건 단 하나도 없다고 느낀다. 전에는 익숙하게 해 오던 작은 일조차 이제는 복잡한 퍼즐처럼 다가온다. 단추를 잠그는 것, 신발 끈을 묶는 것, 고기를 써는 것, 그리고 공을 던지고 잡는 것……. 하지만 노먼은 누구도 예상 못 한 방법으로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며 꿈을 향해 씩씩하게 다가선다. 이 책은 장애를 둘러싼 숱한 편견에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먼이 우리에게 던지는,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스트라이크이다.
“다르게 던지면 돼, 그렇다고 틀린 건 아니니까.”
이 책 《한 손의 투수》는 주인공의 왼손을 앗아가는 비극적이고 강렬한 사고로 첫 장을 열며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후 전개에서는, 독자가 장애아동의 이야기에 으레 기대하는 슬픔 대신, 작은 도전을 하나씩 성공하며 느끼는 일상의 기쁨이 주된 정서로 흐른다. 작가 M. J. 아크는 특유의 유머와 낙천적인 시선으로 감정의 과잉 없이 매끄럽고 잔잔하게 노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노먼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꺽꺽 울고, 사고 난 팔을 보이고 싶지 않아 친구들을 피해 다니고, 아이들에게 ‘병신’ ‘삐꾸’ ‘외팔이’라는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팔을 되찾을 수 없는 노먼에게 장애가 언제까지 버겁고 어두운 비밀일 수는 없다. 노먼은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특히 한 손이 없는 걸 내세우며 학교 숙제를 면제받거나 가게 손님에게 팁을 받으려고 궁리하는 장면 등은 노먼이 장애를 받아들이는 와중에 드러나는 소소한 일화로, 독자를 웃게도 하고 짠하게도 한다.
장애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체육 시간과 야구 경기, 관악대 합주 연습, 보이스카우트 야영 대회 등 노먼의 학교생활을 차분히 좇으며 유년기의 소중한 경험들을 함께한다. 그리고 그런 노먼의 뒤에는 노먼을 유별나게 대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다.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들은 노먼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특혜를 주는 법이 결코 없다. 배려와 공평함 사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보이는 주변 사람들에 힘입어 노먼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 법을 배운다. 작가는 장애를 이상하고 유별나게 만드는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비장애인의 시선과 태도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는 듯하다.
비극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와 남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그 덕분에 노먼의 학교생활과 야구에 몰두하는 모습, 작은 가게에서 벌어지는 사건 등이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소도시 레이크 카멜의 주민들은 저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서로 위로하고 돕는다.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가 작품 전체를 감고 흘러,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노먼과 함께 우정을 쌓는 리언과 칼의 모습은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어머니가 없는 리언, 친구가 없는 칼. 서로 다른 상처와 약점을 가진 이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누구도 똑같지 않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그렇기에 ‘남과 다른 나’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노먼은 모든 걸 혼자 힘으로 척척 해내는 영웅 같은 주인공이 아니라, 열한두 살 무렵의 평범하고 재기 넘치는 소년으로 그려져 현실감을 얻는다. 이 책은 흔히 ‘장애 극복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장애인도 혼자 힘으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고 어느 분야에서는 더 특별한 능력을 갖췄을 거라는 환상을 부추기지 않는다. 노먼은 단지 열심히 노력하는 법을 배워 가는 아이이다. 가령 신발 끈을 묶는 건 성공하지만 부싯돌로 불꽃을 만드는 건 도무지 해낼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감 있는 묘사야말로 노먼의 도전을 지켜보면서 독자들도 함께 가슴 졸이고 진심을 담아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노먼과 리언과 칼이 서로 다투고 화해하면서 자신을 존중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 법을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편 노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다른 방식을 드러낸다. 어머니는 노먼이 다친 이후에도 전과 다름없는 기준으로 노먼을 대하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미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반면 아버지는 노먼을 좀 더 봐주고 너그러이 대하려 하지만, 사고 이야기가 나올 때면 말없이 표정이 굳어 버린다. 작가는 비극적인 사고가 가져온 가족 사이의 틈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그 틈새를 메우는 것 또한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라는 걸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이처럼 M. J. 아크는 야구와 장애라는 특수한 소재 속에 가족 간의 사랑이나 친구 사이의 우정 같은 보편성을 길어 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만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극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용기를 얻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한 손 투수 짐 애보트는 “희망이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장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소설 속 노먼에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장애와 이를 둘러싼 편견은 더 큰 내가 되어 가는 과정에 맞닥뜨린 하나의 숙제였는지도 모른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과도기에 있는 열한두 살 무렵의 아이들은 이 책의 노먼처럼 크고 작은 상처와 좌절을 맞닥뜨린다. 모든 것의 속도가 빨라진 우리 사회는 이제 이 아이들이 알차고 단단하게 여무는 시간조차 제대로 인내하며 기다려 주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 M. J. 아크는 아이들이 저마다 겪어 내야 할 성장의 과정을 담담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 책에 용기와 희망 그리고 자신을 향한 믿음이라는 빛나는 가치를 심어 두었다. 야구팬이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며, 어려움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꿈과 희망을 선물할 책이다.
▣ 작가 소개
글 : M. J. 아크 M. J. Auch
미국 뉴욕 주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치료사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코네티컷 주의 병원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재활을 도왔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작은 농장을 하며 지냈고, 뒤늦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작품 중에는 이 책 《한 손의 투수》와 《기타 보이 Guitar Boy》 《윙 넛 Wing Nut》 《케빈 납치 사건 Kidnapping Kevin Kowalski》처럼 불의의 사고가 벌어진 뒤 좌절과 상실감을 이겨 내며 성장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작업치료사로 일했던 경험에서 깊이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 《한 손의 투수》는 남편인 험 아크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쓰여 장애를 가진 소년의 마음속 갈등과 성장의 통증이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주인공 ‘노먼’의 담임선생님 이름으로 자신의 어릴 적 선생님 이름을 등장시키고,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 시민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뒤로한 채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는 등 자전적인 요소도 많이 담겼다. 한 손을 잃었지만 여전히 재기 넘치는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 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많은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이다. M. J. 아크는 현재 남편과 함께 작은 농장을 꾸리면서 어린이 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림 : 문신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아이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이다. 서울과 제주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가졌고, 삼성 디지털 파인 아트 금상, 독일 ‘아트 인터뷰’ 매거진의 국제 미술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직접 쓰고 그리고 사진 찍은 여행 에세이인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와 《제주오름 걷기여행》을 펴냈다.
역자 : 고정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영어로 된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그림책 《주머니 밖으로 폴짝!》 《안아 주세요》와 동화책 《작은 요새의 아이들》 《공포의 학교》, 어린이 지식 책인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과 어른을 위한 《천국의 작은 새》 《오만과 편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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