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기후과학자,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과학사회학자, 사회운동가, 간호학자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기술의 민주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탐색한다. 기고자들은 전통적으로 전문가들이 독점해 온 영역에서 일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인간의 필요를 좀더 지향하는 과학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사회경제적·이데올로기적 장벽들을 탐구한다. 에이즈 치료 운동, 유럽과 미국의 기술 합의회의, 핵물질 가공과 처분에 대한 규제, 지속가능한 농업에서의 농부 네트워크 등 시민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담은 여러 편의 사례연구들과 함께, 근대과학에 대한 계몽주의적 전제들이 어떻게 이러한 시야를 제한하고 있는지 탐구한 글들이 수록돼 있다. 그 외의 장들에서는 분명한 대중적 관련성을 가진 쟁점에 관해 과학자 공동체 내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나타날 때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비과학자는 과학기술 사안에 대해 침묵해야만 하는가
1990년대 중반, 과학에 대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를 놓고 소수의 과학자들과 과학기술학자들이 맞붙은 “과학전쟁”(Science Wars)이 미국의 매체와 학술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1900년대 중반 이래로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던 기술과학자들은 사회과학과 인문학, 시민사회 운동에서 자신들에게 던져진 문제제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책의 대표 편집자인 사회학자 대니얼 클라인맨에 의하면 과학자들의 반응은, 냉전의 열기가 사그라지고 그들이 그간 누려왔던 안정적인 지위와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는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조명될 필요가 있다. 위기감을 느낀 과학자들은 과학 분야의 엘리트주의에 도전하는 환경운동가, 과학사회학자, 페미니스트, 교육학 연구자, 문화비평가들을 “과학과 이성으로부터 도피”하는 사람들, “대학을 나쁜 풍조로 물들일” 위험스러운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또 일반 시민들의 과학정책 결정에의 참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시민들은 분별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과학기술 영역의 불합리한 전문가주의를 비호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지양될 수 있는가
저자들은 과학 전문가와 일반 시민 사이에 현존하는 지식, 발언권, 사회적 영향력의 불균형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학 영역 내에서 시민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을 통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 조류독감, 가축 대량 살상, 광우병 쇠고기, 천안함, 4대강, 기후변화 등 오늘날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많은 문제들은 과학기술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사안들에 관해 어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시민들은 고도로 기술적인 사안들에 관해 발언할 수 있는가? 시민들의 의견은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가? 정치인과 과학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가?
2008년의 촛불 시위나, 천안함 사태, 황우석 사건 당시, 수많은 시민과학자들과 촛불과학자들이 인터넷에 등장해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술적인 사안들을 둘러싼 전문가-일반인의 구분선은 이미 모호해졌고, 그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시민 참여 과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과학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대전제이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 방법론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일반인 과학 생산에서 과학기술 규제에 대한 참여에 이르기까지 시민 참여 과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과학기술 사안에 대한 민주적 참여의 실제 사례를 다룬다. 미국의 에이즈 치료 운동은 비전문가가 직접 지식생산에 참여했던 사례로서, 시민참여의 스펙트럼에서 참여의 강도가 매우 높은 극단에 위치한다. 당시의 활동가들은 생의학과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비과학자가 과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폭을 재정의했다. 이 책 1장에 실린 스티븐 엡스틴의 글은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가능했었는지를 포착한다.
과학기술 정책결정에서 구조화된 시민참여에 대한 글로는 덴마크의 합의회의의 사례를 소개하는 리처드 스클로브의 글(2장)이 유용하다. 합의회의는 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정책결정의 사전단계에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에서도 ''시민과학센터''의 주도로 생명윤리, 원자력 발전 등을 주제로 한 합의회의들이 지난 10~20년 동안 여러 차례 개최된 바 있다. 최근 들어 합의회의는 전 세계에서 실험적으로 열려, 연구자들은 이미 그 이점과 한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3장에서 네바 해서네인은 위스콘신 주의 자발적 농민 네트워크들에 대해 논의하고 분석한다. 이들은 정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강요하는 농업 정책 및 농업지식의 경직성과 불공평한 권력관계를 넘어서는 “국지적 지식”을 생산하며 그러한 지식의 공유 방법을 스스로 창출해 간다. 4장에서 루이스 캐플란은 워싱턴 주 핸퍼드의 사례를 통해 핵발전, 핵무기, 핵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시민참여의 역사를 제시한다. 이 역사는 핵발전소 사고가 속출하는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하다. 1부의 글들은 시민들이 과학기술 사안에서 유능하고 열정적인 참여자로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부의 저자들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의 접점이라는 문제에 대한 보다 개념적인 탐구를 전개하며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한다. 대니얼 새러위츠는 5장에서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의 예측불가능성 및 통제불가능성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인간의 필요와 복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방 과학정책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스티븐 슈나이더는 6장에서 시민들이 과학자들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제공할 “메타-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다.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샌드라 하딩은 7장에서 과학의 계몽주의 모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늘날 과학에 숨은 ‘보편성의 이상’이 인지적 다양성을 저평가하고, 과학이 비판에 눈을 감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니얼 클라인맨이 쓴 마지막 장에서는 민주화된 과학의 사례들의 몇 가지 차원들을 개관하며, 과학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전문가의 권위에 맹신이라고 진단한다.
▣ 작가 소개
저 : 샌드라 하딩
Sandra Harding
하딩은 1935년에 태어나 1973년에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UCLA 여성연구센터의 센터장(1996~2000)과 대표적인 페미니즘연구 저널인 Signs의 공동편집장(2000~2005)을 역임했다. 또한 전미보건협회나 유엔기구를 포함하여 페미니즘과 탈식민의 과학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국제기구에 자문역할을 해왔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의 교육·문헌정보대학원(GSE&IS)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는 페미니스트 철학과 탈식민 이론의 전통 안에서 인식론, 연구방법론 및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미국의 철학자이다. 하딩은 페미니스트 과학철학과 인식론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으며, 하딩이 발전시킨 페미니스트 입장론과 특히 “강한 객관성” 개념은 철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에도 널리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서로 『페미니즘과 과학』,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등이 있다.
저 : 네바 해서네인
Neva Hassanein
몬타나대학교 환경학 부교수다. 지속가능한 식품과 농업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품민주주의와 지역식품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관련된 사회활동을 병행 주. 주요 저서로는 『미국 농업 방식의 변화: 지속가능한 농업운동에서의 지식과 공동체』(Changing the Way America Farms: Knowledge and Community in the Sustainable Agriculture Movement, 1999)가 있다.
저 : 대니얼 새러위츠
Daniel Sarewitz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생명과학부 및 지속가능성학부 교수이며 <과학, 정책, 성과 센터>(Center for Science, Policy and Outcomes) 소장이다. 1986년 코넬대학교에서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1989~1993년 동안 의회에서 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관심분야를 과학기술정책으로 옮겨서 관련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프론티어의 환상: 과학기술과 진보의 정치』(Frontiers of Illusion: Science, Technology, and the Politics of Progress, 1996)이 있으며 과학기술정책 관련 학술지 뿐만 아니라 『네이처』 등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에도 기고하고 있다
저 : 루이스 캐플란
Louise Kaplan
세인트마틴대학교의 간호학과 학과장이다. 세인트마틴대학교 이전에는 퍼시픽루터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에 재직했으며 핸포드 원자력시설에서 유발될 수 있는 방사능과 관련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핸포드 정보네트워크에서 연구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저 : 리처드 스클로브
Richard E. Sclove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로카연구소>(Loka institute)의 설립자이다. <로카연구소>는 1997년 미국 최초의 합의회의를 조직했으며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전개되던 지역사회의 시민주도 및 시민지향적 연구조직의 네트워크인 <공동체연구네트워크>(Community Research Network)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기술』(Democracy and Technology, 1995)가 있다.
저 : 스티븐 슈나이더
Stephen H. Schneider
스탠퍼드대학교의 환경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갑작스런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1972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기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전지구적 기후모델링에 대한 전문가가 되었으며 온실가스의 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자가 되었다. 주요 저서로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실험실 지구』(사이언스북스, 2006) 외에 『창세기전략: 기후와 전지구적 생존』(The Genesis Strategy: Climate and Global Survival, 공저, 1976), 『지구온난화: 우리는 온실의 세기에 진입하고 있는가』(Global Warming: Are We Entering the Greenhouse Century, 1989) 등이 있다.
저 : 스티븐 엡스틴
Steven Epstein
노스웨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인간문화에서의 과학 프로그램>의 겸임교수이다. 첫 번째 저서인 『순수하지 않은 과학: 에이즈, 사회운동, 지식의 정치』(Impure Science: AIDS, Activism, and the Politics of Knowledge, 1996)는 <미국사회학회>의 과학, 지식, 기술분과의 로버트 머튼 상과 <사회문제연구학회>(Society for the Study of Social Problems)의 C. 라이트 밀즈 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저서인 『포용: 의학연구에서의 차이의 정치』(Inclusion: The Politics of Difference in Medical Research, 2007)도 <미국사회학회>의 우수도서상(Distinguished Book Award)를 수상했다.
역 : 김명진
서울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는 서울시립대와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원래 전공인 과학기술사 외에 과학 논쟁, 과학 언론, 대중의 과학 이해, 과학 연구윤리 등에 관심이 많으며,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중과 과학기술』(2001, 편저), 『야누스의 과학』(2008)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인체 시장』(2006, 공역), 『디지털 졸업장 공장』(2006), 『닥터 골렘』(2009, 공역) 『셀링 사이언스』 등이 있다.
역 : 김병윤
학부에서 무기재료공학을 전공했고, 렌슬리어공대 과학기술학과에서 나노기술정책의 형성과정에 대해서 연구했다. 과학기술과 정치의 여러 주제들, 특히 신기술 또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규제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민과학』(공역, 당대, 2011)이 있다.
역 : 오은정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환경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점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그 권력 작용에 대한 성찰적 비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피폭자원호정책과 한국원폭피해자」에 관한 연구로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편 : 대니얼 리 클라인맨
Daniel Lee Kleinman
매디슨 소재 위스컨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끝없는 프론티어에서의 정치』(Politics on the Endless Frontier, 1995)와 『순수하지 않은 문화: 대학에서의 생물학과 상업 세계』(Impure Cultures: University and the World of Commerce, 2003)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론 (대니얼 리 클라인맨)
1부 시민참여의 사례들
1장 민주주의, 전문성, 에이즈 치료 운동 (스티븐 엡스틴)
에이즈 치료 활동가 운동의 기원
신용의 획득
결과
함의
2장 기술에 관한 마을회의―민주적 참여 방안으로서 합의회의 (리처드 스클로브)
쟁점을 틀 짓는 방식
시의성과 정책 반영
첫 번째 시도:보스턴 합의회의
몇 가지 관찰 결과
결론
3장 지속가능한 농업 네트워크를 통한 농업 지식의 민주화 (네바 해서네인)
도입
비판에서 혁신으로
순환방목과 국지적 기술지식
성별, 사회적 위치, 그리고 지식 교환
결론
4장 핵시설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참여―핸퍼드의 교훈 (루이스 캐플란)
초기 수십 년 동안
핵 진보 주에서 분열된 주로
결론
2부 평가와 전략
5장 인간 복지와 연방 과학―그 관계는 어떠한가? (대니얼 새러위츠)
냉전적 기원
계몽주의 프로그램
여덟 가지 문제
과학과 복지의 새로운 연결
6장 “시민-과학자”는 모순어법인가? (스티븐 슈나이더)
“시민-과학자”는 존재하는가?
“과학”과 “정책을 위한 과학”은 서로 다르다
주관적 평가:“기후 민감성”의 사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은 드물다
환경적 소양을 위한 세 가지 질문
메타-기구의 건설:과학 평가 “법정”?
“과학에서의 FED”?
특정 입장 대변은 무방하지만 사실에 대한 선별적 무시는 안 돼
지속적인 재평가
환경적 소양
7장 과학철학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코드화해야 하는가? (샌드라 하딩)
외부 민주주의 대 내부 민주주의 문제
코드화된 민주주의의 이상
민주적 사회관계의 기준들
하나의 세상, 하나의 진리, 하나의 과학?
인지적 다양성의 원천
보편성 이상이 치르는 대가
보편화를 보편화하기
8장 과학기술의 민주화 (대니얼 리 클라인맨)
민주화된 과학의 다양한 유형들
과학정책의 민주화
지식생산의 민주화
과학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벽
장애물 극복을 위한 전략
결론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용어 찾아보기
기후과학자,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과학사회학자, 사회운동가, 간호학자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기술의 민주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탐색한다. 기고자들은 전통적으로 전문가들이 독점해 온 영역에서 일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인간의 필요를 좀더 지향하는 과학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사회경제적·이데올로기적 장벽들을 탐구한다. 에이즈 치료 운동, 유럽과 미국의 기술 합의회의, 핵물질 가공과 처분에 대한 규제, 지속가능한 농업에서의 농부 네트워크 등 시민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담은 여러 편의 사례연구들과 함께, 근대과학에 대한 계몽주의적 전제들이 어떻게 이러한 시야를 제한하고 있는지 탐구한 글들이 수록돼 있다. 그 외의 장들에서는 분명한 대중적 관련성을 가진 쟁점에 관해 과학자 공동체 내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나타날 때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비과학자는 과학기술 사안에 대해 침묵해야만 하는가
1990년대 중반, 과학에 대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를 놓고 소수의 과학자들과 과학기술학자들이 맞붙은 “과학전쟁”(Science Wars)이 미국의 매체와 학술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1900년대 중반 이래로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던 기술과학자들은 사회과학과 인문학, 시민사회 운동에서 자신들에게 던져진 문제제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책의 대표 편집자인 사회학자 대니얼 클라인맨에 의하면 과학자들의 반응은, 냉전의 열기가 사그라지고 그들이 그간 누려왔던 안정적인 지위와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는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조명될 필요가 있다. 위기감을 느낀 과학자들은 과학 분야의 엘리트주의에 도전하는 환경운동가, 과학사회학자, 페미니스트, 교육학 연구자, 문화비평가들을 “과학과 이성으로부터 도피”하는 사람들, “대학을 나쁜 풍조로 물들일” 위험스러운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또 일반 시민들의 과학정책 결정에의 참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시민들은 분별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과학기술 영역의 불합리한 전문가주의를 비호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지양될 수 있는가
저자들은 과학 전문가와 일반 시민 사이에 현존하는 지식, 발언권, 사회적 영향력의 불균형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학 영역 내에서 시민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을 통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 조류독감, 가축 대량 살상, 광우병 쇠고기, 천안함, 4대강, 기후변화 등 오늘날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많은 문제들은 과학기술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사안들에 관해 어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시민들은 고도로 기술적인 사안들에 관해 발언할 수 있는가? 시민들의 의견은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가? 정치인과 과학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가?
2008년의 촛불 시위나, 천안함 사태, 황우석 사건 당시, 수많은 시민과학자들과 촛불과학자들이 인터넷에 등장해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술적인 사안들을 둘러싼 전문가-일반인의 구분선은 이미 모호해졌고, 그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시민 참여 과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과학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대전제이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 방법론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일반인 과학 생산에서 과학기술 규제에 대한 참여에 이르기까지 시민 참여 과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과학기술 사안에 대한 민주적 참여의 실제 사례를 다룬다. 미국의 에이즈 치료 운동은 비전문가가 직접 지식생산에 참여했던 사례로서, 시민참여의 스펙트럼에서 참여의 강도가 매우 높은 극단에 위치한다. 당시의 활동가들은 생의학과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비과학자가 과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폭을 재정의했다. 이 책 1장에 실린 스티븐 엡스틴의 글은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가능했었는지를 포착한다.
과학기술 정책결정에서 구조화된 시민참여에 대한 글로는 덴마크의 합의회의의 사례를 소개하는 리처드 스클로브의 글(2장)이 유용하다. 합의회의는 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정책결정의 사전단계에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에서도 ''시민과학센터''의 주도로 생명윤리, 원자력 발전 등을 주제로 한 합의회의들이 지난 10~20년 동안 여러 차례 개최된 바 있다. 최근 들어 합의회의는 전 세계에서 실험적으로 열려, 연구자들은 이미 그 이점과 한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3장에서 네바 해서네인은 위스콘신 주의 자발적 농민 네트워크들에 대해 논의하고 분석한다. 이들은 정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강요하는 농업 정책 및 농업지식의 경직성과 불공평한 권력관계를 넘어서는 “국지적 지식”을 생산하며 그러한 지식의 공유 방법을 스스로 창출해 간다. 4장에서 루이스 캐플란은 워싱턴 주 핸퍼드의 사례를 통해 핵발전, 핵무기, 핵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시민참여의 역사를 제시한다. 이 역사는 핵발전소 사고가 속출하는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하다. 1부의 글들은 시민들이 과학기술 사안에서 유능하고 열정적인 참여자로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부의 저자들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의 접점이라는 문제에 대한 보다 개념적인 탐구를 전개하며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한다. 대니얼 새러위츠는 5장에서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의 예측불가능성 및 통제불가능성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인간의 필요와 복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방 과학정책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스티븐 슈나이더는 6장에서 시민들이 과학자들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제공할 “메타-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다.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샌드라 하딩은 7장에서 과학의 계몽주의 모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늘날 과학에 숨은 ‘보편성의 이상’이 인지적 다양성을 저평가하고, 과학이 비판에 눈을 감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니얼 클라인맨이 쓴 마지막 장에서는 민주화된 과학의 사례들의 몇 가지 차원들을 개관하며, 과학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전문가의 권위에 맹신이라고 진단한다.
▣ 작가 소개
저 : 샌드라 하딩
Sandra Harding
하딩은 1935년에 태어나 1973년에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UCLA 여성연구센터의 센터장(1996~2000)과 대표적인 페미니즘연구 저널인 Signs의 공동편집장(2000~2005)을 역임했다. 또한 전미보건협회나 유엔기구를 포함하여 페미니즘과 탈식민의 과학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국제기구에 자문역할을 해왔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의 교육·문헌정보대학원(GSE&IS)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는 페미니스트 철학과 탈식민 이론의 전통 안에서 인식론, 연구방법론 및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미국의 철학자이다. 하딩은 페미니스트 과학철학과 인식론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으며, 하딩이 발전시킨 페미니스트 입장론과 특히 “강한 객관성” 개념은 철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에도 널리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서로 『페미니즘과 과학』,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등이 있다.
저 : 네바 해서네인
Neva Hassanein
몬타나대학교 환경학 부교수다. 지속가능한 식품과 농업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품민주주의와 지역식품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관련된 사회활동을 병행 주. 주요 저서로는 『미국 농업 방식의 변화: 지속가능한 농업운동에서의 지식과 공동체』(Changing the Way America Farms: Knowledge and Community in the Sustainable Agriculture Movement, 1999)가 있다.
저 : 대니얼 새러위츠
Daniel Sarewitz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생명과학부 및 지속가능성학부 교수이며 <과학, 정책, 성과 센터>(Center for Science, Policy and Outcomes) 소장이다. 1986년 코넬대학교에서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1989~1993년 동안 의회에서 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관심분야를 과학기술정책으로 옮겨서 관련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프론티어의 환상: 과학기술과 진보의 정치』(Frontiers of Illusion: Science, Technology, and the Politics of Progress, 1996)이 있으며 과학기술정책 관련 학술지 뿐만 아니라 『네이처』 등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에도 기고하고 있다
저 : 루이스 캐플란
Louise Kaplan
세인트마틴대학교의 간호학과 학과장이다. 세인트마틴대학교 이전에는 퍼시픽루터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에 재직했으며 핸포드 원자력시설에서 유발될 수 있는 방사능과 관련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핸포드 정보네트워크에서 연구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저 : 리처드 스클로브
Richard E. Sclove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로카연구소>(Loka institute)의 설립자이다. <로카연구소>는 1997년 미국 최초의 합의회의를 조직했으며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전개되던 지역사회의 시민주도 및 시민지향적 연구조직의 네트워크인 <공동체연구네트워크>(Community Research Network)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기술』(Democracy and Technology, 1995)가 있다.
저 : 스티븐 슈나이더
Stephen H. Schneider
스탠퍼드대학교의 환경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갑작스런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1972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기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전지구적 기후모델링에 대한 전문가가 되었으며 온실가스의 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자가 되었다. 주요 저서로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실험실 지구』(사이언스북스, 2006) 외에 『창세기전략: 기후와 전지구적 생존』(The Genesis Strategy: Climate and Global Survival, 공저, 1976), 『지구온난화: 우리는 온실의 세기에 진입하고 있는가』(Global Warming: Are We Entering the Greenhouse Century, 1989) 등이 있다.
저 : 스티븐 엡스틴
Steven Epstein
노스웨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인간문화에서의 과학 프로그램>의 겸임교수이다. 첫 번째 저서인 『순수하지 않은 과학: 에이즈, 사회운동, 지식의 정치』(Impure Science: AIDS, Activism, and the Politics of Knowledge, 1996)는 <미국사회학회>의 과학, 지식, 기술분과의 로버트 머튼 상과 <사회문제연구학회>(Society for the Study of Social Problems)의 C. 라이트 밀즈 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저서인 『포용: 의학연구에서의 차이의 정치』(Inclusion: The Politics of Difference in Medical Research, 2007)도 <미국사회학회>의 우수도서상(Distinguished Book Award)를 수상했다.
역 : 김명진
서울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는 서울시립대와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원래 전공인 과학기술사 외에 과학 논쟁, 과학 언론, 대중의 과학 이해, 과학 연구윤리 등에 관심이 많으며,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중과 과학기술』(2001, 편저), 『야누스의 과학』(2008)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인체 시장』(2006, 공역), 『디지털 졸업장 공장』(2006), 『닥터 골렘』(2009, 공역) 『셀링 사이언스』 등이 있다.
역 : 김병윤
학부에서 무기재료공학을 전공했고, 렌슬리어공대 과학기술학과에서 나노기술정책의 형성과정에 대해서 연구했다. 과학기술과 정치의 여러 주제들, 특히 신기술 또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규제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민과학』(공역, 당대, 2011)이 있다.
역 : 오은정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환경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점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그 권력 작용에 대한 성찰적 비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피폭자원호정책과 한국원폭피해자」에 관한 연구로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편 : 대니얼 리 클라인맨
Daniel Lee Kleinman
매디슨 소재 위스컨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끝없는 프론티어에서의 정치』(Politics on the Endless Frontier, 1995)와 『순수하지 않은 문화: 대학에서의 생물학과 상업 세계』(Impure Cultures: University and the World of Commerce, 2003)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론 (대니얼 리 클라인맨)
1부 시민참여의 사례들
1장 민주주의, 전문성, 에이즈 치료 운동 (스티븐 엡스틴)
에이즈 치료 활동가 운동의 기원
신용의 획득
결과
함의
2장 기술에 관한 마을회의―민주적 참여 방안으로서 합의회의 (리처드 스클로브)
쟁점을 틀 짓는 방식
시의성과 정책 반영
첫 번째 시도:보스턴 합의회의
몇 가지 관찰 결과
결론
3장 지속가능한 농업 네트워크를 통한 농업 지식의 민주화 (네바 해서네인)
도입
비판에서 혁신으로
순환방목과 국지적 기술지식
성별, 사회적 위치, 그리고 지식 교환
결론
4장 핵시설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참여―핸퍼드의 교훈 (루이스 캐플란)
초기 수십 년 동안
핵 진보 주에서 분열된 주로
결론
2부 평가와 전략
5장 인간 복지와 연방 과학―그 관계는 어떠한가? (대니얼 새러위츠)
냉전적 기원
계몽주의 프로그램
여덟 가지 문제
과학과 복지의 새로운 연결
6장 “시민-과학자”는 모순어법인가? (스티븐 슈나이더)
“시민-과학자”는 존재하는가?
“과학”과 “정책을 위한 과학”은 서로 다르다
주관적 평가:“기후 민감성”의 사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은 드물다
환경적 소양을 위한 세 가지 질문
메타-기구의 건설:과학 평가 “법정”?
“과학에서의 FED”?
특정 입장 대변은 무방하지만 사실에 대한 선별적 무시는 안 돼
지속적인 재평가
환경적 소양
7장 과학철학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코드화해야 하는가? (샌드라 하딩)
외부 민주주의 대 내부 민주주의 문제
코드화된 민주주의의 이상
민주적 사회관계의 기준들
하나의 세상, 하나의 진리, 하나의 과학?
인지적 다양성의 원천
보편성 이상이 치르는 대가
보편화를 보편화하기
8장 과학기술의 민주화 (대니얼 리 클라인맨)
민주화된 과학의 다양한 유형들
과학정책의 민주화
지식생산의 민주화
과학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벽
장애물 극복을 위한 전략
결론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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